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학교를 즐거웠던 학창 시절이라 떠올리고, 다른 누군가는 졸음이 쏟아지는 공간이라고 여길지 모른다. 학교란 새로운 배움이었고 나에게 ‘혁신학교’란 진정한 배움의 시작이었다. 성인이 된 나는 사회는 공부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공간임을 직시한다. 세상은 더욱 논리적인 의견과 창의적인 해결, 중후한 책임과 진취적인 실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혁신학교는 내게 사회에서 살아가는 힘을 기르게 했다. 학생자치와 3년간의 교육과정은 그 힘의 원천이었다.
나는 학생자치회 전교 임원으로서 단원들과 다양한 활동을 기획했다. 그중 한 달에 한 번 학생들이 원하는 급식 메뉴를 제공하는 사업을 이야기하고 싶다. 이 사업은 추진의 전 과정 모두 학생들의 손으로 이뤄졌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학생들의 욕구를 파악해 사업을 구상하고 전교 임원과 학급 임원이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메뉴 후보를 선정했다. 그 뒤 후보를 추려 앙케트 패널을 제작했고 등교 시간에 학생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개방적인 투표를 진행해 급식 메뉴를 확정 지었다. 나는 그 과정에서 질적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했다. 책임과 권한을 가진 학생들이 공동의 일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질적 민주주의의 시작이었다.
혁신학교와 일반고와의 극명한 차이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부터 나온다. 나는 고등학교가 대학이라는 결승점으로 달리는 말들의 경기장인 줄 알았다. 하지만 혁신학교에서 “왜 달려야 하는지, 어디로 달려야 하는지”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을 얻었다. 수업 중에는 일일 교사가 돼 보기도 하고 누군가의 멘토, 멘티가 돼 학습하기도 했다. 방과 후에는 흥미로운 실험을 직접 설계하고 적성이 맞는 팀원을 찾아 관심 분야에 대한 장기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혁신학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공부 못하는 애들이나 가는 거야”, “거기 가면 대학 못 가”.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답하고 싶다. 혁신학교는 목표를 실현할 계획과 능력을 갖춘 학생들이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 비상하는 공간이라고 말이다. 대학만을 바라보는 태고적인 생각은 개인의 잠재력을 속박한다. 민주적인 학생자치와 살아있는 교육은 나를 찾아가게 하며 일어서게 하고 결국 이뤄내게 했다. 내가 이처럼 혁신학교에 대해 피력하고 나를 표명할 수 있는 것도 능력에 대한 확신과 성취의 경험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혁신학교는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 과정에서 얻은 열정과 동기는 학습의 동력이 돼 차원이 다른 성취를 맛보게 했고 그곳에서 경험했던 무수한 가치와 가능성은 나의 근본이 돼 여전히 날 지탱하고 있다.
이효인 혁신학교졸업생연대 ‘까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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