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자살의 경우에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

자살은 고의에 의한 사고로서 보험사고의 우연성과 불확정성에 어긋난다. 자살 사고의 경우에 보험금이 지급된다면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선의의 보험계약자에 손해가 전가된다. 따라서 자살은 보험자 면책사유가 된다. 그런데 이처럼 면책의 대상이 되는 자살에는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님을 유의해야 한다. 즉 자살에 의한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그 사망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서 보험사고인 사망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다(대법원 2015년 6월23일 선고 2015다5378 판결 참조). 이와 관련해 대법원(2023년 5월18일 선고 2022다238800 판결)은 사망한 사람의 나이와 성행, 육체적·정신적 상태,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및 진행 경과와 정도, 자살에 즈음한 시점의 구체적인 증상, 사망한 사람을 에워싸고 있는 주위 상황과 자살 무렵의 사망한 사람의 행태,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자살의 동기, 그 경위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당사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가 발생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점은 피보험자가 우울증으로 자살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법원(2021년 2월4일 선고 2017다281367 판결 참조)은 사망한 사람이 주요우울장애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자살했다고 볼 만한 의학적 견해가 증거로 제출됐다면 함부로 이를 부정할 수 없으며, 만약 그러한 의학적 소견과 다르게 인과관계를 추단하려면 다른 의학적·전문적 자료에 기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나아가 사망한 사람이 생전에 주요우울장애 진단을 받았거나 관련된 치료를 받은 사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법원으로서는 사망한 사람의 나이와 성행, 그가 자살에 이를 때까지의 경위와 제반 정황, 사망한 사람이 남긴 말이나 기록, 주변인들의 진술 등 모든 자료를 토대로 사망한 사람의 정신적 심리 상황 등에 대한 의학적 견해를 확인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망한 사람의 주요우울장애 발병가능성 등을 비롯해 그가 주요우울장애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른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24년 5월9일 선고 2021다297529 판결). 현대인들은 학업, 직무, 인간관계 및 가정 등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요인으로 스트레스를 겪고 있고, 만성화된 스트레스는 불안, 우울증 등의 심리적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어떤 분들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만들기도 한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우울증에 의한 자살은 때에 따라 보험사고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법률문제로 고민하는 분들은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법률플러스] 명의상 대표이사가 아닌 실경영자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 가능할까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한다. 부당해고 등을 당한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고(제28조 제1항), 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 등이 성립한다고 판정하면 사용자에게 구제명령을 한다(제30조 제1항). 구제명령을 받은 사용자가 재심 신청으로 불복하지 아니하면 그 구제명령은 확정된다(제31조 제3항). 구제명령이 내려지면 사용자는 이를 이행해야 할 공법상의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또한 근로기준법은 구제명령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행강제금 제도와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구제명령을 받은 후 이행 기한까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사용자에게는 3천만 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고(제33조 제1항), 확정된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111조). 그런데 법인의 경우 실경영주가 있더라도 구제명령에는 법인 등기부상 대표이사로 기재된 자를 사용자로 기재한다. 따라서 확정된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명의상 대표이사가 아닌 실경영주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최근 대법원(2024년 4월25일 선고 2024도1309 판결)은 다음과 같이 판단한 바 있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는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위 하는 자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근로기준법이 그 법의 준수의무자인 사용자를 사업주에게 한정하지 아니하고 사업 경영 담당자 등으로 확대한 이유는 노동 현장에서 근로기준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이다. 또한 구제명령에서 법인 등기부상 대표이사를 사용자로 기재했더라도 이는 해당 법인을 특정하기 위한 기재일 뿐 구제명령의 이행 의무자를 한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제111조에서 정한 ‘확정된 구제명령 또는 구제명령을 내용으로 하는 재심 판정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의 범위와 관련해 형식상으로는 대표이사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사주로서 회사를 사실상 경영해 온 자는 구제명령을 이행할 실질적 권한과 책임을 지는 사람으로 위 조항에서 말하는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에 해당한다. 이처럼 대법원은 구제명령과 관련해 명의상(형식상)의 대표이사가 아니라 그 기업의 실경영자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음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법률플러스] 문자메시지로 행정처분을 통지할 수 있을까

행정처분이란 행정청의 공법상 행위로서 특정 사항에 대해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률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으로 일반 국민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말한다. 이러한 행정처분의 성격상 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으므로 문서로 통지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행정처분을 문자메시지로 당사자에게 통지하는 것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행정처분 방식에 관한 기본법이라 할 수 있는 행정절차법 제24조 제1항은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에는 다른 법령 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문서로 하도록 하고, 당사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 등에는 전자문서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같은 조 제2항에 의하면,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해 긴급히 처분을 할 필요가 있거나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는 말, 전화, 휴대전화를 이용한 문자 전송, 팩스 또는 전자우편 등 문서가 아닌 방법으로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문자메시지는 문서는 아니지만 일정한 경우 문자메시지로도 행정처분을 통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이하 전자문서법) 제2조 제1호는 정보처리시스템에 의해 전자적 형태로 작성·변환되거나 송신·수신 또는 저장된 정보를 전자문서로 정의하고 있고, 같은 법 제4조의2는 전자문서의 내용이 열람 가능하고, 전자문서가 작성·변환되거나 송신·수신 또는 저장된 때의 형태 또는 그와 같이 재현될 수 있는 형태로 보존돼 있으면 그 전자문서를 ‘서면’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자문서법의 위 규정들이 행정절차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인지가 의문인데, 만일 적용이 된다면, 이는 위 행정절차법 제24조의 특별규정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인다. 폐기물관리법 제48조 제1항 제1호는 행정청이 부적정처리폐기물을 발생시킨 자에 대해 폐기물의 처리를 명하는 등의 조치명령을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같은 법 시행규칙 제68조의3 제1항은 위와 같은 조치명령은 서면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문자메시지가 여기에서의 서면에도 해당할 수 있는 것인지가 문제 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에서 판례(대법원 2024년 5월9일 선고 2023도3914 판결)는 위 전자문서법의 규정에 비춰 보면, 전자우편은 물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도 전자문서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전자문서법 제4조의2에서 정한 요건을 갖춘 이상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제68조의3 제1항에서 정한 서면의 범위에도 포함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법률플러스]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경우

