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마음 어루만지는 <나는 가끔 화가 나요!>

책 표지에는 주인공 아이의 화가 낸 표정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연필로 슥슥 그린 듯한 그림은 마치 내가 화를 내는 것처럼 친근하다. 찡그릴 대로 찡그린 표정은 화는 참는 것이라고 배워온 우리에게 쾌감을 주기도 한다. 신간 나는 가끔 화가 나요!(머스트비 刊)는 누구나 갖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해주는 마음 친구 그림책이다. 시리즈로 나는 가끔 겁이 나요!도 출판된다. 화를 잘 내는 방법이 한때 유행했던 적이 있다. 분노가 많은 사회, 화 낼 일이 잦은 환경, 무조건 참는 게 미덕이 아니라 적당히 잘 화를 내야 내 마음이 다치지 않고 내 의견도 잘 전달할 수 있다는 거다. 화 잘 내는 방법은 어른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어린이들에게 두려움과 분노는 특히나 더욱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전거 타기, 학교 입학, 혼자 물건 사기 등 많은 게 콩닥콩닥. 배 속에서 팝콘이 튀겨지는 것처럼 뜨거운 마음이 터질 때도 있다. 스웨덴 아동문학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 칼레 스텐벡은 아이들에게 무조건 화를 참으라고 하지 말라고 한다. 대신 화를 어떻게 내고 어떻게 달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알려 줄 것을 알려준다. 화를 억누르면 눈덩이처럼 커지고, 내 몸 구석구석을 콕콕 찌른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화를 내서도 안 된다. 화는 여러 사람에게 전파되기도 해 처음엔 나만 화를 냈지만, 나중에는 엄마, 아빠, 친구들 등 더 많은 사람이 화를 내게 된다. 아이들의 성격마다 멋진 화내는 방법이 있는 만큼, 화딱지 리스트와 화풀이 리스트도 제공한다. 가정의 달 5월에 아이와 함께 읽기에 더욱 좋은 책이다. 정자연기자

