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비양육친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감독의무자 책임

행위의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없는 미성년자가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미성년자는 배상의 책임을 지지 않으며 그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사람(친권자)이 배상의 책임을 지게 된다(민법 제755조). 이것은 이른바 ‘감독의무자의 책임’이다. 따라서 책임능력이 없는 미성년자의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은 피해자는 친권자를 상대로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다만 미성년자는 자기 행위의 결과가 위법한 것으로서 법률상 비난 받고 어떤 법적 책임이 생긴다는 것을 인식할 지능이 없는 때에만 책임무능력자로 인정되며 그 해당 여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해 구체적으로 결정한다. 판례는 대체로 15세가 넘으면 책임변식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책임능력 있는 미성년자의 불법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자는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을까. 책임능력이 있는 미성년자는 그 자신이 민법 제750조에 의한 일반 불법행위책임을 지게 되므로 피해자는 친권자를 상대로 민법 제755조에 의한 ‘감독의무자 책임’을 묻지 못한다. 그런데 정작 책임이 있는 미성년자는 손해를 배상할 만한 재산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책임능력 있는 미성년자의 가해행위로 피해를 입은 자는 보호의 공백에 놓이게 된다. 이에 판례는 ‘책임능력 있는 미성년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감독자의 책임을 제750조에 의한 일반불법행위책임으로 구성한다. 즉 ‘법정감독의무자인 친권자는 친권에 복종하는 미성년자를 보호하고 교양하고 감호할 의무가 있으므로 미성년자의 감독의무자의 의무위반과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감독의무자는 일반 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대법원 1994년 2월8일 선고 93다13605 판결 참고)’라는 것이다. 결국 미성년자의 불법행위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그 미성년자가 책임능력이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비록 그 근거 규정은 다르지만) 친권자에게 감독의무자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점과 관련해 최근 친권자 및 양육자가 아닌 부모에게 감독의무자 책임을 부정한 판례(대법원 2022년 4월14일 선고 2020다240021 판결)가 있어 이를 소개한다. 대법원에 따르면, 이혼으로 인해 부모 중 1명이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된 경우, 그렇지 않은 부모(비양육친)는 자녀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이 없으므로 자녀의 보호·교양에 관한 민법의 친권 규정을 적용할 수 없고, 면접교섭권이나 양육비 부담 의무만으로는 비양육친이 보호·감독의 의무를 진다고 할 수 없다. 이처럼 비양육친은 단지 그가 미성년자의 부모라는 사정만으로 미성년 자녀에 대하여 감독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어 손해배상의 책임이 없다. 다만 비양육친이 자녀에 대해 실질적으로 일반적·일상적인 지도와 조언을 해 왔다거나 자녀의 불법행위를 구체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다는 등 감독의무를 인정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비양육친도 감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을 것이다. 정다솔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혼인 외 출생자와 상속관계

혼인 외의 출생자는 인지를 통해 생부와 사이에 법률상 친자 관계를 인정받을 수 있고(민법 제855조 제1항) 생부가 사망했을 때 그의 상속인으로서 상속을 받을 수 있다. 인지는 자의 출생 시에 소급해 효력이 생기지만 제3자가 취득한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민법 제860조). 따라서 생부가 사망해 이미 상속이 개시된 이후 인지 또는 재판의 확정에 의해 공동상속인이 된 자가 상속재산의 분할을 청구하는 경우, 이미 다른 공동 상속인이 분할 기타 처분을 한 때에는 그 상속분에 상당한 가액의 지급을 청구할 권리가 있을 뿐이다(민법 제1014조). 즉 다른 공동상속인이 이미 생부의 상속재산을 분할하거나 제3자에게 처분을 한 이후 인지 또는 재판의 확정에 따라 상속인이 된 사람은 다른 공동상속인에 의해 이미 이뤄진 상속재산분할이나 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생모’에 대해서는 위와 다른 법리가 적용된다. 혼인 외의 출생자와 생모 사이에는 인지나 출생신고와 무관하게 자의 출생으로 곧바로 법률상 친자관계가 인정되는 것이다. 우리 법원도 혼인 외 출생자와 생부의 경우와 달리 혼인 외의 출생자와 생모 사이에는 생모의 인지나 출생신고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자의 출생으로 당연히 법률상의 친자관계가 생기고,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나 법원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판결이 있어야만 이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대법원(2018년 6월19일 선고 2018다1049 판결 참조)은 본래 인지를 요하지 아니하는 모자관계에는 인지의 소급효 제한에 관한 민법 제860조 단서가 적용 또는 유추 적용되지 않으며, 상속 개시 후의 인지 또는 재판의 확정에 의해 공동상속인이 된 자의 가액지급청구권을 규정한 민법 제1014조를 근거로 자가 모의 다른 공동상속인이 한 상속재산에 대한 분할 또는 처분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고, 이는 비록 다른 공동상속인이 이미 상속재산을 분할 또는 처분한 이후에 모자관계가 친생자관계존재확인판결의 확정 등으로 비로소 명백히 밝혀졌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이처럼 생모가 사망한 경우 그 혼인 외의 자는 다른 공동상속인이 자신을 배제하고 상속재산을 분할하거나 제3자에게 처분을 한 경우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 위 대법원 판결은 거래의 안전을 침해하는 면이 있을 수 있으나, 혼인 외의 출생자와 생모 사이에는 인지와 무관하게 자의 출생으로 당연히 법률상의 친자관계가 발생함을 명백하게 밝혔다는 점에서 합당한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이준행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근로관계와 소멸시효

