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첨자와 간신 그리고 사냥꾼

사냥꾼은 사냥감을, 아첨자는 인간의 심리를, 간신은 권력을 훔치는 탐욕이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즉, 선이 아닌 악을 추구하는 자들이다. 다시 말해 사냥꾼은 개로 토끼를 잡고, 아첨자는 칭찬으로 우둔한 자를 낚아채고, 간신은 달콤한 말로 윗사람을 잡는다. 그래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 과학문명의 발달로 물질이 풍부해 삶이 다양화되자 온통 사냥꾼, 아첨자, 간신의 세상처럼 보인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어리바리하게 보이면 그들의 먹잇감이 된다. 아첨자 또는 간신이 범하지 못하도록 엄격함으로 단단히 무장해야 한다. 문제는 인간이 자기모순에 빠지는 데 있다. 내로남불 편애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이 최고라는 우월감이 강한 사람일수록 자신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자신감에 함몰된다. 그래서 사냥감이 되고 간신이 달콤한 말로 가시밭길로 끌고 다니며 아첨자는 춤을 추며 눈을 가리고 귀를 막으며 꼬리를 흔들어 허상에 빠지도록 한다. 중요한 것은 사냥꾼에게 사냥감으로 보이지 말아야 하고 아첨자가 가까이할 수 없도록 지혜로움으로 대해야 하며 간신에게는 엄격함으로 얼씬 못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산토끼 또는 노루처럼 보이거나 아첨자와 같이 껑충껑충 뛰어서도, 간신의 달콤한 말에 끄덕이며 관대함만을 보여서도 안 된다. 특히 각급지도자 그들 중에서도 정치지도자들은 재물이나 권력을 사냥감으로 생각해서는 모두가 불행해진다. 또한 아첨자를 가리지 못하고 함께 놀아나서는 안 된다. 간신을 가까이해서는 안 된다. 그런 것들을 가릴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안전을 위해야 하는 지도자가 주변국들이 달콤한 수단으로 아첨하거나 치켜세운다고 그 꼬임에 빠져 사냥감이 돼서는 안 된다. 한국역사 중 조선시대 일본이 내세운 아첨 자와 간신들 농간에 빠져 1910년 8월29일 한일합병이 그 본보기다. 몇몇 때문에 한국인이 고유영토를 일본에 빼앗기고 나라 없는 세월을 적지 않게 살았으며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닌 남북으로 분단 6ㆍ25라는 전쟁을 겪게 됐다. 그 결과 1960년대 중반까지 세계적인 빈민국가 국민으로 미국이 주는 무상밀가루 480-2 원조물자로 먹고 살았다. 이젠 다시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정치지도자 가까이에 재물이나 권력을 탐내는 사냥꾼, 아첨자, 간신이 얼씬거려서는 안 된다. 만약 정치지도자 주변에 그런 사냥꾼이나 아첨꾼 간신이 있다면 그 책임 정치지도자에게 있다. 한정규 문학평론가

[기고] 추억의 불조심 강조의 달

성남소방서장 정요안 요즘 유행인 오징어게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무엇보다도 기성세대들은 추억을 생각하고 과거에 놀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옛 추억을 소환한다. 요 며칠 사이에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패딩과 난로들이 등장하고 다가오는 본격적인 겨울을 준비하는 시즌에 접어들었다. 문득 11월 불조심 강조의 달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보니 일제 강점기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제시대 초기에는 겨울철을 맞아 경무총감부에서 화재예방에 관한 지시를 시달하고 각 관아에서는 이에 따라 주민을 계도하였다. 이때 하달된 지시는 대부분 화기 취급상의 유의점을 강조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소방시설을 갖추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이후 조선총독부 경무국과 소방협회에서는 매년 12월1일을 방화일로 정하고 각종 화재예방활동을 전개하였으며 지역에 따라서는 12월, 12일을 방화일로 정하기도 하였다. 1963년 11월 당시 박경원 내무부장관은 불조심 강조 기간이 시작되는 11월1일에 행사를 대대적으로 펼치고 각종 시책을 추진하여 국민의 경화 사상을 고취 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도록 지시하였다. 1967년 1월6일에는 내무부예규 제113호로 불조심의 날(1977년 8월5일 폐지)이 제정되어 전국적인 불조심 강조의 달 행사를 추진하였다고 한다. 119라는 것은 언제부터 했을까도 찾아보니 한국전기통신 100년사에 경성중앙전화국 본국의 전화 교환방식이 1935년 10월1일 자동식으로 바뀌면서 서비스번호를 개정하였는데 총 10개의 서비스 번호(114번 등) 중 화재 신고용으로 119번이 있음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자동식 전화가 일본에서 도입되면서부터 119번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옛날 학교 다닐 때는 학교 운동장에 일렬로 서서 양동이에 물을 담아 옆으로 전달하면서 불을 끄는 훈련도 하고,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고 교실에서 밖으로 대피하는 훈련을 한다고 손수건을 준비해오라고 하는데 손수건이 없어서 수건을 잘라서 가지고 갔던 생각도 난다. 미술 시간에는 소방차 그리기와 불조심 홍보 포스터나 표어를 만들어 제출하기도 했고 소방서에서 소방관들이 나와 방수시범을 보일 때면 물줄기 속으로 뛰어다녔던 시절 등 다양한 활동을 한 추억이 떠오른다. 지금은 환경도 좋아지고 각종 시청각 자료와 교육훈련 기자재들이 많아져서 학교 실정에 맞는 체험 및 교육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의무적으로 소방훈련을 해야 하고 교사들과 학생들도 소방안전교육을 받아야 하는 규정도 만들어져서 시대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매년 11월1일에는 소방차들이 사이렌을 울리며 길거리 행진도 하고 소방관들이 피켓을 들고 동네를 돌며 홍보활동도 했다. 건물 벽과 입구에는 불조심 강조의 달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현수막과 입간판을 세워 사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국민의 경각심을 고취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 조성에도 화재는 끊임없이 발생하여왔고, 최근의 대형화재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고 좀 더 새로운 대책과 시스템의 필요성을 공감하게 된다. 사회가 도시화되고 기계화 및 정보통신의 고도화로 모든 것을 기계와 설비에 의존하는 현실적인 변화는 소방의 시스템 변화와 대응체계에 대한 재점검을 요구하고 있다. 화재 발생의 추억은 아름다운 추억이 아닌 고통과 아픔의 일로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추억을 재소환하는 잔인한 일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우리 집은 불이 날 만한 것들이 없다, 내가 다 잘하고 있다는 안전 불감증과 안이함으로 가득 찬 분들을 현장에서 만날 때면 안쓰럽기도 하고 아직도 이런 분이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안전은 추억 속에 있는 것도 아니고 현실적인 문제이다. 가정에서부터 직장과 사회 구석구석까지 위험요인은 없는지 살펴보고 구성원들과 함께 추억의 구호를 외쳐봄은 어떤지 제안해 본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자나깨나 불조심 정요안 성남소방서장

[기고] 신임 기동대 경찰의 활약을 기대해!