활자로 펼쳐진 필드 위 감동…읽을만한 스포츠 서적 소개

코로나19 사태 완화에 따라 프로야구가 어린이날 개막을 확정했으며 프로축구도 다음달 9일 개막을 목표로 하는 등 프로 스포츠 개막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매년 찾아오는 스포츠지만 올해는 국내ㆍ외의 어수선한 분위기와 감염포비아 등으로 우여곡절 끝에 다시 우리 곁을 찾아와 그 느낌이 새롭다. 필드 위에 펼쳐질 감동을 미리 활자로 만나보는 건 어떨까. 경기장 밖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소한 감동과 이야기가 우리 가슴 속에 전해질 것이다. ▲ 그땐 그랬지국내ㆍ외 스포츠 스타들의 회고로 추억을 되살리다 스포츠 호사가들의 입에 아직도 오르내리는 일화는 종목을 막론하고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국보급 투수 선동열이 경기 전 날 고주망태가 되도록 술을 마시고도 다음날 경기에서 완봉승을 거둔 일화, 차붐 차범근이 1967년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6분 동안 3골을 넣은 일화 등은 그 시대에 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당사자들의 위엄과 스포츠의 멋을 전달한다. 야구는 선동열(민음인 刊)은 저자인 선동열이 지난 2018년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야구대표팀 감독으로 금메달을 획득했음에도 선수 선발 논란으로 국정감사를 거친 후 사퇴한 이후에 쓰여졌다. 이 책은 저자가 단순히 국보급 투수로 살아 온 야구 인생을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투수 육성ㆍ교정론과 한국야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를 이야기한다. 또, 자신과 함께했던 경쟁자와 동료, 지도자에 대한 평가를 솔직하게 담아내 야구선수를 넘어서 한 인간의 인생과 인생관을 엿볼 수 있다. 볼 포(한스미디어 刊)는 메이저리그의 너클볼러 짐 바우튼의 자서전으로 정우영 SBS 스포츠 캐스터와 한승훈 야구해설가, 최민규 야구기자가 번역을 맡아 눈길을 모았다. 이 책은 야구본색, 약물에 취해(Juiced) 등 전직 야구선수들이 프로야구판에 존재하는 약물, 스캔들, 도박, 인종차별 등을 알린 책들의 아버지 격이라 할 수 있다. 이 안에 담긴 내용에는 자신이 거쳐왔던 팀들과 팀메이트를 향한 평가와 더불어 이들을 향한 뒷담화도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저자는 이 때문에 야구계에서 한동안 협박과 따돌림을 당하는 등 고초를 겪기도 했다. 이외에도 2010년 월드컵 전후로 수 차례 자서전을 쓴 박지성의 멈추지 않는 도전, 나를 버리다, 박지성 마이 스토리를 통해서 저자가 3번의 월드컵 출전과 PSV 아인트호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해외 유수 클럽에서 활약하며 경쟁에서 승리해 온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 그라운드 밖 사람들이 그려낸 스포츠 이야기팬과 관계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다 그라운드 밖에는 팬, 기자, 구단 프런트 등 스포츠를 지탱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스포츠를 바라 본 시각은 선수들의 자서전과는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그 예시에 걸맞는 서적인 머니볼(비즈니스맵ㆍ한스미디어 刊)은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메이저리그의 강자로 군림해 온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단장 빌리 빈의 실화를 담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저예산으로 매번 밑바닥에 머물던 팀이 상위권으로 도약하게 된 이야기는 비교적 진부하나 그 안에서 빌리 빈 단장이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아울러 빌리 빈 단장의 선수 영입 철학인 ▲출루율과 수비 강조 ▲나름의 스카우팅 철학 ▲고점에 오른 선수는 비싼 가격에 좋은 유망주들과 트레이드 등은 메이저리그의 전체 패러다임도 바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때문에 산다(브레인스토어 刊)도 팬의 관점에서 각 응원팀의 역사와 추억, 회자되는 선수들을 조명해 공감대를 낳았다. 최근에는 개량 버전인 2.0 버전까지 출간돼 관심을 모은다. 지금은 의리 축구, B급 선수 발언으로 한국 축구계의 중심에서 변방으로 물러났지만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를 다룬 책도 아직까지 사랑받고 있다. 그는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스위스, 영국 등 강호들을 상대로 동메달을 획득해 국민 영웅의 반열에 올랐다. 홍명보의 미라클(자음과 모음 刊), 팀 홍명보호 스토리(북 오션 刊)는 현장에서 활동하며 홍명보호를 꾸준히 지켜본 스포츠 전문지 기자들이 의기 투합해 성공 원동력과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조명한다. 앞서 그는 2002 월드컵 직전에 자서전 영원한 리베로(刊)를 출간한 바 있다. 비슷한 예로 꿈은 이루어진다(조선일보 刊)도 약 20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되는 책이다. 조선일보 스포츠레저부, 사진부, 편집부 기자들이 의기 투합해 만든 책으로 2002 월드컵 4강 신화 당시 선수 23명 개개인을 조명한 코너와 타임라인식 전개로 당시 신화창조 원동력을 소개했다. 권오탁기자

