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발 정치인 이병희' 출간…수원 변혁 이끈 그의 발자취 따라가다

오늘날 산업문화의 도시 수원이 있기까지 고(故) 이병희 의원(1926~1997)의 역할을 빼놓고 얘기하기 어렵다. 고 이병희 의원은 1963년 38세에 수원에서 제6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7선을 내리 역임했다. 치열한 정치인생을 살았던 이 의원의 삶, 그와 함께 성장한 수원의 현대를 담은 마당발 정치인 이병희(신원커뮤니케이션 刊)이 출간됐다. 책은 지역 원로 언론인이자 숱한 향토사서 발간과 연구로 지역의 이야기를 담아온 이창식 선생이 집필했다. 이창식 선생은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전 의원은 516혁명(쿠데타)의 실세로 제6~10대까지 5선을 하는 동안 지역사회 발전과 의정활동 면에서 눈부신 활약을 했다며 초라하기 그지없던 수원을 근대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책은 고 이병희 의원이 작고한 지 스물세 번째 해를 맞아 그가 남긴 자취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유족과 지인들이 뜻을 모아 냈다. 이창식 선생은 책을 지난해부터 집필해 올 초 완성했다. 코로나19로 출간을 미뤄오다 지난 4일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책은 이병희의 유소년 시절과 정치인으로서 승승장구하거나 굴곡을 겪었던 파란만장한 삶, 이병희가 이룩한 수원 굴기의 이모저모, 정치인으로서의 빛과 그림자, 이병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을 다룬다. 이창식 선생이 국회 출입기자 시절부터 직접 접하며 겪은 증언과 사진, 방대한 자료로 그 시절의 이병희를 생생히 그려낸다. 이창식 선생은 이 전 의원은 1963년 제6대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나서 경기도청사를 수원으로, 또 같은 해 6월 삼성전자와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를 유치했다. 화성복원에도 기여해 지금의 수원을 만드는 데 노력을 했다고 강조했다. 정조대왕이 18세기 수원화성을 축성한 것이 오늘날의 수원을 있게 한 개벽의 원년이 됐다면 1960~1970년대 변혁의 굴기에는 이 전 의원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책은 이 전 의원을 한 시대의 영웅으로 보지 않는다. 정치인의 빛과 그림자를 짚을 뿐만 아니라, 한 정치인의 인생과 함께 수원의 1960~1970년대 민 낯도 고스란히 그려낸다. 이창식 선생은 평전을 집필하려면 없었던 일을 있었던 것으로, 있었던 일을 없었던 것으로 쓰지 않아야 하며, 사소한 것을 과장하지 말아야 하고, 개인의 감정을 앞세운 미화를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분을 지키면서 책을 완성했다는 게 그의 말이자, 책에 대한 평가다. 한편, 이창식 선생은 지난 1930년 평양에서 태어나 1953년 경인일보의 전신인 인천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해 한국신문편집인협회 심사위원등을 역임하고 1976년 월간 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경기도사, 수원시사, 경기예총사 등 여러 권의 향토사서 발간과 기전향토문화연구회 회장, 국사편찬위원회 조사위원으로 향토사 연구에 역할을 했다. 정자연기자

[신간소개] 그림책으로 다시 태어난 권정생 '들국화 고갯길'

따뜻한 울림을 주는 권정생의 단편동화 들국화 고갯길이 새롭게 재해석 돼 독자와 다시 만난다. 권정생의 단편동화를 그림책으로 펴내는 창비의 권정생 문학 그림책 시리즈 일곱 번째 책으로 1978년 계간 『창작과비평』에 발표된 동명의 동화를 새롭게 해석해 그려 냈다. 권정생의 들국화 고갯길은 노동과 평화를 말한다. 워낭 소리에 깃든 애달프고도 숭고한 노동과 전쟁 없는 평화를 권정생만의 따뜻함으로 그려낸다. 책의 할머니 소는 숨이 차오르고 힘줄이 불거지도록 밭을 갈고 짐을 끄는 고된 일조차 하느님이 내려 주신 성스러운 일이라고 여긴다. 고된 노동 끝에 보상처럼 다가오는 순간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담아낸 이야기는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하는 이들에게 잔잔한 위로를 건넨다. 숭고하고도 애달픈 모든 삶을 향한 권정생의 위로는 화가 이지연의 부드러운 그림과 어우러져 그림책 들국화 고갯길로 완성됐다. 들국화가 모닥모닥 피어나는 늦가을 정취를 담은 서정적인 수채 그림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화가 이지연은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며 주목받았다. 들국화가 모닥모닥 피어나는 늦가을 정취, 노동하는 삶의 애환, 1970년대 후반 우리나라 농촌 풍경 등을 서정적인 수채화로 풀어내어 깊이 있는 감상을 돕는다. 값 1만5천원. 정자연기자

