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대통령의 사랑

한 인터넷 사이트의 지식 검색에 이런 글이 올랐다. ‘사랑한다는 말 말고… 다른 좋은 말 없을까요? 이유는 사랑한단 말만 많이 하면 질리잖아요. 그러니까 사랑한단 말 말고, 좋아한단 말 말고 한마디로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는 말 없을까요?’

충격이었다. 언제부턴가 사랑이란 말을 잊고 살아온 나로서는 충격이었다. 뭐 좋은 말이 없을까? 요즘 국회 초년병으로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나로선 딱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그래도 사랑이란 말을 너무도 잊고 살아 왔기에 뭔가를 찾아내고 싶었다. 한 시간이나 지났을까. 나의 머리를 울리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이름이었다. 그의 이름, 그녀의 이름. 지금은 나의 아내가 되어 있는 그녀를 처음 만나 사랑하던 시절, 그녀의 이름만으로도 나는 가슴이 설레였고, 그저 그것이 사랑이었다. 에이브러햄 링컨, 존F 케네디 이들은 미국인에게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이다. 이 존경심의 바탕은 사랑이다. 미국인이 사랑한 대통령, 우리에겐 부러움뿐이다.

지난해 초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시절 노 대통령 부부가 필자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다. 당시 나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만 나왔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누구도 쉽게 해 낼 수 없는 사법고시에 합격을 하고, 그리고 국회의원, 장관, 마침내 대통령이 된 노 당선자를 향해 정말 이 나라를 바꿔주기를 기원했다.

그리고 프로그램 끝 무렵 당선자에게 질문했다. “이 나라에서 가장 애국자는 누굴까요?” 당선자는 “글쎄요” 나는 답을 줬다. “대통령입니다. 대통령만큼 이 나라를 24시간 걱정하고 사랑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당선자는 “그렇겠군요” 라고 말했다. 나는 진정으로 그가 이 나라를 걱정하고 사랑하길 바랐다. 노무현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대통령이라는 직책만으로도 모든 국민의 가슴이 설레이길 바랐다.

최근 신행정수도 논란이 거듭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걱정과 사랑의 대상에서 실망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의 마음이 든다. ‘신행정수도 반대는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이라는 대통령의 말을 들으며, 신행정수도에 반대하는 절반이상의 국민을 혹 실망과 미움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떨쳐버리기 힘들었다. 나는 나의 우려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그리고 기대해 본다. 우리의 대통령이 좀 더 많은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대통령, 자랑스런 대통령이 되어주길 다시 한번 기대해 본다.

/한선교 국회의원(용인 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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