의무경찰 감축 및 폐지가 국정과제로 확정돼 2018년부터 의무경찰 인원을 매년 20% 감축됐고 2023년에는 의무경찰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신임 경찰관은 1년간 경찰기동대에서 기동대 경찰로 의무복무를 하게 됐다. 이로 인해 경찰기동대 대부분은 경찰조직에 첫발을 내디딘 20~30대의 젊은 경찰관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신임 경찰관은 다양한 경험과 업무 노하우를 습득한 베테랑 경찰관은 아니지만, 경찰공무원 시험 합격 당시 간직했던 초심과 젊은 열정, 패기를 바탕으로 기동대의 기본 업무를 비롯해 방범 근무, 각종 지원 그무 등 모든 업무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고,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보통 기동대 경찰이라 하면 집회 시위를 관리하는 경찰로만 인식하고 있지만, 집회 시위가 없는 날에는 경찰서 방범순찰 근무, 미아 실종자 수색, 코로나 상황 생활치료센터 경비 근무, 각 지역 보건소 역학조사 지원근무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예를 들면 최근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9기동대 대원이 광주의 한 은행에서 방범 근무 중 금융위원회 사칭에 속아 현금 3천만원을 인출하려는 피해자를 확인하고 대출 및 송금을 즉시 중단시켜 큰 재산 피해를 막았고, 지난 3월과 7월에는 경기도내 생활치료센터를 무단으로 이탈한 확진자를 조기에 발견,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도 했다. 그 외 집합금지 명령을 위반하고 영업 중인 유흥업소 2곳을 적발하고, 벌금 수배자 검거, 과태료 체납한 영치차량 적발 등의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기동대 경찰의 주요 업무가 집회 시위 관리임을 인식하고, 집회 시위 대처능력 향상을 위한 훈련에도 매우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다. 최근 경기남부경찰청에서 팀워크 향상 및 체력증진을 위해 추진한 강철기동대라는 특화된 훈련이 있다. 단체 훈련을 하기 어려운 요즘에 개개인이 스쿼트, 턱걸이, 팔굽혀펴기 등 홈트레이닝 등을 통해 스스로 체력을 높인다. 전체 기동 부대는 앞선 3가지 종목을 통해 강철기동대 우수 부대 선발전도 뜨거운 참여와 호응 속에 진행 중이다. 필자가 신임 기동대 경찰들과 함께 생활해보니, 모든 업무에 적극적이고 의욕에 넘쳤으며, 빠른 업무 습득 능력, 책임감, 소통능력, 준법정신 등 경찰관으로서 필수 기본 덕목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1년 기동대 의무 복무를 마친 뒤 경찰서 및 지구대로 발령을 받아 치안의 최일선 현장에 투입돼도 초지일관(初志一貫) 변하지 않는 마음을 끝까지 지켜나가며 업무에 임한다면 국민에게 더욱 질 좋은 치안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확신한다. 앞으로 있을 신임 기동대 경찰들의 찬란한 경찰생활을 응원한다. 김영준 경기남부경찰청 9기동대 3제대장(경감)

[기고] ‘스토킹 범죄’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서울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고인이 최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를 계기로 스토킹 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해 지난 21일부터 시행됐다. 스토킹은 영어, Stalk(맹수류가 먹잇감을 따라다니는 것)에서 유래했고 학술용어이자 일상적 표현으로 전 세계에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 경범죄처벌법을 개정하면서 순우리말인 지속적 괴롭힘 조항을 신설했지만 범칙금 8만원으로 사실상 가벼운 처벌에 그쳤고 그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지속되자 이제는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법이 제정된 것이다. 스토킹은 일정기간 이어지고 반복되며 다양한 범죄와 결합하는 경향이 있어 여러 법률이 복합적으로 적용된다. 또한 단순한 집착과 접근으로 끝나지 않고 신체적 폭력은 물론, 감금ㆍ성폭력ㆍ살인 등 중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고 연인 등 교제 요구, 호의ㆍ악감정 등 목적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아 스토킹 행위범죄는 여러 사회적 관계 및 일상생활(직업, 고용, 채권ㆍ채무, 층간소음 분쟁 등)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다. 사회환경의 변화로 휴대전화ㆍSNS 등 정보통신 매체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괴롭히는 온라인 스토킹도 처벌 가능하기 때문에 이제는 그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한다고 해도 결국 이 법의 핵심은 초기 단계에서 억제해 심각한 범죄로 확대되기 전 예방ㆍ제재하는 것이므로 그간 가볍게 생각하던 우리 모두의 잘못된 인식과 관행을 바꾸려는 변화가 꼭 필요한 시점이다. 아무리 잘 정비된 시스템이 갖춰 있어도 결국 이를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윤상묵 성남중원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여성청소년계 학대전담 경위

[기고] 안전한 교통문화 정착은 운전자 인식 변화부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및 1인 가구 증가로 배달문화가 확산되면서 배달업체의 이륜차 운행이 급증함에 따라 이륜차의 교통법규 위반으로 운전자는 물론 보행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경기남부 전체 차량등록 대수 487만1천677대 가운데 이륜차는 31만2천348대로 6.4%에 불과하지만, 이륜차로 인한 사망자는 30명으로 전체 166명 중 18%를 차지하고 있다. 일부 이륜차 기사는 교통법규를 준수하기보다 단속을 피하고자 번호판을 고의로 가리거나 훼손하고 난폭운전 또는 신호위반 등 불법을 일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면 번호판이 없는 이륜차의 특성상 무인단속 카메라는 무용지물이다. 오토바이 단속은 경찰이 캠코더를 이용, 단속을 하거나 공익 신고 앱을 통한 시민 제보로 이뤄지고 있다. 일명 순대라고 불리는 방법은 뒷좌석에 자물쇠를 연결해 번호판을 가리는 것을 뜻한다. 아예 번호판을 없애버리거나 번호판을 꺾어 숫자를 가리고 뒷좌석에 LED 등을 달아 번호가 인식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현재 이륜차 번호판은 후면만 부착하고 크기도 작다 보니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 가능성이 작아 익명성을 무기로 이륜차의 법규위반을 더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 국회에서는 이륜차 전면 번호판 도입을 의무화하는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된 상태지만 전면 번호판의 부착으로 바람의 저항이 커지면서 안전운행을 방해하거나 혹시 보행자와 사고가 발생할 경우 번호판의 날카로운 면으로 인해 부상의 정도가 더 커질 우려가 있을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배달대행 급증 등에 따른 이륜차 교통량 및 법규위반 그리고 사고 증가로 인한 교통사고의 위험성을 고려한다면 전면 번호판 부착을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륜차 운전자 스스로 사고예방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무리한 운행을 하기보다는 좀 더 여유를 갖고 운행하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이다. 이륜차는 운전자의 신체가 외부로 노출된 만큼 차량과의 충격 시 그대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안전모뿐 아니라 보호장구 등을 착용, 소중한 생명을 지켜야 한다. 특히 교통법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스마트 국민 제보앱이나 국민신문고 등을 통한 신고를 통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올바른 이륜차 문화 정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혜영 안산단원경찰서 경비교통과 교통안전계 순경

