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의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없는 미성년자가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미성년자는 배상의 책임을 지지 않으며 그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사람(친권자)이 배상의 책임을 지게 된다(민법 제755조). 이것은 이른바 ‘감독의무자의 책임’이다. 따라서 책임능력이 없는 미성년자의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은 피해자는 친권자를 상대로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다만 미성년자는 자기 행위의 결과가 위법한 것으로서 법률상 비난 받고 어떤 법적 책임이 생긴다는 것을 인식할 지능이 없는 때에만 책임무능력자로 인정되며 그 해당 여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해 구체적으로 결정한다. 판례는 대체로 15세가 넘으면 책임변식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책임능력 있는 미성년자의 불법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자는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을까.
책임능력이 있는 미성년자는 그 자신이 민법 제750조에 의한 일반 불법행위책임을 지게 되므로 피해자는 친권자를 상대로 민법 제755조에 의한 ‘감독의무자 책임’을 묻지 못한다. 그런데 정작 책임이 있는 미성년자는 손해를 배상할 만한 재산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책임능력 있는 미성년자의 가해행위로 피해를 입은 자는 보호의 공백에 놓이게 된다.
이에 판례는 ‘책임능력 있는 미성년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감독자의 책임을 제750조에 의한 일반불법행위책임으로 구성한다. 즉 ‘법정감독의무자인 친권자는 친권에 복종하는 미성년자를 보호하고 교양하고 감호할 의무가 있으므로 미성년자의 감독의무자의 의무위반과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감독의무자는 일반 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대법원 1994년 2월8일 선고 93다13605 판결 참고)’라는 것이다. 결국 미성년자의 불법행위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그 미성년자가 책임능력이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비록 그 근거 규정은 다르지만) 친권자에게 감독의무자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점과 관련해 최근 친권자 및 양육자가 아닌 부모에게 감독의무자 책임을 부정한 판례(대법원 2022년 4월14일 선고 2020다240021 판결)가 있어 이를 소개한다. 대법원에 따르면, 이혼으로 인해 부모 중 1명이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된 경우, 그렇지 않은 부모(비양육친)는 자녀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이 없으므로 자녀의 보호·교양에 관한 민법의 친권 규정을 적용할 수 없고, 면접교섭권이나 양육비 부담 의무만으로는 비양육친이 보호·감독의 의무를 진다고 할 수 없다. 이처럼 비양육친은 단지 그가 미성년자의 부모라는 사정만으로 미성년 자녀에 대하여 감독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어 손해배상의 책임이 없다. 다만 비양육친이 자녀에 대해 실질적으로 일반적·일상적인 지도와 조언을 해 왔다거나 자녀의 불법행위를 구체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다는 등 감독의무를 인정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비양육친도 감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을 것이다.
정다솔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