푸른 바다 위에 수십 마리의 붉은 원숭이들이 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자유롭게 춤추고 있는 모습. 내가 즐겨하는 색다른 넥타이 중의 한 문양이다. 멋대로 춤추는 듯한 각각의 원숭이들의 질서정연한 배열이 산뜻함과 독특한 세련미를 연출하고 있어 좋아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또는 전철에서 앞에 서있는 사람의 넥타이를 보면서 잠시 미술품을 감상하듯 짧은 즐거움을 가질 때가 있다. 그리고 나 또한 내 넥타이의 주인으로서 잠시 미술품의 작가가 되기도 한다.
넥타이 속에서 자유로이 춤추는 원숭이들의 질서있는 배열을 보면서 자연의 질서를 생각해 본다. 봄철 논두렁의 하얀 국수꽃 무리는 태양 아래, 혼자가 아닌 무리로 모여있을 때 아름다우며, 아직 자리를 내주지 못하고 늑장을 부리고 있는 겨울을 떨쳐내기 위해 진달래꽃은 그처럼 진한 분홍을 과시하고, 매서운 겨울의 기세도 봄의 소리없는 움틈에 자리를 내주고야마는 자연의 질서에는 서로를 이해하는 양보와 화합의 질서가 있다.
질서는 획일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개개의 특성을 인정하고 장점 뿐 아니라 단점까지도 감싸안고 인정하는데서 나온 결과일 것이다. 그로 인한 아픔과 희생이 있다면 그것까지도 기꺼이 감수하면서.
여름을 줄기차게 외쳐대던 풀벌레의 울부짖음을 누그러뜨리고 성큼 다가온 가을의 문턱에선 이달 초, 우리 고양지청은 한해를 마무리할 조직을 새로이 개편하였다. 개편과정에서 흔히 있듯이 어떤 직원에 대해서는 모두들 함께 일하려고 하고, 또 어떤 직원에 대해서는 같이 일하기를 꺼려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단점이 노출되어 잡음의 불씨가 된 그 직원과 함께 일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관리자가 있었다. 질서의 의미를 아는 사람같다.
상대의 단점을 조용히 감싸안음으로써 그는 개편의 과정에서 발생한 잡음을 잠재우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낸 것이다. 화합과 질서는 작은 배려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넥타이 속 원숭이들의 춤처럼 우리들의 춤이 아름다워지기를 기대한다.
/김인호.서울지검 고양지청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