[신간소개] 너의 외로움을 천천히 나의 외로움에 기대봐

사랑과 외로움은 어쩌면 한 몸이었는지 모른다. 사랑과 외로움에 몸서리치는 이들에게 잔잔한 파도를 안겨주는 노르웨이 소설 너의 외로움을 천천히 나의 외로움에 기대봐(그러나 刊)가 국내에 출간됐다. 책은 외로움과 사랑을 수학과 음악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감성적으로 풀어냈다. 1800년대를 살았던 소피야 코발렙스카야와 현대를 사는 라켈 하브베르그, 두 명의 여성 수학자를 통해 시대를 넘나든다. 두 여성의 삶과 시대를 읽어내며 순수하고도 가차없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랑을 분석하기도 하고 숫자와 음악과 문학에서 그 사랑의 해답을 찾아간다. 책은 사랑을 다루면서도 인생이 무너져 내릴 때 삶의 의미와 맥락을 찾으려는 노력을 담았다. 수학을 음악으로, 삶을 시로 바꾸는 저자의 뛰어난 필력과 방대한 지식이 돋보인다. 질병, 수학, 예술, 음악을 다루면서 존재의 의미를 구하고자 예술을 사용하려는 시도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 클라라 베베르그는 음악과 문학을 공부하다가 프랙탈 이론에 대한 논문으로 수학과 박사과정을 마쳤다.그녀가 삶의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의 감정과 방대한 지식이 이번 소설로 발현됐다. 국내 독자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노르웨이 소설이지만, 단어 하나하나 낯설지 않고 아름다운 사랑의 시와 삶의 처절함으로 태어났다. 번역은 노르웨이 현지 각종 언론을 통해 한국을 알리는 심진하 전문 번역가가 맡았다. 한국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이후 노르웨이로 건너가 오슬로대학교에서 동아시아학을 공부했다. 현재는 같은 대학에서 노르웨이어와 노르웨이 문학 과정을 밟고 있다. 책은 노르웨이에서 지난 한 해 10대 베스트 소설에 꼽혔으며, 내년에 영어로 출간예정이다. 값 1만4천원 정자연기자

쉽게 익히고 따라하는 '아름다운 순우리말 공부'

가년스럽다, 각다분하다, 굴침스럽다, 무람없다. 언뜻 봐선 쉽게 와 닿지 않은 낯선 말들이지만, 최근 현대 소설에서 등장한 말들이다. 순우리말은 한자와는 다른 맛이 있다. 단어 자체가 가진 재미와 정겨움, 아름다움이 있다. 사전에 잠들어 있는 재밌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깨워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풀이한 아름다운 순우리말 공부(그레출판사 刊)가 출간됐다. 저자는휴가를 말미, 인터체인지를 나들목으로 가려 쓰듯이 조리차(절약), 길미(이자), 땅꺼짐(씽크홀)처럼 한자어나 외래어, 부적절한 외국어로 만든 신조어보다 같은 값이면 토박이말을 살려 쓰는 게 좋겠다는 뜻에서 집필했다. 말모이에서 고유어 2천500여 개를 높아 가려 모은 어휘 학습용 익힘 책으로 만들었다. 책은 어느 집이든 책장에 꽂혀 있는 국어사전처럼 바로바로 상황에 적용할 수 있게 문장과 단어를 배치해놨다. 특히 우리말 실력을 점검하면서 모르는 낱말의 개념을 다양한 용례와 함께 정확하게 익히도록 한다. 간단한 문제형식으로 아래에 답을 제시해 책을 보는 재미가 있다. 한 회에 20문항씩 모두 125회로 구성됐다. 저자 백문식은 강원대학교 사범대학교 국어교육과와 같은 대학원을 마치고, 중ㆍ고등학교에서 36년간 우리말과 글을 가르쳤다. 우리말의 뿌리를 찾아서, 우리말 어원 사전, 우리말 파생어 사전, 우리말 형태소 사전 등을 집필했으며 현재 국어국문학, 헌법, 전통문화 연구와 글쓰기 강의 등을 하고 있다. 저자는세계 많은 젊은이들이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지만, 정작 우리가 순우리말을 낯설어하는 게 현실이라며 우리말을 풍성하고 아름답게 가꾸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이어 독자들이 어휘력과 사고력, 표현력을 높이고 품위있는 언어생활을 하도록 이끌고, 자연스럽게 우리말과 글을 사랑하고 깨닫는 데 길잡이 구실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값 1만5천원 정자연기자

