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책 속에 길이 있다

가을이다. 청명한 가을날, 들로 산으로 많은 사람들이 나들이를 떠나기도 한다. 한 해 가운데 지금처럼 책읽기 좋은 때도 없다. 그래서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가을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자기를 돌아보기에 꼭 알맞은 때다. 자신을 돌아보고 복잡한 일상사를 차분하게 돌이켜 보고 싶은 때가 가을이다. 이런 계절에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책을 한 권 찾아보게 되는 것은 자연스런 감정의 흐름일지도 모른다.

요즈음 우리 청소년들이 좋은 책을 읽기보다는 컴퓨터 앞에서 게임·오락에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기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이 시대의 학생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앞으로 좀더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정에서 어릴 적부터 자기 스스로 책 읽는 습관을 길러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우리 기성세대의 몫이라 생각한다.

옛 성현들도 책을 통하여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왔으며 책을 통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세상과 대화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왔다고 한다. 책은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 할 수 있는 길인 가를 알려준다. 書山有路, 즉 책 속에 길이 있다. ‘길’이야 말로 우리가 다시금 그 의미를 되새겨 보아야 할 존재이다. 그것은 단순한 목표 그 자체보다 과정을 통해 목표에 도달하는 것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일깨워준 ‘길’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스스로를 객관화시켜 바라보는 힘도 생긴다. ‘길’이라는 존재를 통해 가야할 길과 가서는 안 되는 길을 분별하는 판단력도 생긴다. 그 ‘길’이 책 속에 모두 담겨 있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책과 가까이 하는 습관이 된 사람은 바로 이런 ‘길’의 중요성을 무의식적으로 체득하게 된다. 요즘처럼 무한경쟁 시대에 책이 갖고 있는 중요성은 그래서 더욱 크다. 우리 아이들을 인간답게 교육시키는 길은 책읽기에 있다. 나는 독서가 모든 교육의 시작이요 끝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서 나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본다.

청아한 가을 날씨에 자녀의 손을 잡고 가까운 책방이나 도서관을 찾자. 자녀와 함께 책을 읽는 것처럼 좋은 교육방법은 없을 것이다. 책 읽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고 자라난 아이들을 생각해 보라. 손수 책을 골라 아이들에게 권해보자. 책 속에 ‘길’이 있다.

/김명래.인천광역시 중앙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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