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4월 첫날 아침에!

"4월, 누가 이 4월을 잔인한 달이라 노래했던가! 꽃봉오리 터지고 새싹이 파릇파릇 움돋는 봄, 꽃과 들나비 어울려 봉접(逢接)하고, 산하대지(山河大地) 맞닿아 일어서는 봄 언덕에 무언가 옛 꿈 그리워 필릴리, 필릴리, 필릴릴리!

봄빛이 완연한 4월의 첫날 싱그런 이 아침녘에, 나는 교장실 문을 활짝 열어 젖히고 부채살처럼 퍼져오는 금빛햇살을 가슴 가득 맞아들인다. 순간,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마음에 아지랑이처럼 아롱아롱 피어오르는 충현고 교정의 내 사랑스런 아해들 모습 모습들!- 저들은 밤사이 내린 실비단 비에 물먹은 대지모양 온 마음과 몸이 촉촉히 윤기있게 젖어 빛난다!

본교는 개교 8년여의 광명시 변방지역 학교다. 학생들은 거의가 착하고 예절바르다. 온유하고 정겨웁고 따뜻하다. 내일의 동량(棟梁)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돌아보면, 그동안 우리 교육계는 툭-하면 ‘교실 붕괴(崩壞)’니 ‘교육 공황(恐慌)’이니 소리를 들으며 질책과 오욕의 세월을 걸어왔다. 더욱이 교직단체의 노조가 허용되면서부터는 크고 작은 교육계 안팎의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반목과 갈등의 나날을 보낸 적도 많았다.

그러나 교육은 전적으로 인화(人和)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때문에 님들의 따뜻한 사랑과 협조 속에 별 과오없이 오늘에 이르름을 감사한다.

그런데, ‘대통령 탄핵’으로 빚어진 요즈음은 확실히 위기다. 우리는 ‘나’와 ‘너’를 떠나서 ‘우리’를 위해 인화하고 협동하며 오직 교육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해야 한다. 국민 또한 그 어느 때보다도 오직 나라와 민족을 위해 멸사봉공(滅私奉公)해야 할 때고!

끝으로, 나는 한가지 희망찬 이 4월에 간절한 바람을 예에 고백한다. 얼마 전, 경기도의 ‘좋은 학교 만들기’에 우리 학교가 어렵게 추천되었다. 이는 오로지 광명시 관내 9개 고교장의 뜨거운 이해와 협조로 이루어진 결과다. 감사한다.

특별히 본교는 오늘 개통된 경부고속철 광명역 부근에 있다. 역사적인 이 출발에 발맞춰 우리 충현고도 광명의 명문고로 부상할 때까지 교장 본인을 비롯, 100여 전 교직원이 다함께 혼신의 힘으로 최선을 다할 것을 이에 굳게 다짐해 본다.

/김남웅.광명 충현고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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