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품 안의 자식을 학교나 어린이집으로 보낸 부모들의 마음이 마냥 편치만은 않을 터. 낯선 환경에 적응은 잘할지, 또래들에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고 공부를 잘할 수 있을지, 학습능력뿐만 아니라 인성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지, 이것저것 집에서 키울 때와는 또 다른 고민이 생기기 때문. 동시대를 살며 같은 고민을 멋지게 해결한 롤모델을 통해 자녀교육법을 선택해보자. 신간 영재를 만든 책 배달부(김영사 刊)는 KBS 인간극장과 스토리온 영재의 비법을 통해 소개된 15개국 언어 영재 재형이를 키운 아빠 김정호 씨의 눈물겨운 교육 분투기다. 언어 영재 재형이의 아버지는 대학 근처는 가보지 못했고, 어렵게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아들이 17개월에 처음 한글을 깨치고 7살에 독학으로 무려 15개국 언어를 익히는 동안 건설 현장에서 전기공으로 일하며 여섯 식구를 책임져야 하는 당혹스러운 상황에 처한다. 그가 선택한 교육법은 아이가 물이라고 말하면 목이 말라서 물을 달라는 말이니?라고 되물으며 단어보다는 자연스럽게 문장을 익히도록 돕고 집안에서의 역할극 놀이. 또 동네 서점에서 아이가 읽고 싶어 하는 책을 읽게 하고 유난히 흥미를 보이는 주제가 있으면 무료 강연장을 찾아 나선 후 그날 읽고 배운 것을 일기장에 쓰게 했다. 경제적 여건을 극복하며 효과적인 부모의 교육태도가 담겨 있다. 값 1만2천원 올해 초 미국에서 엄격한 아시아식 자녀 교육법을 설파해 호랑이 엄마 논쟁을 불러 일으킨 중국계 에이미 추아 예일대 법대 교수의 저서 타이거 마더(민음사 펴냄)는 아이들이 알아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부모가 나서서 아이들을 위한 길을 찾아줘야 하며 아이들이 바른길로 가도록 엄격하게 지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추아 교수는 이 책에서 자신의 두 딸을 중국식 교육 방식으로 엄격하게 키워 모범생으로 만든 비결을 공개했다. 텔레비전 시청과 컴퓨터 게임, 피아노나 바이올린 외에 다른 악기에 대한 연주 금지 등 가혹하기 짝이 없다. 그는 또 딸이 방종하고 타락하는 것을 막으려고 가족 여행 시 짐을 들게 하는 등 육체노동도 시켰다.이와 관련 추아 교수는 자녀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결국 타이거 마더식 교육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값 1만2천원. 일본의 심리치료사인 가나모리 우리코는 책 엄마 아빠, 나의 외침이 들리나요를 통해 아이를 위해서 애쓰기보다는 나 자신을 즐기자라며 부모의 긍정적인 태도를 제안한다.그는 사춘기와 십 대 자녀와의 의사소통과 일상 대화에서 일어나는 의견 충돌 사례를 제시하며 자녀의 현재 모습 그대로를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부모가 자녀의 반항에 상처받아 위축되며 그 감정이 고스란히 자녀에게 전달돼 부정적인 반응을 촉발할 수 있다며, 교육 방법 자체를 스스로 즐기면서 실천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값 1만500원류설아기자 rsa119@ekgib.com
15년 전, 창립멤버였던 제가 회장으로 추대받아 감회가 새롭고 기쁩니다. 최우선 과제인 회원 수 확대부터 작지만 의미 있는 협회의 변화를 이끌겠습니다.경기문학인협회의 김현탁(53사진) 신임 회장의 포부다. 소설가이자 문학박사, 기업가인 김 회장은 최근까지 12년간 수원문인협회의 회장직을 역임하며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지난달 15일 경기문학인협회의 수장으로 선 김 회장은 다시 한 번 지역의 문인을 위한 왕성한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그는 우선 기존 협회가 진행해 온 어린이 대상 무료 글짓기 교실과 문학인구 저변 확대를 위해 개최해 온 세미나 등을 확대할 방침이다. 