증여는 당사자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게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이다(민법 제554조). 증여의 방법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다만 우리 민법은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으면 그 구속력을 약하게 규정하고 있다. 서면에 의한 증여란 증여계약 당사자 사이에 있어서 증여자가 자기의 재산을 상대방에게 준다는 증여의사가 문서를 통해 확실히 알 수 있는 정도로 서면에 나타난 증여를 말하는 것으로서, 비록 서면의 문언 자체는 증여계약서로 돼 있지 않더라도 그 서면의 작성에 이르게 된 경위를 아울러 고려할 때 그 서면이 바로 증여의사를 표시한 서면이라고 인정되면 이를 민법 제555조에서 말하는 서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대법원 2003년 4월11일 선고 2003다1755 판결 참조).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은 경우, 각 당사자는 언제든지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데(민법 제555조), 이 경우,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민법 제558조). 여기에서 ‘이미 이행한 부분’은 증여자가 증여계약에서 부담한 채무의 주요한 부분이 실행된 것을 의미하는데, 동산의 증여는 동산의 인도가 그 이행이 될 것이고, 부동산의 증여는 물권변동에 관한 형식주의 원칙상 부동산의 인도만으로 부족하고 소유권이전등기절차까지 이뤄져야 그 이행을 한 것으로 본다(대법원 1977년 12월27일 선고 77다834 판결 참조). 또한 수증자가 증여자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혈족에 대해 범죄행위를 한 때와 수증자가 증여자에 대해 부양의무가 있는 경우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에도 증여자는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556조 제1항). 증여계약 후에 증여자의 재산 상태가 현저히 변경되고 그 이행으로 인해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에도 증여자는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557조). 위의 각 경우에도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한편 증여자는 수증자가 증여를 받는 동시에 일정한 부담을 부여하는 것을 조건으로 증여할 수도 있는데, 이를 부담부 증여라고 한다. 예를 들어 증여자가 자신을 부양할 것을 조건으로 수증자에게 토지를 증여했는데, 수증자가 증여자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증여자는 부담부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 부담부 증여의 경우,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됐다고 하더라도 증여자는 수증자의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이미 이행이 완료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상회복으로 증여목적물을 반환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증여와 확연하게 구분된다.

[법률플러스] 계약교섭 부당 파기

다음과 같은 사안을 상정해 보자. B회사는 회사 부지에 매출의 증가를 기념하는 조형물을 설치하기로 하고, A를 포함한 5명의 작가를 선정해 조형물의 시안(試案) 제작을 의뢰하면서 시안이 선정된 작가와 조형물 제작·납품 및 설치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고지했다. 다만 그 조형물의 제작비나 제작 시기, 설치장소를 구체적으로 통보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5명의 작가가 각 시안을 제출했는데, B회사는 A가 제출한 시안을 당선작으로 선정하고 A에게 그 사실을 통보했다. 그러나 이후 B회사는 내부의 여러 사정으로 인해 A와 조형물 제작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다가 결국 3년 후 A에게 조형물 설치를 취소한다고 최종 통보했다. 이 사안에서 B회사와 A는 조형물 제작 계약을 체결한 것일까. 계약이 성립다는 것은 그 계약의 주요 내용에 관해 양 당사자의 의사가 합치됐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 사안의 경우 B회사와 A는 조형물의 설치대가, 설치기간, 설치장소 등에 대해 아무것도 합의한 사실이 없다. 따라서 A는 B회사에 계약을 이행하라(예컨대 조형물 설치대를 지급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처럼 계약 체결을 위한 교섭이 진행되는 단계에서 어느 일방이 계약체결을 거절한 경우 상대방은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는 것일까. 이와 관련 대법원(2003년 4월11일 선고 2001다53059 판결 등 참조)은 다음과 같은 일반 법리를 제시한다. “어느 일방이 교섭단계에서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부여해 상대방이 그 신뢰에 따라 행동했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을 거부해 손해를 입혔다면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계약자유 원칙의 한계를 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이 사안에서 B회사는 A가 제출한 시안을 당선작으로 선정하고 A에게 그 사실을 통보했다. 이에 A는 장차 조형물 설치 계약이 분명히 체결될 것이라는 정당한 신뢰를 하게 됐다. 그러나 이후 B회사는 내부 사정을 이유로 계약 체결을 거부했으므로, 이는 A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 따라서 A는 이를 이유로 B회사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렇다면 A는 손해의 배상으로 얼마를 청구할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대법원은 ‘신뢰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법리를 제시한다. 여기서 신뢰손해란 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된다고 믿음으로 인해 입은 손해를 말하는 것으로, 예컨대, 그 계약의 성립을 기대하고 지출한 계약준비비용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사안의 경우 시안이 선정됐음을 통지받은 A는 장차 계약이 체결될 것을 믿고 조형물 제작을 위해 여러 가지 준비 작업을 했고 그 과정에서 비용이 지출됐다면 그 비용이 바로 A의 신뢰손해다. 한편, 이와 별도로 계약교섭의 파기로 인한 불법행위가 인격적 법익을 침해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초래했다고 인정된다면 A는 그러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에 대해 별도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겠다.

