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의 따뜻한 해설이 묻어난<아이의 마음이 길이다>

아이의 마음이 길이다

‘사람이 길이 된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이 시의 백미다. 어두운 산속에서 찾아낸 사람 소리가 길 잃은 사람의 희망이 된 것이다. 어디 산길뿐이겠는가.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서도 사람의 소리는 빛이요, 희망이다. 어려울 때 손을 잡아주는 사람, 등을 내미는 사람, 어깨동무를 해주는 사람…그래야 세상은 살 만한 곳 아니겠는가.

시에 덧붙인 해설이 마치 옆에서 따뜻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말해주는 듯하다. 화려한 수식어도 없는데, 마음을 툭 건드린다. 보이지 않는 꽃향기가 가슴 속으로 스며드는 것만 같다.

▲ 윤수천 작가
윤수천 작가

윤수천 동화작가가 첫 에세이집 <아이의 마음이 길이다>(파이돈刊)를 펴냈다. 책은 윤 작가가 본보 <생각하며 읽는 동시>에 동시와 이에 대한 해설을 담아 격주로 연재한 내용을 엮었다. 작가가 엄선한 65편의 따뜻한 동시는 은근하게 마음을 적신다. 백미는 시를 읽어낸 저자의 해설이다. 저자는 짧은 동시 한 편을 해설하면서 삶의 지혜와 인생의 의미를 담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신새별 시인의 <어깨동무하기> 시에서는 『‘어깨동무하기/사람들만 힘든가 보다.’ 아, 갑자기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다! …함께 살아가면서도 어깨동무한 풍경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어른들 세상에 던지는 경고장이나 다름없다. 아이들이 읽어야 할 동시지만, 오히려 어른들이 먼저 읽어야 할 것 같다.』라고 한다. 박정식 시인의 시 <빛>에서는 『내 어릴 적엔 동네마다 아기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가난한 살림살이 속에서도 웃을 수 있었던 것 또한 저 어린 것들 덕분이었다. ‘오메, 환한 거!’ 시인은 요 한마디로 아이의 존재 가치를 말했다.』라며 아이들이 지닌 희망을 말한다.

한 편 한 편의 시와 해설을 읽다 보면 어른들의 단절을 만나기도 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꽃샘추위와 같은 시련이 있다는 시를 만나기도 한다. 어릴 적엔 몰랐지만, 점차 자라면서 알게 되는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동시를 통해 돌아보면서 작은 위로도 받는다. 시를 통해 삶을 반추할 수 있는 시적인 스토리텔링이 이어진다. 책의 부제는 ‘동시를 읽는 시간, 어른을 위한’이다. 동시의 의미와 가치, 아름다움과 재미를 느끼며 우리가 놓치며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에 잠기게 하는 시간인 듯하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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