예로 글짓기 교실은 물론 어린이를 위한 시낭송회와 백일장을 열고, 전문 토론회에도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협회가 창립된 지 10년이 훌쩍 넘었고 각 프로그램도 그 횟수가 오래되면서 새로운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화성시의 경우 제부도에서 바다시인학교를 운영하는데, 그것처럼 독특하면서도 회원과 일반인이 참여할 수 있는 문학체험행사를 신설해야죠.이에 앞서 김 회장은 협회의 기반인 회원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꼽는다. 당초 협회 설립 목적인 다양한 문인단체 소속 작가들이 구분과 경계 없이 경기도에서 작업하는 모든 문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에 주목한 것.경기권에 있는 작가들의 모임 인만큼 더 다양한 가치관과 장르의 문인이 하나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협횝니다. 현재 70명 정도의 회원 수를 최소한 100명까지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단, 이름만 올리고 작품이나 협회 활동을 하지 않는 분들이 아니라 진짜 문인이 그 대상입니다.김 회장은 또 세계문화유산 수원 화성을 바탕으로 지역의 유일무이한 대규모 문학 축제를 개최하고 문예지와 언론을 통한 회원들의 발표 기회를 증대할 계획이다. 자신의 개인 사무실(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소재)을 협회 전용 사무실로 기증하는 등 남다른 열정이 도내 문인들에게 힘이 되길 응원한다.류설아기자 rsa119@ekgib.com
역사와 전통의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아름다운 여대생만을 골라 죽이는 살인마가 나타난다. 보란 듯이 신체 일부를 가져가기도 하고, 경찰을 조롱하듯 발길 잦은 곳도 가리지 않는 살인마. 학교는 순식간에 혼란에 빠지고 학생들은 침묵 규칙을 만들어 입을 다물어버린다. 미궁에 빠진 사건은 세 번째 범죄현장에서 목격자가 발견되면서 실마리가 풀려나갈 듯 보였지만, 목격자는 당시의 충격으로 기억을 잃어버렸다. 사건의 유일한 단서인 목격자는 작고 연약한 소녀 올리비아. 경찰의 의뢰를 받아 올리비아를 수사하던 법의학자 매튜는 그녀에게 차츰 연민을 느끼지만, 곧 순수한 얼굴 뒤에 감취진 다른 이름들을 만나게 되는데.국내 최초의 스릴러 브랜드 모중석 스릴러 클럽은 27번째 작품이자 2011년 첫 책으로 루스 뉴먼의 일곱 번째 이름(비채 刊)을 출간했다.작가 루스 뉴먼은 과거와 현재의 사건들을 섬세하고 치밀하게 교차 편집해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올리비아와 매튜의 시점, 살인 자체보다 잔혹한 대화, 올리비아가 늘어놓는 거짓말은 마지막 순간 씨줄과 날줄처럼 팽팽하게 엮이면서 최고의 반전을 선사한다.실제로 케임브리지 킹스칼리지에서 대학시절을 보낸 저자는 영국 최고의 천재들이 모인, 지적이면서도 조금은 퇴폐적인 케임브리지를 완벽하게 묘사하고 있다. 각 인물들의 동선은 면밀히 계산돼 군더더기가 없고, 시험과 파티 등을 반복적으로 구성해 이야기의 완급을 조절하며 서서히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범죄학을 전공한 심리학도 특유의 전문지식과 세밀한 표현도 더해졌다.최근에는 영국 쿠도스 프로덕션에 의해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김지현 옮김. 값 1만2천원.윤철원기자 ycw@ekgib.com
왕이 만든 시장-그곳에서 만난 유상 브랜드 스토리 著, 멋진세상 刊1790년 설날 아침. 신료들로부터 신년하례를 받는 정조가 폭탄발언을 한다. 수원은 나의 고향이다. 그리고 수원 사람은 나의 팔과 다리다.조선의 임금이 수도인 한양을 제쳐두고 수원을 고향이라고, 수원을 자신의 팔과 다리라고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수원은 정조의 도시다.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아버지 사도세자가 간직했던 개혁의 꿈을 이룰 무대로 정조가 선택한 땅. 수원! 정조는 수원에서 과연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 그 답이 담긴 책이 나왔다. 