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성작가 2인의 신작 나들이

강렬한 카리스마·스케일… ‘男 다른 필력’

따뜻한 기운이 퍼지는 봄, 국내 여류작가들이 신작을 들고 나들이를 나섰다. 하지만 여성의 가녀리고 섬세한 감성의 작품이 아니다. 소재부터 서사구조와 문체, 캐릭터 등 스케일을 자랑하는 남성작가들의 힘을 뛰어넘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정유정 작가의 소설 ‘7년의 밤(은행나무 刊)’과 천운영 작가의 장편 ‘생강(창비 刊)’이 바로 그것.

정유정 작가는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와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내 심장을 쏴라’ 등을 통해 한국 문단의 ‘아마존’으로 주목받는 소설가다.

 

그의 신작 ‘7년의 밤’은 액자 소설 형태다. ‘세령호의 재앙’으로 불린 사건 이후 7년 동안 ‘미치광이 살인마’로 불린 아버지와 그의 아들 ‘서원’ 에게 일어난 이야기가 큰 축이다.

 

7년의 밤  정유정 著, 은행나무 刊

 

죽음의 굴레를 벗겨주려는 아버지와

 

복수를 감행하는 피해자의 대결구도

 

안쪽 작품은 우발적으로 어린 소녀를 살해한 뒤 죄책감으로 미쳐가는 사내와 딸을 죽인 범인의 아들에게 복수를 감행하는 피해자의 숨 막히는 대결을 그린다. 바깥쪽 작품은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굴레를 쓴 아들이 아버지의 사형집행이라는 소식을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성장한 소년의 몸에는 여전히 올가미가 죄어져 있다. 이 두 이야기가 하나로 엮이고, 아들에게서 죽음의 굴레를 벗겨주려는 아버지의 마지막 승부수로 끝이 난다. 값1만3천원

 

지난 2008년 소설 ‘비늘’로 등단한 여류작가 천운영의 장편 ‘생강’은 한 고문기술자와 그의 딸 이야기로 지난해 창비 문학 블로그에 연재를 시작할 때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던 작품.

 

“물을 부어라. 천천히 조금씩 부어라. 목구멍과 콧구멍으로 동시에 들어가야 한다.… 입은 벌리게 되어 있고 물은 들어가게 되어 있다. 버티려 할수록 고통의 시간만 길어질 것을.”

 

생강  천운영 著, 휴먼앤북스 刊

 

딸을 통한 고문기술자 아버지의 내면 묘사

 

창비문학 블로그 연재와 함께 큰 반향 불러

소설은 불쑥 이 남자가 행하는 끔찍한 고문 장면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이 고문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절대적인 폭력의 중심이었던 그는 도망자이자 추방자의 처지가 된다. 도피를 거듭하던 그는 자신의 집, 다락방에 몸을 숨긴다. 그 다락방은 대학생활의 낭만을 꿈꾸는 딸 ‘선’의 궁전이었다. 소설은 아버지와 딸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아버지 ‘안’은 목사가 된 고문기술자 이근안 전 경감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작가는 가까운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하면서도, 사실 그대로 소설로 옮기는 대신에 아버지와 딸이라는 두 인물의 관계와 내면에 초점을 맞췄다.

 

자신의 신념이 뒤틀리면서 점차 비루하고 치졸한 존재가 되어가는 아버지, 그 때문에 스러졌다가 일어서는 딸을 통해 폭력과 공포가 인간의 몸과 내면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에 대한 아프도록 생생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값1만1천원   류설아기자 rsa119@ekgib.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