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2008년 금융위기의 망령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금. 영국 일간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아나톨 칼레츠키는 책 자본주의 4.0(컬처앤스토리 刊)을 통해 자본주의는 위기를 통해 진화하는 적응력 있는 사회시스템이라는 낙관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저자는 이 책에서 2007~2009년의 경제위기로 인해 자본주의 시스템의 네 번째 버전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름하여 자본주의 4.0이다.자본주의 1.0은 미국ㆍ프랑스의 정치혁명과 영국의 산업혁명으로 시작돼 대공황과 함께 막을 내린 전통적인 자유방임 자본주의며, 자본주의 2.0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존슨 대통령의 위대한 사회, 영국과 유럽의 복지국가 개념을 포괄하는 정부 주도의 수정자본주의다.이어 1960년대말과 1970년대에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위기가 발생한 후 마거릿 대처와 로널드 레이건의 자유시장 혁명으로 탄생한 것이 자본주의 3.0, 신자유주의다.저자는 이전의 자본주의 전환과 마찬가지로 이번 전환을 통해서도 정치와 경제, 정부와 시장의 관계가 다시 정의될 것이라고 말한다.자본주의 3.0의 시대엔 언제나 시장이 옳고 정부가 잘못됐다고 여겨지고, 자본주의 2.0 단계에서는 언제나 정부가 옳고 시장은 잘못됐다고 여겨졌다면 새로운 자본주의 시대 가장 큰 특징은 정부와 시장 모두 잘못될 수 있고, 때로는 이런 오류가 거의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따라서 자본주의 4.0의 시대에서는 정부와 민간 경제가 더욱 가까운 관계가 된다. 정부의 역할과 영향력은 커지지만 관료주의적인 거대정부로는 사회의 요구를 제대로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정부의 크기는 줄어든다.이와 더불어 자본주의 4.0은 세계가 예측하기 어려운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본질로 하고 있다는 인식에 기초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위선주 옮김. 값 2만원/윤철원기자 ycw@ekgib.com
거문도 작가로 불리는 소설가 한창훈씨(48)가 8년 만에 낸 장편 꽃의 나라(문학동네 刊)가 나왔다. 이번 장편은 인터넷 독자 커뮤니티 문학동네(http://cafe.naver.com/mhdn)에서 열렬한 호응 속에 일일연재(원제:남쪽 역으로 가다)된 작품으로, 전작 섬, 나는 세상 끝을 산다 이후 8년 만에 낸 장편소설이다. 한창훈은 그간 바다와 섬을 배경으로 소시민들의 삶을 진솔한 이야기로 풀어내며, 자신만의 생생한 바다 내음 짙은 사투리를 통해 한창훈표 소설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런 그가 꽃의 나라에서는 바다와 섬을 배제하고 광주항쟁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과 함께 폭력 앞에 나약할 수밖에 없는 인간 실존의 모습을 꿈 많고 우정 짙은 고교생 소년, 소녀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한 편의 우수 어린 성장소설처럼 그려내고 있다. 작품에는 여수 출신으로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고교 2학년 때 5ㆍ18을 겪은 작가의 자전적 삶이 고스란히 반영했다.소설은 1970년대 말 항구와 인접한 어느 도시가 배경이며 1, 2부로 나뉜다. 폭력의 전통이 짙은 한 고등학교에 입학한 남학생들이 숱한 싸움과 선생님의 구타를 겪으며 성장하는 이야기가 1부에 실렸고, 소설은 2부에 들어서면서 1980년 광주민주항쟁을 배경으로 국가폭력으로 급격히 전환한다. 대학생들이 데모를 시작하고 민주주의의 열기가 도시와 학교 곳곳에 몰려온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도시에 탱크가 몰려오고 특수부대 군인들이 시민들과 대학생들을 진압하기 시작한다. 