민법(제162조 1항)에 따르면 채무의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10년이다. 예컨대 주택을 매도한 사람이 매수인으로부터 대금을 전액 지급받고서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고 있다고 하자. 그런데도 매수인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10년이 경과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하고 매수인은 더 이상 주택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 사실관계를 조금 변경해 보자. 위 사안에서 매도인이 의무 이행을 차일피일 미루던 중 그의 실수로 주택이 불에 타버렸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매수인은 매도인의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취득하게 되는데 이 손해배상청구권도 10년의 소멸시효에 걸리게 된다. 그런데 상법(제64조)은 위 원칙에 대한 중대한 예외를 설정하고 있다. 즉 상행위로 인한 채권의 소멸시효는 10년이 아니라 5년으로 단축된다. 따라서 설비공급 계약에 따라 특정 기계를 공급해야 하는 상인의 채무는 5년의 소멸시효에 걸린다. 그 기계가 소실됨에 따라 매수인이 취득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도 5년이다. 상인(사용자)이 근로자를 채용하는 행위도 상행위에 해당한다. 그런데 사용자의 의무는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무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즉 사용자는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하는 보호의무를 부담한다. 이러한 의무는 근로계약서에 명문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더라도 인정되는 의무이다. 따라서 어떤 근로자가 공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던 중에 공장 설비의 오작동으로 인해 부상을 입었다면, 사용자는 그 근로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 경우 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도 위 상법의 원칙에 따라 5년의 소멸시효에 걸린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2021년 8월19일 선고 2018다270876 판결)은 여기에 반대한다. 즉 대법원은 근로계약 관계에서 사용자의 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원칙에 따라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고 봤다. 상법이 5년이라는 짧은 시효를 정한 것은 법률관계를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며, 이는 대량·정형·신속이라는 상거래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다루고 있는 사안은 근로자의 생명, 신체, 건강이 침해됨에 따른 손해의 전보에 관한 문제로 이는 대량·정형·신속이라는 상거래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논리는 정반대의 사안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근로자가 회사의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저질러 회사에 손해를 끼친 사안에서도, 대법원(2005년 11월10일 선고 2004다22742 판결)은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따른 주의의무를 위반함에 따라 발생한 손해의 배상 문제는 정형적인 또는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는 상거래와 무관하다는 근거에서 그 손해배상청구권은 본래의 원칙으로 돌아가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김종훈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변호사 수임료와 부가가치세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 의뢰인들 중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변호사에게 지급한 변호사 보수를 상대방으로부터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당사자가 특정한 소송절차를 수행하는데 소요된 모든 비용을 소송비용이라고 하는데, 소제기 이전 소송준비행위에 소요된 비용, 소송계속 중에 소요된 비용, 소송의 부수절차에서 소용된 비용이 포함된다. 이러한 소송비용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패소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실제로 소송비용으로 인정받는 것은 민사소송비용법 및 관련 대법원규칙에 규정된 범위 내에 한한다. 소송비용 중 변호사 보수, 즉 당사자가 소송과 관련해 변호사에게 지급했거나 지급할 보수는 그 총액이 민사소송법 제109조 제1항 및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의해 산정된 금액 범위 내에 있는 이상 명목 여하에 불구하고 모두 소송비용에 포함된다. 본래 변호사 보수는 부가가치세법상 면세 대상이었으나 1998년에 법이 개정된 뒤 세금이 부과되기 시작해 의뢰인들은 부가가치세를 포함, 변호사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 이 경우 부가가치세를 소송비용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 상대방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어 왔다. 이에 대해 대법원(2022년 1월27일 자 2021마6871 결정)은 소송당사자가 약정에 따라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변호사보수를 지출했다면, 그 금액이 보수규칙에서 정한 금액 범위 안에 있는 이상 그 전부를 소송비용에 포함되는 변호사보수로 봐 소송비용부담의 재판에 따라 상환의무를 부담하는 상대방에게 상환을 구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위와 같이 지급한 부가가치세가 사업자인 소송당사자가 자기 사업을 위해 공급받은 재화나 용역에 대한 것으로서 부가가치세법 제38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매입세액에 해당해 자기의 매출세액에서 공제하거나 환급받을 수 있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소송당사자의 부담으로 돌아가지 않으므로 부가가치세 상당의 소송비용 상환을 구할 수 없다. 반면 변호사보수에 포함된 부가가치세가 부가가치세법 제39조 제1항 제7호에서 규정한 ‘면세사업에 관련된 매입세액’ 등에 해당해 이를 소송당사자의 매출세액에서 공제하거나 환급받을 수 없는 때에는 그 부가가치세는 실질적으로 해당 소송당사자의 부담이 되므로 상대방에게 부가가치세 상당의 소송비용 상환을 구할 수 있게 된다. 박승득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최근의 주목할 만한 ‘주거침입죄’ 관련 판결에 대해

주거침입죄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므로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은 위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해석해야 한다. 따라서 ‘침입’이란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 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 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기조에서 최근 주거침입죄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대법원 판결들이 있어 이를 소개한다. A는 과거 B와 사귀면서 B의 아파트 비밀번호를 알게 됐다. 이후 A와 B는 헤어졌다. 그러나 A는 헤어진 B의 허락을 받지 않은 채 심야 시간에 B의 아파트 공동출입문의 비밀번호를 무단으로 입력해 출입구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아파트 관리자나 거주자들만의 출입이 허용되는 출입구 내부와 B의 현관문 앞까지 출입했다. A는 B의 현관문 비밀번호를 수차례 누르다가 B의 목소리를 듣고 도주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A가 B의 주거에 몰래 들어간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아파트 관리자의 현실적·추정적 승낙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A가 B의 아파트 공동출입문의 비밀번호를 무단으로 입력하고 출입한 행위는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C가 자신과 상대방(D)이 대화하는 장면을 D나 음식점 영업주 몰래 촬영할 계획을 세우고 미리 카메라를 설치하기 위해 음식점에 들어간 경우는 어떠한가. 이 사안에서 법원은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에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침입행위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설령 행위자가 범죄 등을 목적으로 음식점에 출입했거나 영업주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출입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 태양에 비춰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방법으로 음식점에 들어갔다고 평가할 수 없어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 법원이 식당에 도청용 송신기를 설치해 대화를 녹음한 뒤 언론에 폭로한 이른바 ‘초원복집’ 사건에서 주거침입죄를 인정한 사례가 있었는데, 최근 선고된 위 판결로 인해 이제 초원복집 판결은 더 이상 선례로서 적용될 수 없게 됐다. 남성 E가 결혼한 여성 F와 혼외 성관계를 할 목적으로 F의 남편이 부재중인 주거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주거침입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법원은 외부인이 공동거주자의 일부가 부재중에 주거 내에 ‘현재하는 다른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공동 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면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경우에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심갑보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아파트 단지 주차장을 부속상가의 고객이 이용할 수 있을까?