[기고] 의료기관 수용 거부, 명백한 살인행위

지난 6월, 집에서 휴식을 취하던 40대 남성이 갑자기 온몸에 경련을 일으켜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곧바로 출동한 119구급대는 환자를 이송해 인근 병원으로 향하던 중 수용불가 통보를 받았다. 분초를 다투는 순간 구급차 안 구급대원은 물론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상황실에서도 환자 이송이 가능한 병원 찾기에 나섰다. 40분 이상 흐른 뒤에야 다른 지역 소재 병원에서 수용이 가능하단 연락을 받고 구급대가 병원에 도착했지만, 끝내 환자는 사망했다. 당시 환자 수용을 거부했던 병원은 무려 34곳. 격리실이 없다는 이유로, 중환자실이 없다는 이유로, 경기도는 물론 서울과 충남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병원들이 환자를 받지 않아 벌어진 참사였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세계 최고의 의술을 자랑하는 나라에서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공무원인 119구급대원이 구급차로 이송하는 응급환자를 병원마다 갖가지 이유를 대며 문전박대하는 것이다. 환자를 골라서 받는다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코로나19 대확산으로 병원 수용거부가 더욱 기승을 부리자, 지난 6월 의료기관 수용거부 대응 전담조직(TF)을 꾸리고 증거 수집을 위한 수용거부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3만3천695건. 경기지역 응급의료기관이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간 수용거부한 건수다. 월평균 8천423건, 하루에만 280건의 수용거부가 경기도에서 발생하고 있다. 수용거부 사례를 깊이 들춰보면 더욱 가관이다. 생(生)과 사(死)의 경계에 있는 환자를 우선 살리고 봐야 하는데 격리실ㆍ입원실 부족부터 보호자가 없다, 진료비를 미납한 적이 있다 등의 이유를 대고 있다. 심지어 여유 병상이 있음에도 병상이 없다고 거짓 정보를 제공한 병원까지 있었다. 환자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는 것인가.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병원 소재 소방서장들은 지난 여름부터 병원들을 찾아다니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또 응급의료정보를 관리하는 국립의료원과 의료기관을 관리ㆍ감독하는 경기도, 일선 시ㆍ군 보건소에 병원 측의 부적절한 수용거부 사례를 통보하고 위법ㆍ부당사항 조치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의료기관 수용거부는 비단 경기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라도 정부와 국회가 적극 나서 환자 수용거부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주길 간곡히 요청한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도 응급환자 전문 구급 장비를 확충하고 구급대원 전문역량 강화 등을 통해 병원 전 단계 응급의료 전문기관으로서의 119구급대 위상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안기승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구조구급과장

[특별기고] 어느 캐나다 노병과 가평북중 학생들

내 나이, 80하고도 10년, 90살에 최근 건강생활을 위해 우리에 갇혀 있는 내 모습을 본다. 오직 보행기만이 나의 영원한 동반자이자, 강력한 기계 종마라네. 네 개의 바퀴에 파란 철골과 부드러운 좌석의 보행기는 나에게 많은 애정을 가져다준다. 그녀는 나를 사랑한다. 나를 따라다니며, 내 허리둘레가 줄어드는 것을 보고 꾸짖는다. (후략) (캐나다 가평전투 참전용사 마이클 추보카의 시 90세에 보행기와 함께한 내 인생 中) 며칠 전 캐나다에 사는 지인이 가평전투 참전용사인 마이클 추보카씨에 대한 이야기를 보내왔다. 마이클 추보카씨는 현재 90세의 고령이다. 그는 2년 전부터 심한 관절염으로 캐나다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해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추보카씨는 1931년 캐나다 매니토바주 브랜든시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1910년 우크라이나에서 캐나다에 이주한 가난한 이민자였다. 가난했지만 단란했던 유년시절도 잠시, 아버지가 철도 보선공으로 일하다 심한 부상을 당해 1급 장애인이 되자 재봉일과 일용직 노동을 하는 어머니에 의해 양육됐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어머니 일터에서 채소를 파는 것을 시작으로 빵가게, 주택 건설현장, 소시지 공장, 재래시장, 농장, 철도역 등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중고등학교시절을 보냈다. 그의 나이 18세가 됐을 때 1950년 6월 한국전이 발발하고 캐나다 정부가 한국에 파병할 군인들을 모집하는데 그는 나이가 어려 자격요건에 미달하자 나이를 한 살 부풀려 캐나다 육군에 입대하게 된다. 그는 프린세스 패트리샤 경보병여단 2대대에 배치돼 한국전에 참전한다. 운명의 가평전투! 중공군은 1951년 4월23일 가평군 북면 목동리 507고지 (목동농공단지 뒷산) 호주군 방어진지를 공격하여 32명의 호주군을 사살하고 59명의 중상을 입히고 또 4월24일 밤 5천여명의 중공군은 여세를 몰아 677고지( 마장초등학교 뒷산) 캐나다군 진지를 공격해왔다. 다음은 지인이 보내온 추보카씨의 회고담이다. 어젯밤 우리 진지의 동쪽에 있는 호주군 진지에서 대규모 전투가 있었고 산에는 여전히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지만, 우리 진지는 조용했지요.(중략) 5시간 정도 지났을까? 총성이 멈추고 멀리서 포성도 잦아들고 여명과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는데 눈앞에 펼쳐져 있는 이 광경, 산등성이를 덮은 1천여구의 시신들, 그리고 곳곳 아비규환의 부상자 신음, 전쟁의 참혹함과 생과 사의 극한은 바로 이런 것이었지요. 중공군 사상자 1천여명, 캐나다군 전사 10명, 중상 23명. 그는 캐나다에 복귀 후 캐나다군 한국전참전용사협회를 설립하고 회장을 하면서 참전용사들로부터 장학금을 모금해 가평전투지역이 있는 가평군 북면 가평북중학교에 보내오고 있다. 일 년에 9명의 학생에게 1인당 25만원 총 225만원을 보내오고 있다. 추보카 할아버지의 투병생활 소식을 들은 가평북중학교 학생들은 빠른 쾌유를 기원하며 추보카 할아버지에게 보내기 위해 40편의 위문편지와 1권의 사진첩을 만들었다. 한국과 캐나다의 70년 전 가평에서 맺은 혈맹의 인연은 지금도 이어지는 것이다. 추보카 할아버지 빨리 완쾌하세요, 추보카 할아버지 파이팅! 학생들의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 서대운 가평군 대외협력관

