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여성 나혜석의 불꽃같은 삶

37년만에 수원 출신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의 일대기를 담은 책이 복간됐다.이구열 한국근대미술연구소 소장이 지난 1971년 1월부터 월간지에 17회에 걸쳐 연재한 에미는 선각자였느니라를 묶은 1974년의 저작을 단행본 나혜석(서해문집 刊)으로 재출간한 것.나혜석은 서양화가이자 문인, 한국 근대사에 가장 특출했던 여성 선각자로 꼽힌다. 일본 유학 후 31운동에 적극 나섰다가 옥고를 치렀고, 여권 주장 발언과 선각적 글을 언론에 게재하며 문화적 개혁 운동을 펼쳤다. 1921년 경성일보 내청각 전시장에서 한국인 화가의 최초 개인전이었던 첫 유화 전시회를 열고, 조선미술 전람회에 연속 입상하는 영광을 누렸다.하지만 그녀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이혼과 비참한 파멸로 얼룩진 삶 때문. 그는 유럽 여행지에서 만난 당시 천도교 지도자 최린과의 악연과 이혼 결정으로 사회적 비판을 받았고, 연고자와 신분을 함구한 채 시립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불온한 여성으로 낙인찍혔던 나혜석을 40여 년전 미술기자였던 이 소장이 관련 자료와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의 증언을 수집해, 여성 선각자이자 뛰어난 서양화가로 재평가한 책을 출간했던 것이다.자서전식으로 복간된 책은 전작의 나혜석 사망 시점인 1946년 50세, 사망을 1948년 12월 10일, 서울시립 자제원에서 53세로 사망으로 수정했고, 미국 여행 원고와 위자료 청구 소송문 등을 보완했다. 이와 관련 이 소장은 서문에서 영광과 파멸을 극으로 살다 간 화가 나혜석.(중략)나는 나혜석이라는 근대의 한 여성 선각자의 사상과 그녀가 살았던 사회 배경 그리고 시대적인 문체를 종합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이 소장은 나혜석에 대한 연구 공로를 인정받아 오는 22일 오후3시 나혜석 생가터가 있는 수원시 행궁동주민센터에서 나혜석기념사업회(회장 유동준)가 제정한 제1회 나혜석 학술상의 특별상을 받는다. 값 1만9천500원류설아기자 rsa119@ekgib.com

등골 오싹~ 무더위 날리는 스릴러 소설

뜨거운 여름. 피서라는 이름으로 산과 바다로 떠나보지만 더위에 시달리고 사람에 시달리고, 막히는 도로에 시달리며 그저 즐겁지만은 않은 피서. 오히려 한 곳에 가만히 앉아 책장을 넘기며 몸과 마음의 더위를 식히고 피로를 거두는 것이 더 좋은 피서법일 수 있다. 이럴 땐 역시 섬뜩한 추리스릴러 소설이 제격. 빠른 속도감에 실려 더위를 잊게 만드는 스릴러 소설들을 신간 중심으로 소개한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넬레 노이하우스 著, 북로드 刊국내에 처음 소개된 독일 여성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추리소설.한 남자가 10년 간의 감옥살이를 마치고 출소한다. 여자친구 둘을 죽였다는 죄목으로 복역한 토비아스는 자신이 정말 살인을 했는지, 억울하게 누명을 썼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마을 사람들의 괴롭힘을 당한다. 그는 죽은 여자친구와 닮은 소녀 아멜리와 함께 11년 전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고, 우연히 그 사건을 접한 형사 보덴슈타인과 피아 콤비도 그 진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책은 두 명의 여학생을 살해한 죄목으로 10년간 복역한 토비아스 자토리우스라는 청년이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스릴러물이다. 저자는 독일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긴장감 있고 밀도 높은 미스터리를 통해 젊은이들의 치기와 질투,자식에 대한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부와 권력을 향한 집착 등 인간 세상에 존재하는 추악한 이면을 꺼내 보여준다. 값 1만3천800원 ■ 7년의 밤, 정유정 著, 은행나무 刊소설은 7년 전 세령호수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추적한다. 범인이었던 야구선수 출신의 댐 보안원 최현수,그의 아들 서원, 대필작가이자 잠수부인 아저씨 승환, 살해된 소녀 세령의 아버지인 치과의사 오영제 사이의 갈등과 대결을 그렸다. 실수로 세령을 죽이고 자신을 파멸로 몰고 가는 현수는 사형 집행을 앞두고 있고 아들 서원은 열두 살 이후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채 비참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서원은 아버지와 오영제 사이의 드러나지 않은 갈등을 알게 되고 감춰진 비밀에 다가선다. 작가는 선과 악,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사회적 선입견,개인의 삶을 옥죄는 운명의 본질 등을 주제로 빠르고 긴장감 넘치게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값 1만3천원■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著, 여백미디어 刊여의도의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결혼 15년차 남성 K의 얘기. 그는 정신과 의사인 친구 H와 술을 마신 어느 금요일 저녁 약 한 시간 반 동안의 기억을 잃는다. 그리고 토요일 아침부터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가짜이고 낯설다고 느낀다. 자신의 역할에 맞춰 충실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진짜 자아와 관계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값 1만2천800원 윤철원기자 ycw@ekgib.com

