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라는 말처럼 역사 속 특정 사실은 누가 쓰고, 누가 바라보느냐에 따라 후대에 다른 방향으로 전달된다. 과거부터 역사를 기록한 이들의 대다수는 남성이었고 역사 속에서도 동양의 측천무후, 서양의 엘리자베스, 예카테리나 황제 등을 제외하면 여성이 조명된 역사는 극히 짧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여성의 삶과 이를 바꾼 모든 것을 조명한 <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웅진 지식하우스刊)가 출간됐다.
저자인 매기 앤드루스와 재니스 로마스는 영국의 여성학자로 이들은 이번 신간을 통해 남다른 시선으로 세심하게 골라낸 여성사의 100가지 상징들을 조명한다. 이들은 100가지 상징을 매개로 여성의 몸, 사회적 역할의 변화, 기술의 진보, 미의식과 소통, 노동과 문화, 정치 등 총 여덟 가지 분야에 걸쳐 광범위한 여성사를 설명한다. 챕터는 총 8개로 ▲몸과 모성, 섹슈얼리티_여성의 경험을 미리 결정지어온 것들 ▲아내와 가정주부_사회의 기대와 변화의 순간들 ▲과학과 기술_가사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해방 ▲패션과 의상_여성이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식 ▲소통과 이동, 여행_참여 혹은 탈출의 수단 ▲노동과 고용_정체성의 발견 ▲창작과 문화_관념에 도전하는 법 ▲여성의 정치_그리고 살아남다 등으로 구성됐다.
책은 ‘인류의 할머니’, ‘최초의 인류’라 불리는 ‘루시의 뼈’라는 유물을 소개한다. 저자들은 최초의 인류로 발견된 루시가 여성인 점에 포커스를 맞추며 그 후 여성의 역사가 진화해왔지만 그 발자취를 찾기 힘들다는 점에 유감을 표했다. 이에 오브제를 통해 여성 역사를 조명한다. 이를테면 16세기 스코틀랜드의 ‘잔소리꾼 굴레’를 주제로 당시 가부장적인 규범에서 벗어나 불손하거나 제멋대로 말하는 여성의 입에 채운 기구를 설명하며 여성 억압의 역사를 드러낸다. 19세기 자전거를 주제로 한 잡지가 ‘자전거에는 여성의 최고 매력인 유혹적인 자세가 전혀 없다’라고 논평한 점도 마찬가지다.
이번 신간을 통해 여성 억압, 극복, 현대의 새로운 쟁점을 엿볼 수 있을 전망이다. 값 1만9천800원
권오탁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