[법률플러스] 음란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죄의 성립 요건

형법 제283조 제1항은 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 제1항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물 또는 복제물(이하 ‘촬영물 등’)을 이용해 사람을 협박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 형법상의 협박죄보다 가중 처벌하고 있다. 여기서 복제물에는 복제물의 복제물도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피해자의 음부 사진을 피해자의 남편에게 제공할 듯한 태도를 보이는 발언을 해, 피해자를 협박했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협박 당시 이미 해당 사진을 삭제한 상태였으므로(즉 해당 사진을 가지고 있지 않았음에도 이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협박했으므로) 성폭력처벌법이 규정한 위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과연 피고인의 주장처럼 성폭력처벌법이 정한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협박 당시 촬영물 등을 실제로 소지하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이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2024년 5월30일 선고 2023도17896판결)은 최근 다음과 같이 판단한 바 있다. 성폭력처벌법에서 ‘촬영물 등을 이용하’는 ‘촬영물 등’을 인식하고 이를 방편 또는 수단으로 삼아 협박 행위에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협박죄에 있어 협박이란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해악의 고지’인데, 해악을 알리는 방법에는 제한이 없어 언어 또는 문서에 의하는 경우는 물론 태도나 거동에 의하는 경우도 협박에 해당할 수 있다. 따라서 실제로 촬영, 제작, 복제 등의 방법으로 만들어진 바 있는 촬영물 등을 방편 또는 수단으로 삼아 유포 가능성 등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해악을 고지한 이상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 제1항의 죄는 성립할 수 있으며, 반드시 행위자가 촬영물 등을 피해자에게 직접 제시하는 방법으로 협박해야 한다거나 협박 당시 해당 촬영물 등을 소지하고 있거나 유포할 수 있는 상태일 필요는 없다. 이처럼 법원은 성폭력처벌법이 정한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죄의 성립 요건을 넓게 해석해 협박 행위 당시 사실은 촬영물 등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협박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요즘 예전과 달리 남녀 간의 만남과 헤어짐이 잦고 그 과정에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범죄의 충동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타인의 사진을 촬영하는 것도 아주 쉬운 일이 돼 버렸다. 그러나 여기서 소개한 것처럼 성폭력 범죄와 관련된 법정형은 매우 무겁게 규정돼 있고 법원은 범죄의 성립 요건을 넓게 인정하고 있다. 각별한 주의와 경계가 요구된다.

[법률플러스] 채무를 면하는 것도 부당이득에 해당될까?

‘부당이득’에 관한 민법 제741조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해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이익을 얻고’라는 개념에 타인의 재산으로 나의 채무를 면하게 되는 것도 포함되는지가 쟁점이 된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A의 자녀를 사칭한 성명불상자가 A에게 전화해 A의 휴대전화에 원격조종 프로그램을 설치한 후 A의 은행 계좌에서 B에게 부여된 C 카드회사의 가상계좌로 100만원을 이체했고, 위 돈은 B의 C 회사에 대한 신용카드 대금으로 결제됐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A는 C 카드회사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카드회사의 악의나 중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이에 A는 피싱범에게서 송금을 받은 B를 상대로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한 사안이다. 1심과 2심은 A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급심 법원은 B가 위 돈을 사실상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지 못해(즉, B가 A에게 송금을 요구한 것도 아니고 A의 계좌에서 C 회사 명의의 가상계좌로 직접 이체돼 B는 위 돈을 만져본 적도 없다는 취지임) 실질적인 이득을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B에게 부당이득 반환 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정반대의 결과를 내놓았다. 즉, B가 자신의 신용카드 대금 채무이행과 관련해 C 회사 명의의 가상계좌로 송금된 A의 돈으로 법률상 원인 없이 위 채무를 면하는 이익을 얻었으므로 A에게 그 이익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때 B가 얻은 이익은 위 돈 자체가 아니라 위 돈이 C 회사 명의의 가상계좌로 송금돼 자신의 카드 대금 채무를 면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B가 위 돈을 사실상 지배했는지는 B의 부당이득 반환 의무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사정이 아닌데도, B가 위 돈을 사실상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지 못해 실질적인 이득을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B의 부당이득 반환 의무를 부정한 하급심 판결은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법원 결론적으로 채무를 면하는 경우와 같은 재산의 소극적 증가도 부당이득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인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았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법률플러스] 대중제 골프장으로의 변경에 따른 요금할인 약정의 대항력

이른바 ‘예탁금제 골프회원권’이란 회원이 골프장 시설업자에 대해 갖는 회원가입계약상 지위 또는 회원가입 계약에 따른 채권적 법률관계를 총체적으로 가리키는 것으로서 여기에는 우선적인 시설이용권과 회원자격을 보증하기 위해 예탁한 입회금을 반환받을 수 있는 권리인 예탁금반환청구권과 같은 개별적인 권리가 포함된다. 근래 예탁금제 골프회원권 제도를 운영했던 회원제 골프장이 대중제 골프장으로 변경하는 사례들이 제법 있다. 수익률이 더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일 것이다. 이러한 경우 대중제 골프장으로 변경하게 되면, 회원자격을 인정할 수는 없게 되므로, 기존 회원들에게 입회금 일부를 반환하고 대중제 골프장에서의 요금할인 혜택 등을 약정하면서 대중제 골프장으로의 변경에 대한 기존 회원들의 동의를 얻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요금할인 약정은 회원제 골프장에서의 회원자격과 마찬가지로 대중제 골프장의 양수인에 대해서도 대항력을 갖고 있는 것일까.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체육시설법’)에 따르면 체육시설에 관한 영업양도가 있으면 양도인과 회원 간에 약정한 사항에 따른 권리•의무를 양수인이 승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판례에 따르면 이는 양도인과 이용관계를 맺은 다수 회원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둔 특칙이라고 하고 따라서 체육시설에 관한 영업양도로 양도인에서 양수인으로 약정이 승계되기 위해서는 그러한 약정이 체육시설법에 따라 모집된 회원 지위 유지와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것임이 전제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요금할인 약정이 회원 지위 유지와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골프장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하급심에서는 이를 긍정적으로 판단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2024년 5월9일 선고 2023다256294 판결)은 체육시설법이 그 법에서 보호하는 회원에 대해서 모집절차와 보호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 사정과 예탁금제 골프회원권에 일반적으로 우선적 시설이용권과 예탁금반환청구권이 포함돼 있다고 해석되는 사정 등을 종합해 고려하면 위와 같은 요금할인 약정을 했다고 해 그 약정자가 체육시설법에서 정의하는 골프장의 ‘회원’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위와 같은 약정에 따른 채무가 체육시설법에 따라 대중제 골프장 양수인에게 승계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와 같은 판례의 입장에 따른다면 결과적으로 위와 같은 방식으로 대중제 골프장으로의 변경에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법률플러스]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이 사해행위에 해당할까