새로 나온 책

은퇴대국의 빈곤보고서전영수 著, 맛있는 책 刊고령사회 일본의 어두운 현실을 보여주는 책. 기자 출신으로 한양대 겸임교수를 맡고 있는 저자는 지난 1년간 일본 게이오대 방문교수로 재직하면서 직접 목도한 일본의 현실을 전하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장수국가, 실버산업의 천국 등으로 포장돼 있는 일본의 실상은 심각하다. 고령자의 3대 불안인 금전, 건강, 고독을 노린 노인 대상 범죄가 횡행하고, 고독과 울분을 참지 못한 노인들의 범죄 역시 크게 늘었다. 저자는 비교적 탄탄한 연금 제도에도 빈곤으로 고통받는 일본의 노인을 사례를 통해 편안한 노후를 위한 국가와 개인의 대책 모색이 시급함을 강조한다. 값 1만6천원 거짓의 미술관(전2권)랄프 이자우 著, 비룡소 刊모모의 작가 미하엘 엔데가 발굴한 독일의 환상소설 작가 랄프 이자우의 신작. 미술관을 배경으로 도난 사건과 살인, 복제인간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다룬 추리소설이다.파리 루브르 미술관의 조각상 잠든 헤르마프로디테가 폭발해 파괴되고 그 범인으로 과학 기자 알렉스 다니엘스가 용의선상에 오르면서 알렉스는 자신에게 씌워진 누명을 벗기 위해 진실을 찾아 나선다. 범인이 남긴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에서 알렉스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각 권 1만3천원 자기만의 방정민우 著, 이매진 刊젊은 사회학자가 고시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청년세대와 우리 사회의 주거 현실을 조명한 책. 저자는 고시원에 거주하는 10명의 젊은이들을 만나 고시원의 생활, 각자의 주거관, 집에 관한 꿈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1평짜리 집 아닌 집에서 사는 이들의 이야기는 사회에 막 첫발을 내디딘 청춘들의 불안한 처지와 평범한 서민들이 감히 내 집 마련의 꿈도 꾸지 못하게 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값 1만7천원 라이너스 폴링 평전테드 고어츨벤 고어츨 著, 실천문화사 刊세계 최초로 노벨화학상과 노벨평화상을 동시에 수상한 미국 과학자겸 사회운동가 라이너스 폴링(1901~1994)에 대한 평전. 미국 포틀랜드에서 태어난 폴링은 20대에 양자물리학을 분자 연구에 응용하면서 세계적인 과학자의 반열에 올랐고 1939년에는 20세기 가장 중요한 화학 저서 중 하나로 꼽히는 화학결합의 본질을 출간했다. 또 냉전시대 매카시즘의 광풍 속에서도 평화에 대한 신념을 버리지 않고 반핵 운동에 앞장섰다. 이 책은 이러한 화려한 이력을 가진 폴링의 삶을 재구성하며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킨다. 값 2만원

[책마을] “자녀교육은 부모 하기 나름”