동화작가의 따뜻한 해설이 묻어난<아이의 마음이 길이다>

사람이 길이 된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이 시의 백미다. 어두운 산속에서 찾아낸 사람 소리가 길 잃은 사람의 희망이 된 것이다. 어디 산길뿐이겠는가.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서도 사람의 소리는 빛이요, 희망이다. 어려울 때 손을 잡아주는 사람, 등을 내미는 사람, 어깨동무를 해주는 사람그래야 세상은 살 만한 곳 아니겠는가. 시에 덧붙인 해설이 마치 옆에서 따뜻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말해주는 듯하다. 화려한 수식어도 없는데, 마음을 툭 건드린다. 보이지 않는 꽃향기가 가슴 속으로 스며드는 것만 같다. 윤수천 작가 윤수천 동화작가가 첫 에세이집 아이의 마음이 길이다(파이돈刊)를 펴냈다. 책은 윤 작가가 본보 생각하며 읽는 동시에 동시와 이에 대한 해설을 담아 격주로 연재한 내용을 엮었다. 작가가 엄선한 65편의 따뜻한 동시는 은근하게 마음을 적신다. 백미는 시를 읽어낸 저자의 해설이다. 저자는 짧은 동시 한 편을 해설하면서 삶의 지혜와 인생의 의미를 담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신새별 시인의 어깨동무하기 시에서는 『어깨동무하기/사람들만 힘든가 보다. 아, 갑자기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다! 함께 살아가면서도 어깨동무한 풍경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어른들 세상에 던지는 경고장이나 다름없다. 아이들이 읽어야 할 동시지만, 오히려 어른들이 먼저 읽어야 할 것 같다.』라고 한다. 박정식 시인의 시 빛에서는 『내 어릴 적엔 동네마다 아기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가난한 살림살이 속에서도 웃을 수 있었던 것 또한 저 어린 것들 덕분이었다. 오메, 환한 거! 시인은 요 한마디로 아이의 존재 가치를 말했다.』라며 아이들이 지닌 희망을 말한다. 한 편 한 편의 시와 해설을 읽다 보면 어른들의 단절을 만나기도 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꽃샘추위와 같은 시련이 있다는 시를 만나기도 한다. 어릴 적엔 몰랐지만, 점차 자라면서 알게 되는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동시를 통해 돌아보면서 작은 위로도 받는다. 시를 통해 삶을 반추할 수 있는 시적인 스토리텔링이 이어진다. 책의 부제는 동시를 읽는 시간, 어른을 위한이다. 동시의 의미와 가치, 아름다움과 재미를 느끼며 우리가 놓치며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에 잠기게 하는 시간인 듯하다. 정자연기자

책으로 보는 [문화관광 해설사와 함께 떠나는 이야기 힐링여행]

문화유적지나 관광지에서는 여기에 깃든 사람과 지역의 이야기가 핵심이다. 아무리 멋진 구중궁궐이나 석탑도 여기에 스며든 사정을 알지 못하면 눈으로 스쳐가는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다. 문화유적지와 역사, 이야기를 풀어낸 문화관광 해설사와 함께 떠나는 이야기 힐링여행(행복우물 刊)이 출간됐다. 가평에서 10년 넘게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한 저자가 그동안 꾸준히 학습하고 모아 온 자료를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책은 멀리 소크라테스 시대의 이야기로부터 최근의 유머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흥미진진하고 교양이 넘치는 이야기를 펼친다. 1장 시인 박목월의 사랑, 2장 케네디가와 링컨 거의 기막힌 숙명, 3장 이토 히로부미 암살의 일등공신은 일본기자?, 4장 한국 머슴 vs 일본 머슴 vs 미국 머슴, 5장 사돈(?頓)이란 말의 유래로 구성됐다. 목차만 봐도 우리나라 역사뿐만 아니라 주요한 세계사적 이슈를 다루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알아야 할 이야기로 녹여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압축판 조선왕조실록이다. 원전으로 따지면 무려 1천893권 888책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을 저자는 단 50여 쪽으로 압축해서 한 눈에 들어오게 했다. 문화해설관광사가 알아야 할 지식과 상식도 풍부하게 담겼다. 재미화가인 최순분 화백이 그린 30여 점의 작품이 글을 읽는 재미와 풍성함을 더한다. 책으로 읽지만 마치 문화관광해설사가 유적지에서 직접 설명해주는 듯 생생함이 느껴진다. 저자 전익기는 성균관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나서 모토로라 코리아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다. 2010년부터 문화관광해설사로 근무하면서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가평의 자연과 역사, 나아가 우리나라를 알리고 있다. 저자는 관광객에게는 흥미로운 안내서, 문화 해설사나 예비 해설사들에게는 알아야 할 지식과 상식을 담은 개념서로 읽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값 1만5천원. 정자연기자