갑은 을에 대해 금 1억원의 대여금 채권을 가지고 있는데, 을이 갑자기 배우자인 병과 협의이혼을 하고 재산분할의 명목으로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아파트를 병에게 증여한 후,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 주었다. 이 경우, 갑은 을의 위 재산분할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해, 이를 취소하고 위 아파트에 대한 병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를 청구할 수 있을까. 사해행위는 채무자가 적극재산을 감소시키거나 소극재산을 증가시킴으로써 채무초과 상태에 이르거나 이미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것을 심화시킴으로써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채무자의 사해행위에 대해 채권자는 민법 제406조 규정에 따라 사해행위의 취소 및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 위 사안의 쟁점은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이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은 혼인 중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공동재산의 청산이라는 성격에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대방에 대한 부양적 성격이 가미된 제도로서, 이미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이혼을 하면서 그 배우자에게 재산분할로 일정한 재산을 양도함으로써 일반 채권자에 대한 공동담보를 감소시키는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재산분할이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의 규정 취지에 따른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는 과대한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사해행위로서 채권자에 의한 취소의 대상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다만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는 초과 부분에 관한 한 적법한 재산분할이라고 할 수 없어 취소의 대상으로 될 수 있을 것이나, 이처럼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는 과대한 재산분할이라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채권자에게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6년 9월14일 선고 2006다33258 판결 참조). 즉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은, 상당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과대하고 재산분할을 구실로 이루어진 재산처분이라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어 사해행위로서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도 취소되는 범위는 그 상당한 부분을 초과하는 부분에 한정된다는 것이 대법원이 정리한 법리의 핵심이다. 위 사안도 을이 유일한 재산을 전부 병에게 양도하는 것은 재산분할로서의 상당한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사해행위 취소의 범위는 그중 상당한 정도를 초과한 부분에 한정될 것이다.

[법률플러스] 유류분 제도 일부 위헌

유류분 제도는 1977년 비로소 우리 민법에 도입된 제도다. 단순한 사례를 통해 이 제도의 골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재산이 많은 F가 사망했을 때 상속인으로 두 아들(S1, S2)이 있었다. 장례식을 마친 후 F의 유언장이 공개됐는데, 그 내용은 F의 전 재산 100억원을 모두 장학재단에 기부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민법 제1112조 제1호는 직계비속인 상속인에게 법정상속분의 1/2에 해당하는 유류분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S1, S2는 각 법정상속분(1/2)의 1/2, 즉, 법정상속분의 1/4(금액으로 환산하면 100억원의 1/4인 25억원)에 해당하는 유류분의 권리를 보장받는다. 그런데 F의 유언으로 인해 S1, S2은 물려받은 재산이 전혀 없으므로, 장학재단을 상대로 각 25억원을 지급할 것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장학재단의 수증재산은 10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준다. 이상과 같은 유류분 제도는 정당한가. 사실 F는 평소 자기 재산은 국가와 사회의 도움으로 조성한 것이므로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옳다는 소신이 있었다. 또 두 아들은 대학 교육까지 부족함 없이 지원했으므로 아버지로서 할 도리는 다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F는 이런 소신과 철학이 있었기 때문에 위와 같이 유언했다. 그러나 유류분 제도는 F의 이러한 선택의 자유를 무시한다. 독일의 법철학자 라드브루흐(G. Radbruch)는 그의 저서 ‘법철학’에서 “유언의 자유는 죽음을 넘어 연장된 소유권의 자유이다.”라고 주장했는데, 유류분 제도는 이러한 자유와 갈등을 일으킨다. 한편 현행 민법은 유류분 권리자에 직계비속, 배우자, 직계존속에 더해 형제자매까지 포함한다. 만일 위 사례에서 F가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로 사망했고 그의 유일한 상속인으로 남동생과 여동생이 있었다고 하자. 역시 F는 평소 재산을 사회에 모두 환원하는 것이 옳다는 소신이 있었고 생전에 동생들과 교류도 적었다. 이에 F는 자기 재산 전부를 장학재단에 기부한다는 유언을 남겼다. 만일 이러한 유언이 없었다면 남동생과 여동생은 각 1/2의 재산을 상속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F의 유언에 따라 남동생과 여동생은 전혀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게 됐는데, 이와 관련해 민법 제1112조 제4호는 형제자매에게도 법정상속분의 1/3에 해당하는 유류분의 권리를 보장한다. 결국 남동생과 여동생은 장학재단을 상대로 F의 유산 중 각 1/6에 해당하는 부분을 자신에게 지급할 것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유류분 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이처럼 (자식이나 배우자를 넘어) 형제자매에게도 유류분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최근 헌법재판소(2024년 4월25일자 2020헌가4 결정)는 핵가족제도의 보편화, 1인 가구의 증가 등 가족의 의미와 형태가 변화한 점을 근거로 사망자의 형제자매에게 유류분을 인정한 민법 조항은 위헌이라고 결정하였다. 따라서 이제 위 사례의 남동생과 여동생은 더 이상 유류분을 주장할 수 없다.

[법률플러스] 지상물매수청구권행사에 따른 매수가격을 법원이 감액할 수 있을까

건물 소유를 목적으로 한 토지임대차계약의 임대 기간이 만료됐을 때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계약의 갱신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임대인이 계약의 갱신을 원하지 않으면 임차인은 지상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임차인이 적법하게 지상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경우, 감정 등에 의해 인정된 건물의 시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이를 직권으로 감액하는 것이 가능할까. 최근 선고된 판결에서 이 점이 쟁점으로 다뤄졌다. 이 사건의 임차인은 토지를 임차한 후 임차 토지 지상에 건물을 신축하고 음식점을 운영했다. 임대 기간이 만료될 무렵 임대인은 계약 갱신을 거절한다고 통지했다. 이에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지상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고 통지하고 이후 임대인을 상대로 지상물매수청구권의 행사에 따라 건물의 매매대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의 심리 과정에서 감정인은 건물 자체의 구조, 용재, 시공 정도, 전기설비 및 상수도시설과 같은 부대설비, 현상 등 제반 요인을 종합적으로 참작해 건물의 시가를 감정했다. 법원도 이러한 감정가를 건물의 시가로 인정했다. 그러나 법원은 건물의 가액을 감액해야 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고 건물의 매수 가격을 감정가의 40% 정도로 인정했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타당한 것일까. 이 점과 관련해 우선 지상물매수청구권은 이른바 형성권(形成權)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여기서 형성권이란 권리자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해 법률관계를 변동(발생·변경·소멸)시키는 권리를 말한다. 따라서 임차인이 지상물매수청구권을 적법하게 행사함으로써 곧바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임차 토지 지상의 건물에 관해 매수청구권 행사 당시의 건물 시가를 대금으로 하는 매매계약이 체결된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즉 임차인과 임대인이 쟁점 건물을 시가에 매매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과 동일한 법률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한편 임차인이 지상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경우 그 건물의 매수 가격이란 건물 자체의 가격 외에 건물의 위치, 주변 토지의 여러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수청구권의 행사 당시 건물이 현존하는 상태로 평가된 시가를 말한다. 따라서, 위에서 살펴본 형성권의 법리에 의한다면, 법원은 감정평가 등을 통해 인정된 매수청구권 행사 당시의 건물 시가를 매매대금으로 하는 매매계약이 성립했음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다. 이와 달리, 법원이 매매대금을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최근 대법원(2024년 4월12일 선고 2023다309020, 309037 판결)도 동일한 취지로 판시하면서 매매대금을 직권으로 감액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바 있다. 유사한 분쟁을 겪고 있는 분들의 주의를 요한다.