왕이 만든 시장- 그곳에서 만난 유상(柳商)들(멋진세상 刊). 여기서 왕이 만든 시장은 수원 팔달문시장을, 왕은 정조를 가리킨다. 그리고 유상(柳商)은 수원 상인을 의미한다.수원에 사회기반시설을 조성한 정조는 수원성을 짓고 그 남문인 팔달문에 시장을 열었다. 그것이 오늘날 수원의 팔달문시장이다. 한마디로 수원 팔달문시장은 왕이 만든 시장이다. 또 정조는 상업도시 수원을 만들기 위한 정책을 펴나갔다. 수원에서 거주하는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과거를 실시하고 갓 만드는 말총 전매권을 부여했으며, 인삼 유통권을 허가했다. 팔달문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갔고, 전국 각지에서 상인들과 물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수원은 도통(道通), 인통(人通), 물통(物通), 문통(文通)의 시대가 열렸다.수원 상인들은 200여년 동안 역사의 부침 속에서도 살아 남았다. 지금도 수원 시원 시민들과 함께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대형마트의 시장 잠식과 더불어 백화점 독과점 현상이 심각한 가운데 재래시장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수원 팔달문시장의 역사적 의미와 현재를 조명하는 일은 아주 의미있는 작업이다.책 1부에서는 정조가 수원 팔달문시장을 개설하기까지 벌어졌던 관련 역사 이야기를 흥미롭게 기술하고 있다. 2부에는 팔달문시장 대표 상인 16인의 진솔한 인생이야기를 담았다. 값 1만3천원.강현숙기자 mom1209@ekgib.com
따뜻한 기운이 퍼지는 봄, 국내 여류작가들이 신작을 들고 나들이를 나섰다. 하지만 여성의 가녀리고 섬세한 감성의 작품이 아니다. 소재부터 서사구조와 문체, 캐릭터 등 스케일을 자랑하는 남성작가들의 힘을 뛰어넘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정유정 작가의 소설 7년의 밤(은행나무 刊)과 천운영 작가의 장편 생강(창비 刊)이 바로 그것. 정유정 작가는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와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내 심장을 쏴라 등을 통해 한국 문단의 아마존으로 주목받는 소설가다. 그의 신작 7년의 밤은 액자 소설 형태다. 세령호의 재앙으로 불린 사건 이후 7년 동안 미치광이 살인마로 불린 아버지와 그의 아들 서원 에게 일어난 이야기가 큰 축이다. 7년의 밤 정유정 著, 은행나무 刊죽음의 굴레를 벗겨주려는 아버지와복수를 감행하는 피해자의 대결구도안쪽 작품은 우발적으로 어린 소녀를 살해한 뒤 죄책감으로 미쳐가는 사내와 딸을 죽인 범인의 아들에게 복수를 감행하는 피해자의 숨 막히는 대결을 그린다. 바깥쪽 작품은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굴레를 쓴 아들이 아버지의 사형집행이라는 소식을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성장한 소년의 몸에는 여전히 올가미가 죄어져 있다. 이 두 이야기가 하나로 엮이고, 아들에게서 죽음의 굴레를 벗겨주려는 아버지의 마지막 승부수로 끝이 난다. 값1만3천원 지난 2008년 소설 비늘로 등단한 여류작가 천운영의 장편 생강은 한 고문기술자와 그의 딸 이야기로 지난해 창비 문학 블로그에 연재를 시작할 때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던 작품.물을 부어라. 천천히 조금씩 부어라. 목구멍과 콧구멍으로 동시에 들어가야 한다. 입은 벌리게 되어 있고 물은 들어가게 되어 있다. 버티려 할수록 고통의 시간만 길어질 것을. 생강 천운영 著, 휴먼앤북스 刊딸을 통한 고문기술자 아버지의 내면 묘사창비문학 블로그 연재와 함께 큰 반향 불러소설은 불쑥 이 남자가 행하는 끔찍한 고문 장면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이 고문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절대적인 폭력의 중심이었던 그는 도망자이자 추방자의 처지가 된다. 도피를 거듭하던 그는 자신의 집, 다락방에 몸을 숨긴다. 그 다락방은 대학생활의 낭만을 꿈꾸는 딸 선의 궁전이었다. 