의료인의 시집은 어떤 감성일까 <질그릇과 옹기장이>

의료인과 문학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환자 수천수만명을 맞아 그들과 감정을 공유하고 교류 한다는 점에서는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황건 인하대 의대 교수가 출간한 질그릇과 옹기장이(재남 刊)에는 문학과는 거리가 멀듯한 의료인이 일상과 무의식 속 자신의 감성을 녹여낸 흔적이 남겨져 눈길을 모은다. 시집에는 허혜원 화백의 삽화도 수록돼 활자와의 조화를 이뤄냈다. 황 교수는 일상 속에서 떠오른 시상이 시간이 지나면 머릿 속에서 사라질까봐 종이에 적곤 했다고 한다. 일상 속 은은한 자극이 무의식 속에 모여져 의식 수면 위로 떠오른 언어라 그 순수성과 정제되지 않은 매력이 공존한다. 시집은 총 5부 64편으로 구성됐다. 1부부터 제목인 애별리고(愛別離苦)를 통해 이번 시집의 의미를 전달한다. 애별리고는 부모ㆍ형제ㆍ처자ㆍ애인 등과 생별사별함으로써 받는 괴로움이라는 뜻으로 저자는 비약과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드러냈다. 1부 대표작 중 하나인 꽃나무에서는 (꽃)봉오리로 표현한 당신을 화자 자신이 터트려 나는 당신을 밝히고, 당신의 향기가 나를 취하게 하는 형태를 보였다. 이때 세월이 지나도 당신이 나를 꽃피게 한다, 나는 당신의 꽃나무 등의 비장한 표현을 통해 순수한 감정을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또. 시각ㆍ후각적 표현 등보다 감각적인 표현을 사용해 의미 전달을 더 강조했다. 의료인답게 1부의 수술가위의 노래, 5부(내가 나를 바라보니)의 외과의사 등 직종 관련 제목을 가진 시도 있다. 수술가위의 노래는 무생물인 수술가위에 의식을 부여해 화자 삼아 쓰여졌다. 수술가위는 언제나 수술을 위해 준비돼 있음은 물론 당신이라 표현한 의사의 손에 잡혀 날마다 낡아가면서도 의미 깊은 일을 해나간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또, 외과의사는 낡아가는 이 몸은 베어도 피 안 묻는 칼을 찾아 이십 년을 통해 의사로 살아온 인생을 반추하며 그 소회를 간접적이고 짧게 담아냈다. 이경철 문학평론가는 이번 시집은 황 시인의 첫 시집으로 우리네 일상과 보편적 교양을 재료 삼아 편안함을 선사한다라며 이제 떠나가고 없는 당신을 향한 지극한 사랑과 이분법을 뛰어넘는 사고 등을 담은 만큼 독자에게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값 9천원. 권오탁기자

머지않아 기후재난은 닥쳐온다 <2050 거주불능 지구>

매년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우고자 제정한 날로 순수 민간운동에서 시작됐다. 올해는 지구의 날이 50주년을 맞는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2050 거주불능 지구(추수밭 刊)는 지구의 날 50주년을 맞이해 출간됐다. 뉴욕매거진의 부편집장이자 칼럼니스트인 저자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미국 싱크탱크 기관인 뉴아메리카의 연구원이다. 2017년 7월 9일 지구온난화의 재난 시나리오를 밝혀낸 리포트 거주불능 지구 (THE UNINHABITABLE EARTH)를 뉴욕매거진에 기고해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리포트는 뉴욕매거진 역사상 가장 많이 읽혔고, 더욱 상세하게 풀어내 책으로 출간됐다. 책은 출간 즉시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가 됐다. 현재 저자는 TED 강연을 비롯한 여러 활동을 통해 지구온난화 시대에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적극적인 행동과 생활 방식 등을 활발히 전하고 있다. 저자는 애초 환경운동가도 아니었고 평소에 딱히 자연 친화적으로 살아본 적이 없었다. 우연히 기후변화에 대한 칼럼을 써줄 것을 의뢰받고 몇 년에 걸쳐 글을 쓰면서 필요한 자료와 이야기를 수집한다. 저자가 심각성을 느꼈던 점은 자연 그 자체가 아니었다. 기후변화가 오늘날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끔찍한 상황이었지만, 여전히 환경운동 차원에서만 다뤄졌다는 점에 심각성을 느낀다. 저자는 플라스틱 쓰지 않기나 채식주의와 같은 개인의 윤리적 각성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기후변화의 막대한 영향력을 규명한다. 책은 마치 걷잡을 수 없는 전염병 등으로 총체적 위기를 맞이한 인류 사회가 반드시 참고해야 할 기후재난 대응 매뉴얼이자 미래보고서처럼 느껴진다. 최신 연구 자료와 통계적 근거를 바탕으로 가장 믿을 만한 기후변화의 미래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12가지 기후재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위험성을 자세하게 서술한다. 그동안 알면서도 모르는 척 외면해왔던 자연과 지구를 대하는 우리의 행동에 경종을 울린다. 정자연기자

