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모두가 부처다

어느 해 여름 무더운 날씨를 피해 지리산 시원한 계곡을 찾은 교무가 있었다. 그 교무는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에 한적한 마음을 즐기고 있다가 문득 이러한 좋은 시간을 무료히 보낼 것이 아니라 진리 연마나 해보자 하는 마음이 들어 생각하다가 진리가 우주 안에 있는 모든 것의 근원이라 하니 그것이나 연마해볼까 하는 생각이 나서 연마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러면 어떻게 연마하는 것이 그 조목을 잘 연마하는 방법이 될까 생각하니 내 앞에 흐르고 있는 물의 근원을 알면 우주의 근원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재미삼아 물의 근원을 사실적으로 연마해보기로 했다. 먼저 내 앞에 흐르는 물이 어디서 왔나를 궁구하니 그 물은 어느 한 곳에서 툭 솟아 나온 것이 아니라 그 계곡의 옆에 있는 작은 물줄기들이 다 모여서 큰 계곡물을 이루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옆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어디서 왔을까? 그 물은 비가 내린 뒤 땅에 스며들었다가 흘러 나오는 물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그 비는 어디서 왔을까? 그 비는 지리산 위에 있는 구름에서 떨어진 물방울이다. 그러면 그 구름은 어디서 왔을까? 구름을 생각하니 문득 이 구름은 지구의 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는 생각이 났다. 대서양물도 태평양물도 지중해물도 양자강물도 나일강물도 이 구름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리산 계곡물은 단순한 지리산의 계곡물이 아니라 지구의 모든 물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 이 물이 흘러서 채소도 키우고 물고기도 키우고 가축도 키우고 과일도 키울 것이고 또 그것은 돌고 돌아 사람 입속으로 또 동물의 입속으로도 드나들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 물은 곧 우주의 역사다. 물만 그러한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또한 그러하지 아니한가. 그렇다면 우주안의 모든 것은 그대로 우주의 역사요, 총체적인 작품이요, 진리의 발현이며 산 부처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시원하였다. 진리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새소리, 물소리, 흘러가는 구름, 푸른 하늘, 짙푸른 산, 서로 다투고 떠드는 세상의 모든 것 까지도 그대로가 진리의 모습인 것을….

/김주원.원불교 경인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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