여름이다.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라면 여름방학이라는 표현이 더 가슴 깊이 다가올 시기다. 뜨거운 태양에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땀 흘리며 학원과 도서관, 학교 등을 전전할 자녀를 생각하면 공부 따위에 매달리지 마라고 말하고 싶다가도, 주변 학부모와 성공한 직장인 등을 보면 도저히 그 말을 입 밖에 낼 수 없는 것이 부모의 심정일 터. 애타는 속앓이는 그만하고 자녀교육에 원칙을 세워보자. 부모가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자녀교육서를 소개한다. ■ 물려줄 게 없는 부모는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라(한희석 著, 명진출판 刊)부모는 아이에게 질문하라!중학생이 된 딸을 위해 술과 담배를 끊고 직접 학습코치로 나선 아버지의 경험에서 비롯된 충고다.무협소설 작가인 저자는 딸의 중고등학교 시절인 6년간 학원을 보내지 못하는 형편에 자녀와 공부 마라톤을 달리기로 한다. 그 결과 중1 때 반에서 27등 했던 딸은 고2 때부터 전교 1등을 유지, 고려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책에는 학교 수업을 복습할 수 있도록 배운 것을 질문하고 신문에서 칼럼을 오려 읽게 하는 등 다양한 노하우를 담았다.가장 중요한 것은 매일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고 선생님에게는 어떤 질문을 했는지 등 부모가 아이에게 묻고 답하는 과정이라고 소개한다. 이를 통해 자녀의 학습 이해도를 파악할 수 있고, 아이는 부모의 관심과 기대를 받는 즐거움에 자연스럽게 성적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값 1만3천원■ 하버드 부모들의 자녀교육법(변윤숙 외 7인 著, 물푸레 刊)자녀를 하버드에 보낸 8인 부모의 자녀 교육법을 담은 책. 자녀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학창시절까지 경험을 통해 검증된 교육 방법을 소개한다. 흥미로운 것은 8인 부모의 자녀 교육법 원칙은 많은 부분 일치하지만 각기 다른 성향의 아이들인 만큼 눈에 띄는 차별점이 있다는 것이다. 겁이 많고 소심했던 아이나 워낙 장난이 심해 집중력이 약했던 아이 등 각기 다른 아이들의 단점을 보완하고 어떻게 장점을 강화했는지 맞춤형 교육법을 찾을 수 있다.하지만 분명 공통적인 원칙과 방법이 있다. 우선 부모들은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않고 강점을 키워주는 것, 공감 대화를 나누는 것, 다양한 체험을 통한 강한 정신력 키워주기,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준 것 등이다. 또 하버드에 입학한 아이들의 공통점으로는 학교 교육에 충실하고 책벌레였다는 것, 시간 관리의 고수로 단순한 공부벌레가 아니라는 것, 재능보다 노력으로 성취하는 노력파라는 점 등이다. 값 1만5천원■ 인재시교(인젠리 著, 팝콘북스 刊)인재시교(因材施敎)는 아이의 자질에 따라 서로 다르게 가르친다는 공자의 가르침이다. 책은 그 가르침을 현대 교육에 맞춰 적용한 사례들을 기록하고 중국 상류층 엄마들이 손으로 베껴가며 돌려보던 생생한 자녀교육서다.저자는 자신의 딸을 16살에 명문 칭화대에 합격시켰다. 또 베이징 시가 최고의 모범 학생으로 선정했을 만큼 뛰어난 성품과 탄탄한 실력을 갖춘 딸로 키웠다. 이를 본 학부모들이 아이를 키운 방법과 자신의 자녀에 대한 고민을 상담, 효과를 본 부모들이 저자에게 글로 정리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16년간의 교육방법과 상담사례를 정리했다. 저자는 이렇게 탄생한 책 인재시교를 통해 엄마와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모든 아이에게 가정은 첫 번째 교육장소이자 가장 중요한 공간이며 부모는 아이에게 가장 깊은 영향을 주는 첫 번째 스승이라는 것이다. 값 1만8천800원 류설아기자 rsa119@ekgib.com

