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모 있는 의학과 역사 상식… 3편에 걸쳐 출간된 의학사 시리즈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의학 분야를 향한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도 높아졌다. 더욱이 의학과 관련한 역사도 다시 조명받으면서 전염병은 왜 계속 반복되는지 인류는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는지 등의 질문과 답변이 무한히 반복되고 있다. 올해 총 세편에 걸쳐 출간된 의학사 시리즈(사이언스북스 刊)는 우리가 미처 던지지 못한 질문과 듣지 못한 답변을 재미있게 풀어낸 신간이다. 저자인 이재담 서울 아산 병원 교수는 이 시리즈를 무서운 의학사, 위대한 의학사, 이상한 의학사로 구성했다. 과거 그가 다양한 매체에 연재한 글 217편이 무서운, 위대한, 이상한 이라는 3개의 키워드로 재정리 돼 독자가 의학의 역사에 입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2~3페이지 분량인 짧은 에피소드로 구성돼 부담이 적은 편이다. 1편 무서운 의학사는 하느님의 천벌, 사신의 보이지 않는 손 등으로 묘사된 역사 속 치명적인 질병을 다룬다. 그리고 그 질병이 갖고 온 역사적 여파와 특정 인물에게 끼친 영향 등을 조명한다. 그 예로 3년간 2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세 유럽의 페스트, 제1차 세계대전 이상으로 희생자를 낳은 1918년의 스페인 독감 등이 있다. 흥미롭게도 단순히 무서운 병에만 주목한게 아니라 무서운 사람들, 의사, 의료도 조명했다. 수술받고 죽으나 그냥 병으로 죽으나 별반 차이가 없던 18세기 유럽 병원, 얼음 송곳으로 환자의 뇌를 후벼 파 반송장으로 만든 의사가 노벨상을 수상하기에 이른 20세기 정신 의학 등은 수많은 의사와 환자의 희생 위에 현대 의학이 존재하고 있음을 일깨워준다. 이어 2편 위대한 의학사는 의학사를 빛낸 위대한 의사들을 조명하며 이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린다. ▲600번의 실패 끝에 찾아낸 매독 치료제 ▲헌신과 박애로 영국 의료 체계를 바꾼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이론보다 실험과 검증으로 무균 수술법을 확립한 조지프 리스터 ▲한 나라 전체의 힘을 모아 만들어 낸 소아마비 백신 ▲20년에 걸친 집념으로 이뤄낸 최초의 시험관 아기 시술 등이 담겨있다. 수많은 역경과 좌절, 시행착오를 이겨 내며 사람의 목숨을 구한다는 타협할 수 없는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기적 같은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마지막편인 이상한 의학사는 지금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지만 과거에는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했던 질병, 미신ㆍ마법ㆍ무지가 낳은 기상천외한 약과 의료 행위, 자신만의 신념을 지켰던 괴짜 의사들을 종합적으로 담았다. 워털루 전투와 유럽 대륙의 운명을 결정했던 황제의 치질, 종교 개혁가 마르틴 루터를 죽음의 지경까지 몰고 갔던 요로 결석 등이 수록돼 있다. 현대인의 눈에는 황당무계하게만 보이는 실수와 목숨을 건 실험들이 결국에는 의학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길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값 2만2천원. 권오탁기자