[기고] 드론 테러,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테러 안전국인가? 인터넷을 통해 24시간 국내외 뉴스를 단절 없이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시절, 외국의 빈번한 테러 관련 소식을 듣다 보면 우리나라는 테러 범죄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나라라는 인식을 하게 된다. 이는 화생방 관련 민방위 훈련, 군경 대테러 역량 강화, 민관 신고 및 대응 체계 확립 등 그간 우리 사회가 전통적 테러에 대한 대비를 잘한 덕분이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 등 새로운 과학기술의 발전은 테러의 수단과 양상도 바꾸고 있다. 특히 저가의 일반용부터 산업용, 군사용으로 널리 보급되고 있는 드론은 그 속성상 불법 촬영 등 사생활 침해는 물론, 주요 인사나 국가 중요시설에 대한 테러에 악용될 위험이 매우 크다. 경찰에 접수된 테러 신고 건수는 2018년 171건에서 2019년 542건, 2020년 1천191건, 올해는 8월까지 1천152건이 접수되는 등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고, 드론 관련된 신고의 급증이 주된 증가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인천국제공항 상공에 인가되지 않은 드론 출현으로 비행기의 이착륙이 장시간 지연되는 등 항공 안전을 위협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16년 국제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최초로 드론을 활용한 테러를 시도한 이후, 중동을 비롯해 전 세계 대부분의 분쟁 지역에서는 드론이 테러의 주요 수단이 됐다. 각 국가는 새로운 위협에 맞서고자 관련 법제를 정비하고, 대테러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 지난 5월에 개최된 도쿄올림픽에서는 주요 경기장과 마라톤 구간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해 드론에 의한 테러에 대비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항공안전법상 드론에 대해 야간시간대 조종 금지, 150m 이상의 고도 비행금지, 공항이나 원자력 발전소 주변 및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 상공에서 비행금지, 비행 중 낙하물 투하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취미 생활로 사용되는 소형 드론조차 언제든지 각종 안전사고에서 범죄 혹은 테러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 법제도만으로 상존하는 위협을 예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금지된 장소나 시간대에 비행하는 드론을 목격하거나, 또는 의심스러운 탑재물을 싣고 비정상적으로 운행하는 무인기를 발견했을 때에는 바로 경찰 등 국가기관에 신고해 테러 관련성을 조기에 탐지하고 차단할 필요가 있다. 또 영상 촬영 등 취미로 드론을 사용하는 일반 시민분들도 법에 규정된 내용을 꼼꼼히 숙지해 타인의 인명과 사생활을 보호하는 안전한 이용이 촉구된다. 이시훈 구리경찰서 경장

[기고] 스토킹, 사랑 아닌 범죄… 안심하고 신고하세요

스토킹(Stalking)이란 표현은 맹수류의 육식동물이 먹잇감을 따라다니는 것을 뜻하는 동사 Stalk에서 유래했다. 특정한 사람을 그의 의사에 반해 오랜 기간 동안 쫓아 다니면서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주고 두려움과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다. 그간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의 신고가 들어오더라도 경범죄 처벌법상 지속적 괴롭힘으로만 처벌했고 형량도 10만원 이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 4월20일 스토킹범죄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 오는 21일부터 처벌할 수 있게 됐다. 스토킹처벌법은 경범죄처벌법보다 스토킹 행위가 넓게 인정되며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만약 위험한 물건을 이용했다면 최대 5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그에 더해 서면경고, 100m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등 피해자 보호조치도 가능하다. 경찰은 신고 접수 시 학대예방경찰관(APO)시스템을 자동으로 연동해 과거 정보를 활용한 신속한 대응에 나서게 된다. 현장에서의 응급조치로 스토킹 행위가 신고되는 대로 가해자를 피해자와 즉각 분리하며, 여성단체 등과 협력해 피해자를 상담소나 보호시설로 인도하는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다. 스토킹은 미연에 징후를 발견하고 조치를 해야 막을 수 있는 범죄다. 더 이상 피해자들이 그릇된 사회적 인식 때문에 숨어들지 않고 당당하게 나설 수 있게 사회 구성원이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 정준용 파주경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 정보계 경위

[기고] 경제약자 보호하는 지역화폐, 예산 삭감 철회해야

한병환(56) 전)청와대 선임행정관 모든 상품을 판매한다는 백화점ㆍ대형마트에는 없지만 동네 작은 가게에는 꼭 있는 광고가 있다.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지역화폐 환영. 다소 촌스럽지만 손 글씨로 꾹꾹 눌러쓴 지역사랑상품권 광고에는 생존을 위한 소상공인ㆍ자영업자의 간절함이 절절하다. 그동안 K방역의 성과는 자영업자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재난지원금과 지역화폐는 어려운 소상공인ㆍ자영업자를 위한 매출증대 방안이다. 그런데 기재부는 2022년 지역화폐 예산을 전년 1조 522억원에서 2천 403억원으로 약 77% 삭감했다. 총 예산이 전년보다 8.3% 증가해서 604조4천억원으로 늘어난 것과 완전 대비된다. 삭감이유를 코로나 상황에서 한시ㆍ예외적 증가였고, 예년 수준으로의 정상화라고 한다. 내년부터는 팬데믹 위기 이전 상황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재부의 설명에 귀를 꽉 막고 국민의 소리를 듣지 않는 오만함이 느껴진다. 지역화폐 정책은 축소가 아니라 오히려 지속적인 확대가 필요하다. 지역화폐의 순기능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소득불균형을 보정한다. 지역화폐는 백화점대형마트에서 사용이 불가능하다. 대기업 중심의 유통구조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옥죄는 약육강식 현실에서 경제 약자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장치인 셈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2020년 연구에 따르면, 지역화폐 가맹점은 지역화폐 도입 후 월평균 매출액이 87만5천원(3.4%) 증가했으나, 비가맹점은 8만6천원(0.4%) 감소했다. 한시적 특수를 감안하더라도 추가적 매출이 발생했고, 동네중심의 소비패턴으로 변하고 있다. 둘째, 지역 소득이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한다. 2017년 기준 비수도권 지역의 소득 역외유출 현황을 살펴보면, 충남 -28%, 경북 ?16.7%인 반면, 서울은 54.7%에 달한다. 체감하듯이 지역의 돈은 씨가 마르고 있다.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지자체 수와 규모는 2017년 56곳 3,065억원에서 2021년에는 232곳 20조원 이상으로 폭발적 증가가 예상된다. 군산시는 2019년 6월 관내 금융기관 수신고가 전년 대비 4,300억원 증가한 사실에서 지역소득의 역외유출 방지효과를 추론할 수 있다. 지방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지원군 역할을 하는 셈이다. 셋째, 소비자의 구매력을 증대시킨다. 지역화폐 구매금액보다 10% 정도의 충전을 더해주시기 때문이다. 캐시백 행사, 다양한 이벤트가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다. 소비자에겐 더 없이 매혹적인 상품이다. 결국 지역화폐는 지역 안에서 소비를 늘리고, 소상공인ㆍ자영업자의 매출 증대만큼 지자체의 세수를 늘린다. 수도권 중심의 소비를 억제하면서 대형마트에 골목상권이 맞설 환경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중산층과 서민들의 경제활동에 도움을 주어 경기 진작은 물론 경제구조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이처럼 지역화폐는 국가경제에 매우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한국은행 인천본부, 경기연구원 등 많은 기관의 연구결과도 이를 입증한다. 코로나 방역에 협조하면서 모든 것을 감내해온 소상공인ㆍ자영업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서라도, 지역화폐 예산을 대폭 삭감한 2022년 기재부의 예산안이 대기업의 입김 때문이라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지역화폐 발행 예산은 확대해야 한다. 큰 종을 조각내서 훔치려는 도둑이 내려친 망치로 종소리가 크게 나자,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도록 자신의 귀를 틀어막았다는 옛 이야기가 떠오른다. 성난 국민의 목소리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자기 귀를 막아버린 기재부, 절박한 지역 현실 알리기에 소극적인 지방정부는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야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한병환 (前)문재인정부 청와대 자영업비서관실 선임행정관