군인들은 곤봉과 총, 칼을 앞세워 무자비하게 진압하고 시민들은 속절없이 푹푹 쓰러진다.한 작가는 3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광주민주화운동을 다시 언급한 이유에 대해 지금까지 많은 책이 518에 대한 기록과 증언을 다뤘기 때문에 소설에서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사실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문학 텍스트의 소재가 되도록 시간이 무르익기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값 1만1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ekgib.com
▲재워야 한다, 젠장 재워야 한다(애덤 맨스바크 著 21세기 북스 刊)미국 작가 애덤 맨스바크가 쓰고 리카르도 코르테스가 그린 이 책은 밤늦도록 자지 않는 아이를 재우다 욕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부모들을 위한 통쾌한 그림책이다. 잘 때가 되면 더욱 정신이 말똥말똥해지는 아이와 씨름하다 다음날 퀭한 눈으로 아침을 맞아야 했던 현실 속의 부모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책장을 넘기면 잠들어있는 숲속의 동물들과 평화로운 밤하늘과 같은 사랑스러운 그림이 펼쳐지지만 그림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빠의 짜증이 그대로 묻어나는 글이 폭소를 자아낸다. 값 1만원. ▲1987년 이후의 한국 민주주의(임혁배 著 고려대학교출판부 刊)1987년 6월 이후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얼마나 앞으로 나아갔을까? 임혁백 고려대 정책대학원장이 쓴 책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짚어본 책이다. 임 교수는 2007년 대선에서의 정권교체로 한국이 민주주의 공고화를 측정하는 두 번의 정권교체 테스트를 통과한 동아시아 최초의 국가가 됐지만 제2차 정권교체로 이명박 보수정권이 들어선 이후 한국 민주주의는 후퇴했다고 말한다. 그는 민주주의의 후퇴를 막기 위해서는 전근대적 유산의 청산과 소통의 정치 회복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값 2만9천원.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진실(E.M.S.남부디리파드 著 한스컨텐츠 刊) 20세기를 대표하는 위대한 성인으로 전 세계에 추앙받는 인물 간디에 대해 인도를 대표하는 좌파 정치인인 저자가 진보적 관점으로 조명한 책이다. 그는 인도 민족운동의 지도자이자 구심점이었으며 비폭력의 성자로 알려졌지만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완전무결한 성인이 아니라 문제적 인물, 논쟁적 인물이었다는 점을 밝혀낸다. 정치적 목적에 따라 대중 폭동을 조장하고,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인도 청년들을 총알받이로 징병해 사지로 내모는 등 또 다른 얼굴을 가졌음을 폭로한다. 간디에 대한 평가에서 넘어서, 그를 객관적으로 살펴봄으로서 어제의 인도뿐 아니라 오늘의 인도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값 1만5천원. ▲프로방스 프로방스(정기범 著 스타일북스 刊)풍경과 예술, 역사와 일상이 하나가 되는 곳 프로방스로 초대하는 책. 프랑스 남동부 지역을 가리키는 프로방스는 단순히 지역의 이름을 넘어 평안과 휴식, 고즈넉한 풍경과 소박하고 낭만적인 일상의 다른 이름처럼 여겨져 왔다. 이 책은 프로방스와 인근 지역인 코트 다쥐르에서 추천할 만한 18개 도시에 대한 알뜰한 여행정보를 담고 있다. 파리에 살고 있는 자타공인 프로 여행 안내자인 저자 정기범이 낯선 외국생활에서 외롭고 힘들 때마다 찾곤 했던 마음의 고향 프로방스의 깊은 곳까지 안내한다. 도시에 대한 기본 정보는 물론 볼거리와 알거리, 숙박지, 먹을 곳 등까지 자세하게 알려준다. 값 1만3천원.