[법률플러스] 접근금지가처분과 건조물침입죄

최근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스토킹 등에 대응하기 위해 피해자가 법원에 가해자의 접근금지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이 늘고 있다. 피해자 A는 가해자 B의 괴롭힘 등에 대응해 법원에 접근금지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B에 대해 “A에게 100m 이내로 접근해서는 아니 되고 A에게 면담을 요구해서도 아니 되며, 전화를 걸거나 편지, 핸드폰 문자메시지, 이메일을 보내는 방법으로 A의 평온한 생활 및 업무를 방해해서는 아니 된다”는 결정과 “이를 위반할 때마다 1회에 10만원을 지급하라”는 간접강제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A는 고객에 대한 상담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었다. 이에 B는 마치 상담받을 것처럼 말하며 직원의 안내를 받아 A가 근무하는 상담실로 들어가 A를 기다렸다. 이러한 B의 행위는 법원의 접근금지가처분 결정에 위반한 것이니 간접강제결정에 따라 1회당 10만원만 지급하면 그걸로 끝나는 것일까. 아니면 상담을 받으러 사무실에 들어간 것임에도 불구하고 더 나아가 형법상 건조물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2심 법원은 “이 사건 사무실은 상담하러 오는 고객이 관리자의 승낙 아래 자유롭게 드나드는 건조물이고, B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상담실에 들어가 A를 기다렸던 것으로, 이 사건 사무실 출입행위가 A의 의사에 반한다고 하더라도 B는 출입 과정에서 별다른 제지 없이 평온·공연하게 이 사건 사무실에 들어간 것이므로 사실상의 평온이 해쳐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2024년 2월8일 선고 2023도16595 판결)은 2심 법원의 판단을 뒤집고 B에 대해 건조물침입죄를 인정하는 판단을 했다. 대법원은 주거 또는 건조물 침입죄는 사실상 주거 또는 건조물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는데, 여기서 침입이란 주거 또는 건조물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며, 이때 거주자의 의사도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의 경우 B는 법원의 접근금지가처분 결정에서 정한 부작위의무(100m 이내 접근금지)를 위반하는 형태로 이 사건 사무실에 들어갔고 B가 위 결정에 반해 A가 근무하는 사무실에 출입하는 것은 A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출입의 금지나 제한을 무시하고 출입한 경우로서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사실상 A의 평온상태가 침해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대법원의 건조물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했다. 이처럼 결국 B는 가처분에서 결정한 1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형사처벌까지 받게 된 것이다.

[법률플러스] 토지의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 행사의 제한

어느 사유지가 종전부터 자연발생적으로 또는 도로예정지로 편입돼 사실상 일반 공중의 교통에 공용되는 도로로 사용되고 있는 경우 토지 소유자가 스스로 그 토지를 도로로 제공하거나 그러한 사용 상태를 용인했다면, 그 점유자를 상대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나 손해배상청구, 토지인도청구 등의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 행사가 제한된다. 과거 대법원은 이의 경우를 토지 사용·수익권의 포기나 상실 문제로 해결했으나, 근래 대법원은 이 문제를 신의성실 원칙의 문제로 관념하고 있다. 즉, 토지 소유자가 자신의 의사로 그 소유 토지를 위와 같은 상태에 있도록 용인했다면, 이로써 소유자의 위 토지에 대한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의 행사가 제한되는 것은 금반언이나 신뢰 보호 등 신의성실의 원칙상 기존 이용 상태가 유지되는 한 소유자가 이를 수인해야 함에 따른 결과일 뿐이고 그로써 소유권의 본질적 내용인 사용·수익권 자체를 대세적·확정적으로 상실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도 일정한 요건을 갖춘 때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으로부터 파생되는 사정변경의 원칙에 따라 소유자가 다시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한다. 요컨대 현재의 판례는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 행사가 제한되는지를 판단할 때는, 소유자가 토지를 소유하게 된 경위와 보유기간, 소유자가 토지를 공공의 사용에 제공하거나 그 사용을 용인하게 된 경위와 그 규모, 토지 제공 당시 소유자의 의사, 토지 제공에 따른 소유자의 이익 또는 편익의 유무와 정도, 해당 토지의 위치나 형태, 인근의 다른 토지들과의 관계, 주위 환경, 소유자가 보인 행태의 모순 정도 및 이로 인한 일반 공중의 신뢰 내지 편익 침해 정도, 소유자가 행사하는 권리의 내용이나 행사 방식 및 권리 보호의 필요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찰하고 소유권 보장과 공공의 이익 사이의 비교형량을 해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될 수 있는지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한다. 또한 판례는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 행사의 제한을 인정함에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하고, 위와 같은 제한에 관해서는 이를 주장하는 사람에게 그 요건에 관한 증명 책임이 있다고 한다. 아무튼 우리 판례는 헌법상 재산권 수용 등에 있어서의 정당 보상의 원칙이나 법치행정의 취지 등을 근거로 토지의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 행사 제한에 관해 위와 같은 엄격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바, 이러한 점을 충분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법률플러스] 담보공탁금에 대한 강제집행

