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천자춘추/편 지

책상 서랍을 정리하다 오래 전에 외국으로 떠나간 친구한테 받았던 편지가 눈에 띄었다. 우표가 붙여져 있고 편지봉투에 자필로 또박또박 적혀있는 나의 이름과 보낸 친구의 주소와 이름! 정성스럽게 펜으로 써내려 간 글씨! 신기해하며 미소를 머금고 읽어 내려가니 감회가 새로웠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요, 사이버 시대라 한다. 서로 연락할 내용이 있으면 이메일로 보내고 핸드폰 문자 메시지로 연락을 주고 받는다. 또는 집이나 직장으로 오는 편지와 우편물은 모두가 인쇄활자로 혹은 컴퓨터로 프린터된 것으로 가득차 있다.

컴퓨터는 급변하게 움직이는 사회에 신속히 적응하고 정확성을 요구하는 시대에 우리에게 편의를 제공해주고 필요한 매체이다. 그러나 그러한 문명의 이기가 우리의 마음을 냉랭하게 하고 우리의 사고를 기계적으로 전환시키며 우리 삶의 틀을 공식적인 틀에 맞춘다고 생각하니 답답한 심정이 들때도 있다. 그런데 책상 서랍을 정리하다 인간미가 넘쳐 흐르는 누런 종이로 색이 바랜 친필의 편지를 발견하니 귀중한 골동품이라도 발견한 듯 신기해 하며 읽고 또 읽어 본다. 정감이 깃든 이런 편지를 받아 본지 어언 몇 해던가. 그 편지에서 예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진솔함과 따스한 정감을 얻게 되었다. 편지지를 통해서 친구의 모습이 떠오르고 필체를 통해서 친구의 성격과 행동이 나타나는 듯 했다.

이제는 자필로 쓴 편지를 받아보기가 그리 쉽지 않은 것 같다. 요사이 청소년들에게 자필로 쓴 편지의 낭만을 이야기 하면 구시대의 발상이요, 세대차이 난다고 거리감을 둘지 모른다. 그러나 정감이 서려있는 자기만의 독특한 필체로 써내려 간 편지가 그립다. 사랑과 정이 담긴 그런 편지를 다시 찾고 싶은 것이다. 이 가을에 자필로 편지 쓰기를 모든이에게 권해 보고싶다. 어느 가수가 노래했던가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스쳐간 친구에게도 좋고, 그리운 선생님, 고마우신 부모님, 또는 사랑하는 자녀, 아니면 태풍 매미로 상처받은 우리의 형제들에게 사랑이 담긴 위로의 편지를 자필로 써서 보내는 운동을 전개해 봄이 어떨까 제안해 본다.

/김 재 경

경민대학 교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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