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지상물매수청구권행사에 따른 매수가격을 법원이 감액할 수 있을까

박승득 변호사 (법무법인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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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소유를 목적으로 한 토지임대차계약의 임대 기간이 만료됐을 때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계약의 갱신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임대인이 계약의 갱신을 원하지 않으면 임차인은 지상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임차인이 적법하게 지상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경우, 감정 등에 의해 인정된 건물의 시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이를 직권으로 감액하는 것이 가능할까.

 

최근 선고된 판결에서 이 점이 쟁점으로 다뤄졌다. 이 사건의 임차인은 토지를 임차한 후 임차 토지 지상에 건물을 신축하고 음식점을 운영했다. 임대 기간이 만료될 무렵 임대인은 계약 갱신을 거절한다고 통지했다. 이에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지상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고 통지하고 이후 임대인을 상대로 지상물매수청구권의 행사에 따라 건물의 매매대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의 심리 과정에서 감정인은 건물 자체의 구조, 용재, 시공 정도, 전기설비 및 상수도시설과 같은 부대설비, 현상 등 제반 요인을 종합적으로 참작해 건물의 시가를 감정했다. 법원도 이러한 감정가를 건물의 시가로 인정했다. 그러나 법원은 건물의 가액을 감액해야 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고 건물의 매수 가격을 감정가의 40% 정도로 인정했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타당한 것일까.

 

이 점과 관련해 우선 지상물매수청구권은 이른바 형성권(形成權)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여기서 형성권이란 권리자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해 법률관계를 변동(발생·변경·소멸)시키는 권리를 말한다. 따라서 임차인이 지상물매수청구권을 적법하게 행사함으로써 곧바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임차 토지 지상의 건물에 관해 매수청구권 행사 당시의 건물 시가를 대금으로 하는 매매계약이 체결된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즉 임차인과 임대인이 쟁점 건물을 시가에 매매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과 동일한 법률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한편 임차인이 지상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경우 그 건물의 매수 가격이란 건물 자체의 가격 외에 건물의 위치, 주변 토지의 여러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수청구권의 행사 당시 건물이 현존하는 상태로 평가된 시가를 말한다. 따라서, 위에서 살펴본 형성권의 법리에 의한다면, 법원은 감정평가 등을 통해 인정된 매수청구권 행사 당시의 건물 시가를 매매대금으로 하는 매매계약이 성립했음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다. 이와 달리, 법원이 매매대금을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최근 대법원(2024년 4월12일 선고 2023다309020, 309037 판결)도 동일한 취지로 판시하면서 매매대금을 직권으로 감액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바 있다. 유사한 분쟁을 겪고 있는 분들의 주의를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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