베토벤 탄생 250주년, 책으로 살펴보는 천재 예술가

올해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다. 베토벤을 기리는 음악회가 줄줄이 예상됐던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자취를 찾기 어려워졌다. 베토벤의 세계로 가는 책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출판업계에는 그와 관련된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베토벤은 과연 누구이고, 그가 살았던 시대는 어떠했는지, 책들을 소개한다. ■임현정 피아니스트가 바라본 베토벤 피아니스트 임현정의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원앤원북스 刊)는 베토벤의 친필 편지에서부터 각종 평전과 연구서 등 3천 쪽에 달하는 자료들을 독파해냈다. 베토벤의 스토커답게 그는 왜곡되고 과장된 그의 이미지가 아닌, 인간 베토벤을 알고자 한다. 또 그렇게 해야만 작품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베토벤의 삶의 여정을 따라다가 보면 지극히 인간적인 삶을 살아간 그가 자신의 모든 경험을 그저 악보에 표현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라 전하기도 한다. 피아니스트가 들려주는 베토벤의 이야기를 통해 천재 예술가의 음악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클래식과 친해지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과장된 허울 벗고 인간 베토벤 바라본 얀 카이에르스 1993년부터 2003년까지 벨기에의 베토벤 아카데미 예술감독을 맡은 지휘자이자 음악학자 얀 카이에르스가 펴낸 베토벤(도서출판 길 刊)은 방대한 자료를 섭렵해 인간 베토벤을 복원한다. 모두 5개 챕터로 이뤄져 1부 어린 예술가는 베토벤과 이름이 같은 할아버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이 고향인 벨기에를 떠나 본으로 이주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특히 베토벤의 생애를 사소한 부분까지 책은 되살리고 있다. 그동안 베토벤을 과장하거나 왜곡해온 온갖 포장과 낭만적 수식을 벗겨 내면서 베토벤의 민 낯을 드러낸다. ■교향곡으로 베토벤을 되살리다 미국 원로 음악학자 루이스 록우드가 베토벤의 9개 교향곡을 파헤친 책 베토벤 심포니(바다출판사 刊)는 그의 교향곡 모든 것을 담았다. 베토벤이 남긴 스케치북과 자필 악보, 수첩 등을 바탕으로 교향곡에 얽힌 역사적 배경과 창작 동기, 그를 둘러싼 심리 등을 파헤친다. 인간 베토벤의 개인사, 그 시대의 문화와 음악과 예술 등도 어우러져 베토벤과 그 시대의 음악을 이해할 수 있다. 정자연기자