어른들을 위한 안내서...그림책 전성시대

그림책은 어린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작가들의 에세이는 물론 환경, 삶, 일상을 다시 돌아보게끔 하는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 인기를 얻고 있다. 팍팍한 현실에서 때론 그림 한 장이 큰 울림이 주기 때문일 테다. 어른들을 위한 다양한 가치를 담은 그림책을 살펴봤다. ■환경, 삶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주는 커다란 커다란(글로연 刊) 창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기린이 낚싯대를 들고 집을 나선다. 기린은 원하던 대로 커다란 물고기를 낚지만, 그 물고기는 곰 인형을 삼키고 있다. 또 커다란 커다란을 외치며 기린은 낚시를 계속한다. 기린이 낚은 물고기들은 오르골, 장난감 자동차, 딸기 우유, 책, 사탕 등을 차례로 삼키고 있다. 기린은 생각한다. 아, 내가 쫓고 있던 것은 커다란 물고기가 아닌 행복하고 반짝이는 아름다운 순간이구나. 명수정 작가의 그림책 커다란커다란은 오늘의 우리에게 두 개의 이야기를 던진다. 삶에서 진정 커다란 것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우리가 버리는 수많은 것은 어떻게 쓰레기가 되는가. 형광의 색깔들로 그려진 이 물건들은 바다에 버려진 물건을 먹고 병드는 물고기에 대한 보고이자, 우리의 삶의 가치가 더 아름답게 빛날 수 있는 지점을 말해준다. 값 2만1천원. ■인생은 무엇인가 살아 있다는 건(비룡소 刊) 코로나19는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늘 마주하던 이들은 만나기 어려워졌고, 일상적인 것들은 일상이 아닌 게 돼 버렸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삶을 앗아감과 동시에 진정한 삶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살아 있다는 건은 지금 이 시기에 딱 어울리는 그림책이다. 다니카와 ?타로가 삶의 소중함에 대해 노래한 시 「살다」를 어린이의 시선으로 담아낸 그림책이다. 시인은 삶을 거창한 것에 비유하지 않는다. 단지 지금 우리가 목이 마르거나, 햇살이 눈 부신 것 등 무척 일상적인 행위와 곁에 있는 존재를 환기하며 지금 살아 있다는 감각을 일깨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삶의 질문. 그에 대한 가장 따뜻하고 근본적인 대답을 들려준다. 앞으로 세상을 살아갈 아이들뿐만 아니라 치열한 삶을 견뎌내는 어른들에게도 길잡이와 휴식처가 되어 준다. 값 1만3천원. ■누구나 시련을 견딘다 어른의 그림책(메멘토 刊) 그림책과 사람에 기대어 마음을 돌보고, 소중한 이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갈 방도를 알려주는 가이드북이자 독서 에세이다. 저자 황유진은 한때 IT 통신회사에 10년간 다니며 워킹맘 생활을 하다 그림책으로 용기와 위로를 얻는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도 그림책의 선한 영향을 전하고자 그림책테라피스트라는 새로운 직업을 얻었다. 책은 저자가 그림책 읽는 모임을 이끄는 이야기를 담았다. 함께 읽기 모임에 참석한 이들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주인공이 맞닥뜨리는 위기와 갈등을 재해석하고, 다르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나누며 안도한다. 인생에서 휘청거리는 것은 나만이 아니라고 누구나 시련을 견디는 법이라고, 그림책은 물론이고 함께 읽는 이들이 말해준다. 값 1만7천원. 정자연기자

코로나에 발 묶인 당신에게 전하는 여행…‘건축가의 여행의 기억’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은 꿈도 꿀 수 없는 요즘. 코로나블루를 극복할 만한, 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이 생생하고 고스란히 담긴 책이 있다. 정성우 건축가가 지은 건축가의 여행의 기억이 그 주인공이다. 건축물을 설계하고, 그 속에 자신의 철학을 담아온 정씨는 어느날 문득 유럽으로의 여행을 계획한다. 부인과 딸까지 세 가족이 함께 떠나는 여행, 저자는 그 시작부터 끝까지의 과정을 사진과 함께 담담히 풀어낸다. 처음 여행을 계획해 충동적으로 표를 예매하고는 부인의 눈치를 보며 표를 내놓기까지의 과정, 파리에 도착해 돈봉투와 지갑을 잃어버리고 비상금으로 겨우겨우 도착한 숙소가 엉망이었던 이야기, 그 숙소에서 다시 돈봉투를 되찾는 과정까지 낯선 초행길에서 만날 각종 위기의 상황들에 대응했던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꾸밈없이 솔직한 그의 여행담은 마치 내가 직접 겪은 일같은 착각을 불러오며 독자로 하여금 그가 머문 유럽의 어느 공간에 와닿게 만든다. 파리와 런던을 거쳐 베네치아로, 다시 파리로 돌아오는 그의 여정에서 특히나 흥미로운 것은 건축가의 시선으로 바라온 유럽의 건축물들이다. 그는 각 도시별로 런던은 조화, 베네치아는 익숙하지 않은 독특함, 파리는 세련되고 멋진 클래식이 어울리는 도시라고 표현했다. 각 도시에서 만난 건축물 속에 담긴 역사와 변화의 흐름을 고스란히 담아내 건축물이 가진 고유의 의미까지 세밀하게 담아 읽는 순간 유럽의 어느 도시로 당신을 데려다 놓을 것이다. 값 1만7천500원. 김경희기자