아파트 단지 주차장을 부속상가의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지에 관해 분쟁이 있는 경우가 제법 있다. 최근 대법원은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이 아파트 구분 소유자들만의 일부공용부분이라는 이유로 부속상가 고객은 그 지하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 대법원이 일부공용부분이라고 판단한 논거는 해당 상가가 아파트와 별개 건물로 신축된 점, 지하주차장은 단지 정문 출입구로만 출입 가능하고 차단기가 설치돼 입주민과 방문자에게만 출입을 허용하는 점, 지상주차장은 누구나 이용 가능한 점, 지하주차장에는 아파트 승강기로 직접 연결되는 출입문이 있고 출입통제장치가 있으나 지하주차장과 상가는 직접 연결돼 있지 아니한 점, 아파트 구분소유자는 지하주차장을 공용부분으로 분양받았으나 상가의 분양계약서와 건축물대장에는 지하주차장이 분양면적이나 공용부분으로 기재되어 있지 아니한 점 등으로 요약된다. 일부공용부분에 대해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규정이 돼 있는데(제10조 제1항), 위 법은 전유부분과 공용부분의 구분을 ‘여러 개의 전유부분으로 통하는 복도, 계단, 그 밖에 구조상 구분소유자 전원 또는 일부의 공용에 제공되는 건물부분은 구분소유권의 목적으로 할 수 없다’(제3조 제1항)고 보고 구체적인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부공용부분과 일부공용부분 구분에 대해 ‘일부의 구분소유자만이 공용하도록 제공되는 것임이 명백한 공용부분’을 일부공용부분으로 정의하는 외에 달리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고 있지는 않다. 종전 판례는 그 구분에 관한 원론적인 기준으로 ‘소유자들 사이에 특단의 합의가 없는 한 구분소유가 성립될 당시 건물의 구조에 따른 객관적인 용도’를 들고 있다. 위 사건에서 대법원의 판단 근거 중 해당 상가가 아파트와 별개 건물로 신축된 점이나 지상주차장은 누구나 이용 가능한 점은 ‘건물 구조’의 문제라기보다는 현실적 이용실태의 측면에 가까운 면이 있다. 한편 지하주차장에는 아파트 승강기로 직접 연결되는 출입문이 있고 출입통제장치가 있으나 지하주차장과 상가는 직접 연결돼 있지 아니한 점을 보건대, 위 지하주차장과 같은 구조와 용도라고 하더라도, 상가 고객 자동차가 필연적으로 출입할 수 없는 구조와 용도인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위 사건에서 일부공용부분 인정의 핵심 논거는 아파트 구분소유자는 지하주차장을 공용부분으로 분양받았으나 상가의 분양계약서와 건축물대장에는 지하주차장이 분양면적이나 공용부분으로 기재되어 있지 아니한 점일 수 있다. 결국 위 사건의 대법원 결론은 정당하다고 보이나 구체적 사정들이 조금씩 차이가 나는 다른 아파트 단지들에 있어서의 결론은 반드시 같다고 보기 어렵지 않은가 생각된다. 임한흠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실거주한다던 임대인이 주택을 임대한 경우의 손해배상

세입자 A씨는 2020년 11월 집주인 B씨와 전세보증금 4억원, 계약기간을 2년으로 정해 수원시의 한 아파트에 관한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A씨는 계약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전세계약이 종료하기 전에 계약 갱신을 요구했으나, B씨는 자신이 실거주하겠다며 A씨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부했다. 그러나 B씨는 이후 (실거주를 한 것이 아니라) 전세보증금을 6억원으로 정해 C씨에게 아파트를 임대했다. 이 경우 A씨는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5항에 따르면, 임대인이 자신 또는 직계 존비속의 실거주를 이유로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갱신요구가 거절되지 아니했더라면 갱신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목적 주택을 임대한 경우 임대인은 갱신거절로 인해 임차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따라서 ​B씨가 정당한 사유 없이 C씨에게 위 아파트를 임대했다면, A씨는 B씨를 상대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여기서 손해배상의 액수는 당사자 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갱신거절 당시 월 차임의 3개월분에 해당하는 금액 ▲임대인이 제3자에게 임대해 얻은 환산 월 차임과 갱신거절 당시 환산 월 차임 간 차액의 2년분에 해당하는 금액 ▲갱신거절로 인해 임차인이 입은 손해액 중 가장 큰 금액으로 한다. 위 사례에서 A씨의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이 사례는 월 차임 없이 전세보증금만 있는 경우이므로 전월세 전환율에 따라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해야 한다. 법정 전월세 전환율은 은행법 따른 은행에서 적용하는 대출금리와 해당 지역의 경제 여건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10%)과 한국은행에서 공시한 기준금리(1.25%)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2%)을 더한 비율(3.25%) 중 더 낮은 비율에 따르므로 3.25%를 적용해 월세를 계산한다. 따라서 A씨의 월차임은 약 108만원(보증금 4억 원0.03251/12)이 된다. 한편 C씨의 월차임은 약 162만원(보증금 6억원0.03251/12)이므로, 결국, A씨는 324만원(108만원3개월), 1천296만원((162만원-108만 원)24개월), 갱신거절로 인해 입은 손해(이는 임차인 A씨가 별도로 증명) 중 가장 큰 금액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A씨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그 아파트에 임대인이 아닌 제3자가 거주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제6조에 따르면 임대인의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이 거절된 임차인은 해당 임대차 목적물의 임대차계약 체결 여부 등에 관한 사항을 열람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구 임차인은 주민센터 등과 같은 확정일자 부여기관에 방문해 임대차 정보제공 요청서를 작성해 집주인의 실거주 여부를 정식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임대차 정보제공 요청서는 주택임대차계약증서상의 확정일자 부여 및 임대차 정보제공에 관한 규칙 별지 제3호 서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혜진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조부모가 미성년 손자녀를 자녀로 입양할 수 있는가

