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솔 변호사(법무법인 마당)
사기죄란, 사람을 기망해 재물을 편취하거나 재산상의 불법한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얻게 하는 행위를 내용으로 하는 범이다. 이 때 기망을 당한 자(피기망자)와 처분행위자는 동일인이어야 하지만, 처분행위자(피기망자)와 피해자가 일치하지 않아도 사기죄가 성립한다. 이를 ‘삼각사기’라고 한다. 이 경우 처분행위자는 사실상 피해자의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대표적인 삼각사기로는 ‘소송사기’가 있다.
소송사기란, 법원에 허위사실을 주장하거나 허위증거를 제출해 법원을 속이고 자기에게 유리한 판결을 얻음으로써 상대방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범죄다. 이 때 처분행위자(피기망자)는 ‘소송 상대방’이고, 처분행위자는 ‘법원’이 된다. 우리 대법원은 소송사기의 기망행위 성립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즉 “소송사기를 쉽게 유죄로 인정하게 되면, 누구든지 자기에게 유리한 주장을 하고 소송을 통해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민사재판제도의 위축을 가져온다(대법원 2004년 6월25일 선고 2003도7124 판결 참고).”는 것이다.
그런데 위와 같이 소송사기에 관한 법리가 민사조정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될까. 민사조정은 조정담당판사, 상임조정위원 또는 조정위원회가 당사자로부터 주장을 듣고 여러 사정을 참작해 조정안을 제시하고 서로 양보와 타협을 통해 합의에 이르게 함으로써 분쟁을 평화적이고 신속하게 해결하는 제도로 소송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최근 대법원은 조정절차에서 사기죄의 기망행위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 판시했다. 대법원은 기망행위의 성립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소송사기에 관한 법리가 소송절차에서 이루어지는 민사조정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는 점을 최초로 선언하면서 “피고인이 그 범행을 인정한 경우 외에는 소송절차나 조정절차에서 행한 주장이 사실과 다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피고인이 그 주장이 명백히 거짓인 것을 인식했거나 증거를 조작하려고 했음이 인정되는 때와 같이 범죄가 성립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가 아니면 이를 유죄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24년 1월25일 선고 2020도10330 판결 참고).”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당사자들은 조정절차를 통해 원만한 타협점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다소간의 허위나 과장이 섞인 언행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언행이 일반 거래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있는 범위 내라면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소송당사자가 조정에 합의한 것은 소송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목적들을 보다 쉽게 달성하기 위해 또는 여러 가지 이해득실을 고려해 한 이성적 판단의 결과이므로 단지 피고가 조정채무를 제때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 타당한 판결이라고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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