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자력과 타력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면 자력과 타력이 관계하면서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력이란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말한다. 예컨대 내가 지닌 신체의 힘, 또는 재력, 지식의 힘, 권력, 등등. 타력이란 나 아닌 다른 대상이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말한다. 그런데 이 자력과 타력은 얼핏 생각하면 상호 상대적이어서 대립되는 개념으로 이해하기 쉬우나 조금 깊이 생각하면 이것은 대단한 착각임을 깨닫게 된다.

자력과 타력을 서로 대립되는 관계로만 파악할 때는 나의 자력을 강화하기 위하여는 할 수만 있다면 모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아니하고 나 아닌 남이 가진 모든 힘을 나에게 가져오기 위하여 온갖 짓을 다 행한다. 그렇게하다 그 일이 뜻같이 이루어지지 못할 때에는 상대를 해까지 나를 위하려고 한다. 보통 세상의 많은 일들은 이러한 사고위에서 행해지므로 결국 대단히 어리석은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면 자력과 타력이 과연 그처럼 상호 대립적인 것일까?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자력과 타력은 서로 떠나서 존재할 수 없는 상호 바탕이 되는 불가불리의 관계임을 알 수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자력이라는 것이 어디서 왔는지 자세히 분석해보면 그 무엇하나도 스스로의 힘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하나도 없고 모두 타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 몸도 알고 보면 과연 내 힘만으로 된 것인가? 삼척동자도 이 몸은 부모님이 주신 것임을 안다.

그러면 부모님의 힘만으로 되었을까? 그렇지 않다. 자라오는 동안 천지의 힘도 스승의 힘도 수많은 동포의 힘도 다 나에게 작용되어 현재의 내가 구성되어 있다. 그렇게 보면 이 나라도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다 동원되어 이루어진 것이니 과연 타력이 없이도 자력이 있을 수 있겠는가? 여기에서 우리는 큰 자각이 있어야 하리라 본다. 이 세상의 모든 타력은 곧 나를 살려주고 있는 힘이며 그러기 때문에 타력은 곧 나와 같다. 이러한 자각이 있게 되면 타력을 함부로 함이 곧 나를 함부로 함이 됨을 안다. 요즈음 환경을 말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환경을 함부로 하는 것은 곧 나를 함부로 하는 것이다. 모두를 나로 알 때 밝고 크고 아름다운 세계가 열린다.

/김주원.원불교 경인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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