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미술관학교

우리 아이들의 미술교육을 보면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그리기를 강요하는 교육을 하고있다. 유치원에서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그림 그리기는 그 아이가 얼마나 똑똑한지를 보여주는데 이용되기도 한다. 때문에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그림 그리기 능력을 키우기 위해 취학전 어린이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은 으레 미술학원을 다녀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도 아이들은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까지 거의 10년 이상 미술시간에 그림을 그린다.

그러나 미술 교육의 목적이 그리는 능력을 키워 모든 아이들을 화가로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학교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도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학자들도 모두 다 잘 알고있다.

우리는 국어 교육을 통해 시와 문학을 가르치는 목적이 무엇인가? 모든 아이들을 시인이나 소설가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님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시와 문학을 통해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우리의 정신과 국가적 정체성을 가르치고, 예술적 교양과 사회적 문화적 소양을 갖추기 위해서 고전을 가르치고, 현대 문학과 시조와 시를 읽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말로 된 문학작품이라고 글을 읽을 줄 안다고 내용을 다 이해하는 것이 아니기에 어린이들의 시각에 맞추어진 짧은 동화부터 읽기 시작해 고등학생이 되기까지 문자가 아닌 글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한 교육을 받는 것이다.

미술도 마찬가지이다. 한 장에 쓰여진 한편의 시가 장편 소설에서 표현될 내용을 담고 있듯이 그림 한 점이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이 장편 소설을 통해 읽혀져야 할 내용을 갖고 있다. 때문에 미술 역시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작품을 보고 이해하는 능력을 배워야 하며 물감으로 뒤덮인 미술 작품의 표면이 아닌 작품의 이면에 있는 내용을 읽을 줄 아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기나긴 미술 시간을 통해 갖추어야 할 것은 그리는 방법보다는 미술을 이해하는 안목과 예술작품을 자신의 삶으로 끌어들여 보다 풍성한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한다.

한 권의 책을 통해 인생이 달라질 수 있듯이 한 점의 미술작품을 통해 아이들의 미래가 달라지고 삶의 깊이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그리는 것을 강요하는 두려운 미술시간을 전시장에서 그림을 보고 내용을 읽는 적극적인 교육으로 바꾸어가야 할 때이다. 미술관은 또 다른 의미의 학교다.

/이승미 제비울미술관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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