며느리가 생후 7개월된 아이를 친정 부모에 맡기고 가버렸고, 그 때부터 조부모가 외손자를 양육해 왔다. 아이의 부모는 아이를 돌보지 않고 서로 교류도 없었다. 아이는 조부모를 부모로 알고 성장했고, 가족이나 친척, 주변사람들도 조부모를 아이의 부모로 대했다. 한편 친생부모도 조부모의 입양에 동의했다. 조부모는 아이를 아들로 입양할 수 있는가. 민법은 조부모가 미성년의 손자녀를 입양해 양부모가 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 않으므로 법률상 조부모가 손자녀를 입양할 수 있다. 그러나 조부모의 미성년 손자녀 입양은 이미 조손의 혈연관계가 존재하고 입양 후에도 양부모와 조부모의 친족관계가 병존하게 된다는 점에서 법정 친자관계의 기본적인 의미에 부합하지 않는데다가, 조부모가 입양사실을 감추고 친생부모인 것처럼 양육하기 위해 하는 비밀 입양은 향후 자녀의 정체성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적지 않는 등 문제점이 있다. 법원은 조부모의 입양으로 가족의 내부 질서와 친족관계에 혼란이 초래될 수 있더라도, 입양을 허가하기 위해서는 당해 입양에 관한 구체적 사정을 충분히 살펴본 후에 입양이 아이의 복리에 더 이익이 된다면 입양을 허가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말하는 구체적인 사정이란 무엇인가. 우선 입양을 허가하기 위해서는, 조부모가 단순한 양육을 넘어 양친자로서 신분적 생활관계를 형성하려는 실질적인 의사를 가지고 있는지, 입양의 주된 목적이 부모로서 자녀를 안정적영속적으로 양육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친생부모의 재혼이나 국적 취득, 그 밖의 다른 혜택 등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닌지를 살펴봐야 한다. 또한 친생부모의 입양동의가 확실한 것인지 확인해야 하고, 조부모가 양육능력이나 양부모로서의 적합성과 같은 일반적인 요건을 갖추는 것 외에도, 자녀와 조부모의 나이, 현재까지의 양육 상황, 입양에 이르게 된 경위, 친생부모의 생존 여부나 교류 관계 등에 비추어 조부모와 자녀 사이에 양친자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을 기대할 수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 조부모의 입양이 자녀에게 도움이 되는 사항과 우려되는 사항을 비교형량해 개별적구체적인 사안에서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를 판단해야 한다. 입양되는 자녀가 13세 미만인 경우에도 어느 정도의 사리분별 능력이 있으면, 적절한 방법으로 자녀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재철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경매로 취득한 상가와 업종제한약정

상가를 분양하는 분양자가 분양계약에 수분양자의 업종을 제한하는 규정을 포함시키는 경우가 있다. 수분양자에게 특정 업종을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보장함으로써 분양을 활성화해 분양가를 높게 받기 위함이다. 분양 이후 당연 설립된 관리단도 그 규약에 업종제한규정을 포함시키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업종제한이 있는 상가 내 점포를 경매로 취득한 사람도 위와 같은 업종제한약정에 구속되는 것일까. 우선 업종제한약정 자체가 유효한 것인지 살펴보자. 수분양자의 업종 선택권은 헌법상 보장돼 있는 직업선택의 자유, 영업의 자유 및 재산권에 속하므로 업종제한약정은 이러한 기본권의 침해에 해당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분양계약 또는 수분양자들 상호간의 약정에 의한 업종 제한은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른 것이라는 점, 서로 중복되지 않도록 권장업종을 지정하는 것은 인근 주민들의 생활상의 편의를 도모하고 입주 상인들의 영업상 이익을 존중해 상호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측면에서 현실적인 필요성이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업종제한약정의 유효성을 인정한다(대법원 1997년 12월26일 선고 97다42540 판결 참고). 더 나아가 대법원은 집합건물 관리단이 관리규약을 제정할 당시의 구성원들뿐만 아니라 그 후 점포를 취득한 제3자에게도 위 업종제한약정의 효력이 미친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상가를 경매로 취득한 자에게도 업종제한약정의 효력이 여전히 미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만 사안에 따라서는 상가를 경매로 취득한 자의 업종제한 의무를 부인한 사례도 있음에 유의하자. 즉 지하 1층 상가를 가구류 판매시설로 업종을 지정해 분양한 분양자가 이후 지상 1층을 의류, 잡화 판매시설 등으로 업종을 지정해 분양하려 했지만 분양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이를 관리해 오던 중 A가 지상 1층을 낙찰 받아 가구점을 운영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지상 1층 전체가 전혀 분양되지 않아 상가의 업종 제한에 대한 인식이 미약한 점, 경매절차의 현황조사 및 감정평가 과정에서 업종지정을 조사한 바 없는 점, 관리규정의 내용 상 지하 1층이 아닌 지상 1층에서도 가구점 영업이 금지돼 있는지 여부가 불명확한 점을 들어 A의 업종제한 의무를 부인했다(대법원 2007년 11월30일 선고 2004다44742 판결 참고). 따라서 위 판결은 상가의 취득원인이 경매인 경우에는 업종제한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취지가 아니라 개별 사안의 구체적인 사정들을 감안해 경매로 상가를 취득한 자의 업종제한 의무를 부인할 수도 있다는 의미 정도로 이해해야 한다. 요컨대 경매로 상가를 취득한 자가 업종제한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정다솔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동업계약의 탈퇴와 정산

갑과 을은 상호출자해 공동으로 식당을 경영할 것을 약정하는 내용의 동업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상호 불화가 생겨 갑은 을과 사이의 동업계약에서 탈퇴하고자 한다. 2인의 동업계약에서 1인이 탈퇴할 경우의 법률관계는 어떻게 될까. 동업은 민법상 조합에 해당한다. 조합계약으로 조합의 존속기간을 정하지 아니하거나 조합원의 종신까지 존속할 것을 정한 때에는 각 조합원은 언제든지 탈퇴할 수 있으나 부득이한 사유 없이 조합의 불리한 시기에 탈퇴하지는 못한다(민법 제716조 제1항). 조합의 존속기간을 정한 때에도 조합원은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탈퇴할 수 있다(민법 제716조 제2항). 여기에서 부득이한 사유란 경제계의 사정변경에 따른 조합 재산상태의 악화나 영업부진 등으로 조합의 목적 달성이 매우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객관적 사정이 있는 경우 외에 조합 당사자 간의 불화 대립으로 인해 신뢰관계가 파괴됨으로써 조합업무의 원만한 운영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대법원 1991년 2월22일 선고 90다카26300 판결 참조). 한편 2인 조합에서 조합원 1인이 탈퇴하는 경우 조합관계는 종료되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은 해산되지 아니하고, 조합원의 합유에 속한 조합재산은 남은 조합원의 단독소유에 속하게 된다(대법원 1997년 10월14일 선고 95다22511, 22528 판결 참조). 또한 탈퇴자와 잔존자 사이에 탈퇴로 인한 계산을 함에 있어서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탈퇴 당시의 조합재산상태를 기준으로 평가한 조합재산 중 탈퇴자의 지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금전으로 반환해야 한다. 이 계산은 사업의 계속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조합재산의 가액은 단순한 매매가격이 아닌 영업권의 가치를 포함하는 영업가격에 의하여 평가하되, 당해 조합원의 지분비율은 조합청산의 경우에 실제 출자한 자산가액의 비율에 의하는 것과는 달리 조합내부의 손익분배 비율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 2006년 3월 9일 선고 2004다49693,49709 판결 참조). 따라서 동업재산의 정산 시 조합원의 지분비율에 대해서는 동업계약에서 손익분배 비율을 정했다면 그에 따르고 손익분배 비율을 정하지 않았다면 각 조합원의 출자가액에 비례해 이를 정해야 할 것이다. 결국 갑은 을과 사이에 신뢰관계가 파괴됨으로써 동업업무의 원만한 운영을 기대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음을 들어 동업관계에서 탈퇴하고, 식당의 영업권의 가치를 포함하는 영업가격을 평가해 자신의 지분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을 을로부터 금전으로 지급받는 방식으로 동업관계를 종료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준행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근저당권 변경 계약의 효력