경기일보와 포토경기를 태블릿 PC에서도 구독할 수 있다.경기일보를 비롯한 신무과 잡지 등을 구독할 수 있는 스마트패드용 미디어 앱이 출시돼 관심을 끌고 있다.이번에 출시된 파오인 앱은 경기일보와 포토경기 등 일간지, 경제지, 전문지, 지방지 신문 50여종과 시사경제, 여성패션, 스포츠자동차 잡지 등 국내 최대의 다매체를 구독할 수 있는 스마트용 앱이다.파오인 앱은 기존의 신문, 잡지 앱과 차별화 한 것이 큰 특징이다.첫째, 100여종에 이르는 국내 최다 다매체를 서비스한다. 스마트패드 사용자들은 그동안 자신이 필요한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 여러가지 앱을 다운로드해야 했지만 파오인 앱 하나면 국내의 모든 신문과 잡지를 구독할 수 잇다.둘째, 실시간 스트리밍 기법을 적용해 기존 앱이 다운로드시 와이파이환경에서 5~10분 정도 기다려야 했으나 파오인 앱은 앱을 다운로드 받으면서 곧바로 신문과 잡지를 읽일 수 있다. 또한 다운로드 받은 신문과 잡지는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지 않거나 에어플래인 모드에서도 다시 볼 수 있어 비행이나 여행시에도 유용하다.셋째, 아날로그 감성과 UI를 그대로 살려 실제 신문과 잡지를 읽는 느낌을 주며 자신이 원하는 기사를 스크랩해 스크랩북을 운영하거나 목차기능을 이용해 원하는 페이지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파오인 앱은 아이패드와 갤럭시탭 등 태블릿 PC에서 모두 이용 가능하며 애플으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마켓에서 파오인 검색 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파오인 앱 출시 기념으로 다운로드 후 회원가입 하면 신문 1종과 잡지 2종을 한달간 무료로 볼 수 있다./이종현기자 major01@ekgib.com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올해로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경축하는 광복절이 66주년이나 됐지만, 여전히 한국과 일본은 가까우면서도 너무 먼 관계다. 일본은 대지진과 쓰나미로 피해를 입었던 지난 3월 지원국인 한국에 감사해 했다. 하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자국 외교관의 대한항공 이용을 자제시켰고, 한국은 일본 국회의원의 독도 방문을 허가하지 않았다. 살가운 이웃같다가도 어느새 냉랭한 적이 되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과거와 지금의 한일관계를 짚어보며 현명하게 이를 개선하는 방법을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 ▲일본, 한국병합을 말하다(미야지마 히로시 등 공저. 열린책들 刊)도쿄 대학교 명예교수 와다 하루키, 성균관대학교의 미야지마 히로시, 와세다 대학교의 이성시 등 일본의 진보 역사학자 16명이 한국 강제 병합의 의미를 살핀다. 한일강제병합 100주년인 지난해 일본 이와나미서점에서 간행하는 학술잡지 사상이 마련한 관련 특집과 심포지엄 성과물을 묶은 단행본. 책은 총 5부로 구성, 한국 병합 100년과 한국 병합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하고 식민지 지배하의 조선의 모습과 한국병합의 역사적 인식에 대한 각 역사학자들의 의견을 보여준다.예로 일본 교토대 교수 출신인 미야지마 히로시는 한국병합이 낙후한 조선을 근대화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일본의 침략론에 대해 일본이 동아시아의 중심이라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해 빚어진 역사인식으로 진단한다.또 이노우에 가츠오 홋카이도대학 명예교수는 1894년 10월27일 히로시마에서 있던 일본군 대본영이 동학농민군을 모조리 살육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사실을 규명하고, 쓰다 쓰토무 메이지대학 교수는 에도시대 조선통신사의 일본행이 사라지면서 조선인을 멸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주장한다. 부록으로 실린 근대 한일 관계사 관련 연표도 독자의 이해를 돕는데 한 몫한다. 값 2만8천원. ▲한일 신시대를 위한 제언(한일 신시대 공동연구 프로젝트, 한울아카데미 刊)지난 2008년 4월 양국 정상이 정상회담 후 한일 학자 26명이 1년 반 이상 공동연구에 착수해 얻은 프로젝트 결과물. 책은 한일관계의 100년 대계를 구상하고 제안한다는 목적으로 시작한 연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크게 한일관계, 국제정치, 국제경제의 세 부분으로 나뉘어 현재를 짚어보고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 특히 역사 문제를 분명하게 지적하고 정리한 것이 눈길을 끈다. 책에선 일본이 무력으로 한국병합을 단행했음을 분명히 하고, 식민지 지배가 가져온 민족적 한이 양국의 정상화를 방해하는 커다란 요인임을 지적했다.