소설은 아버지와 딸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아버지 안은 목사가 된 고문기술자 이근안 전 경감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작가는 가까운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하면서도, 사실 그대로 소설로 옮기는 대신에 아버지와 딸이라는 두 인물의 관계와 내면에 초점을 맞췄다.자신의 신념이 뒤틀리면서 점차 비루하고 치졸한 존재가 되어가는 아버지, 그 때문에 스러졌다가 일어서는 딸을 통해 폭력과 공포가 인간의 몸과 내면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에 대한 아프도록 생생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값1만1천원 류설아기자 rsa119@ekgib.com
일본 대지진, 리비아 사태 등으로 많은 인명이 수장되고 피폭되는 등 하루하루 소름돋는 생존의 시간이 가뜩이나 기운없는 우리를 더욱 힘들게 만드는 요즘. 삶의 위안이 되고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 감성 에세이집들이 그리운 때다.이런 독자들의 니즈(Needs)를 제대로 꿰뚫은 책 나를 찾아가는 감성치유(전나무숲 刊)가 출간됐다.책은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인 감성을 구성하는 5가지 힘을 중심으로 감성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감성의 힘을 키우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특히 딱딱한 설교로 감성의 정의와 분류를 논하는 인문학이 아닌 부드러운 문체와 따뜻한 일러스트를 곳곳에 수록해 책을 읽어가는 동안 마음을 편안하게 잡아준다.감성에 대한 논리적인 해설뿐 아니라 감성치유로 새 삶을 살게 된 사람들의 사례 5편을 스페셜 스토리로 엮어, 독자의 눈높이에 맞춘 체험형 책읽기를 제안한다. 값 1만3천원.윤철원기자 ycw@ekgib.com
깊은밤, 기린의 말 김연수 외 9인 著, 문학과문학 刊계간 문학의문학 창간호부터 3년 넘게 발표돼 온 우리 시대 최고 대가들과 중견 작가들의 주옥같은 단편들 중 편집위원과 주요 서점 MD 등의 추천을 거친 베스트 10선을 묶은 대표 작가 작품집. 수록 작가로는 박완서, 이청준, 최일남, 윤후명, 이승우, 권지예, 이나미, 조경란, 김연수, 이명란 등 그 리스트만으로도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대가에서부터 묵직한 중견 및 신진 작가들임을 대내외적으로 인정받는 이들이다. 특히 지난 2007년 창간호에 실렸다가 작고 전 마지막 발표한 유작이 된 이청준 소설가의 이상한 선물과 최근 작고한 대모 박완서 선생의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 등 소장가치가 높은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값1만2천원 철조망에 걸린, 희망 임연태 著, 클리어마인드 刊오랜 독재로 정치경제적 소외와 공포로부터 탈출한 미얀마 난민 수용소, 누포 캠프. 미얀마와 태국의 국경 밀림지역에 존재하며 사방 2km 안에 2만여 명이 전기와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도 없이 살아가는 난민촌이다. 책은 현대불교신문 편집부국장을 지낸 저자가 오래전부터 이곳에 도움의 손길을 주고 있는 영봉 스님을 따라 열흘간의 일정으로 다녀온 취재기록이다. 저자는 닭이 울고 개가 짓는, 철조망이 둘러처져 있어 누구도 그 밖으로 나갈 수 없지만 하나같이 밝은 표정의 사람들을 주목하며 희망을 찾는 방법과 행복의 조건을 강조한다. 살아 있다는 것과 내 곁에 사람이 있다는 것, 하루 세끼 먹는다는 거 등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달았다고 회고한다. 값1만4천500원 도시탈출!귀농으로 억대 연봉벌기 정학구 외 著, 연합뉴스 刊한국 농업과 농민을 농촌 안팎에서 바라보고 외국을 통해서도 본 관찰기지자 분석서. 현재 한국 농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다루고 외국 농업도 한국 농업의 관점에서 소개하고 진단했다. 