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엄마, 말문 트이고 걸음마를 배울 때/엄마가 장단 맞추는 소리/박 같은 엄마 젖을 떼고 이유식을 받아먹을 때/아기의 웃음을 맛있게 먹으며 칭찬하는 소리,//옳지. 코로나19로 봄을 느낄 새도 없는 요즘, 봄 기운이 물씬 나는 따듯한 시집이 등장했다. 2018년 봄의 싱그러움을 닮은 달보드레 나르샤를 집필한 김영진 시인의 봄향기 나는 시집 옳지, 봄(리토피아 刊)이다. 2017년 리토피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김 시인은 사단법인 문화예술소통연구소와 막비시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2번째 시집 옳지, 봄은 삶의 위로가 필요한 현대인들의 마음에 봄의 향기가 묻은 응원을 건넨다. 무짠지, 단풍, 붉은 대추, 매실청 등 어머니의 위로 같은 소재들로 엮어낸 그의 시는 어딘지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전해지는 위로와 같다. 월미도 달을 삼키다, 붉은 소래포구,부영공원 등 인천 곳곳의 풍경 속에 김 시인만의 감성을 담아 우리동네 이웃들의 치열하고도 아기자기한 삶을 불현듯 스치게 한다. 첫 시집인 달보드레 나르샤에서 그가 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함축적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옳지, 봄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고스란히 담겼다. 밴댕이 횟집 화장실에 들어서는데, 중년의 남자가 누군가와 대화하고 있다/ 오늘 엄마랑 와서 먹은 중에 뭐가 젤 맛있어?/구운 밴댕이가 젤 맛있었어./창밖의 달이 이 소리 듣고는 꼴깍거린다./이제 다 누운거야? 아빠가 문을 연다./다른 아저씨가 힐끗 쳐다본다./아빠!/아이가 화들짝 한다./아빠가 있는데, 어때!/ 어린시절 화장실 문을 아예 열고 지켜보시던 어머니가 달 속에 있다. 어머니, 문득 사라진다. 화장실과 어머니란 제목의 시를 읽고 있으면 사소한 삶 속에 깊이 새겨져 있는 어머니와의 추억이,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어머니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이 고스란히 다가온다. 일상을 특유의 따뜻함으로 녹여내는 김영진 시인. 그의 옳지, 봄의 첫 장을 펼치는 순간 그동안 잊고 지낸 봄의 포근함이 흠뻑 다가올 것이다. 김경희기자
출판·도서
김경희 기자
2020-05-13 1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