갑은 A은행과 시설자금대출 약정을 맺고 X토지에 관해 채권최고액을 10억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하면서 6억원을 대출했다. 얼마 후 추가 자금이 필요했던 갑은 지인 B에게 X토지에 관해 채권최고액을 6억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면서 5억원을 차용했다. 이후 갑과 A은행은 제1순위 근저당권이 담보하는 채무를 종전의 시설자금대출 약정에 추가해 중소기업자금대출 약정에 따른 대출금으로 변경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추가 대출 계약(중소기업자금대출 약정)에 따라 갑은 4억원을 추가로 대출받았다. 결국 갑이 A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돈은 10억원이 됐다. 갑이 A은행에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경매 절차가 진행됐으며 X토지는 10억원에 매각됐다. 이 경우 제2순위 근저당권자인 B는 얼마를 배당 받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B라는 점을 밝혀 둔다. 이 사례에서 A은행의 제1순위 근저당권이 담보하는 채권은 최초 약정한 대출금, 즉, 시설자금대출 약정에 따른 대출금 채권(6억원)에 한정되는 것이고 이후에 추가된 중소기업자금 대출 약정에 따른 대출금 채권(4억원)은 제외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논리에 따르면 B는 제2순위 근저당권자로서 4억원을 배당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2021년 12월16일 선고 2021다255648 판결)은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다. 본래 근저당권은 피담보채무의 최고액만을 정하고 채무의 확정을 장래에 보류해 설정하는 저당권이다. 따라서 근저당권을 설정한 후에 근저당설정자와 근저당권자의 합의로 채무의 범위를 변경하거나 채무자를 추가교체하는 등 피담보채무를 변경할 수 있고 이렇게 변경된 채무가 당해 근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된다. 물론 이 경우에도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의 범위 안에서 담보의 효력이 있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제1순위 근저당권자인 A은행은 시설자금대출 약정 및 중소기업대출 약정을 따른 대출금 채권 전부에 대해 (채권최고액의 범위 안에서) 근저당권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다. 결국 A은행은 10억원의 매각대금 전액을 제1순위로 배당을 받을 수 있으며 이에 따라 B는 단 1원도 배당 받지 못한다. 대법원은 후순위저당권자 등 이해관계인은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에 해당하는 담보 가치가 근저당권에 의해 이미 파악되어 있는 것을 알고 이해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이러한 변경으로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이러한 결론의 주요 논거로 제시한다. 금융 거래를 하다 보면 이 사안의 B와 같은 입장(제2순위 근저당권을 설정 받고 돈을 빌려주어도 문제가 없을까 고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경우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독자 여러분의 주의를 요한다. 김종훈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재물손괴의 정당행위 성립 여부

공동주택은 입주자 등을 대표해 관리에 관한 주요사항을 결정하기 위한 자치 의결기구로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한다. 그런데 대단지 아파트에서 입주자대표회의의 구성원들이 파벌을 구성해 다툼을 벌이는 경우 장기간에 걸친 법률 분쟁으로 삶의 터전이 피폐해 질 수 있다. 이러한 분쟁을 예방하고 신속히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실제 사례 한 가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일부 동대표들이 제안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 대한 회장해임 안건이 절차와 규정에 맞지 않음을 이유로 거절됐다. 이에 관리소장이 동대표들의 요구에 따라 회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해당 안건을 포함한 입주자대표회의의 소집을 알리는 공고문을 게시했다. 회장이 그 공고문을 제거하자 동대표들이 회장을 재물손괴죄로 형사고소해 형사 재판이 진행됐다. 형법 제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사례의 경우 회장의 공고문 제거 행위가 재물손괴죄의 범죄구성 요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형법 제20조가 규정하는 정당 행위로 볼 수 있다면 위법성이 조각되어 범죄가 성립하지 않게 된다. 바로 위 형사재판 과정에서도 공고문 제거 행위가 정당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라 치열한 공방이 전개됐다. 이에 대한 우리 법원의 판단은 다음과 같다. 우선 입주자대표회의의 정당한 소집권자인 회장이 그의 동의나 승인 없이 위법하게 게시된 공고문을 발견하고 이를 제거하는 것은 그에 선행하는 위법한 공고문 작성 및 게시에 따른 위법 상태의 구체적 실현이 임박한 상황 하에서 그 행위의 효과가 귀속되는 주체의 적법한 대표자 자격에서 그 위법성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크게 넘어서지 않는 행위이다. 또한 이러한 행위는 공동주택의 관리 또는 사용에 관해 입주자 및 사용자의 보호와 그 주거 생활의 질서 유지를 위하여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의 대표자로서 공동주택의 질서 유지 및 입주자 등에 대한 피해 방지를 위해 필요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사회통념상 용인 될 수 있는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에 지나지 아니한다. 대법원은 이상과 같은 논의를 전제로 입주자대표회의는 회장이 소집하도록 규정돼 있고, 공고문이 계속 게시될 경우 적법한 소집권자가 작성한 진정한 공고문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게시판의 관리 주체인 관리소장이 공고문을 게시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소집절차의 하자가 치유되지 아니하고, 바로 그 다음 날이 공고문에서 정한 입주자대표회의가 개최되는 당일이어서 시기적으로 달리 적절한 방안을 찾기 어려웠던 점 등을 고려할 때, 공고문을 제거한 회장의 행위는 정당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21년 12월30일 선고 2021도9680 판결). 박승득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가설건축물과 법정지상권