저마다의 개성 고스란히 녹인… ‘4인4색’ 詩

시인 4명이 저마다의 시상을 설명하고 서로를 묘사한 시집 언제나 거기 그대로(문학과사람 刊)가 출간됐다. 조병기, 허형만, 임병호, 정순영 시인이 저마다 20편씩 자작시를 모아 총 80편의 시를 선보이는 이번 시집의 구조는 다소 독특하다. 본 80편의 시를 시작하기에 앞서 각 시인들은 저마다 시인으로서 어떤 스타일인지, 어떤 심상을 강조하고 있는지를 인물시 형태로 표현했다. 그 예로 조병기 시인편에서 허형만 시인은 마냥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처럼 맑고 티 없이 오직 시에만 젖었느니라는 직접적인 표현에 욕심도 미움도 다 바람결에 날린 학이 소나무 위에 단아하게 날개를 접듯이라는 묘사로 조병기 시인이 어떤 시인인지 설명했다. 임병호 시인편에서도 정순영 시인이 그가 평소 광교산을 주제로 시를 다작한 점을 참고해 소박한 서정시인, 저항시인, 토박이 시인, 딸깍발이 시인이라는 표현으로 그를 묘사했다. 본편에 수록된 80편의 시도 시인들 저마다의 색깔이 순수하게 드러났다. 조병기 시인은 버지니아 울프에게를 통해 버지니아 울프가 과거 보여 준 사랑, 고뇌, 불면, 생애, 죽음을 사랑한다는 표현을 직접적이며 시각적인 심상으로 나타냈다. 또, 허형만 시인은 마지막인 것처럼에서 하루 시간대별 일상을 있는 그대로 묘사해 삶의 감사함을 예찬한다. 정순영 시인도 오동나무를 심자에서 장롱, 가야금으로 거듭나는 오동나무를 자신만의 심상으로 설명했다. 임애월 시인은 이번 시집은 이들의 세 번째 합동 시집이라며 작품 밖에서는 서로를 격려하고 화답하고, 작품 안에서는 저마다의 개성을 여과없이 드러내 볼 거리와 읽을 거리 모두를 더했다라고 평했다. 값 1만2천원. 권오탁기자

진정한 삶의 즐김은 어디에 있을까 <느림의 모놀로그>

화려한 미사여구보다 삶에서 건져 올린 담담한 언어가 힘이 셀 때가 있다. 쉼 없이 달리다 뒤돌아 보며 써내려간 글들은 특히 더 그렇다. 박태수의 첫 번째 수필집 느림의 모놀로그(소소담담 刊)는 시골집에 놀러 가 모처럼만에 휴식을 취하며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칠순을 넘어 손자 셋을 둔 할아버지가 풀어낸 글에는 추억과 고뇌, 따뜻함과 함께 어릴 적 가슴에 품었던 문학에 대한 열망을 마음껏 풀어내는 설렘도 넘실댄다. 저자가 길고 긴 인생을 뒤돌아 보며 써 내려간 글은 네 개의 장으로 나뉘어 10편씩 40편의 글이 책으로 묶였다. 추억의 조각들은 저자의 어린 시절과 사춘기 추억, 조ㆍ부모님에 대한 기억, 취미와 전원생활 등 추억의 조각을 모아 글로 빚어냈다. 계간 ≪수필미학≫에서 신인상을 받아 수필 문학 작가로 등단한 계기가 된 늦은 방학 숙제, 아주문학상을 받은 오 원짜리 동전의 추억 등이 수록됐다. 마음의 여백에선 은퇴 후 시간의 여유로움 속에 느림의 기쁨과 행복을 예찬한 글들이 수록됐다. 작품집의 제목인 느림의 모놀로그는 앞만 보고 살아온 삶을 뒤돌아보고, 또 자신처럼 바쁘게 사는 아들에게 하고픈 이야기를 담은 글이다. 건강한 일상에선 그만의 개성 있는 글들이 이어진다. 수필가 이전에 보건학을 전공한 학자이자 보건행정 전문가인 저자는 자신의 지식을 풀어냈다. 건강문제를 실생활과 연결해 주관적 감성을 포착해 작가의 감정선을 살렸다. 신재기 문학평론가는 박태수의 문학관은 낭만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는 그의 수필세계를 구축하는 바탕이면서 문학을 동경하고 수필 창작에 대한 열정을 이어가도록 한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또 돌 예찬 작품에서 돌의 가르침이 상투적이면서도 공감을 주는 것은 가르침만을 위한 가르침으로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찬 가운데서도 진지함과 차분함 잃지 않은 작가의 태도가 작품의 격조를 높였다고 평했다. 저자는 을지대ㆍ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을 전공했으며, 인제대학교 대학원에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경영전략본부장과 경기ㆍ인천지역본부장을 역임하고 을지대ㆍ경기대ㆍ인제대 겸임교수와 퇴임 후 고신대 의료경영학부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과 문학과 비평 편집자문,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글을 쓰면서 넘지 못하는 벽에 부딪혀 한동안 침체의 늪에서 몸부림을 쳤다는 일흔을 넘긴 글쟁이의 열정은 그가 써내려간 글들과 어우러져 잔잔한 울림을 준다. 값 1만4천원. 정자연기자