갑은 을에게 1천만원을 대여해 줬는데, 을이 변제기에 변제를 하지 않자, 을을 상대로 대여금 청구 소송을 제기해 제1심에서 승소했다. 그러자 을은 갑의 가집행을 우려해 강제집행정지신청을 했고, 법원의 결정에 따라 담보로 현금 1천만원을 공탁했다(강제집행정지를 위한 담보공탁은 대부분 현금 공탁으로 이루어진다). 이후 갑이 위 대여금 청구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을 경우, 갑이 위 담보공탁금을 수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채무자가 제1심에서 승소한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정지하기 위해 채권자 청구 금액 상당액을 공탁했으므로, 일반적으로 채권자는 해당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채무자가 담보공탁한 금원을 곧바로 수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집행권원상의 채무자가 집행권원에 대한 강제집행정지를 위해 공탁한 담보는 강제집행정지로 인해 채권자(피공탁자)에게 생길 손해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강제집행정지의 대상인 집행권원에 기한 기본채권 자체를 담보하지 않는다(대법원 2017. 4.28. 선고 2016다277798 판결 참조). 이처럼 채무자가 강제집행정지신청을 하면서 담보공탁한 금원은 강제집행정지로 인해 채권자에게 생길 손해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채권자는 강제집행정지로 인해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이를 입증해 위 담보공탁금에 대한 공탁금출급청구를 할 수 있는 것(이 경우 공탁원인 사실에 기재된 피담보채권이 발생했음을 증명하는 서면, 즉 피담보채권인 ‘강제집행정지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관한 확정판결, 이에 준하는 서면(화해조서, 조정조서, 공정증서 등)이 필요하다)이지, 본안소송(대여금 청구 소송)의 판결문으로 곧바로 위 담보공탁금의 출급청구를 할 수는 없다. 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승소한 대여금 채권을 지급받기 위해 담보공탁금에 대한 강제집행을 하기 위해 채무자(공탁자)의 공탁금회수청구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 또는 전부명령을 받아야 한다. 채권자는 먼저 법원으로부터 대여금 청구 소송의 판결정본 및 집행문, 확정증명원, 송달증명원을 발급 받아 채무자의 공탁금회수청구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 또는 전부명령을 받은 다음 대위에 의한 담보취소신청을 해 법원으로부터 위 담보공탁금에 대한 담보취소결정을 받아, 이에 대해 추심을 하거나 변제받을 수 있는 것이다.

[법률플러스] 이자에 대한 이자, 지연손해금에 대한 지연손해금

이자제한법에 의하면 금전대차 계약으로 약정할 수 있는 이자율의 최고 한도는 연 20%이며 이 한도를 초과하는 부분은 무효다. 이와 관련해 다음 사례를 생각해 보자. 을은 갑으로부터 이자제한법이 정한 바에 따라 20%의 이자율로 돈 1억원을 차용하고 1년 후 반환하기로 약속했다. 다만 갑과 을은 10%의 이자는 6개월 후, 나머지 10%의 이자는 1년 후 지급하되, 6개월 이후 지급해야 하는 이자는 원금에 다시 산입하기로 약속했다. 즉, 을은 6개월 이후 지급해야 하는 이자 1천만원을 (실제로 갑에게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원금에 산입하고 이처럼 원금에 산입된 이자에 대해 다시 이자가 붙는다. 따라서 1년 후 을은 갑에게 원금 1억원과 이자 2천만원 및 이자 1천만원에 대한 10%의 이자 100만원을 합한 1억2천1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여기서 마지막 부분이 바로 복리로 계산한 이자다. 이자제한법(제5조)에 따르면 복리 약정 자체는 가능하지만, 이자율 최고 한도 20%를 초과하는 부분은 여전히 무효다. 결국 갑은 을에게 (이자의 이자에 해당하는) 100만원의 지급을 청구할 수는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갑은 2024년 1월1일 을에게 이자율을 단리 20%로 정해 돈 1억원을 대여하면서 1년 후인 2024년 12월31일 이자와 원금을 반환받기로 약정했다. 그러나 을은 변제기가 경과하도록 여러 핑계를 대면서 전혀 돈을 갚지 않고 있다. 이 경우 갑은 을에게 다음과 같이 청구할 수 있다. ①원금 1억원, ②원금 1억원에 대한 이자 2천만원, ③원금과 이자의 지급을 지체함에 따른 지연손해금. 마지막 항목(지연손해금)은 약정이자율을 기준으로 계산하지만 그 법적 성격은 이자가 아니라 손해배상이다. 따라서 갑은 을에게 (원금과 이자를 합한) 1억2천만원과 이에 대해 2025년 1월1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갚을 것을 청구할 수 있다. 만일 갑이 을을 믿고 독촉을 하지 않자 을은 변제기로부터 1년이 경과하도록 돈을 갚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견디다 못한 갑이 2026년 1월1일 소송을 제기했다. 이 경우 갑은 을을 상대로 ①원금 1억원, 이자 2천만원, 원금과 이자를 변제기 이후 1년 동안 지급하지 않음에 따른 지연손해금(20%) 2천400만원 ②이상의 금원을 모두 합한 1억4천400만원에 대해 소장이 받은 날의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할 수 있다. 여기서 위 ②부분은 지연손해금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청구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는 가능한 것일까. 대법원(2004년 7월9일 선고 2004다11582 판결)은 금전채무의 지연손해금채무는 금전채무의 이행지체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로서 이행기의 정함이 없는 채무에 해당하므로, 채무자는 확정된 지연손해금채무에 대해 채권자로부터 이행청구를 받은 때로부터 지체책임을 부담하게 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갑의 청구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법률플러스] 대부업법에서 이자 등 제공자의 범위

