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인간존중은 앎에서부터

인간중심 상담의 창시자인 칼 로저스는 인간은 자기답게 살고자하는 ‘자기실현’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한다. 즉 인간은 신뢰할만하고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자 하고, 주변의 조건이 허용되면 방향을 설정하여 발달하고자 하는 자기실현의 동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무조건적인 존중, 공감적인 이해, 그리고 솔직성 등과 같은 특정 조건이 제시된다면, 인간은 성장·변화할 수 있다고 한다.

칼 로저스가 말하는 세 가지 조건 중 무조건적 존중에 대해 생각해본다. 무조건 존중이란 상대방을 한 인간으로 존중하며 그의 감정, 사고, 행동을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조건적인 존중을 받고 있다. 일단 부모가 원하는 임신이었는지, 원하지 않는 임신이었는지에 따라, 그리고 아들이냐 딸이냐에 따라 조건적 존중이 이루어져왔다.

존재가치가 부인된 청소년의 경우, 참 처절하게 살아가는 걸 상담실에선 많이 본다. 부모의 인정을 받기 위해 자기를 감추고 부모가 원하는 삶의 모습에 연연해 하다가 결국 노력해도 잘 안되자 자포자기하듯 자기 인생을 내던진 청소년들을 보게 된다. 또는 그런 부모에 대한 분노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는 관심을 전혀 기울이지 않고, 단순히 부모가 원하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반항의 삶을 일관하는 청소년도 보았다. 그런 청소년을 상담장에서 만날 때마다 상담자인 나는 그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소중한 지를 수없이 얘기해주고, 그 아이에게 묻혀있는 존재가치를 문화재 발굴하듯 일깨워주고 있다.

그러면 그 아이는 나와의 관계를 편안해 하고, 자신에게 묻힌 상처와 감정들을 꺼내놓고 정화를 시키며, 자신에 대해 진솔하게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것이 상담자로서 나의 보람이요 기쁨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여러 가지 이유로 존중하기 힘든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존중할 수 있겠는가?

정말 중요한 것은 가능한 한 자신의 준거틀을 배제하고 상대방의 준거틀을 탐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상대방을 알고 싶어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상대방에 대해 판단, 평가 이전에 상대방에 대해 깊이 아는 것이 중요하다.

/유순덕.경기도청소년종합상담실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