전곡선사박물관장이 들려주는 <왜 호모사피엔스만 살아남았을까?>

구석기 시대는 전 세계 어느 교과서를 봐도 공통되게 배우는 역사다. 인류 진화의 과정과 의미를 담았고, 우리 존재의 기원을 찾아가는 시대다. 그 중요성만큼이나 그 시대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구석기 시대의 보고를 담은 연천 전곡선사박물관의 이한용 관장이 구석기 시대와 인류 진화에 대한 수필집을 냈다. 왜 호모사피엔스만 살아남을까?이다. 이거 그냥 짱돌 아니에요?, 인류 진화설은 사실인가요? 이 관장은 전곡선사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하루에도 열두 번씩 유물의 과학성을 쉽고 논리적으로 입증한다. 책은 그가 박물관장의 경험을 곁들여 인류 진화의 과정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 설명부터 최신 연구까지 유쾌하게 풀어냈다. 오랫동안 고고학과 시민의 다리 역할을 했던 경험을 발휘해 펴낸 책이다. 책을 펼치면 온전히 알 수 없어 신비롭고 매혹적인 고고학의 매력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인류가 사용한 도구와 인류의 기원, 인류의 예술까지 인류 시초의 모든 것을 담아낸다. 석기, 뇌, 육식, 두 발 걷기처럼 인류 진화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부터 흑요석, 바늘, 외계인, 구석기날조사건, 호빗 등 그 시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수백 개의 조가비를 연결해 만든 모자, 블롬보스 동굴에서 발견된 #모양의 기호, 최초의 악기 등 다채로운 유물을 소개하며 인류가 걸어온 발자취를 설명한다. 1990년 전곡리 발굴조사 현장에서 실무진으로 일한 뒤 30년째 고고학 유물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석기는 과학이자 예술이며 인류의 미래를 알 수 있는 열쇠라 말한다. 매년 한국에서 세계구석기 심포지엄을 열고 주먹도끼를 직접 만들어 분석하는 실험연구를 한다. 또 고고학 유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며 2011년 박물관 개관 후부터 학예팀장을 맡은 후 2015년부터 현재까지 전곡선사박물관장을 일하는 중이다. 그는 우리가 인류의 진화와 구석기시대에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앞으로도 우리 인간은 계속 진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디서 왔는지를 아직 확실히 모르기에 어디로 갈지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비롯됐는지를 아주 가끔은 생각해 보는 삶이 조금은 더 보람된 삶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 알고 싶었으나, 다가가지 못해 늘 궁금했던 인간 존재에 대한 퍼즐이 조금은 맞춰진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아직 땅속에 묻혀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증도 더해진다. 값 1만 3천300원 정자연 기자

제대로 마음을 치유하는 실전서 <당신이 옳다>

우리는 늘 타인의 시선과 기대에 부응하려 발버둥치고, 갑질하는 조직에서 억지 미소로 참아내기 일쑤다. 성공과 효율을 좇는 사회의 기준에 허덕이고, 관계의 고단함 속에 내 마음은 뒷전이 되기 십상이다. 존재 자체로 존중받지 못할 때 각자의 개별성은 무시된다. 이에 더해 최근 코로나19로 마음의 중심은 더더욱 잡기 어렵다. 이런 팍팍한 현실 탓일까. 지난 2018년 10월에 나온 심리학 책이 최근 베스트셀러에 다시 등극했다. 정신과 의사 정혜신 박사의 교양심리학 도서 당신이 옳다(해냄 刊)다. 책은 지난달 주요 서점가에서 5위 안에 진입하며 차트 역주행을 하며 다시 주목받았다. 저자는 30여 년간 정신과 의사로 거리의 치유자로 현장에서 쌓아 올린 경험과 내공, 정성을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책은 우리에게 심리적 CPR(심폐소생술)이 절실하다고 진단한다. 나를 구하고 너를 살릴 수 있는 실전 방법을 세밀히 담았다. 무엇보다 마음의 치유를 위해 자기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에 집중하라고 한다. 진정한 공감만이 마음의 상처들을 치유할 수 있으며, 그 치유로 우리가 참된 삶과 관계와 평형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충조평판을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충조평판은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이다.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는 다른 어떤 치유법보다, 당신 지금 마음이 어때요?라는 질문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내 느낌이나 감정은 내 존재로 들어가는 문이다. 느낌을 통해 사람은 진솔한 자기 존재를 만날 수 있다. 느낌을 통해 사람은 자기 존재에 더 밀착할 수 있다. 느낌에 민감해지면 액세서리나 스펙 차원의 나가 아니라 존재 차원의 나를 더 수월하게 만날 수 있다. 나가 또렷해져야 그다음부터 비로소 내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값 1만5천800원 정자연기자

