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에 특별한 손님이 우리집을 찾았다. 피부색이 검은 스리랑카인 신혼부부가 명절인사를 온 것이다. 지난 7월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 이색적인 결혼식이 있었다. 35세의 신랑은 5년전에 스리랑카에서 왔고 14년동안 교제해온 신부는 결혼을 위해 얼마전에 한국에 온 29세의 아름다운 스리랑카 여성이다. 기독교인인 신부는 한국에서의 결혼식을 기독교 예식으로 하고 싶어했다. 결혼식에는 한국에서 일하는 스리랑카 노동자들이 자기일처럼 돕고나서며 한 여름에 정장차림으로 예배당을 가득채웠고 수원YWCA 이사들도 여러명 축의금을 가지고 참석해 축하해 주었다. 그날 나는 신부의 어머니가 되어 신부를 데리고 입장했는데 결혼식에 참석치못한 그들의 부모를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마친후 사모관대 한복을 입고 하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피로연장에서 폐백까지 했다. 수원지역 10개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운영해 오고있는 수원 외국인 노동자쉼터에서 마련해준 이번 결혼식은 많은 사람들의 도움의 손길을 불러올 수 있어서 그 어느 결혼식보다 감동적이었다. 서울의 한 웨딩홀에서 아주 싼값으로 예복과 한복, 부케, 메이크업을 해주었고 교회마당에 차려진 아름다운 피로연 식탁은 요리사가 10가지 이상의 한식으로 100인분을 준비해 주었다. 자원봉사자들이 사진을 찍어주는가 하면 축가와 웨딩마치 꽃꽂이·잔치떡을 제공해준 사람도 있었다. 쉼터운영위원장인 목사님이 주례를 서 주었고 한국어에 능통한 스리랑카청년이 통역을 해주었다.
몇주후에 신랑신부는 쵸코파이와 쥬스 한박스를 가지고 교회로 찾아왔다. 봉사자들이 만들어준 두툼한 결혼앨범을 교인들이 돌려보면서 환호했다. 한국에서의 고단하고 힘든 외국인 노동자의 삶에 어려움이 닥칠때마다 결혼식에서 보여주었던 한국사람들의 진실한 사랑을 기억하며 어려움을 극복해 내면 좋겠다. 신부는 서툰 한국말로 ‘어머니’라고 불렀는데 나는 예쁜 딸을 하나 얻은 기분으로 그녀를 가슴에 꼭 안고 그들의 행복을 위해 기도했다.
언제가 그들이 본국으로 돌아갔을때 결혼식을 했던 나라 한국을 아름답게 기억하기를 바란다. 경제 논리로서의 세계화가 무섭게 퍼져나가는 이 시대에 피부색이나 종교·문화·국적이 다른 사람들과도 형제처럼 격의없이 지낼 수 있는 세계화가 한국에서 자리잡아갈 수는 없을까?
/유은옥.수원YWCA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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