[기고] ‘위드 코로나 시대’ 체육이 중심이 되자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탄력을 받으면서 정부는 11월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 이른바 위드 코로나로 방역체계 전환을 예고했다. 정부의 위드 코로나 전환은 팬데믹으로 침체돼 있던 체육계에 가뭄의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면 프로스포츠의 관람 수익 증가, 엘리트 체육의 경쟁력 향상, 체육시설의 이용 제한으로 인해 위축돼 있던 생활체육의 활성화 등 팬데믹으로 체육계가 앓고 있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점차적으로 해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체육분야의 정상화는 관련 산업과 지역상권 소비문화의 증가로 이어져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 된다. 이와 같은 파급 효과를 예상한 해외 여러 나라들은 벌써부터 체육을 위시로 위드 코로나 시대를 열고 있다. 영국이 전 국민의 코로나 백신 1차 접종률 72%, 2차 접종률 66%를 기록하면서 접종확인증이 있는 국민을 대상으로 프로스포츠 관람을 전면 허용한 것과, 스페인이 시범적으로 10월 한 달간 실외스포츠는 100%, 실내 스포츠는 80%의 관중을 허용하는 정책을 시행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사례들은 위드 코로나 시대에 체육이 가진 영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역시 전 국민의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이 78%, 2차 접종률이 61%를 넘어서면서 위드 코로나 시행을 앞두고 있다.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 장기간 침체돼있던 사회에 활력을 불어 넣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진국들이 체육을 활용해 위드 코로나 시대를 열어가는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체육이야말로 여가문화의 증진과 경제활성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사회에 활력을 불어놓을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다. 또한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스포츠 관람 및 체육시설이용 등의 혜택이 우선으로 허용 될 가능성이 커 미접종자들의 백신 접종률 증가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다가오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체육계와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고민해 체육을 중심으로 일상으로의 회복을 준비해 나가는 정책을 마련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박광국 수원시체육회장

[기고] 혁신학교는 내가 더 나다워지게 만들었다

누군가는 학교를 즐거웠던 학창 시절이라 떠올리고, 다른 누군가는 졸음이 쏟아지는 공간이라고 여길지 모른다. 학교란 새로운 배움이었고 나에게 혁신학교란 진정한 배움의 시작이었다. 성인이 된 나는 사회는 공부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공간임을 직시한다. 세상은 더욱 논리적인 의견과 창의적인 해결, 중후한 책임과 진취적인 실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혁신학교는 내게 사회에서 살아가는 힘을 기르게 했다. 학생자치와 3년간의 교육과정은 그 힘의 원천이었다. 나는 학생자치회 전교 임원으로서 단원들과 다양한 활동을 기획했다. 그중 한 달에 한 번 학생들이 원하는 급식 메뉴를 제공하는 사업을 이야기하고 싶다. 이 사업은 추진의 전 과정 모두 학생들의 손으로 이뤄졌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학생들의 욕구를 파악해 사업을 구상하고 전교 임원과 학급 임원이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메뉴 후보를 선정했다. 그 뒤 후보를 추려 앙케트 패널을 제작했고 등교 시간에 학생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개방적인 투표를 진행해 급식 메뉴를 확정 지었다. 나는 그 과정에서 질적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했다. 책임과 권한을 가진 학생들이 공동의 일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질적 민주주의의 시작이었다. 혁신학교와 일반고와의 극명한 차이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부터 나온다. 나는 고등학교가 대학이라는 결승점으로 달리는 말들의 경기장인 줄 알았다. 하지만 혁신학교에서 왜 달려야 하는지, 어디로 달려야 하는지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을 얻었다. 수업 중에는 일일 교사가 돼 보기도 하고 누군가의 멘토, 멘티가 돼 학습하기도 했다. 방과 후에는 흥미로운 실험을 직접 설계하고 적성이 맞는 팀원을 찾아 관심 분야에 대한 장기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혁신학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공부 못하는 애들이나 가는 거야, 거기 가면 대학 못 가.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답하고 싶다. 혁신학교는 목표를 실현할 계획과 능력을 갖춘 학생들이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 비상하는 공간이라고 말이다. 대학만을 바라보는 태고적인 생각은 개인의 잠재력을 속박한다. 민주적인 학생자치와 살아있는 교육은 나를 찾아가게 하며 일어서게 하고 결국 이뤄내게 했다. 내가 이처럼 혁신학교에 대해 피력하고 나를 표명할 수 있는 것도 능력에 대한 확신과 성취의 경험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혁신학교는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 과정에서 얻은 열정과 동기는 학습의 동력이 돼 차원이 다른 성취를 맛보게 했고 그곳에서 경험했던 무수한 가치와 가능성은 나의 근본이 돼 여전히 날 지탱하고 있다. 이효인 혁신학교졸업생연대 까지 회원

[기고] 코딩 교육, 테트리스 게임처럼

김규석 교수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기초 기술이 되는 코딩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코딩은 컴퓨터가 이해하는 언어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컴퓨터 분야 전공자들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많은 비전공자도 하고 있다. 또한 초ㆍ중ㆍ고등학생들의 코딩 교육이 의무화되면서 어린이들도 컴퓨터 없이 하는 언플러그드 컴퓨팅(Unplugged computing)이나 도형의 순서 배치를 통해 논리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블록코딩으로도 코딩을 접하고 있다. 이렇게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작업인 코딩은 테트리스 게임과 공통점이 있다. 첫째, 논리력과 창의력이다. 테트리스에서는 선행 블록을 잘못 쌓으면 다음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현재의 작업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생각하며 결정을 내린다. 이는 코딩에서도 선행 기능을 잘못 개발하면 그 이후의 기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과 비슷하다. 이렇게 생긴 문제로 인해 상황에 따라선 테트리스 게임이 종료되듯 프로그램도 돌이킬 수 없는 버그가 발생하기도 한다. 둘째, 시간에 따른 난이도 상승이다. 테트리스는 하면 할수록 속도 등 난이도가 올라가며 어려워진다. 코딩도 쉬운 기능부터 개발하고 익숙해져 경력이 쌓이면 더 심화되고 중요한 부분을 접하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셋째, 성취감이다. 테트리스에서 하단의 블록을 모두 맞춰 점수를 획득할 때마다 느끼는 성취감을 코딩하면서도 느낄 수 있다. 이는 프로그램의 버그를 수정하고 새로운 기능을 개발하면서 밤을 새우더라도 성취감과 뿌듯함을 즐기며 하는 엔지니어들이 많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테트리스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어렵지 않게 시도해 볼 수 있듯이 코딩도 컴퓨터만 있으면 누구든지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는 영역이다. 게임도 시작은 1단계부터 하듯 코딩도 쉬운 것부터 할 수 있으며 흥미와 성취감을 느끼면 그 깊이와 분야를 넓혀 본인의 업무에 도움이 되거나 그 자체가 일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코딩 교육의 정책과 체계에 대해 우리는 선진국들을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다. 영국, 핀란드 등과 같이 코딩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일찍이 코딩 과목을 정규 교육에 포함시키거나 대입 수학능력시험에도 포함을 시킨 나라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1991년 구소련으로부터 독립 후 1992년부터 초ㆍ중ㆍ고등학생의 코딩 교육부터 시작해 ICT 산업을 통해 급성장한 북유럽의 에스토니아가 있다. 에스토니아는 지하자원도 적고, 인구도 약 130만으로 작은 국가지만, 1993년 1인당 GDP가 2천600달러 정도에서 2020년에는 2만3천달러를 웃돌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이는 국가 전체가 e-에스토니아를 선포해 ICT 교육과 산업에 집중해 이룬 결과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와서 유럽의 주변 국가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여러 국가가 에스토니아의 ICT 교육 정책과 활용을 벤치마킹하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코딩 교육의 비중을 더 늘리고 테트리스 게임처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더 체계화해 ICT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과의 융합을 선도하는 다가올 5차 산업혁명 시대의 리더가 될 것을 기대해 본다. 김규석 한국폴리텍대학 분당융합기술교육원 데이터융합SW과 교수

