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상호를 만들 때 아마도 주인은 음식점의 위치, 음식의 종류, 손님의 수준과 경향 등을 생각하면서 이런 이름도 지어보고 저런 이름도 지어보고 할 것이다. 반면에 이러한 모든 것을 귀찮아하여 돈을 들여가면서 작명소에 가서 좋은 이름하나를 지어 사용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생겨난 많은 간판들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비슷비슷한 듯싶다. 대부분 한식집이나 일반 대중음식점 같은 곳은 ‘제일’이나 ‘중앙’ 또는 ‘원조’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양식이나 경양식 같은 곳은 우리가 잘 알지도 못하는 외국어들이 간판 속 이름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늘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음식점(필자는 한번도 그 음식점에 들어간 적이 없음) 간판은 단지 가끔 지나다니는 길가 회색 빛 시멘트 전봇대에 붙여 놓은 조그마한 흰색 간판이다.
바로 그 이름은 ‘달빛 한 스푼’인 것이다.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음식점 이름인가! 멋진 남녀의 사랑이 있을 듯 하고, 멋진 시 한편이 바이올린 선율에 올려질 것만 같고, 어떻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필자는 그 속에서 어떤 아련한 그리움이 연상되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만약에 그 이름이 ‘달빛 한 숟가락’이나, 요리 강좌에서 말하듯 ‘달빛 한 큰 술’로 표현했다면, 필자의 마음에 아련한 추억의 실마리가 꿈틀거렸으리랴!
독자들은 음식점 이름까지 알고 했으니, 아마도 음식점의 메뉴가 양식이나 경양식 혹은 커피 전문점일 것이라고 짐작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간판을 직접 본다면 낭만적이고 시적인 이름과는 달리 그 간판 이름 밑에 자그마한 글씨로 ‘오리탕’과 ‘보신탕’이라고 적어 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음식점 이름과 그 집 메뉴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것은 편견이요 우리만이 갖고 있는 판단의 잣대일 뿐이다. 이렇듯 편견은 개인·집단 또는 여러 종류의 개념·제도, 기타 타당한 근거나 직접적 경험과는 관계없이 지나친 감정적 태도, 차별 등의 적대행동을 말한다. 이는 정상적인 사회관계를 저해하고 대립이나 분쟁을 야기시키는 중요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어느 개그맨이 외치듯 편견을 버리라는 외침과 같이 음식점 이름과 어울리지 않은 보신탕이면 어떠랴. 한번 들러 보신탕 시켜놓고 달빛 한 스푼의 맛을 음미해 보아야 하겠다
/임용걸.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의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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