[책마을] 중국 성장이 지구 환경을 생사 기로에

영국에서는 중국인들이 한꺼번에 땅을 박차고 뛰어오르면 지구의 축이 흔들려 지구가 멸망하고 만다는 우스개가 있다. 이와 비슷하게 한국에도 중국인이 한꺼번에 오줌을 누면 우리나라에 홍수가 난다는 말도 있다. 둘 다 중국의 엄청난 인구를 빗댄 우스개다. 인구 대국 중국은 이제 세계 환경문제의 핵심 지역이 됐다. 영국 가디언의 중국 특파원 조나단 와츠가 8년 동안 중국의 성장과 그에 따른 환경의 불협화음에 대해 관찰해왔던 내용을 바탕으로, 6개월간 본격적인 환경 기행을 하면서 기록한 중국 없는 세계(랜덤하우스刊)를 냈다. 조나단 와츠는 현재 13억~15억으로 추산되는 중국인들이 세계시장의 굴뚝으로 도약하고, 경제를 넘어 정치적 패권까지 쥐기에 이르자 중국의 성장이 실제로 지구 환경을 생사의 기로에 놓았다는 점을 지적했다.요컨대, 저자는 티베트 고원에서부터 네이멍자치구 사막까지 약 10만 마일을 여행하면서 온갖 환경적 참사, 과소비, 시민운동 등을 목격했다. 실크로드를 거쳐 탄광에도 들어갔으며 쓰레기 폐기장을 가로질러 암환자들이 모여 사는 마을을 방문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중국 최고의 부자들이 산다는 도시들과 중국에서 가장 오염된 도시와 바다에 가보고, 중국의 환경운동가, 정치인, 변호사, 작가들을 비롯해 에너지와 빙하, 사막, 해양, 기후 분야에서 중국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을 만나보고 얘기를 들었다. 이렇게 저자는 중국 전국을 돌면서 자본주의 도입 후의 중국 경제와 환경의 불편한 현대사를 목격하고 기록했다. 그는 시각적 정보뿐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정신, 고사에 담긴 옛 기록 등을 정리하면서 갖가지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현재 중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독자가 스스로 고민하도록 해준다. 특히 저자는 중국은 2050년까지 오염 물질 배출을 늘릴 것이고 그 때쯤이면 네이멍구 자치구 사막처럼 지구의 기후가 변하고 그 전에 희소한 에너지와 자원을 놓고 전쟁을 벌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중국인은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고대 중국의 철학인 도교를 더 많이 실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값 2만원 강현숙기자 mom1209@ekgib.com

새로 나온 책

헤르만 헤세의 청춘이란 무엇인가헤르만 헤세 著, 스타북스 刊헤르만 헤세의 작품 중에서 청춘이라는 테마로 인생과 사랑, 예술 등의 주제를 다룬 글들을 엮은 책.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IBS번역센터를 설립하여 대표로 재직하면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는 서상원 씨가 번역했다. 아무리 힘든 고독과 방황, 좌절도 감내해야 할 경험이며 결국 그 어떤 것도 지나간다는 것을 이야기해준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또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사유하며 방황하고 아파하는 청춘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감동의 말을 전해준다. 값1만2천원 방사능과 암을 극복하는 면역요법백승헌 著, 다문 刊사주를 알면 건강이 보인다, 식단의 건강 혁명의 저자 백승헌의 건강 지침서. 방사능과 암을 극복하는 면역식단요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올바른 체질개선이 곧 면역력을 높이고 또한 자연치유력을 높인다고 이야기하며 서양의 면역학과 동양의 체질의학을 통합한 원리로 면역요법을 제시한다. 더불어 각종 암의 면역시스템을 위한 항암 식품과 함께 균형 잡힌 면역식단과 식품을 소개한다. 실생활 속의 체질개선을 주로 이야기해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값1만2천원 조율지선환 著, 매직하우스 刊탐욕과 갈등 대립의 지구의 역사는 사라지고 화성에서 다시 시작한 지 501년을 배경으로 그린 소설. 서기 2162년 2월, 지구의 종말 이후 화성에 정착한 지구인들은 지구에서의 역사를 반성하고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낸다. 과학의 엄청난 진보는 인간의 수명을 지구 시간으로 300년까지 연장했으며, 각자 능력에 맞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 처음에 화성연방은 지구에서의 모든 모순들을 극복한 이상적 사회로 보였다. 하지만 화성연방에 500년 만에 처음으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화성연방은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값1만2천원 초등학생이 꼭 읽어야 할 세계지리헤더 알렉산더 著, 사계절 刊지리를 본격적으로 배워가는 초등학생을 위한 책. 호두 껍데기처럼 딱딱하게 느껴지는 세계 지리는 물론, 문화, 자연, 그리고 인간 생활 등에 대해 적절한 비유와 예시를 곁들여 입체적으로 설명한다. 특히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되는 지리의 기초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고 있다. 2부에서는 세계를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남극과 북극 등 대륙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지역마다 다른 삶을 편견 없이 열린 시각으로 받아들이면서 자연과 세계 속에서 상생하며 더불어 살아가도록 권한다. 값 1만5천원