[이 주의 신간소개] 모든 것의 처음 外

모든 것의 처음 스튜어트 로스 著 /홍시 刊 이번 신간은 창문, 냉장고, 청바지부터 성형수술, 자전거, 휴대전화, 물류관리, 정치조직, 선거권, 각종 스포츠, 문학 장르 등 인류의 문명과 문화사를 이루는 세상 모든 것들의 첫 순간을 담아냈다. 태초, 의식주, 건강과 의학, 이동수단, 과학과 공학, 전쟁과 평화, 문화와 스포츠에 이르는 일곱 분야로 장을 구성했다. 여기에 각 주제에 속하는 물건이나 개념 등의 탄생을 총망라했다. 갖가지 것의 기원과 최초의 발명이나 발견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좇아가면 흔한 물건도 평범하게 보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값 1만5천800원. 요약의 신이 떠먹여 주는 인류 명저 70권 히비노 아츠시 著 /허클베리 북스 刊 들어는 봤지만 미처 읽어보진 못한 인류 명저 70권의 핵심을 짚어주는 고전 다이제스트가 출간됐다. 고전은 인간과 사회가 움직이는 원리를 확실하게 파악하도록 도와준다. 고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다면 우리 삶에 엄청난 도움이 되겠지만, 읽어야 할 고전은 너무 많고, 우리는 정말 바쁘다. 바빠도 너무 바쁜 우리를 위해 요약의 신이 내려왔다. 고대시대 헤로도토스의 역사부터 근대시대 괴테의 파우스트, 현대의 푸코와 데리다에 동양 고전까지 망라해 우리에게 교훈을 선사한다. 값 1만7천원. 왕을 낳은 칠궁의 후궁들 홍미숙 著 /글로세움 刊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사당인 종묘에는 조선의 왕과 왕비, 그리고 죽은 후 왕으로 추존된 왕과 왕비의 신주가 모셔져 있다. 그 다음으로 큰 사당이 칠궁이다. 칠궁에는 조선의 왕을 낳았으나 왕비가 되지 못한 7명 후궁들의 신주가 모셔져 있다. 그들은 왕이 끔찍이 사랑했던 후궁들로 왕을 낳았지만 끝내 왕비에는 오르지 못한 비운의 여인들이다. 그래서 이들 후궁들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왕을 낳은 후궁들은 살아서는 왕을 낳지 못한 왕비들보다 훨씬 더 많이 왕 곁에 잠들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왕의 사랑을 받았다 해도 죽어서는 왕비가 아닌 이상 왕 곁에는 얼씬도 못했다. 신주도 왕 곁에 모셔질 수 없었다. 이번 신간은 그 설움을 간직한 채 잠들었을 이들 칠궁의 후궁들을 한 명 한 명 만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나눠 본다. 값 1만5천원.