제1장에서는 인생 2막을 농촌에서 시작한 사람들을 찾아 성공 비결을 묻고, 2장 농촌현장에서는 농촌 여성의 삶과 초고령화 사회를 만든 농촌 1세대 노인들의 삶 등 우리 농촌과 농업, 농민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3장에서는 한국 농업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분야별로 진단, 추락하는 쌀 문제에서부터 식량안보, 고비용의 유통구조, 기업농과 가족농 논쟁, 사라지는 농지, FTA 등 주요 현안을 골고루 다루고 있다. 값 1만2천원. 디오게네스와 아리스토텔레스 박홍규 著, 필맥 刊디오게네스를 자유의 사상적 원류로, 아리스토텔레스를 예속의 사상적 원류로 파악하고 이 두 고대 그리스 철학자의 사상을 대조하며 검토한 책. 지은이는 이 책에서 마이클 샌델을 비롯한 보수적인 학자들이 정의에 대해 말할 때 준거로 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론에 내재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예속이 아닌 자유가 정의 개념의 토대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영남대학과 일본 오사카 시립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으며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장을 지냈고, 일본 오사카대학과 리쓰메이칸대학, 고베대학 등에서 강의했다. 또 법은 무죄인가로 백상출판문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값 1만3천원.
책 작가가 작가에게(정은문고 刊)는 작가가 되려는 사람들이 글을 쓰고, 출판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는 77가지 비법을 전수하는 글쓰기 비법서다.정찰, 기술, 전략의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작가가 되는 일뿐만 아니라 작가로 살아가는 일에서 부딪히게 되는 갖가지 어려움을 덜어주려는 선배 작가의 자상한 가르침이 속속들이 배어있다. 책의 저자인 美 장르문학 작가 제임스 스콧 벨의 세심하면서도 엄격한 지침이 담겨 있는 것. 1부 정찰편에서는 작가가 되기 위한 용기를 북돋으면서도 성공한 작품은 어떻게 다른지 냉정하게 보여준다. 2부 기술편에서는 소설이 시작점에서 갖춰야 할 내용, 등장인물의 갈등과 시점의 활용 등 작법을 익히는 기본기를 정리해준다. 3부 전략편에서는 출판 시장에서 작품을 생산하는 사업가로서 작가가 갖추어야 할 자세를 짚어준다. 작가가 되고 싶지만 당장 글을 쓸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 작품을 쓰고는 있지만 작품을 끝맺지 못해 고전하는 사람들, 또는 완성한 작품을 가지고 있지만 그 작품을 어떻게 세상 속으로 내보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속 시원한 해결책을 제안한다. 값 1만8천원권소영기자 ksy@ekgib.com
여행에서 마주한 낯선 풍경과 사람, 그리고 그들을 아우르는 문화는 반복되는 일상을 뒤엎는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이 같은 여행의 순기능을 활용해 자아를 재발견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색다른 여행기가 출간돼 눈길을 끈다. ■ 청춘남녀 파리 불법체류기 그들은 왜 파리로 갔을까=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두 청춘의 야심만만하고 자발적인 파리 불법 체류기를 담고 있다. 글을 쓴 문신기와 사진을 찍은 이다혜, 이 두 사람은 2000년대 후반 어느 늦겨울 6개월 동안 아르바이트로 모은 피 같은 돈을 들고 그들의 세대를 88만원으로 치환해버린 대한민국을 뒤로한다.유학도 어학연수도 아니었던 그들은 관광객이 아닌 여행자로 파리에 스며든다. 서양화 전공자답게 파리의 아틀리에에 다니며 치열하게 그림을 그리고, 미술관을 헤집고 다니며 세계 각국의 청춘들과 예술과 삶을 논했다. 그렇게 3개월을 보내고 난 후 자발적 불법 체류자가 된 그들은 8개월간 단기 월세 다락방을 전전하며 고단한, 그러나 가장 행복한 240일을 보낸다. 