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덥다” “언제까지 이렇게 더울까?” “내일은 더 덥다”….
여름이 시작될 쯤이면 지친 대화가 하나 둘 오간다. 장맛비가 끝나면 이제 본격적인 무더위 시작이다.
무더위가 이어지는 여름은 사람들을 지치게 한다. 콘크리트 바닥에서 뿜어내는 열기, 더위에 지친 사람들의 짜증, 마치 끈적한 풀처럼 달라붙는 여름이다.
그림책 <여름,>(글로연刊)은 잠시 순간을 바꿔 여름을 바라보게 한다. 쉼표로 마친 책의 제목처럼 말이다. 처음엔 더위에 지치고 눅진해진 기분이 빨간색 물감으로 책에 거침없이 발화된다. ‘이제 그만’이라고 말할 때까지. 형상화된 ‘여름이’는 몸에 착 달라붙은 더위로 살아있는 듯 짓궂은 얼굴로 표현됐다. 이후 여름의 진짜 이야기가 들린다. 어쩌면 여름은 사람들에게 잠시 쉬어가며 멈추라고 더위를 선물했고, 눈을 살포시 감아보라고 해는 뜨거웠으며, 들어와 쉬라고 나무가 무성했다는 거다. 그리고 다시 본 여름은 달콤하다.
책은 강렬한 색채가 서사를 이끌어간다. 턱밑까지 치밀어 오르는 여름의 열기는 붉은색으로 생동감 있게 움직인다. 시선의 전환 이후 등장하는 초록을 거치며 또다시 복숭아의 빨간색으로 귀결시키는 색의 향연은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여름을 경험하게 한다. 더위가 형상화된 ‘여름이’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여름에 대한 시선을 바꾸는 순간부터 짓궂었던 ‘여름이’들은 귀엽고 편안하고 너그럽고 가볍고 친근하다. 여름에 대한 생각이 열리면서 여름은 달콤함으로 남는다.
이소영은 우리 주변의 삶 속에서 느끼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책에 담아내는 작가다. 첫 그림책 <그림자 너머>는 2014년 볼로냐 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됐다. <파란 아이 이안>은 2018년 ‘IBBY 장애아동을 위한 좋은 책’ 한국 후보작, <굴뚝귀신>은 BIB 한국 출품작에 선정되는 등 호평받았다. 작가가 말하는 색과 쉼을 접하면 여름이 조금 더 달콤해질 것만 같다.
값 1만7천원.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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