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대부분의 인간은 사람이든 물건이든, 귀한 인물, 귀한 물건인 줄 모르고 산다. 그냥 당연하게 두고 지내다가 없어져 봐야 귀한 줄 안다. 그래서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던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회덕 동춘당이 딱 그렇다.(선비문화를 찾아서 : 명가와 고택, 노론 가문의 호연재 中) 한 때 세상을 호령하고, 역사를 만들어 낸 곳. 조선 왕조시절 명가와 고택들이다. 우리 주변에 있으나 옛 문화재로 잠들어 있던 이곳. 명가와 고택이 이야기를 입어 새롭게 태어났다. 언론인 출신인 김구철 경기대 교수가 펴낸 선비문화를 찾아서 : 명가와 고택(오색필통 刊)을 통해서다. 책은 저자가 2019년 본보에 명가와 고택을 찾아서를 연재한 글을 바탕으로 새롭게 엮었다. 저자는 2년여 간 전국 고택을 탐방하고 옛 기록을 들춰가며 공부했다. 그 속에 있는 이야기와 정신, 시대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중환의 택리지와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기본으로 풍수와 풍류의 조화, 자연과 인간의 조화, 고전적 인문학과 현대적 과학의 조화를 지향한다. 건축미는 물론 집안 내력까지 다룬다. 여주 보통리 김영구 고택이라고만 소개되던 고택이, 창녕 조씨 3대 판서댁이었으며 그 후손이 독립운동가라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낸다. 정자는 계곡물이 휘돌아 흐르는 큰 바위 위에 날아갈 듯 서 있다, 바위와 물과 노송의 기괴한 조화, 귀한 터와 명저의 조화, 선현과 후학의 지적 대화, 자연과 인간이 겹겹이 어우러지는 곳 등 고택을 둘러싼 자연의 묘사도 아름답다. 책은 고택과 명가, 서원이라는 하드웨어만 다루지 않는 게 특징이다. 저자의 깊은 통찰력으로 잠들어 있는 사상과 역사, 오늘날 우리가 알아야 할 시대정신 등을 폭넓게 다룬다. 친절한 역사학자, 이야기꾼이 옆에서 차근차근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한 기분이 드는 이유다. 저자가 직접 촬영해 실은 300장의 고택 등의 사진은 소장 가치를 높인다. 선비들이 왕실과 훈척에 맞서 정의와 공정을 부르짖고, 민생수호와 국난 극복에 목숨을 던져 세계 최초의 문민 국가를 건설했다.한국이 모범국가로서 발돋움하는데 밑거름이 된 선비 정신을 우리부터 잘 알고 간직해야 한다. 저자의 외침은 오늘날 우리에게 더 와 닿는다. 값 2만4천원 정자연기자
출판·도서
정자연 기자
2021-03-24 1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