여름의 색과 쉼을 그려낸 그림책 ‘여름,’

벌써 덥다 언제까지 이렇게 더울까? 내일은 더 덥다. 여름이 시작될 쯤이면 지친 대화가 하나 둘 오간다. 장맛비가 끝나면 이제 본격적인 무더위 시작이다. 무더위가 이어지는 여름은 사람들을 지치게 한다. 콘크리트 바닥에서 뿜어내는 열기, 더위에 지친 사람들의 짜증, 마치 끈적한 풀처럼 달라붙는 여름이다. 그림책 여름,(글로연刊)은 잠시 순간을 바꿔 여름을 바라보게 한다. 쉼표로 마친 책의 제목처럼 말이다. 처음엔 더위에 지치고 눅진해진 기분이 빨간색 물감으로 책에 거침없이 발화된다. 이제 그만이라고 말할 때까지. 형상화된 여름이는 몸에 착 달라붙은 더위로 살아있는 듯 짓궂은 얼굴로 표현됐다. 이후 여름의 진짜 이야기가 들린다. 어쩌면 여름은 사람들에게 잠시 쉬어가며 멈추라고 더위를 선물했고, 눈을 살포시 감아보라고 해는 뜨거웠으며, 들어와 쉬라고 나무가 무성했다는 거다. 그리고 다시 본 여름은 달콤하다. 책은 강렬한 색채가 서사를 이끌어간다. 턱밑까지 치밀어 오르는 여름의 열기는 붉은색으로 생동감 있게 움직인다. 시선의 전환 이후 등장하는 초록을 거치며 또다시 복숭아의 빨간색으로 귀결시키는 색의 향연은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여름을 경험하게 한다. 더위가 형상화된 여름이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여름에 대한 시선을 바꾸는 순간부터 짓궂었던 여름이들은 귀엽고 편안하고 너그럽고 가볍고 친근하다. 여름에 대한 생각이 열리면서 여름은 달콤함으로 남는다. 이소영은 우리 주변의 삶 속에서 느끼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책에 담아내는 작가다. 첫 그림책 그림자 너머는 2014년 볼로냐 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됐다. 파란 아이 이안은 2018년 IBBY 장애아동을 위한 좋은 책 한국 후보작, 굴뚝귀신은 BIB 한국 출품작에 선정되는 등 호평받았다. 작가가 말하는 색과 쉼을 접하면 여름이 조금 더 달콤해질 것만 같다. 값 1만7천원. 정자연기자

헤르만 헤세 문학 속 그를 향한 연민과 광기를 느껴보다…<헤르만 헤세의 진실>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커리어를 언급하지 않아도 헤르만 헤세가 세계 문학사에 끼친 영향이 지대하다는 점은 모두가 동의한다. 하지만 그의 생애는 전반적으로 세계대전과 나치즘에 따른 탄압과 정신병으로 점철돼 비극성을 강하게 띤다. 헤르만 헤세의 생전 작품을 통해 그의 내면은 물론 연민과 광기를 조명해 줄 신간 헤르만 헤세의 진실(인간사랑 刊)이 출간됐다. 이번 신간은 저자인 민성길 용인 효자병원 진료원장(연세대 의대 명예교수)이 헤세의 삶과 글에 녹여진 그의 내면을 정신역동적 사례연구로 분석한 내용을 담았다. 헤세의 첫 소설인 헤르만 라우셔의 유작과 시의 주인공 헤르만 라우셔부터 마지막 소설 유리알 유희의 주인공 요셉 크네히트까지 모든 등장인물은 작가 헤세의 대역이자 분신이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양가감정적 고뇌와 죄의식에 시달리는 모습을 자주 연출한다. 저자는 헤세가 추구한 내면의 진실이 여기에 있다고 주장한다. 헤세의 죄의식은 궁극적으로 성(性)과 분노, 증오, 저항으로부터 비롯됐다. 이는 헤세가 앓던 우울증과 정체성 혼란의 원인이기도 했다. 저자는 헤세의 죄의식이 그의 문학 창조의 원동력이자 연민을 유발하는 요소라 말한다. 정신과 교수를 역임하고 있는 저자가 관련 분야 지식으로 어떤 내용을 풀어갈 지 읽어보도록 하자. 값 3만5천원. 권오탁기자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려면, 있음에 주목하라 <더 해빙>