[이 주의 신간소개] 1991 外

1991 /마이클 돕스ㆍ허승철 著 / 모던 아카이브 刊 공산주의라는 역사상 가장 거대한 실험은 왜 어떻게 실패했을까? 역사상 가장 맷집이 좋았던 독재체제에 치명타를 날린 인물은 누구일까? 내년이면 30주기가 되는 1991년 12월25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해체 선언으로 한때 미국과 함께 세계의 운명을 좌우한 소련 제국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이 주제를 장기간 취재한 독보적 언론인 출신 작가 마이클 돕스는 근현대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할만한 공산주의 붕괴와 소련 해체가 진행된 12년을 672쪽 분량의 이번 신간에 담았다. 아울러 구소련 전문가이자 전(前) 우크라이나 대사로 일한 허승철 고려대학교 교수가 번역하고 사건 관련 고화질 사진과 이미지 27장을 삽입해 소장가치를 높였다. 값 3만5천원. 나로 살기 위해 오늘도 일하다 / 오타키 준코 著 / 탐나는 책 刊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여전한 사회에서 건강하게 자신을 지키며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임신과 출산으로 일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지만, 진짜 나로 살기 위해 다시 일을 시작했고 결국 사장 자리에 오르게 된다. 오늘날 일과 생활의 균형을 잡지 못해 힘들어하는 여성들에게 저자는 30여 년간 일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오히려 여성이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노하우를 알려준다. 저자는 30여 년 동안의 직장 생활에서 여러 차례 벽에 부딪히는데, 그 이유는 단 하나 여자라는 것이었다. 남성 중심 사회는 여성의 약점만 부풀리며 여성을 차별하지만, 저자는 여성의 강점을 일하는 방식과 결합하여 성공을 이루어낸다. 이 책에는 저자가 경험을 통해 체득한 여성으로서 행복하게 오래 일하는 법이 담겨 있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당당하고 지혜롭게 일하는 기술을 전한다. 값 1만5천원. 스웨덴 국세청 성공스토리 /레나르트 위트베이, 안더스 스트리드 著 /세상 刊 이번 신간은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로 손꼽히는 스웨덴에서도 가장 바뀌기 어려울 것 같은 국세청이라는 국가기관이 어떻게 성공적으로 혁신을 이루었는지 변화의 과정을 경험과 관점에 기초해 풀어낸 이야기다. 특히 조직문화의 변화, 고객에 대한 친절한 응대의 중요성, 그리고 높은 수준의 신뢰에 대해 서술하며 국가기관의 가장 중대하고 막강한 자산은 바로 신뢰라고 확신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스웨덴 최고 권력기관이 어떻게 신뢰를 올리게 되었는지에 주목한다. 스웨덴 국세청의 성공스토리를 통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독자들 뿐만 아니라 더 나은 조직의 발전과 혁신을 바라는 모든 이들에게 실질적인 조언과 영감을 줄 전망이다. 값 1만6천원.