[기고] 농지연금, 고령농업인의 복지정책으로 개선

우리나라의 농촌고령화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울 만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2020년 통계청 농업조사에 의하면 농가인구의 고령화율은 전체인구 고령화율 15.7%보다 2.7배 높은 42.5%로 10명 중 4명 이상이 65세 이상의 고령농업인이다. 또한 연간 농축산물 판매수익 1천만원 이하인 농가가 67.8%로 농가 대부분이 농업소득만으로는 노후생활이 불안정한 실정이다. 농촌은 국민연금 및 주택연금제도의 사각지대로 사회안전망이 부족하다. 농어촌공사에서는 농가 고정자산중 농지 비중이 높은 자산구조의 특성에 착안하여 2011년부터 농지를 대상으로 한 농지연금 상품을 개발해 추진하고 있다. 농지연금은 국민연금, 개인연금 등 현재의 공ㆍ사적 연금과 자녀의 부양비 등으로 생활하는 것이 부족한 농가에서 이용하기에 적합한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농지연금을 통해 고령농업인이 매월 일정금액을 지급받으면 자녀에게 의지하지 않고 노후생활자금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노후의 안정적 생활이 가능해 농촌 노인들의 복지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2022년부터 저소득(취약계층) 농업인 및 장기영농인에 대한 우대형 상품 출시, 가입 신청연령 완화 등 많은 농업인들이 농지연금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농지연금 제도는 가입자와 배우자 모두 종신까지 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고 가입자는 연금을 받으면서 담보농지를 직접 경작할 수 있고 임대할 수도 있어 추가 소득을 얻을 수 있다. 정부예산을 재원으로 시행하므로 안정적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어 공적 안정성이 확보되는 장점이 있다. 현재 농지연금 신청자는 만 65세 이상(배우자 60세)으로서 신청자 영농경력이 5년 이상인 농업인으로서 가입면적 제한은 없다. 의료기술의 발달 등으로 평균수명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에 발맞추어 고객 농업인에 대한 우대형 상품출시 지속 등 농업인의 복지를 위해 사회적 책무를 다해 나가겠다. 이승재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 본부장

[기고] 심정지 골든타임을 기억하자

박미상 일교차가 커짐에 따라 심정지 환자의 발생이 증가하는 시기가 됐다. 지난해 양주소방서의 구급출동 건수를 살펴보면 심정지로 인한 출동 374건 중 11월에만 37건이 발생해 11월에 심정지로 인한 출동 건수는 평소보다 약 20%가 더 많음을 알 수 있다. 심장은 신체 전반에 혈액을 이동시키는 주요 장기로 가슴 왼편에 위치한다. 심장의 크기는 성인의 주먹 정도로 연령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심실과 심방, 판막 등으로 구성돼 있는 심장은 수축ㆍ이완을 반복하며 두근두근 하는 박동을 만들어 내는데, 이 박동이 빠르거나 갑자기 느려지는 경우 건강상의 이상이 의심되기도 한다. 최악의 경우 심정지로 사망할 우려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심정지 환자가 발생해 119에 신고하면 119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보통 5~10분 정도 소요되나 요즘 같이 코로나19로 구급차의 출동 횟수가 많은 시기에는 119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하는데 10분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런 경우에는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심폐소생술을 신속히 시행해야 환자의 생존을 연장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주위에 있는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얼마나 빨리 실시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심정지 골든타임이란 심정지가 발생하고 5분 이내를 말하며 5분이 지나면 뇌손상이 시작되고 10여분이 경과 하면 비가역적인 손상을 받게 된다. 이런 손상을 막기 위해 신속히 뇌, 심장에 산소를 공급함에 심폐소생술의 목적이 있다. 불과 5분의 시간이 내 가족, 내 이웃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시간인 것이다. 2019년 기준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골든타임 안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을 때 생존율은 2.5배 상승한다. 하지만 심폐소생술 실시율은 24.7%로 저조한 편이다. 이 통계는 우리가 앞으로 심폐소생술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가 심정지 환자를 목격하고 즉시 심폐소생술을 한다면 내 소중한 가족, 내 소중한 이웃이 소생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심정지 환자에게는 주변 누군가의 심폐소생술이 멀리 있는 의사보다, 현장으로 달려오고 있는 119구급차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박미상 양주소방서장

[기고] 왜, 도로변상금인가?