법원에서 경매하는 물건 중에는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함께 존재하고 있는데도 토지에 대해서만 경매가 진행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주로 토지에 대해 근저당권을 설정할 당시 그 지상에 이미 미등기 상태의(무허가) 건물이 있는 경우 건물에 대해서 근저당권 설정 등기를 경료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발생한다. 이처럼 토지와 건물이 동일인의 소유였다가 토지에 대해서만 경매가 진행되어 낙찰자에게 소유권이 넘어감으로써 결과적으로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다르게 되었을 때 민법은 건물의 소유자를 위해 지상권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는데, 이를 법정지상권이라 한다. 이렇게 건물에 대해 법정지상권이 발생하면, 토지를 낙찰받은 사람은 건물 소유자를 상대로 건물의 철거를 요청할 수 없고, 단지 건물 소유자를 상대로 지료만 청구할 수 있게 된다. 경매절차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토지를 낙찰받아도 법정지상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응찰을 망설이게 되고, 여러 차례 유찰을 거쳐 터무니없는 낮은 가격에 매각됨에 따라 경매신청 채권자 등에게 배당할 금액이 감소해 채권자들이 불측의 피해를 입기도 한다. 이런 점을 노려 일부는 토지 위에 미등기의 가설건축물(건축법시행령 제15조에 해당하는 건축물)을 지어 놓고 경매의 진행 과정에서 법정지상권이 발생할 것처럼 주장하면서 낙찰자에게는 가설건축물을 철거하고 나갈 테니 거액의 보상금을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런데,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려면 경매절차에서 매수인이 매각대금을 다 낸 때까지 해당 건물이 독립된 부동산으로서 건물의 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독립된 부동산이 되기 위해서는 건물은 토지에 정착돼 있어야 한다. 가설건축물은 일시 사용을 위해 건축되는 구조물로서 설치 당시부터 일정한 존치기간이 지난 후 철거가 예정돼 있어 일반적으로 토지에 정착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 민법상 건물에 대한 법정지상권의 최단 존속기간은 견고한 건물이 30년, 그 밖의 건물이 15년인 데 비해 건축법령상 가설건축물의 존치기간은 통상 3년 이내로 정해져 있는 점에 비춰 보면, 가설건축물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독립된 부동산으로서 건물의 요건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가설건축물의 소유자에게는 법정지상권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 주의를 요한다. 심갑보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부동산 인도명령

갑은 경매절차에서 부동산을 낙찰받아, 그 대금을 전액 납부했다. 그런데 위 부동산의 소유자가 부동산의 인도를 거부하고 있다. 갑은 어떠한 절차를 통해 위 부동산을 인도받을 수 있을까. 일반적인 소송 절차에 의한다면 해당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는 자에 대해 부동산 인도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그런데 부동산 인도소송은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다. 경매절차에서 부동산을 낙찰받아 그 대금을 전액 납부한 매수인은, 부동산 인도명령이라는 훨씬 간이한 절차를 통해 해당 부동산의 소유자 또는 점유자로부터 부동산을 인도받을 수 있다. 부동산 경매에서의 매수인은, 매각대금을 납부한 후 6월 이내에 채무자, 소유자 또는 부동산 점유자에 대해 부동산을 매수인에게 인도하도록 명할 것을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민사집행법 136조 제1항). 이를 부동산 인도명령이라 한다. 즉 매수인이 경매 매각대금을 전액 납부한 때에는 채무자, 소유자, 점유자에 대해 해당 부동산을 매수인에게 인도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데, 채무자, 소유자, 점유자가 이를 인도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집행법원에 대해 집행관으로 하여금 해당 부동산을 강제로 매수인에게 인도하도록 하는 내용의 인도명령을 신청, 그 명령에 따라 부동산을 인도받을 수 있는 것이다. 부동산 인도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 자는 매수인과 매수인의 상속인 등 일반승계인에 한한다. 매수인은 매각대금을 전액 지급했다면, 매수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인도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부동산 인도명령의 상대방은 채무자, 소유자 또는 점유자이다. 또한 관할법원은 당해 부동산에 대한 경매사건이 현재 계속돼 있거나 과거에 계속돼 있었던 집행법원이다. 법원의 부동산 인도명령 결정이 내려지면, 법원은 인도명령 결정문을 상대방에게 송달한다. 그리고 위 인도명령 결정문이 상대방에게 송달되면, 매수인은 법원으로부터 송달ㆍ확정증명원을 발급받아, 부동산 인도명령 결정정본, 송달ㆍ확정증명원을 집행관에게 제출해 부동산 인도의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한편 부동산 인도명령 절차 진행 중 해당 부동산의 점유자가 변경되면, 부동산 인도명령 결정을 받더라도 그 집행이 불가능하게 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집행보전을 위해 부동산 인도명령 신청을 하면서 점유이전금지가처분 신청도 함께 진행하는 것이 좋다. 이재철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공동임차인의 대항력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하면, 임대차는 임차인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시점에 대항력을 갖는 것으로 돼 있다. 이와 관련해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임차인이 돼 주택임대차계약을 체결했는데 그중 1인만이 대항력 요건을 갖춘 경우에 다른 공동임차인은 보호받을 수 없을까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같은 법에는 이에 관한 특별한 규정이 없다. 이 문제는 여기에서의 대항력이 임차인에게 인적으로 발생하는 것인지, 아니면 임대차관계 자체에 물적 내지 객관적으로 발생하는 것인지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법에서 대항력 요건 중 하나로 주민등록을 마친 시점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대항력은 주민등록을 마친 자에게 인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같은 법 제3조 제1항의 문언상 대항력이 생기는 주체가 임대차라고 명시돼 있고, 대항력의 다른 요건인 주택의 인도와 관련해 각 공동임차인이 대항력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각자의 임차지분이 정해져 있는 경우에도 임대차계약의 대상이 된 해당 주택 전부의 인도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대항력은 해당 임대차관계 자체에 관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본다. 덧붙이자면, 공동임차인의 임대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은 불가분채권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나, 공동임차인의 임대인에 대한 주택인도청구권은 불가분채권으로 보여지고, 이 점에서 공동임차인 중 누구라도 주민등록 및 주택의 전부 인도를 받은 때부터 공동임차인 모두에게 임대차에 관해 대항력이 생긴다고 보여진다. 최근 대법원은, 위와 같은 긍정적인 법리를 명확히 해 주택의 공동임차인 중 1인이라도 대항력 요건을 갖추게 되면 그 대항력은 임대차 전체에 미치므로, 임차 건물이 양도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동임차인에 대한 보증금반환채무 전부가 임대인 지위를 승계한 양수인에게 이전되고 양도인의 채무는 소멸한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법리는 공동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 지분을 별도로 정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공동임차인 중 1인이 취득한 대항력이 임대차 전체에 미친다고 해도 같은 법에 따른 공시의 목적, 거래 관행 등에 비춰 제3자의 권리가 침해된다고 볼 수 없고, 공동임차인이 두텁게 보호될 수 있다는 점에서 타당한 판결로 보여진다. 임한흠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른 재심 청구 방법

