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미사여구보다 삶에서 건져 올린 담담한 언어가 힘이 셀 때가 있다. 쉼 없이 달리다 뒤돌아 보며 써내려간 글들은 특히 더 그렇다. 박태수의 첫 번째 수필집 <느림의 모놀로그>(소소담담 刊)는 시골집에 놀러 가 모처럼만에 휴식을 취하며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칠순을 넘어 손자 셋을 둔 할아버지가 풀어낸 글에는 추억과 고뇌, 따뜻함과 함께 어릴 적 가슴에 품었던 문학에 대한 열망을 마음껏 풀어내는 설렘도 넘실댄다.
저자가 길고 긴 인생을 뒤돌아 보며 써 내려간 글은 네 개의 장으로 나뉘어 10편씩 40편의 글이 책으로 묶였다.
‘추억의 조각들’은 저자의 어린 시절과 사춘기 추억, 조ㆍ부모님에 대한 기억, 취미와 전원생활 등 추억의 조각을 모아 글로 빚어냈다. 계간 ≪수필미학≫에서 신인상을 받아 수필 문학 작가로 등단한 계기가 된 <늦은 방학 숙제>, 아주문학상을 받은 <오 원짜리 동전의 추억> 등이 수록됐다.
‘마음의 여백’에선 은퇴 후 시간의 여유로움 속에 느림의 기쁨과 행복을 예찬한 글들이 수록됐다. 작품집의 제목인 <느림의 모놀로그>는 앞만 보고 살아온 삶을 뒤돌아보고, 또 자신처럼 바쁘게 사는 아들에게 하고픈 이야기를 담은 글이다.
건강한 일상에선 그만의 개성 있는 글들이 이어진다. 수필가 이전에 보건학을 전공한 학자이자 보건행정 전문가인 저자는 자신의 지식을 풀어냈다. 건강문제를 실생활과 연결해 주관적 감성을 포착해 작가의 감정선을 살렸다.
신재기 문학평론가는 “박태수의 문학관은 낭만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는 그의 수필세계를 구축하는 바탕이면서 문학을 동경하고 수필 창작에 대한 열정을 이어가도록 한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또 “<돌 예찬> 작품에서 돌의 가르침이 상투적이면서도 공감을 주는 것은 가르침만을 위한 가르침으로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찬 가운데서도 진지함과 차분함 잃지 않은 작가의 태도가 작품의 격조를 높였다”고 평했다.
저자는 을지대ㆍ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을 전공했으며, 인제대학교 대학원에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경영전략본부장과 경기ㆍ인천지역본부장을 역임하고 을지대ㆍ경기대ㆍ인제대 겸임교수와 퇴임 후 고신대 의료경영학부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과 <문학과 비평> 편집자문,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글을 쓰면서 넘지 못하는 벽에 부딪혀 한동안 침체의 늪에서 몸부림”을 쳤다는 일흔을 넘긴 글쟁이의 열정은 그가 써내려간 글들과 어우러져 잔잔한 울림을 준다.
값 1만4천원.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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