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의 시집은 어떤 감성일까 <질그릇과 옹기장이>

의료인과 문학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환자 수천수만명을 맞아 그들과 감정을 공유하고 교류 한다는 점에서는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황건 인하대 의대 교수가 출간한 <질그릇과 옹기장이>(재남 刊)에는 문학과는 거리가 멀듯한 의료인이 일상과 무의식 속 자신의 감성을 녹여낸 흔적이 남겨져 눈길을 모은다. 시집에는 허혜원 화백의 삽화도 수록돼 활자와의 조화를 이뤄냈다.

황 교수는 일상 속에서 떠오른 시상이 시간이 지나면 머릿 속에서 사라질까봐 종이에 적곤 했다고 한다. 일상 속 은은한 자극이 무의식 속에 모여져 의식 수면 위로 떠오른 언어라 그 순수성과 정제되지 않은 매력이 공존한다.

시집은 총 5부 64편으로 구성됐다. 1부부터 제목인 ‘애별리고(愛別離苦)’를 통해 이번 시집의 의미를 전달한다. 애별리고는 ‘부모ㆍ형제ㆍ처자ㆍ애인 등과 생별·사별함으로써 받는 괴로움’이라는 뜻으로 저자는 비약과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드러냈다. 1부 대표작 중 하나인 ‘꽃나무’에서는 ‘(꽃)봉오리’로 표현한 ‘당신’을 화자 자신이 터트려 ‘나’는 ‘당신’을 밝히고, ‘당신’의 향기가 ‘나’를 취하게 하는 형태를 보였다. 이때 ‘세월이 지나도 당신이 나를 꽃피게 한다’, ‘나는 당신의 꽃나무’ 등의 비장한 표현을 통해 순수한 감정을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또. 시각ㆍ후각적 표현 등보다 감각적인 표현을 사용해 의미 전달을 더 강조했다.

의료인답게 1부의 ‘수술가위의 노래’, 5부(내가 나를 바라보니)의 ‘외과의사’ 등 직종 관련 제목을 가진 시도 있다. ‘수술가위의 노래’는 무생물인 수술가위에 의식을 부여해 화자 삼아 쓰여졌다. 수술가위는 언제나 수술을 위해 준비돼 있음은 물론 ‘당신’이라 표현한 의사의 손에 잡혀 날마다 낡아가면서도 의미 깊은 일을 해나간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또, ‘외과의사’는 ‘낡아가는 이 몸은 베어도 피 안 묻는 칼을 찾아 이십 년’을 통해 의사로 살아온 인생을 반추하며 그 소회를 간접적이고 짧게 담아냈다.

이경철 문학평론가는 “이번 시집은 황 시인의 첫 시집으로 우리네 일상과 보편적 교양을 재료 삼아 편안함을 선사한다”라며 “이제 떠나가고 없는 당신을 향한 지극한 사랑과 이분법을 뛰어넘는 사고 등을 담은 만큼 독자에게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값 9천원.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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