양국의 학자는 오늘날 얽힌 복잡한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것이 신시대의 과제임을 역설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면에서 공생을 추구하는 복합 네트워크 구축을 제안한다. 한편, 책은 한일관계와 동아시아 연구에 관심있는 세계 각국의 학자와 일반인을 위해 한국어와 일본어는 물론 중국어와 영어 등 4개 국어로 출간됐다. 값 1만2천원 ▲일본에 고함(KBS 역사스페셜 제작팀 著, 시루 刊)지난해 KBS가 국권 침탈 100년을 맞아 5부작으로 기획한 역사다큐멘터리 한국과 일본을 1년여 만에 책으로 엮은 것. PD 김종석과 최지원, 작가 고은희와 정윤미 등 다큐멘터리 제작팀이 공저했다. 보여주고 정리하는 것에 전문가인 저자들의 특성이 반영돼 한일 관계를 다룬 여느 책들보다 쉽게 읽히는 것이 특징이다.책은 한국과 일본의 2000년의 관계사를 인연, 적대, 공존, 변화, 대결 이란 5가지 키워드로 살펴본다. 문화를 주고받던 이웃에서 국권을 강탈한 원수가 되기까지 소통과 대결의 역사를 걸어온 한국과 일본을 재조명하며 한일 관계의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또 한국과 일본의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역사를 끄집어내고,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와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특히 균형감각 있는 시각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며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한국과 일본이 소통하고 공존할 때 융성하고 번영했으며, 갈등하고 대립했을 때 쇠퇴하고 불행했다는 사실이다. 값1만3천원 류설아기자 rsa119@ekgib.com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미친 영향은 대단했다. 전남 강진 같은 곳은 답사 순례 코스로 떠올랐고 남도의 한 음식점은 밀려드는 손님에 폐업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유행어에 유홍준 추종자란 말도 생겨났다.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답사기 2탄에 버금가는 책을 갖고 돌아왔다. 문화재청장 사임 후 그의 관심을 끈 것은 국보와 유물들. 그래서 나온 책이 국보 순례(눌와 刊)다. 2009년부터 한 일간지에 연재한 글들을 모은 책이다.책은 국보와 유물을 순례자의 눈으로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나라의 보물을 순례하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고 했다. 유물 하나하나를 찬찬히 들여다본 감상을 적었고 얽힌 명품들의 뒷이야기도 담았다.양송당 김지의 동자견려도에는 나무다리를 건너지 않으려는 나귀와 잡아끄는 동자의 움직임이 생생하며, 경남 합천 영암사터의 쌍사자석등은 화사석을 번쩍 들어 올리느라 뒷다리에 힘을 주어 엉덩이가 올라갔다.저자의 섬세하고 다정한 해설은 누가 읽어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 어려움이 없는 옛이야기 같다.특히 눈여겨 볼 부분은 해외 한국 문화재다. 평소 국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남달랐던 저자는 해외 박물관을 순례하며 미국과 유럽에 있는 중요한 유물들을 미술관별로 대략 일별했다. 해외 박물관에서 제공한 양질의 도판을 수록하여 국내에서는 감상할 기회가 적은 유물을 지은이의 친절한 해설과 함께 만나볼 수 있다. 값 1만6천원 윤철원기자 ycw@ekgib.com
말굽이 생긴 뒤로 손금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중이다. 생명선의 상단은 이미 지워지고 없다. 말굽으로 뭔가를 내려치면 칠수록 손금이 그만큼 가속적으로 사라지는 것 같다. 말굽의 힘이 강화되면, 생명선은 물론 손금이 모두 없어질는지도 모른다. 생명선이 사라지면 죽는 걸까, 아니면 영원히 사는 걸까. 손바닥에 쇠말굽을 숨겨 지니고 영원히 사는 것은, 아무래도 슬픈 느낌이다.올해로 등단 39년을 맞은 작가 박범신의 39번째 장편소설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문예중앙 刊)로 돌아왔다. 죽음보다 깊은 잠과 풀잎처럼 눕다 등의 다수의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은 작가 박범신은 이번 작품을 통해 마술적 리얼리즘 기법을 본격적으로 차용했다.그동안 작가의 작품에 볼 수 없었던 강도 높은 하드고어적 폭력 묘사를 통해 작가는 독자에게 인간 마성의 근원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4년간 교도소에 수감되었던 주인공 나는 출옥 후 노숙자로 십여 년을 떠돌다 고향으로 돌아간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찾은 고향에는 나가 아버지와 살았던 무허가 판잣집은 사라지고 5층짜리 원룸빌딩인 샹그리라만 서있다.