대부업·대부중개업의 등록 및 감독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고, 대부업자와 여신금융기관의 불법적 채권추심행위 및 이자율 등을 규제함으로써 대부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한편, 금융이용자를 보호하고 국민의 경제생활 안정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대부업법)은 “사례금, 할인금, 수수료, 공제금, 연체이자, 체당금 등 그 명칭이 무엇이든 대부와 관련해 대부업자가 받는 것은 모두 이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부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대부 약정에 의한 이자율은 연 20%를 초과할 수 없다. 여기서 이런 의문이 발생할 수 있다. 즉 채무자로부터 받은 공식적인 이자는 연 20%를 넘지 않지만 그 대부의 대가로 채무자 이외에 제3자로부터 어떤 대가를 받기로 했고 이를 합하면 20%를 초과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위 법률은 대부에 따른 사례금 등의 제공자를 채무자로 한정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아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그런데 우선 대부업법은 사례금 등의 제공자를 ‘채무자’로 한정하고 있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또 위 규정의 취지는 대부업자가 대부업법에 따른 이자 외에 사례금·할인금·수수료·공제금·연체이자·선이자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징수하는 등 위 법을 잠탈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탈법행위를 방지하는 데 있다. 따라서 명목 여하를 불문하고 대부업자와 채무자 사이의 금전대차와 관련된 것으로서 금전대차의 대가로 볼 수 있는 것은 이자로 간주돼야 한다. 이미 대법원(2014년 11월13일 선고 2014다24785, 24792, 24808 판결)도 이러한 취지로 판단을 내린 사례가 있다. 이에 더해 대부업자가 대부업법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이자를 초과해 수취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근 대법원(2024년 1월25일 선고 2022다229615 판결)은 대부업자가 대부계약의 채무자 외의 자와 별도로 체결한 약정에 따라 금전 기타 대체물을 받기로 한 경우에도 그것이 대부업자와 채무자 사이의 대부계약에 따른 금전대차와 관련된 것으로서 금전대차의 대가로 볼 수 있다면 대부업법 제8조 제2항의 이자 또는 간주이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위 사건에서 대부업자는 A주식회사에 20억원을 대출하면서 A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 B로부터 B가 보유하고 있는 A회사 주식 중 일부를 취득하기로 하는 내용의 주식매매예약을 체결했는데, 당시 당사자들은 위 주식매매예약에 따른 예약완결권의 가치를 약 80억원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분명한 것은 이 사안의 채무자는 A주식회사일 뿐이며 B는 채무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위 예약완결권은 원고가 당해 금전의 대부와 관련해 그 대가로 받은 것이므로 결국 대부업법의 적용을 받는 이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법률플러스] 법인 명의로 주택임차시 유의할 사항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주택임대차법’)은 당초 자연인인 국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제정된 법이므로 임차인이 자연인이 아닌 법인인 경우에는 적용되지 아니했다. 그러나 2013년 개정된 주택임대차법 제3조 제3항은 ‘중소기업기본법 제2조에 따른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법인이 소속 직원의 주거용으로 주택을 임차한 후 그 법인이 선정한 직원이 해당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쳤을 때에는 그 다음날부터 제3자에 대해 효력이 생기고, 임대차가 끝나기 전에 그 직원이 변경된 경우에는 그 법인이 선정한 새로운 직원이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친 다음 날부터 제3자에 대해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3조의2(보증금의 회수) 제1항은 임차인의 범위에 대해 ‘제3조 제3항의 법인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고 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개정의 취지는, 본래 주택임대차법이 자연인인 국민만을 그 적용 대상으로 정함에 따라 법인은 주택임대차법의 보호 범위에서 제외됐으나 주택을 직접 취득하기 어려운 영세한 중소기업이 직원들에게 주거를 지원하고자 주택을 법인 명의로 임차하는 경우에도 주택임대차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법인이 임차한 주택에 그 법인의 ‘대표이사’가 거주하는 경우에도 과연 주택임대차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최근 대법원(2023년 12월14일 선고 2023다226866 판결)은 ‘법인인 임차인이 주택임대차법이 정한 임차인에 해당된다고 보려면, 법인의 직원인 사람이 법인이 임차한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쳐야 하고, 여기에서 말하는 ‘직원’은, 해당 법인이 주식회사라면 그 법인에서 근무하는 사람 중 법인등기사항증명서에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로 등기된 사람을 제외한 사람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그 이유로, 주택임대차법은 위와 같이 보호를 받는 법인의 범위를 중소기업기본법 제2조에 따른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법인으로 정하고 있고,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 제2조 제6호는 주식회사의 경우 ‘임원’이란 ‘등기된 이사(사외이사를 제외한다)’를 말한다고 규정하면서 ‘임원’과 ‘직원’을 구별해 사용하고 있으므로, 주택임대차법이 정한 ‘직원’은 중소기업기본법령의 용례에 따라 법인에서 근무하는 사람 중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로 등기된 사람을 제외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점을 제시했다. 간혹 대표이사가 개인 재산이 아닌 법인 자금으로 주택을 임차해 자신이 거주하는 편법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주택임대차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법률플러스] 이혼 재산분할청구권의 제척기간

협의상 또는 재판상 이혼한 자 일방은 다른 일방에 대해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839조의2 제1항, 제843조), 그런데 이러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소멸하게 돼 있고(민법 제839조의2 제3항, 제843조), 위 2년이라는 기간은 제척기간이라고 한다. 만일 재산분할청구권을 행사함에 있어 형식상 이혼 후 2년 이내에 법원에 재산분할 심판을 청구하기는 했으나, 2년이 지나도록 분할 대상인 재산조차 전혀 특정하지 못하고, 아무런 증거신청도 하지 아니해 재산분할에 관한 주장과 입증을 구체화하지 못한 경우라면 위와 같은 제척기간을 준수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반대로 이혼 후 2년 이내에 상대방에게 재산분할을 해 달라고 구체적인 주장을 하면서 내용증명까지 보내는 등 소송(심판) 외에서는 권리행사를 했으나, 이혼 후 2년이 지나도록 법원에 재산분할심판청구 자체는 하지 아니한 경우라면 제척기간을 준수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등이 문제 된다. 이혼 재산분할청구권의 제척기간을 출소기간으로 본다면, 전자의 경우에만 제척기간을 준수한 것이 되고, 만일 이를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권리행사 기간으로 본다면, 후자의 경우에만 제척기간을 준수한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 모든 제척기간이 출소기간인 것은 아니다. 예컨대, 판례는 도급계약에 있어서의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기간을 제척기간으로 보면서도, 이는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권리행사 기간이지 재판상 청구를 위한 출소기간이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혼 재산분할청구권의 제척기간에 대해서는 이를 재판 외에서 권리를 행사하는 것으로 족한 기간이 아니라 그 기간 내에 법원에 재산분할심판청구를 해야 하는 출소기간이라고 보고 있다. 나아가 최근 대법원(2023년 12월21일 선고 2023므11819 판결)은, 재산분할사건은 가사비송사건으로서 비송사건절차에 있어서는 민사소송의 경우와 달리 당사자의 변론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고, 이른바 직권탐지주의에 의하고 있으므로, 법원으로서는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되지 아니하고 재산분할의 대상이 무엇인지 직권으로 사실조사를 해 포함하거나 제외할 수 있고, 따라서 이혼한 날부터 2년 이내에 재산분할심판청구를 했음에도 그 재판에서 재산분할 대상을 특정해 주장하지 못했다거나 특정한 증거신청을 하지 못했는지 등에 따라 제척기간 준수 여부를 판단할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면서, 반대 취지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했다.