박찬돈 개인 또는 법인이 국유재산이나 공유재산(지방자치단체 소유의 재산)에 해당하는 토지를 점유해 사용할 경우, 그 반대급부에 해당하는 대가를 토지 소유자인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지불하게 되는데, 재산의 형태에 따라 불려지는 이름이 각기 다르다. 국ㆍ공유재산은 크게 일반재산과 행정재산으로 구분되는데, 특별히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일반재산을 사용할 경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와 대부계약을 체결한 후 그 기간에 해당하는 대부료를 지급하게 된다. 그 외의 행정재산은 통상 사용허가를 받아 사용하면서 사용료라는 이름으로 대가를 지불하게 되며, 행정재산 중 도로는 특별히 도로법에 점용료 규정이 있어, 도로라는 행정재산의 사용자는 도로점용료라는 이름으로 사용 대가를 납부한다. 다시 말해, 행정기관이 도로점용료를 부과하려면 대상 토지가 당연히 도로법 제10조(도로의 종류와 등급) 또는 제108조(도시ㆍ군 계획시설 도로등에 대한 준용)에 해당하는 도로이어야 하는데, 일부 자치단체는 위의 도로법 상 도로에 해당하지 않으면서 현황도로에 속한 개별필지의 일부분에 해당하는 건물부지까지 도로법을 잘못 적용하여 도로점용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와 같은 위법처분이 의심되는 사례는 구(舊) 시가지 형태가 아직 남아있는 서울지역 일부 자치단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서울에 소재한 A구청이 정보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건물이 점유한 토지를 대상으로 해당 구청이 2020년에 부과한 도로변상금 건은 1천408건이다. 자연 발생적으로 형성된 현황도로는 지목이 도로라고 하더라도 개별 필지의 모양이 반듯하지 않아 필지의 일부 면적이 건물부지에 포함되어 사실상 대지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는데, 대법원은 이러한 형태의 국ㆍ공유지에 도로점용료를 부과하는 것은 위법하고 국유재산법이나 공유재산법을 적용하여 사용료 등을 부과해야 한다고 다수의 판결을 통해 지적하고 있다. 위와 같이 사용대상 토지가 건물부지에 포함되어 사실상 대지로 사용하는 토지라면 애초에 도로법에서 규정하는 도로 점용허가의 대상이 아니다. 그렇기에 일부 자치단체는 대상 재산에 대하여 무리하게 도로법을 적용하면서도 도로점용허가를 내주지 않거나 혹은 못할 뿐만 아니라, 정상 도로점용료보다 20% 가 가산된 도로변상금을 부과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도로법 제72조에서는 허가받지 않은 도로점용이 도로 점용자의 고의ㆍ과실로 인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변상금을 징수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면서, 고의ㆍ과실이 없는 무허가 점용자에게 도로점용허가 신청을 하도록 하여 징벌 성격의 변상금처분을 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도, 지목이 도로인 토지가 건물부지에 포함되어 사실상 대지로 사용하는 납세자들은 도로점용허가를 받지도 못하고, 이유 없는 20%의 가산금을 도로변상금이라는 이름으로 납부하고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은 위법처분의 사례는 행정기관이 인지하지 못해 시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인지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시정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있어, 그 손해를 애꿎은 납세자들이 부담하고 있는데, 국공유지의 일부가 건물부지에 포함되어 매년 도로변상금을 납부하고 있는 납세자들이라면, 스스로 행정기관의 위법처분을 의심해 보고,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박찬돈 행길행정사 사무소 대표

[기고] 대장동 수사 ‘인지유예’ 없이 철저해야

먼저 전직 강력계 형사로서 특별검사제도(특검)ㆍ합동수사본부(합수부) 이전에 현 정권의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에서 인지유예가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한다. 강력계 형사 시절 소위 수사는 무에서 유를 창출해 내는 것이라고 배웠다. 아울러 판사는 선고유예, 검사는 기소유예라고 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어 법에 대해서는 그들만의 잔치라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은 최초 형사입건 단계에 있는 경찰이 현장에서 사건을 제대로 접수하지 않고 묵살해 버리면 기소유예나 선고유예라고 하는 것들은 약 10% 정도의 별도 검찰이 인지한 건 외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법에도 없는 말이 바로 경찰 즉, 현장의 인지유예 권한이다. 이번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서 경찰은 핵심 관련자가 수천만원을 수회에 걸쳐 인출하는 정황이 포착돼 그 용처가 의심스럽다라는 내용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수사의뢰 통보 받았지만, 5~6개월 동안 별다른 조치 없이 그대로 두었다. 이것이 바로 육법전서에도 없고, 판ㆍ검사에게도 없는 경찰의 막강한 권한인 인지유예다. 물론 고의로 사건을 묵살하기 위해 자칭 인지유예권을 행사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일 수 밖에 없다. 이제부터라도 검찰과 경찰, 공수처는 특검 또는 합수부 등의 설치 여부를 떠나 각자의 수사 부분에 대해 정권의 눈치를 보지 말고 인지유예 없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주길 바란다. 전 국민이 어디에서든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하며 그것이 역사 앞에, 국민 앞에 당당하기 위한 초석이라는 것을 가슴 속 깊이 새기면서 말이다. 노만래 국민탐정 행정사 대표ㆍ전 강력계 형사

[특별기고] 꽉 움켜쥘 때, 쭉 펴야할 때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어 태어나는 순간부터 마지막 죽는 순간까지 그 사람과 동행한다. 하지만 소크라테스가 가장 적은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 가장 부자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인간의 행복은 끝없는 욕망을 채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다스리는 데 있다. 욕망을 다스린다는 것은 움켜쥘 때와 펴야 할 때를 아는 것이다. 북아프리카의 원주민들은 원숭이를 잡을 때 조롱박을 준비한다고 한다. 조롱박에는 원숭이의 손이 간신이 들어갈 정도의 구멍을 뚫고 그 안에 원숭이가 좋아하는 땅콩, 밤, 과일 등을 집어넣는다. 그리고 이것을 원숭이가 지나는 길목의 나무 밑 둥에 묶어 둔다. 냄새를 맡고 온 원숭이는 조롱박 구멍 속에 손을 넣고 먹이를 한 움큼 움켜쥔다. 하지만 잔뜩 움켜쥔 손은 구멍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다. 먹이를 포기하고 손을 펴기만 하면 되는데, 원숭이는 어리석게도 사람이 다가와도 꽉 움켜쥔 손을 놓지 않아 결국 잡힌다고 한다. 움켜쥘 줄만 알고 펼 줄을 몰라 욕망의 희생양이 되는 것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욕망은 양면성이 있으며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재물이나 사회적 지위를 끝없이 더 채우려는 욕망이 있는 반면 창조적 활동을 통해 무엇인가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생산적 욕망도 있다. 사람은 무의식 상황에서 더 채우려는 욕망과 생산적 욕망을 함께 지니고 있다. 남다른 재능이 있어도 미래를 향한 생산적 욕망이 있어야 능력을 발휘해 개인과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으며, 그런 욕망이 없으면 재능을 살리지 못하고 사장시키기도 한다. 욕망이 정의와 만나면 삶의 가치를 높이지만, 불의와 만나면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파멸시킨다. 욕망이 선과 결합하면 희망이 싹트지만, 악과 야합하면 절망에 빠진다. 선과 악,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서 욕망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도 바뀐다. 문제는 욕망을 마음대로 조절하고 다스리는 것이 태산을 옮기기만큼이나 어렵다는데 있다. 꾸준히 계속해서 추구해야 좋은 생산적 욕망은 중도에 포기하려 들고, 멈추는 것이 현명한 더 채우려는 욕망은 어느 선에서 그치지 못하고 탐욕의 수렁에 빠지고 마는 경우가 흔하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맹수들도 자기 배가 부르면 먹잇감이 지나가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이다. 엄밀히 생각하면 평균적 생활수준을 뛰어넘은 후에 소유하는 재물의 많고 적음은 행복감에 큰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일류 레스토랑에서 명품 와인을 곁들여 고급요리를 먹으며 상대방과 사업이야기를 주고받는 것과 전통시장에서 막걸리를 곁들여 순댓국을 먹으며 마음 맞는 친구와 담소를 나누는 것은 음식값의 차이는 크겠지만, 행복감도 큰 차이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행복은 음식값이 아니라 마음먹기에 달렸기 때문이다. 춘하추동이 자연의 섭리라면 생로병사는 인간의 섭리다.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지구 상에 던져졌고, 잠시 머물고 있을 뿐이다. 머무름의 시간은 한계가 있으며, 결국은 빈손으로 왔다가 시간이 흘러 때가 되면 빈손으로 간다. 그런데 잠시 머무는 인생을 천년만년 살 것처럼 착각하는 데서 욕망을 다스리지 못하는 불행이 싹튼다. 욕심의 반대는 욕심 없음이 아니라 잠시 내게 머물고 있는 것들에 대한 만족이다. 자기 자신이 지구 상에 잠시 머물고 있는 것이기에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다. 삶은 지금이고, 현재이고, 오늘이다. 과거에 어떻게 살았는지는 추억일 뿐이고, 미래에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꿈이고 희망이다.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고 연속되는 희로애락의 여러 감정에 충실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움켜쥘 때와 펴야 할 때를 아는 판단력과 행동에 옮기는 실행력을 갖춰야 한다. 정종민 성균관대 겸임교수ㆍ전 여주교육장