나는 빌딩 앞에서 우연히 집주인 이 사장에게 빌딩 관리인으로 고용되고 그곳에 사는 인물들이 벌이는 천태만상을 보게된다. 특히 샹그리라의 주인인 이 사장은 폭력과 악의 화신과 같은 존재로 그의 비정한 모습을 목격하며 나에게는 믿을 수 없는 기이한 일이 일어난다.위기감과 분노에 빠지는 순간 나 손바닥에는 말굽의 모습이 나타나고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자라난다. 결국 이로 인해 연쇄살인에 버금가는 살인들을 저지르게 된 나는 그동안 잊고 있던 기억들도 하나씩 되찾게 된다.그리고 샹그리라의 눈먼 안마사가 자신이 사랑했던 여린이라는 것을 깨우치며 이 사장이 장악하고 다스리는 죽음의 장소, 악의 잿더미에서 여린을 지키기 위해 최후의 결단을 내린다. 값 1만3천원윤철원기자 ycw@ekgib.com
남편이 바람이 났다. 그것도 미성년자랑. 남편은 그 미성년자가 성인이 될 때까지 5년을 기다리며 아내를 기만한다. 과연 당신이 이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혼 당한 여성의 복잡한 심리와 고통을 생생하게 그려낸 홀로서기(지혜정원 刊)는 진하게 아픈 소설이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여성작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엘레나 페란테(Elena Ferrante)의 대표작이다. 엘레나 페란테는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많은 사랑과 찬사를 받고 있는 베스트셀러 저자이지만, 그녀의 신상은 미스터리 그 자체이다. 나폴리에서 태어났고 일찍 고향을 떠나 오랜 세월을 외국에서 보냈다는 사실 정도만 밝혀져 있을 뿐 그녀에 대한 모든 것은 베일에 싸여 있다. 언론의 인터뷰조차 아주 가끔 이메일로만 허락할 정도로 자신을 밖으로 드러내길 꺼리는 은둔 작가이기에, 엘레나 페란테라는 필명 뒤에 분명히 다른 유명 작가가 숨어 있을 것으로 추측했던 기자들이 열심히 파헤쳐 보았지만, 어떤 실마리도 찾을 수 없었고 아직도 그녀의 존재는 얼굴 없는 베스트셀러 작가로만 남아 있다. 작품은 어느 날 남편으로부터 일방적인 이혼 통보를 받고 상실의 고통에 빠진 결혼 15년차 주부 올가가 삶을 되찾아가는 모습을 그린 여성 심리소설이다. 믿고 사랑하던 남편에게 버림당한 여성의 복잡한 심리를 직설적이면서도 솔직하게 담아냈다. 출간 당시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에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무려 48주 동안 이탈리아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었다. 또 로베르토 파엔자 감독이 영화로 제작, 제62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황금사자상 경쟁부문에 오르기도 했다.복잡한 관계 속에서 쉽게 상처받게 되는 여성의 삶을 섬세하게 파고드는 이 작품은 엄마라는 이름으로, 아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현시대를 살고 있는 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다독여 준다.스펙터클한 사건도 없다. 영화처럼 멋진 인물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문학 소설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통속적인 사랑과 배신을 테마로 그저 한 여성의 삶과 심리를 담담하게 쫓아간다. 소설 자체가 워낙 주인공의 심리안에 갇혀 있게 함으로써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측면이 있어 소설의 여운은 깊게 남는다. 값 1만2천원.강현숙기자 mom1209@ekgib.com
▲나를 브루클린이라 불러주오(에두아르도 라고 著. 푸른숲 刊)스페인의 권위 있는 나달 문학상과 국립 비평상을 받은 작품으로,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스페인 출신 소설가의 데뷔작. 등장인물 3명이 퍼즐처럼 '브루클린'이라는 책을 완성해가는 이야기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평생의 기록을 남긴 작가 갈, 젊은 날 만난 갈을 잊지 못해 불행한 삶을 사는 유부녀 나디아, 갑자기 죽은 친구 갈로 인해 인생이 흔들린 네스터가 주인공이다. 브루클린은 소설의 배경이자 갈이 사랑한 여인의 딸 이름이고, 갈이 평생의 기록을 엮은 책 제목이기도 하다. 값 1만3천원. ▲평등, 자유, 권리-사회 정의의 기초를 묻다(이종은 著, 책세상 刊)선(善)을 향유할 자유와 권리가 모든 인간에게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전제 아래 정치사상의 핵심 주제인 평등ㆍ자유ㆍ권리 개념과 이들 사이의 관계를 다룬 저작이다. 저자는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아울러 저자는 자유와 평등에 대한 권리를 밝힘으로써 정의의 원칙을 확립고자 한다. 인간의 역사가 어떻게 불평등에서 평등으로 바뀌었으며, 불평등과 평등의 근거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논의에서 출발해 한국사회의 교육평준화 문제까지 건드린다. 