[이 주의 신간소개] 그랜드투어 外

그랜드투어 설혜심 著 / 휴머니스트 刊 그랜드투어는 17세기 영국에서 시작돼 18세기 전 유럽에서 유행한 최초의 교육 여행이다. 유럽의 어린 귀족 자제들이 외국어와 외교술, 세련된 매너와 고급 취향을 기르고자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을 여행한 내용을 담았다. 평균 2~3년 동안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 대륙을 여행하는 그랜드 투어는 국경을 넘나든 다양한 인적 교류와 예술사상의 전파를 통해 유럽 최고 지성과 예술가 들을 탄생시키며 근대 유럽을 만드는 초석을 놓았다. 아울러 오늘날 단체 관광과 자유 여행, 조기 해외 유학과 어학연수의 토대가 되었다. 이번 신간에서는 근대 초 유럽의 사회상과 엘리트 교육의 양상, 여행자들의 좌충우돌 여행담과 위대한 지성들의 인간적인 면모 등을 통해 근대 초 유럽의 색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값 2만4천원. 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김이환 정명섭 정해연 조영주 차무진 著 / 생각학교 刊 빌거, 진지충, 김치녀 등은 요즘 10대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다. 부정적이고 공격성 가득한 뜻을 모르지 않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배운 비속어를 여과 없이 사용하는 아이들이 상당수고, 별다른 고민 없이 인터넷에 악플을 다는 키보드 워리어도 적지 않다. 이번 신간은 악플과 막말을 재미로 사용하는 아이들에게 권하는 5편의 처방전인 동시에, 이런 현실에서 말의 가치와 무게에 대해 고민하는 10대들을 위한 옴니버스 소설집이다. 젊은 작가 5인이 각기 다른 사회적 시선에서 말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왕따, 사이버폭력, 질투와 시기 등 현재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면서 심각성을 인식시키고, 나아가 말의 가치와 무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화두와 상상력을 제공한다. 값 1만3천원.

[이 주의 신간소개] 누가 백인인가 外

누가 백인인가 진구섭 著 / 푸른역사 刊 미국에서 인종차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5월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에 목이 짓눌린 흑인 플로이드는 이 같은 비명을 지르다 숨졌다. 위조지폐를 사용한 혐의였다지만 경찰의 과잉진압과 가혹행위에 대한 시민의 항의 물결이 미 전역을 휩쓸었다. 8월엔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흑인 여성인 카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지명되자 일각에서 흑인성 논란이 제기됐다. 자메이카 출신 이민자를 아버지로 둔 해리스를 과연 흑인으로 간주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었다. 인종차별이 법으로 금지됐고, 만인이 평등하다고 하는 시대, 우리가 지금 돌아봐야할 것은 무엇일까. 재미 사회학자인 저자가 이 뜨거운 감자를 파고들었다. 다양한 사료와 최신 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인종차별의 역사와 실태를 꼼꼼히 살피고 그 허구성을 파헤쳤다. 여기에 한국인의 시각을 더했으니 인종차별 연구의 종합판이라 할 수 있다. 값 1만8천원. 야생화의 희망 정승자 著 / BookPOD 刊 잠 못 이루어 밤을 지새우는 이를 위해, 가끔 머리가 하얗게 될 때, 이 시집을 권합니다. 책 소개 문구가 눈길을 끈다.이 시집은 약 100여편에 육박하는 시들이 저마다의 감수성을 띄고 있다. 수원 곡반초 교장이자 교직에 약 40년간 종사해 온 저자가 가족, 친구, 제자 등 주변 사람은 물론 세월호 참사나 메르스 사태 등 사회적 이슈를 바라본 생각들을 운문으로 표현했다. 4행 전후로 구성돼 있는만큼 부담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다. 값 1만원.

