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탐구 이색 여행기 3선
여행에서 마주한 낯선 풍경과 사람, 그리고 그들을 아우르는 문화는 반복되는 일상을 뒤엎는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이 같은 여행의 순기능을 활용해 자아를 재발견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색다른 여행기가 출간돼 눈길을 끈다.
■ 청춘남녀 파리 불법체류기 ‘그들은 왜 파리로 갔을까’=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두 청춘의 야심만만하고 자발적인 파리 불법 체류기를 담고 있다.
글을 쓴 문신기와 사진을 찍은 이다혜, 이 두 사람은 2000년대 후반 어느 늦겨울 6개월 동안 아르바이트로 모은 피 같은 돈을 들고 그들의 세대를 ‘88만원’으로 치환해버린 대한민국을 뒤로한다.
유학도 어학연수도 아니었던 그들은 관광객이 아닌 여행자로 파리에 스며든다. 서양화 전공자답게 파리의 아틀리에에 다니며 치열하게 그림을 그리고, 미술관을 헤집고 다니며 세계 각국의 청춘들과 예술과 삶을 논했다. 그렇게 3개월을 보내고 난 후 자발적 불법 체류자가 된 그들은 8개월간 단기 월세 다락방을 전전하며 고단한, 그러나 가장 행복한 240일을 보낸다. 이 청춘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는 이 시대의 부조리한 이면을 드러내며 이를 극복하는 꿈과 열정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디스커버리 미디어 刊. 값 1만3천800원.
■ 친구찾기 여행을 통해 본 나의 인생 ‘서른 살의 인생 여행’= 어른이 되는 것이 두려운 청춘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여행기다.
저자는 영국에서 작가 코미디언, 프로그램 진행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대니 월러스. 그는 서른 살 생일을 앞둔 어느 날 진정 원했던 삶을 살고 있는지 자문하게 된다. 이후 낡은 주소록을 발견한 그는 어릴 적 친구들을 찾아 길을 떠난다.
인터넷과 전화만 있으면 쉽게 친구가 되고 만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는 철저하게 ‘아날로그’ 방식으로 친구 찾기 여행을 선택한 것.
그는 이 의미있는 여행을 통해 자신과 똑같이 나이를 먹어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앞을 바라보기 위해 뒤를 돌아봐야만 할 때도 있다는 것’과 ‘친구란 우리 인생을 정의하는 존재라는 것’ 등 인생의 소중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민음사 刊. 값 1만6천원.
■ 아마존·북극·모래사막… 오지에서 만난 인간 원형 ‘땅, 물, 불, 바람과 얼음의 여행자’= 7년에 걸쳐 전 세계 오지를 여행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작가로 활동하는 저자 제이 그리피스는 아마존 숲과 안데스 산맥, 캐나다의 에스키모 거주지, 북극, 인도네시아의 바다 집시 마을, 호주의 모래 사막 등을 다니며 현대문명에 파괴된 참혹한 현장을 증언한다.
저자는 또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가 인간의 본성에 대한 폭행이며 원주민들을 통해 인간이 되돌아갈 곳은 땅이라고 전한다. 알마 刊. 값 2만8천원.
류설아기자 rsa119@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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