값 3만5천원. ▲꽃은 왜 아름다운가(장혜영 著, 작가와비평 刊)중국 옌볜작가협회 회원이었던 조선족 출신 소설가의 신작 장편. 욕망과 도덕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 일간지 기자 양석주는 석수장이인 아버지 양철수가 불상 조각을 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경악한다. 양철수는 의붓딸을 겁탈하는 등 불륜을 일삼는 아버지가 과연 신성한 작업을 할 수 있을지에 의구심을 가진 것이다.양석주는 결벽증이 심한 동료 이지혜와 사귀다가 이지혜의 언니 향미와 사랑에 빠진다. 질투에 눈이 먼 이지혜는 향미를 벼랑에서 떨어지게 하지만 양철수가 만드는 석불에 걸려 목숨을 건진다. 전2권. 각권 1만1천원. ▲밖에 나가 놀거야(모 윌렘스 글그림, 푸른숲주니어 刊)아기 코끼리 코보와 아기 돼지 피기가 비 오는 날 겪는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그린 그림책. 밖에 나가 놀 생각으로 한껏 부푼 피기. 하지만 갑자기 비가 쏟아지고, 코보가 커다란 귀로 비를 막아줬지만 잔뜩 실망한 피기의 기분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그때 지렁이 친구들이 나타나 빗물을 튀기며 신나게 뛰어노는데. 미국 어린이 TV 시리즈 세서미 스트리트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모 윌렘스의 작품이다. 단순하면서도 사랑스러운 그림에 작가 특유의 따뜻한 유머가 넘친다. 값 8천500원.
외국에서 한류 열풍이 거세다면 국내에선 현재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만만치않은 조짐을 보이는 것이 있다. 인도 문화 열풍이다. 기존에도 인도 음식과 여행 등을 즐기며 그네들의 문화를 찾는 마니아층이 있었지만, 대중성을 띄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영화 부문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데, 지난 2009년 제81회 아카데미 영화제를 평정한 인도와 영국의 합작품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주인공이다. 이 작품은 인도의 외교관 비카스 스와루프의 소설 Q&A(2005년)를 원작으로 한다. 이 작품 이후 국내에서 약 90만 명의 관객을 모은 블랙과 비수기에 40만 관객동원에 성공한 내 이름은 칸 등이 인도 영화에 신뢰도와 함께 그네들의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도를 높인 상황이다. 실제로 오는 18일 개봉 예정인 세 얼간이는 네티즌의 폭발적인 지지로 영화 평점 1위에 오르며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이처럼 국내에서 인도 문화 열풍 조짐을 보이는 표면에는 인도 영화가 자리하고, 보편적이면서도 특수성이 조화를 이룬 이야기가 그 근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에서 선보인 소설 유리 궁전(올 刊)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세계 25개 언어로 출간된 이 국제적 베스트셀러는 인도 출신의 고아 소년 라즈쿠마르의 생애를 중심으로 인도와 미얀마, 말레이 반도를 누비며 제국주의 침탈과 식민지, 전쟁, 독재로 이어지는 제3세계의 일반적인 수난의 근대사를 다룬다.라즈쿠마르는 어린 시절 딱 두 번 보았던 소녀와 사랑에 빠지고 영국군의 미얀마 점령이나 세포이(인도인 영국군)의 등장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사내다. 그런 그가 목재업에 진출해 막대한 부를 쌓고 첫사랑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과정이 다큐멘터리처럼 담담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제국의 팽창과 작동방식이 개인의 인생에 파고들어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격하는 순간 담담했던 감정선이 깨지는 충격을 준다. 또 총독부 행정관인 남편을 잃은 후 분노에 빠졌다가 무력투쟁의 불모성을 깨닫고 간디의 비폭력 노선을 따르는 우마 데이나 영국군에 봉사하다 일본군에 협력하는 그의 조카 아르준 등 등장인물간 엇갈리는 삶은 식민주의와 탈식민주의에 대한 다층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역사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이고 인류학자이기도 한 아미타브 고시의 역작으로, 저자의 조국인 인도 특유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역사의 부침에 흔들리는 지극히 보편적인 한 인간이 투영된 라즈쿠마르가 국내 관객을 사로잡을지 기대된다. 값1만6800원. 류설아기자rsa119@ekgi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