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은 A은행과 시설자금대출 약정을 맺고 X토지에 관해 채권최고액을 10억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하면서 6억원을 대출했다. 얼마 후 추가 자금이 필요했던 갑은 지인 B에게 X토지에 관해 채권최고액을 6억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면서 5억원을 차용했다. 이후 갑과 A은행은 제1순위 근저당권이 담보하는 채무를 종전의 시설자금대출 약정에 추가해 중소기업자금대출 약정에 따른 대출금으로 변경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추가 대출 계약(중소기업자금대출 약정)에 따라 갑은 4억원을 추가로 대출받았다. 결국 갑이 A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돈은 10억원이 됐다.
갑이 A은행에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경매 절차가 진행됐으며 X토지는 10억원에 매각됐다. 이 경우 제2순위 근저당권자인 B는 얼마를 배당 받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B라는 점을 밝혀 둔다.
이 사례에서 A은행의 제1순위 근저당권이 담보하는 채권은 최초 약정한 대출금, 즉, 시설자금대출 약정에 따른 대출금 채권(6억원)에 한정되는 것이고 이후에 추가된 중소기업자금 대출 약정에 따른 대출금 채권(4억원)은 제외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논리에 따르면 B는 제2순위 근저당권자로서 4억원을 배당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2021년 12월16일 선고 2021다255648 판결)은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다. 본래 근저당권은 피담보채무의 최고액만을 정하고 채무의 확정을 장래에 보류해 설정하는 저당권이다. 따라서 근저당권을 설정한 후에 근저당설정자와 근저당권자의 합의로 채무의 범위를 변경하거나 채무자를 추가·교체하는 등 피담보채무를 변경할 수 있고 이렇게 변경된 채무가 당해 근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된다. 물론 이 경우에도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의 범위 안에서 담보의 효력이 있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제1순위 근저당권자인 A은행은 시설자금대출 약정 및 중소기업대출 약정을 따른 대출금 채권 전부에 대해 (채권최고액의 범위 안에서) 근저당권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다. 결국 A은행은 10억원의 매각대금 전액을 제1순위로 배당을 받을 수 있으며 이에 따라 B는 단 1원도 배당 받지 못한다. 대법원은 후순위저당권자 등 이해관계인은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에 해당하는 담보 가치가 근저당권에 의해 이미 파악되어 있는 것을 알고 이해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이러한 변경으로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이러한 결론의 주요 논거로 제시한다. 금융 거래를 하다 보면 이 사안의 B와 같은 입장(제2순위 근저당권을 설정 받고 돈을 빌려주어도 문제가 없을까 고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경우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독자 여러분의 주의를 요한다.
김종훈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