신간 <한국인의 에너지 실용주의>

한국의 실용주의란 무엇일까. 오랜 세월 가난과 불확실한 미래 속에 고군분투하며 살아야 했던 한국인들은 어떤 실용주의를 채용하게 됐을까. 신간 한국인의 에너지 실용주의(피어나 刊)는 이 모든 것의 해답을 찾아나선다. 저자는 한국인들은 때로는 명분주의, 원칙주의에 맞서기도 하고 때로는 현실적 실리를 추구하기도 했다고 평가한다. 때로는 갈등을 겪기도 하고 또 때로는 갈등을 회피하면서, 가족이나 경제활동을 비롯한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 실용주의를 추구했다는 것이다. 책이 풀어가는 실용주의의 시대적 스펙트럼은 넓다. 유교적 명분과 원칙에 저항했던 조선 후기 실용주의부터 산업화, 도시화를 거치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적응해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실용주의까지 검토한다. 저자는 실용주의가 역동적 한국사회의 에너지가 되려면 기회주의, 상업주의적 사상으로 치부된 실용주의 연구의 지평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의 근현대 사상에서 개인주의적 실리가 아닌 공동체적 실용주의(공공성, 거버넌스)의 요소를 발굴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 실용주의와 공공성 위기를 극복하고, 민주적 국가운영(국정, 지방행정)을 위한 민주적 리더십과 거버넌스 시스템 구축의 가능성을 발견해야 한다는 저자의 제언은 깊이 새겨들을 만하다. 저자 이창언은 고려대, 연세대, 성공회대 연구교수를 역임하며 사회운동, 지속가능발전과 협치, 도시지속가능성을 연구했다. 한국NGO학회 이사,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정책자문위원,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평가위원, 평택학연구소 연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값 1만8천원 정자연기자

조선 후기 실학자가 집대성한 음식 레시피, 임원경제지 정조지(鼎俎志)

조선시대는 남자들의 부엌 출입이 금기시됐다. 양반 자제가 부엌에서 요리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서유구(1764~1845)는 양반이라는 체면과 허식에 구애받지 않고 직접 요리하고 만들었다. 그가 쓴 방대한 분량의 백과사전 임원경제지의 16개 지(志) 중 음식요리 백과사전인 임원경제지 정조지(鼎俎志)(풍석문화재단 刊)가 임원경제연구소번역으로 출간됐다. 그 시대 1천500여 가지의 음식요리법을 집대성한 전통 먹거리 백과사전이다. 정조지엔 전통먹거리들의 식재료 및 각종 요리법, 술과 절기 음식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떡만 해도 시루떡, 과일떡, 무떡, 불떡, 아랍부꾸미, 외랑병 등 97가지다. 여행이나 산행길에 빠뜨릴 수 없는 휴대용 음식으로 꼽힌 미숫가루는 파리번데기즙미숫가루, 천금미숫가루, 대추미숫가루, 산딸기미숫가루 등 그 종류가 16가지나 된다. 만두는 무려 28가지다. 김치, 꿩, 숭어, 오리, 양, 게, 참새, 연밥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다. 다양한 전통음식의 향연은 입맛을 돌게 한다. 돼지를 구울 때 냉수 한 동이를 옆에 뒀다가 굽자마자 물에 담기를 10여 차례 반복하고 나서 기름간장과 양념을 바르고 다시 구우면 매우 연하고 맛이 있다 등의 미식 레시피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방대한 음식 레시피 속에는 서유구의 실학 정신이 녹아있다. 사람들의 입맛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서 달라지며 세상에는 맛의 절대적 기준을 세워줄 역아(易牙)와 같은 명요리사도 없어 일률적으로 맛의 기준을 세울 수 없다, 우리 음식이 중국과 다를 뿐만 아니라 중국의 요리법이 있다 한들 시골 생활에서 요리법까지 연구할 수는 없으므로 우리 풍속에 맞춰 알맞게 하면 그만이라고 전한다. 특히 당시 조선 요리의 우수성과 문제점,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의 식문화의 우수성 등을 다국적이고 열린 시각에서 정확히 보고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풍석 서유구는 파주 장단이 고향이다. 수원 유수, 이조 판서, 호조 판서 등 고위 관직을 두루 역임하고, 실용학문에 심취했던 서명응(조부), 서호수(부), 서형수(숙부)의 가학(家學)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관념적 태도에서 벗어나 사람살이의 기본인 건실하게 먹고 입고 사는 문제를 풀고자 민중의 생활상을 세밀하게 관찰해 조선시대 최고의 실용백과사전인 임원경제지 113권을 저술했다. 풍석문화재단은 오는 2024년까지 총 67권을 완간할 예정이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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