다양한 오브제와 관점 곁들인 <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라는 말처럼 역사 속 특정 사실은 누가 쓰고, 누가 바라보느냐에 따라 후대에 다른 방향으로 전달된다. 과거부터 역사를 기록한 이들의 대다수는 남성이었고 역사 속에서도 동양의 측천무후, 서양의 엘리자베스, 예카테리나 황제 등을 제외하면 여성이 조명된 역사는 극히 짧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여성의 삶과 이를 바꾼 모든 것을 조명한 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웅진 지식하우스刊)가 출간됐다. 저자인 매기 앤드루스와 재니스 로마스는 영국의 여성학자로 이들은 이번 신간을 통해 남다른 시선으로 세심하게 골라낸 여성사의 100가지 상징들을 조명한다. 이들은 100가지 상징을 매개로 여성의 몸, 사회적 역할의 변화, 기술의 진보, 미의식과 소통, 노동과 문화, 정치 등 총 여덟 가지 분야에 걸쳐 광범위한 여성사를 설명한다. 챕터는 총 8개로 ▲몸과 모성, 섹슈얼리티_여성의 경험을 미리 결정지어온 것들 ▲아내와 가정주부_사회의 기대와 변화의 순간들 ▲과학과 기술_가사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해방 ▲패션과 의상_여성이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식 ▲소통과 이동, 여행_참여 혹은 탈출의 수단 ▲노동과 고용_정체성의 발견 ▲창작과 문화_관념에 도전하는 법 ▲여성의 정치_그리고 살아남다 등으로 구성됐다. 책은 인류의 할머니, 최초의 인류라 불리는 루시의 뼈라는 유물을 소개한다. 저자들은 최초의 인류로 발견된 루시가 여성인 점에 포커스를 맞추며 그 후 여성의 역사가 진화해왔지만 그 발자취를 찾기 힘들다는 점에 유감을 표했다. 이에 오브제를 통해 여성 역사를 조명한다. 이를테면 16세기 스코틀랜드의 잔소리꾼 굴레를 주제로 당시 가부장적인 규범에서 벗어나 불손하거나 제멋대로 말하는 여성의 입에 채운 기구를 설명하며 여성 억압의 역사를 드러낸다. 19세기 자전거를 주제로 한 잡지가 자전거에는 여성의 최고 매력인 유혹적인 자세가 전혀 없다라고 논평한 점도 마찬가지다. 이번 신간을 통해 여성 억압, 극복, 현대의 새로운 쟁점을 엿볼 수 있을 전망이다. 값 1만9천800원 권오탁기자

일상에 지친 마음 달래줄 미학 에세이 <예술과 나날의 마음>

샤르댕 말년의 대표작인 정물화 물컵과 커피포트 옆에 4줄의 평이 쓰여있다. 흔해빠진 것들은 고귀하다./사람의 현실과 꿈도,/생활과 구원도/여기에서 출발할 것이다. 오래전의 명화와 오늘날의 삶을 연결한 저자의 관록과 미학은 복잡한 마음에 잠시나마 평온을 가져다 준다. 예술을 통해 지금보다 나은 내일을 말하는 미학 에세이 예술과 나날의 마음(한길사 刊)이 출간됐다. 충북대 독문학과 교수인 저자 문광훈은 자신이 오랫동안 미학을 연구하며 아껴온 미술ㆍ음악문학작품을 소개한다. 고야나 렘브란트, 카라바조나 페르메이르의 그림에 대한 해설이 있는가 하면 형상이나 바로크, 숭고 같은 미학의 주요 개념에 대한 논의도 있다. 책은 그림을 통해 시와 철학의 관계를 성찰하고, 문학을 통해 삶을 사랑하는 방식을 말하기도 한다. 제1장 문화와 야만 사이에서는 고야의 작품을 통해 잔혹하고 비참한 현실 속에서 예술가들은 무엇으로 삶을 지속하고,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말한다. 제2장 평범한 것들의 고귀함에서는 샤르댕, 호퍼 등의 작품을 소환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자연을 관조하는 기쁨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제3장 시와 미와 철학에서는 미학에 자주 등장하는 형상, 알레고리, 변용, 승화 등의 개념에 대해 깊이 성찰한다. 저자는 놀라운 규칙성과 변형, 기하학적 질서가 담긴 독일의 사진가 블로스펠트의 작품을 소개하며 자연가 예술은 삶의 숨은 질서를 드러내는 두 원천이라고 강조한다. 제4장 사라진 낙원을 그리다에서는 푸생, 코로 등의 작품이 등장한다. 좀 더 나은 사회에 대한 꿈과 시각 비전이 인류를 어떻게 움직여 왔는지 생각하게 한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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