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우리아이 어떻게 키워야 하나

자녀들의 방학이 시작되었다. 공부에 지친 아이들에게 방학은 휴식을 해야하는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학기 중보다 더 공부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님들이 많다. 특히 학기 중에 모자라는 공부를 보충 해야한다고 벼르고 있을 것이다.

“우리 애가 그림을 잘 그리는데 어떻게 교육해야하죠?” 주변 지인들로부터 종종 듣는 질문이다.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들의 경우 두 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첫째는 머리가 좋은 영리한 아이일 경우 아주 어릴 때부터 그림을 잘 그린다.

그 이유는 남보다 기억력이 뛰어나고 그런 아이일수록 나름대로 자신이 아는 것에 대한 표현 욕구가 크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자연스레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기억력과 상상력이 뛰어나므로 색에 대한 표현도 거침없고 그림 내용도 논리적이다.

둘째는 그림에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경우이다. 이런 아이는 평소에는 좀 소극적이거나 조용한 편인데 유독 그림을 그릴 때만 적극적이다. 그리고 곧잘 혼자만의 독특한 상상을 그리곤 하는 편이다.

이런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아이에게 미술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고 화가로 특별히 잘 키워야만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끼기 때문에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 문의를 하시는 것이다.

우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특히 이런 아이들일수록 아무런 교육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예술가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부에서 흘러 넘치는 기운을 자연스레 밖으로 표출하는 사람들이다. 예술가가 되려는 아이를 못하게 막을 수도 없고 예술적 재능이 없는 아이가 예술가로서 살아갈 수도 없다. 영리하고 표현력이 뛰어난 아이도 어느 분야에서든 자기 몫을 다 할 것이고, 예술적 재능이 있는 아이는 내버려둬도 자연스레 자석에 끌리듯 그곳으로 가게된다. 심지어 아무런 미술교육을 받지 못한 채, 40이 넘어서 시작한 훌륭한 작가들이 많다.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진 반 고흐나 고갱 같은 화가를 예로들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여성주의 작가로 탁월한 작업을 보여주고 있는 윤석남선생도 어렸을 적에 그림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다만 그런 아이들일수록 미술관 박물관등에서 많은 것을 보여주고 좋은 영화와 공연 음악 그리고 좋은 책을 많이 읽도록 해주라고 권하고 싶다. 좋은 화가일수록 그림 그리는 기술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므로 어릴때부터 예술의 깊이를 경험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교육이다.

/이승미 과천 제비울미술관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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