막연한 불안감은 마치 현대인들의 필수인 것처럼 늘 쫓아다닌다. 진정한 편안함을 느끼고 궁극적으로 원하는 삶의 길을 걷는 방법은 무엇일까. 거기에 부까지 따라붙는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올해 예스24 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더 해빙(수오서재刊)은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간다. 없음을 버리고 있음에 주목하는 거다. 책은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법을 알려준다. 부를 말하면서도 주식이나 재테크 등을 논하지 않는다. 다만, 마음을 바꿀 것을 말한다. 저자는 자신이 분석한 데이터를 근거로 든다. 누구나 인생에서 2~5번 정도 퀀텀 점프를 할 기회를 만나지만, 안타깝게도 이 시기를 활용해 부자가 되는 사람은 전체의 3% 정도뿐이라는 거다. 나머지는 그것이 기회인지도 모르고 지나쳐 버린다. 그 기회를 잡을 방법으로 저자는 해빙 노트를 쓸 것을 권한다. 나는 가지고 있다(I have~)로 지금 자신에게 있는 것을 적고 나는 느낀다(I feel~)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거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좋은 에너지에 집중하면 돈은 어느 순간 저절로 따라온다. 아무리 노력해도 흑수저라 성공하기 어렵다는 고정관념부터 없애고 현재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나에게 집중하며 부를 갖는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저자 이서윤은 일곱 살에 운명학에 입문해 동서양의 고전을 마스터하고 오랜 기간 한국의 경제계 리더들을 자문해 왔다. 수만 건의 사례를 분석하고 성찰한 끝에 밝혀낸 부와 행운의 비밀을 이 책에 녹여냈다. 또 다른 저자 홍주연은 기자 시절 이서윤을 만났고, 10년 후 우연히 다시 만나 그녀에게 Having을 배우고 실천하며 책을 함께 집필했다. 수많은 독자의 선택을 받은 이 책은 미국에서 선 출간된 최초의 한국 자기계발서다. 한국 저자 최초로 펭귄랜덤하우스에서 선 출간해 21개국 판권을 확보했다. 책은 단순히 돈 버는 방법을 논하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을 활용해 쉽고 빠르게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다. 자신을 괴롭히는 불안감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원하는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가능성보다는 현실성만 따지게 되는 시대다. 두 저자의 대화에 맞춰 Having의 가르침을 단계별로 따라가다 보면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삶의 변화가 일어날 것만 같기도 하다. 값 1만6천원 정자연기자

파주를 넘어서 우리 사회 전체를 바라보다 '공존의 길 위에서'

지역 언론의 역할인 지역의 민주주의 발전과 지역 권력의 견제와 감시를 고찰한 신간 공존의 길 위에서(자연에서 刊)가 출간됐다. 이번 신간은 주간 파주신문 대표이자 파주 소녀상 세움 추진위 상임대표로 활동 중인 김순현 작가가 집필해 눈길을 모은다. 김순현 작가는 내용을 시작하기에 앞서 지역 언론의 현실에서 극복하기 어려운 과제로 욕망과 현실적 질량과의 괴리를 지목했다. 하지만 욕망을 줄인다면 현실의 질량이 모자란다 해도 견딜 수 있다며 지역 언론 종사 이유를 밝혔다. 이를 방증하듯 이 책은 총 4부 300여 페이지에 걸쳐 그가 지금까지 바라 본 파주의 지역 현안 과제인 헤이리마을 문제와 미군 공여지 무상반환 안건 등과 관련한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한다. 이외에도 파주를 넘어서 전국 단위 문제인 여야 갈등, 순국선열을 향한 심경, 평화의 소녀상 문제 등과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담았다. 신간에 실린 글들은 그가 언론계에 몸담으면서 파주 지역 안팎에서 느낀 점을 여과없이 담아내 독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 중 한 언론사의 대표로 활동하면서 느낀 지역 언론의 현실적 과제와 이와 관련한 일화들을 소개한게 많은 이의 공감을 사고 있다. 파주시와 벌인 기사게재 등 행위금지가처분신청 기각 관련 일화, 언론사 후원과 관련해 결국 상고기각 당해 죄인이 된 일화 등은 지역 사회에서 언론의 역할과 이에 따른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를 보인다. 값 1만5천원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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