[법률플러스] 적법한 대기발령의 기준

대기발령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회사의 사정이 있는 경우 또는 근로자가 종전과 동일하게 작업하는 것이 업무상 지장을 초래하거나 사업장 질서를 문란케 할 위험이 큰 경우에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일정기간 보직을 부여하지 않고 대기시키는 잠정적인 인사조치를 말한다. 기본적으로 판례는 대기발령을 회사의 사정으로 인한 사용자의 고유한 인사명령권으로 인정하고 있으나, 모든 대기발령을 회사의 재량권 내의 적법한 인사명령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에 적법한 대기발령의 기준은 무엇인지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대법원 판례는 대기발령이 일시적으로 당해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함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조치이고,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에서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전직, 휴직, 기타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제한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사용자가 대기발령 근거규정에 의해 일정한 대기발령 사유의 발생에 따라 근로자에게 대기발령을 한 것이 정당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당해 대기발령 규정의 설정 목적과 그 실제 기능, 대기발령 유지의 합리성 여부 및 그로 인해 근로자가 받게 될 신분상·경제상의 불이익 등 구체적인 사정을 모두 참작해야 하며 그 기간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적법한 대기발령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7년 2월23일 선고 2005다3991 판결 참조). 이때 대기발령의 사유란 사용자의 인사관리규정에 정한 사유에 한하고 규정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잠정적으로 당해 근로자에게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대기발령을 할 수 없다(대법원 2015년 10월29일 선고 2015두49016 판결). 대체적으로 ① 근로자의 직무 수행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다만 이 경우 근로자의 직무 수행능력 부족으로 인해 업무상 어떠한 차질이 있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② 징계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그 징계가 결정되기 전까지의 대기발령), ③ 근로자가 형사사건으로 구속돼 업무수행이 불가능하거나 업무상 장애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④ 직제개편·인력수급 조절 등 기타 경영상의 필요가 발생한 경우에 실시한 일시적 대기발령은 그 적법성이 인정되는 편이다. 다만 위와 같이 대기발령의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대기발령의 기간 역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적법한 대기발령으로 인정된다. 대기발령을 받은 근로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다거나, 근로제공을 함이 매우 부적당한 경우가 아닌데도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게 장기간 대기발령 조치를 유지하는 것은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무효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07년 2월23일 선고 2005다3991 판결, 대법원 2013년 5월9일 선고 2012다64833 판결 참조)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법률플러스] 조정절차에서 사기죄의 기망행위 판단기준

사기죄란, 사람을 기망해 재물을 편취하거나 재산상의 불법한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얻게 하는 행위를 내용으로 하는 범이다. 이 때 기망을 당한 자(피기망자)와 처분행위자는 동일인이어야 하지만, 처분행위자(피기망자)와 피해자가 일치하지 않아도 사기죄가 성립한다. 이를 ‘삼각사기’라고 한다. 이 경우 처분행위자는 사실상 피해자의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대표적인 삼각사기로는 ‘소송사기’가 있다. 소송사기란, 법원에 허위사실을 주장하거나 허위증거를 제출해 법원을 속이고 자기에게 유리한 판결을 얻음으로써 상대방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범죄다. 이 때 처분행위자(피기망자)는 ‘소송 상대방’이고, 처분행위자는 ‘법원’이 된다. 우리 대법원은 소송사기의 기망행위 성립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즉 “소송사기를 쉽게 유죄로 인정하게 되면, 누구든지 자기에게 유리한 주장을 하고 소송을 통해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민사재판제도의 위축을 가져온다(대법원 2004년 6월25일 선고 2003도7124 판결 참고).”는 것이다. 그런데 위와 같이 소송사기에 관한 법리가 민사조정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될까. 민사조정은 조정담당판사, 상임조정위원 또는 조정위원회가 당사자로부터 주장을 듣고 여러 사정을 참작해 조정안을 제시하고 서로 양보와 타협을 통해 합의에 이르게 함으로써 분쟁을 평화적이고 신속하게 해결하는 제도로 소송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최근 대법원은 조정절차에서 사기죄의 기망행위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 판시했다. 대법원은 기망행위의 성립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소송사기에 관한 법리가 소송절차에서 이루어지는 민사조정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는 점을 최초로 선언하면서 “피고인이 그 범행을 인정한 경우 외에는 소송절차나 조정절차에서 행한 주장이 사실과 다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피고인이 그 주장이 명백히 거짓인 것을 인식했거나 증거를 조작하려고 했음이 인정되는 때와 같이 범죄가 성립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가 아니면 이를 유죄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24년 1월25일 선고 2020도10330 판결 참고).”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당사자들은 조정절차를 통해 원만한 타협점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다소간의 허위나 과장이 섞인 언행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언행이 일반 거래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있는 범위 내라면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소송당사자가 조정에 합의한 것은 소송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목적들을 보다 쉽게 달성하기 위해 또는 여러 가지 이해득실을 고려해 한 이성적 판단의 결과이므로 단지 피고가 조정채무를 제때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 타당한 판결이라고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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