조혜진 변호사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5일 2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경우 일률적으로 가중 처벌하도록 한 도로교통법 제148조의 2 제1항(윤창호 법)에 대해 위헌을 선언했다.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에 따라 형벌에 관한 법률 조항에 관해 위헌 결정이 나게 되면 해당 조항은 소급해 효력을 상실하며, 같은 법 제47조 제4항에 따라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에 근거하여 유죄 선고를 받은 경우에는 법원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헌재의 위 결정에 따라 재심 청구를 하는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재심사유가 있는 경우 형사재판을 통해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형의 집행이 종료되기 전은 물론이고 형의 집행이 이미 종료된 이후에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재심청구는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 본인은 물론이고 그의 법정대리인(친권자ㆍ후견인)도 할 수 있다. 심지어 피고인이 이미 사망한 경우에도 그 배우자나 직계친족 또는 변호인이 죽은 사람을 대신해 재심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재심청구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청구 취지와 이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또 유죄판결을 받은 판결문 등본과 함께 양형 관련 자료들을 첨부해 유죄판결을 내린 법원에 제출하면 된다. 재심절차는 통상 재심을 개시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와 재심결정이 난 사건을 다시 심판하는 절차의 2단계로 나뉜다. 재심결정이 난 뒤에는 통상의 공판 절차와 다를 바 없이 진행된다. 따라서 윤창호 법에 따라 유죄 판결을 받아 현재 형의 집행을 받고 있는 사람 또는 형의 집행을 완료한 사람은 헌재의 위 위헌 결정을 근거로 재심의 청구를 고려할 만하다. 재심을 통해 형량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재심판결이 확정되면 원판결은 당연히 효력을 상실한다. 당초 벌금 2천만원을 선고받은 사람이 재심을 통해 벌금 1천만원으로 감형된다면 이미 납부한 벌금 중 1천만원은 환급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사람이 재심을 통해 징역 6개월 형으로 감형을 받았다면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유의할 점은 재심 청구로 인해 무조건 감형이 이뤄진다는 보장은 결코 없다는 점이다. 재심 사건을 심리한 법원은 당해 사건의 여러 정상을 감안할 때 피고인에게 종전과 동일한 형을 선고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할 수 있다. 게다가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의 음주운전자의 경우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2항에 따라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받는데, 이는 윤창호법이 정한 형량과 같다. 따라서 피고인이 2회 음주운전인 동시에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의 음주운전에 해당하여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경우 2회 음주운전 부분과 관련해 재심을 청구하더라도 위 형량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다. 조혜진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윤창호 법’ 위헌 결정

정다솔 변호사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5일 2회 이상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위반한 사람을 가중 처벌하도록 규정한 도로교통법 제148조의 2 제1항이 위헌이라고 선언했다. 위헌 결정이란, 헌법재판소가 심판의 대상이 되는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로부터 효력을 상실하지만,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소급해 효력을 상실한다. 따라서 도로교통법 제148조의 2 제1항에 근거해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으며, 현재 위 규정에 따라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적용 법조를 변경해야 한다. 당분간 혼란은 불가피하다. 대학생 윤창호는 2018년 9월25일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보도에 서 있다가 만취 한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사망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우리 사회에 공분을 일으켰으며, 국회는 2회 음주운전에 대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 제148조의 2 제1항을 개정했다. 이 개정 법률을 윤창호 법이라고 일컫는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는 왜 이처럼 사회적 공분 속에 개정된 윤창호 법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한 것일까. 형사법은 책임 원칙을 근간으로 한다. 책임 원칙이란 죄질에 따라 처벌의 종류를 달리해야 한다는 뜻으로 만일 특별한 이유로 형을 가중하는 경우에도 형벌의 양은 행위자의 책임의 정도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헌법재판소는 도로교통법 제148조의 2 제1항은 그 구성요건을 음주운전금지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어 가중요건이 되는 과거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행위와 처벌대상이 되는 재범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행위 사이에 아무런 시간적 제한이 없다는 점, 과거 위반 행위가 형의 선고나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전과일 것을 요구하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책임 원칙에 위반된다고 봤다. 예컨대 10년 전에 단 한 번 음주운전을 한 전력이 있는 사람이 최근 2번째 음주운전을 했지만, 죄질이 비교적 가벼워 굳이 과거의 음주운전 전력을 문제 삼아 가중 처벌할 필요가 없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윤창호법은 개별 사건의 구체적인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가중 처벌하므로, 이것은 정도가 지나치다는 것이 헌재의 생각이다. 법조인의 입장에서 헌재의 판단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일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는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다. 헌재의 이번 위헌 결정은 재범 음주 운전자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취지가 결코 아니다. 검찰도 재범 음주운전자의 가중처벌 사유를 양형에 적극 반영해 구형하겠다고 밝혔다. 헌재의 위헌 결정이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놓아버리는 계기가 되어서는 아니 된다. 정다솔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필요비, 유익비 상환청구권