[기고] 한 대상에 대한 다른 시각

신혼 시절 자상한 배우자와 사는 이가 부러웠다. 예를 들면 퇴근길에 아내를 위해 여성 잡지를 사 온다거나, 아내의 긴 머리를 좋아해서 머리를 자르지 못하게 하는 남편을 둔 친구가 배우자의 사랑을 듬뿍 받는 것 같아 부러웠다. 왜냐하면 내 남편은 그러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애할 때는 온갖 자상함을 발휘하더니 결혼하고 나자 내가 잡아 놓은 물고기처럼 여겨졌는지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고 느꼈다. 결론은 남편이 결혼한 뒤 변한 것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결혼 전에 보여 준 모습이 남편의 변화한 모습이고, 결혼 후 보여 준 모습이 남편의 참모습이겠다. 섭섭하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사람을 잘못 봤으니 내 탓을 할 수밖에.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이 둘을 낳고 키우며 살다 보니 나의 시각이 달라졌다. 머리 모양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게 하는 배우자라니. 거기에 맞춰 산다면 내가 마음고생이 심할 듯싶다. 자상함이 지나치면 잔소리가 많다고 하니 자상한 옆지기보다 나를 자유롭게 살게 하는 내 옆지기가 오히려 편해서 좋다고 생각하게 됐다. 남편이 자상함을 발휘하는 데는 따로 있다는 걸 훗날 알게 되었다. 퇴근길에 찬거리나 과일을 사 온다든지 음식 쓰레기 버리는 일을 도맡아 하는 것. 이런 점이 맘에 들기 시작했고 눈여겨보게 됐다. 물론 예전엔 이런 점에 주목하지 않았고 그저 장보기가 취미인가 보다, 바깥바람을 쐬러 쓰레기를 버리나 보다 했다. 과거엔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 가령 여성 잡지를 사오지 않는 것 따위에만 주목했다는 얘기다. 즉 때에 따라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본 것이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같은 사람에 대해 시간에 따라 다르게 보게 된다는 것을. 이를 잘 나타낸 이야기가 김원중의 한비자, 관계의 기술이란 책에 나온다. 옛날 미자하는 위(衛)나라 왕에게 총애를 받았다. 위나라의 법에 왕의 수레를 몰래 타는 사람은 발이 잘리는 형벌이 있었다. 미자하의 어머니가 병들었을 때 미자하는 왕의 수레를 타고 나갔다. 왕은 이 일을 듣고 효자로구나, 어머니를 위하느라 발이 잘리는 벌도 잊었구나!라고 그를 칭찬했다. 다른 날 미자하는 왕과 함께 정원에서 노닐다가 복숭아를 따 먹게 되었는데, 맛이 아주 달자 반쪽을 왕에게 주었다. 왕은 나를 사랑하는구나, 맛이 좋으니 과인을 잊지 않고 맛보게 하는구나라고 말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미자하의 미모가 쇠하고 왕의 사랑도 식게 됐을 때 한번은 미자하가 왕에게 죄를 지었다. 그러자 왕은 이놈은 옛날에 과인의 수레를 몰래 훔쳐 타기도 하고, 또 자기가 먹던 복숭아를 과인에게 먹으라고 내밀기도 하였다라고 말했다. 미자하의 행동은 변함이 없었으나 왕은 전과 다른 시각으로 미자하를 보게 된 것이다. 피은경 칼럼니스트

[기고] 코로나 시대 ‘Know 人’과 경기도 노인 일자리

노인이란 의미는 무엇일까? 어느 강사가 노인 대상 교육 중 노인에 대한 질문을 던졌는데 그중 어느 노인이 우리는 NO 人입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이란 뜻이었다. 과연 노인이란 의미가 세상에서 쓸모없는 사람이란 의미일까? 오늘을 사는 우리가 내일의 우리의 모습인 노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하는 질문을 던지는 일화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노인들의 현실은 어떠할까? 급격한 노인인구 증가와 더불어 OECD 37개국 중 인구 10만명당 58.6명의 노인이 자살을 선택하고 있고, 노인 빈곤율은 43.4%를 차지하는 등 1등을 달리고 있다. 여기서 살펴봐야 할 지점은 급격한 노인인구 증가와 더불어 노인 빈곤율, 노인자살률이 함께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노인인구 증가를 이끄는 세대가 바로 베이비붐 세대다. 이들은 한국전쟁 직후 태어난 세대를 이르는데 이들이 본격적으로 노인 세대로 편입되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부모 세대를 봉양하면서도 자식을 위해 희생해야 했던 세대로 노후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 세대가 노인 세대로 편입되면서 앞서 말한 노인 빈곤율, 노인자살률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이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대책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많은 부분이 개인의 몫으로 남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이후 무료 급식소 폐쇄, 경로당ㆍ복지관 운영중단 등 빈곤 노인들은 더욱더 복지의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온라인 상에서 서로 소통하며 단절(斷7D55)의 시기를 버티고 있지만, 노인들은 IT 기술의 소외계층으로 더욱더 고립감 속에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서두의 일화에서 노인을 NO 人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가장 적합한 표현은 NO 人이 아니라 Know 人일 것이다. 누구보다도 인생 경험이 풍부하고, 사람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노인(老人), 즉 선배 시민(Senior Citizen)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제해결의 주체인 노인과 더불어 가장 대표적인 해결책 또는 정책이 노인 일자리 사업일 것이다. 코로나19로 대표되는 단절(斷7D55)의 시기에 노인 일자리사업은 노인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에서 운영하고 있는 치매서포터 가치동행 사업은 60세 이상의 어르신이 경증치매 어르신 가정을 방문해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을 통해 치매 어르신들이 겪을 수 있는 외로움, 고립감 등을 예방함으로써 앞서 말한 문제들에 선제로 대응하고 있다. 그렇다! 노인이 Know 人, 즉 선배시민으로서 역할을 다할 때 앞서 언급된 노인 관련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Know 人, 선배시민들과 함께 경기도노인일자리지원센터에서도 다양한 일자리를 개발하여 당면한 초고령사회 노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적으로 앞장설 것이다. 김재기 경기도노인일자리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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