이 청춘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는 이 시대의 부조리한 이면을 드러내며 이를 극복하는 꿈과 열정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디스커버리 미디어 刊. 값 1만3천800원. ■ 친구찾기 여행을 통해 본 나의 인생 서른 살의 인생 여행= 어른이 되는 것이 두려운 청춘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여행기다. 저자는 영국에서 작가 코미디언, 프로그램 진행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대니 월러스. 그는 서른 살 생일을 앞둔 어느 날 진정 원했던 삶을 살고 있는지 자문하게 된다. 이후 낡은 주소록을 발견한 그는 어릴 적 친구들을 찾아 길을 떠난다.인터넷과 전화만 있으면 쉽게 친구가 되고 만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는 철저하게 아날로그 방식으로 친구 찾기 여행을 선택한 것.그는 이 의미있는 여행을 통해 자신과 똑같이 나이를 먹어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앞을 바라보기 위해 뒤를 돌아봐야만 할 때도 있다는 것과 친구란 우리 인생을 정의하는 존재라는 것 등 인생의 소중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민음사 刊. 값 1만6천원. ■ 아마존북극모래사막 오지에서 만난 인간 원형 땅, 물, 불, 바람과 얼음의 여행자= 7년에 걸쳐 전 세계 오지를 여행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작가로 활동하는 저자 제이 그리피스는 아마존 숲과 안데스 산맥, 캐나다의 에스키모 거주지, 북극, 인도네시아의 바다 집시 마을, 호주의 모래 사막 등을 다니며 현대문명에 파괴된 참혹한 현장을 증언한다.저자는 또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가 인간의 본성에 대한 폭행이며 원주민들을 통해 인간이 되돌아갈 곳은 땅이라고 전한다. 알마 刊. 값 2만8천원.류설아기자 rsa119@ekgib.com
시 읽어주는 총장으로 유명한 최문자 협성대학교 총장이 시선집 닿고 싶은 곳(시월 刊)을 최근 내놓았다.최 총장은 지난 1982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이래 왕성한 시작 활동을 벌여온 시인. 그간 귀 안에 슬픈 말 있네와 나는 시선 밖의 일부이다 울음소리 작아지다 나무고아원 등 다섯권의 시집을 펴냈으며 박두진 문학상(2008)과 한송 문학상(2009)을 수상한 바 있다. 협성대 총장으로 취임한 이래 직접 시를 읽어주는 행사를 벌여 지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루는 대학 문화 조성에 리더십을 보여주기도 했다.신간은 그간 발표한 시 가운데 100편의 시를 가려뽑아 묶은 시선집으로 최 시인의 작품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나무는 죽을 때 슬픈 쪽으로 쓰러진다는 행으로 시작하는 표제작을 비롯해 1990년대와 2000년대, 2010년대 등 연대별 대표작들이 수록됐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시인의 농익은 표현과 감성, 세상과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각의 변화를 포착하는 것은 타자의 삶을 나의 인생에 대입해보는 색다른 재미를 준다. 이와 관련 김수이 문학평론가는 최 시인이 다룬 주제의 범주는 고통과 사랑과 생명의 트라이앵글 이라고 평했다.한편 최 시인은 서문을 통해 이 한 권의 시선집은 내 시의 유일한 흐름이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사유하고 사유한 것들을 시적으로 규정하고 언어화하는 데 능란한 시인이고 싶지 않다. 다만 강렬한 에너지를 내뿜는 환시나 광기의 촉수와 피를 가지고 시에게로 무작정 막무가내로 쓰려지며 투신하는 시인이고 싶다고 쓰고 있다. 최 총장의 왕성한 시작 활동을 기대케 한다. 값 5만원. 류설아기자 rsa119@ekgi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