임차인이 임차물의 보존에 관한 필요비를 지출한 때에는 임대인에게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626조 제1항). 여기에서 필요비란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의 보존을 위해 지출한 비용을 말한다. 임대차계약에서 임대인은 목적물을 계약존속 중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의무와 관련한 임대차목적물의 보존을 위한 비용도 임대인이 부담해야 하므로, 임차인이 필요비를 지출하면 임대인은 이를 상환할 의무가 있다. 이때 임차인은 필요비를 지출한 즉시 임대인에게 그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임차인이 필요비를 상환받지 아니한 채 임대인에게 임대차목적물을 반환했다면 그날부터 6개월 내에 상환청구를 해야 한다. 필요비의 예로는 보일러 교체 공사비, 수도 수리비용, 누수로 인한 수리비용 등이 있다. 유익비는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의 객관적 가치를 증가시키기 위해 투입한 비용을 말하는데, 임대인은 임대차종료시에 그 가액의 증가가 현존한 때에 한해 임차인의 지출한 금액이나 그 증가액을 상환해야 한다(민법 제626조 제2항). 임차인의 주관적 취미나 특수한 목적을 위해 지출한 비용은 유익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또한 임차인이 지출한 결과가 임대차목적물의 구성부분이 되어야 하고, 만약 그 부가물이 독립성을 유지하는 경우에는 부속물에 해당해 부속물매수청구권의 대상이 된다. 유익비의 예로는 발코니 확장, 중문 설치, 이중창 설치 등이 있다. 유익비는 지출 즉시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필요비와 달리 임대차가 종료해야 청구할 수 있고, 임대인이 임대차목적물을 반환받은 날로부터 6개월 내에 청구해야 한다. 필요비와 유익비 상환청구권에 대한 민법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니고, 임의규정이기 때문에 당사자 사이의 특약으로 유익비, 필요비 상환청구권에 대한 포기 또는 제한이 가능하다. 따라서 임대차계약의 체결 당시 임대차목적물 반환 시에 임차인이 원상복구를 하기로 한다고 약정했다면, 이때에는 필요비, 유익비 상환청구를 할 수 없다. 필요비, 유익비 상환청구권에 대해서는 향후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임차인은 필요비, 유익비 관련 비용에 대해 지출 이전에 임대인에게 연락을 하여 필요한 공사에 대한 동의를 받고, 가능하다면 비용부담주체에 대해 협의를 하고 해당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준행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사해행위 취소 소송의 제소 기한

아버지 갑이 2014년 11월11일 사망했고, 그 상속인으로 갑의 아내 A, 갑의 자녀인 B와 C가 있다. 갑은 사망하면서 유산으로 토지를 남겼는데 A, B, C는 그 토지를 A가 단독 상속하는 것으로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했다. 이 협의에 따라 2016년 11월11일 상속등기가 이뤄졌는데, 등기부에는 등기원인이 2014년 11월11일 상속재산분할협의로 기재돼 있다. 이런 가운데 X는 C에 대해 1억원의 대여금 채권이 있었다. 그러나 C는 사업에 실패해 파산 지경이었으므로 X는 대여금을 회수할 길이 없었다. 이후 갑이 사망함에 따라 C는 토지에 대해 2/7 지분을 취득했고, 이 재산은 C의 유일한 재산이었다. X는 2021년 9월9일 위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X는 승소할 수 있을까? 채무자가 자신의 유일한 재산을 처분하게 되면 채권자는 곤경에 빠진다. 채무자의 이러한 행위를 사해행위라고 한다. 위 사례에서 갑이 사망함에 따라 채무자 C는 민법이 정하는 상속분의 비율에 따라 토지의 지분 2/7를 취득했다. X는 이 재산으로부터 채권을 회수할 수 있지만, C는 이러한 결과를 뻔히 예상했다. C는 어머니 A에게 자신의 지분을 이전함으로써 이러한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다. 결국 C의 상속재산분할협의의 실질은 지분의 증여와 다름없다. 우리 법원은 이러한 형태의 상속재산분할협의를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X는 C의 지분에 대한 상속재산분할협의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해 위 지분을 C의 명의로 돌려놓은 다음 이에 대해 강제집행을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사해행위취소소송에는 중요한 제한이 있다. 채권자는 사해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5년 이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것이다(민법 제406조 제2항). 그런데 위 사건에서 상속등기가 이뤄진 날은 2016년 11월11일이지만 등기부에는 2014년 11월11일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이뤄졌다고 기재돼 있다. 이 사안과 관련해 최근 대법원(2021년 6월10일 선고 2020다265808 판결)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법률행위가 언제 있었는가는 실제로 사해행위가 이뤄진 날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지만, 그 시점을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등기부상 등기원인일자를 중심으로 사해행위가 실제로 이뤄졌는지를 판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위 사건에서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있은 날(사해행위가 벌어진 날)은 등기부상 등기원인일자인 2014년 11월11일이 된다. 그런데 X는 약 6년 10개월이 경과한 2021년 9월9일에 이르러 소송을 제기했다. 안타깝지만 X는 제소기한을 놓치고 말았다. 아마도 X의 소송은 각하될 것 같다. 김종훈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직장 내 성희롱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은 직장 내 성희롱을 금지하고 있다. 여기서 직장 내 성희롱이란 사업주ㆍ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남녀고용평등법 시행규칙은 직장 내 성희롱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을 예시하면서 성적인 언동 중 언어적 행위의 하나로 성적인 사실 관계를 묻거나 성적인 내용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행위를 들고 있다. 또 성희롱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피해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하되,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사람이 피해자의 입장이라면 문제가 되는 행동에 대하여 어떻게 판단하고 대응했을 것인가를 함께 고려해야 하며, 결과적으로 위협적ㆍ적대적인 고용환경을 형성해 업무능률을 떨어뜨리게 되는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럼에도 직장 내 성희롱의 판단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이와 관련해 최근 대법원(2021년 9월16일 선고 2021다219529 판결)이 제시한 기준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대법원에 따르면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 또는 남성이나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뜻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와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과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성적 언동 등으로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고 인정돼야 한다. 그러한 성적 언동에는 다른 사람이나 매체 등을 통해 전파하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한편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라는 요건은 포괄적인 업무관련성을 나타낸다. 업무수행 기회나 업무수행에 편승해 성적 언동이 이뤄진 경우뿐만 아니라 권한을 남용하거나 업무수행을 빙자해 성적 언동을 한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 어떠한 성적 언동이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는지는 쌍방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이루어진 장소와 상황, 행위 내용과 정도 등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해서 판단해야 한다. 이처럼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의 판단,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한 경우 법률적 쟁점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법률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승득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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