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머니의 몸으로부터 이 세상에 나온 날이 생일이다. 어머니는 수태(受胎)로부터 시작하여 열달 동안 누우나 앉으나 서나 그 받는 육체적 고통이 얼마나 컸겠는가!
뱃속에 있는 태아를 위하여 음식을 가려야 했고 아파도 혹시 태아에게 나쁜 영향이 있을세라 주사 한 대, 약 한 봉지를 제대로 맞지도 먹지도 못하셨다. 오로지 내가 건강하게 잘 태어나 훌륭한 사람이 되기만을 기원하며 기다리다가 필설(筆說)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해산의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면서 생과 사를 헤매다가 나를 이 세상에 나오게 한 날이 바로 생일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몸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는 어머니의 가슴팍을 파고들어 젖꼭지를 깨물면서 배를 채우고 어머니 가슴을 침대로 삼고 어머니의 무릎을 놀이터로 삼아 똥 싸고 오줌 싸며 끼친 수고가 그 얼마겠는가!
우리는 생일이 오면 으레 어머님이 미역국 끓여 주시는 날, 생일 케이크 자르고, 선물 받는 날로 기억한다. 또 어떤 이는 심지어 친구들까지 불러 모아 제 생일 잔칫상까지 차리게 하는 혹사를 강요하기도 한다. 이는 참으로 염치(廉恥)없는 행동으로 민망스러울 따름이다.
우리가 효자, 효녀를 논하지 않더라도 내가 이제 이 세상에 나온 내 생일날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그 날은 어머니를 위로하는 날, 어머니께 조그마한 감사의 선물이라도 전하는 날, 어머니 좋아하시는 음식이라도 대접해 드리는 날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앞으로 오는 생일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생일관(生日觀)을 확립하여 어머님의 노고를 위로해 드리고 기쁘게 해드려, 만분의 일이나마 그 은혜를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그 은혜에 보답하는 날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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