작가를 꿈꾸는 고교생들이 엮은 아주 특별한 자서전, 요양원 어르신들의 인생 이야기

서점에서 돈 주고 살 수 없는 책(?)이 나왔다. 도내 고교생 4명이 의기투합해 요양원에서 노년을 보내고 있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엮어 천사가 남긴 이야기(글박스 刊)를 만든 것.김주아(영복여고 3), 정다연(인덕원고 3), 조나영(수원여고 3), 허필훈(안화고 2) 학생은 지난해부터 충북 충주에 소재한 Y노인요양시설에서 치매, 중풍, 기타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어르신 말벗 봉사를 시작했다. 입시 준비로 바쁜 고교생들이 매주 충주까지 내려가 어르신들의 한 많은 인생 이야기, 아들, 딸, 친구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시도였다. 치매 때문에 표현 자체가 서투른 어르신부터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리시는 어르신, 말문을 닫은 어르신 등 학생들은 봉사 초창기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한다.봉사를 같이 시작한 4명의 학생들은 마침 꿈도 비슷했다. 작가 지망생 학생들은 주옥같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인생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 보자고 뜻을 모았고 아주 특별한 자서전이 탄생하게 됐다. 천사가 남긴 이야기에는 Y노인요양시설에 머무르고 계신 18명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인생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 경험담, 북에 있는 가족을 그리워하며 사는 할머니의 가슴 아픈 사연 등 수많은 스토리를 학생들이 직접 녹취해 정리하고 다듬었다. 동화작가를 꿈꾸는 김주아 학생은 요양원에 처음 갔을 때 한 할머님의 뽀뽀 세례가 아직도 기억이 남는다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글로 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되는 봉사활동이었다고 말했다. 정다연 학생은 책을 집필하면서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는 일, 아무 걱정없이 밥을 먹는 일, 따뜻하고 편한 잠자리, 그리고 가족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달았다며 한 할머님께서는 꼬깃꼬깃한 용돈까지 챙겨주셨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조나영 학생은 많은 것을 배우고 얻은 의미있는 시간이었다며 제 자신이 할머님께 기다림의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 놀라웠다고 말했다.유일한 남학생 허필훈 학생은 요양원을 다녀온 후로 살면서 겪었던 모든 아픔과 슬픔을 홀가분하게 두고 나올 수 있었다며 비록 몸이 불편한 학생 신분이지만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다는 사실에 저 스스로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고 밝혔다.강현숙기자 mom1209@ekgib.com

2011 서울국제도서전 19일까지 서울 코엑스

국내 최대 책 전시회인 2011 서울국제도서전이 오는 19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책은, 미래를 보는 천 개의 눈을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도서전에는 국내는 물론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총 23개국 571개 출판사가 참여해 아동도서부터 인문사회, 과학, 문학 등 전 분야의 도서를 소개한다.특히 올해로 팔만대장경의 초경인 초조대장경이 발원한 지 천 년이 된 것을 기념해 특별전 우리의 찬란한 기록문화유산전을 마련, 초조대장경 인쇄본과 팔만대장경 복각판현대 디지털 기술로 복각된 반야심경 팔만대장경판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기록문화유산물 등을 선보인다. 또 2011, 탄생 100주년 작가들 전시에서는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는 김남천, 노천명, 박영준, 안수길, 윤곤강, 정비석, 윤석중, 이원수의 작품세계와 작품을 만날 수 있다.이 밖에도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서울대 교수를 비롯해 작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저자와의 만남과 주제가 있는 그림책 전시회, 책이 살아있다-세계의 팝업북 등 보고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자세한 일정 및 프로그램은 홈페이지(www.sibf.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류설아기자 rsa119@ekgib.com

화끈한 방자의 입담으로 들려주는 청소년들의 성과 사랑

15금. 청소년문학 가운데 드물게 15세(중학생) 이하는 봐서는 안 될 법한 책이 등장했다. 청소년들의 이성을 향한 뜨거운 호기심과 성적 욕망을 춘향전을 바탕으로 발칙하게 풀어놓은 박상률의 청소년 장편소설 방자 왈왈(사계절 刊)이 그것. 이 책은 원작인 조선시대 최고의 로맨스 소설 춘향전에서 등장하는 이몽룡과 성춘향이 벌이는 육체적 사랑을 원작보다 더 실감나게 묘사해 놓았다.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펼쳐 보이는 두 사람의 성애에 대한 묘사는 침이 삼켜질 정도로 아슬아슬하다.몽룡이 춘향이와 둘이만 남게 되자 사랑의 기쁨에 겨워 춘향이를 안아보고 업어보고 만져보고 핥아보고 하는데 야단도 그런 야단이 없으렷다.작품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방자의 입담은 더욱 화끈하다. 자기 나이 십팔세, 눈치 십구단의 첫 자를 강하게 발음하는 그의 입에서는 남녀의 생식기를 상징하는 말들이 쏟아진다. 이 작품은 다 읽고 나면 마음 한끝이 후련해진다. 양반이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16세 몽룡의 풋사랑을 발랑 까진 두 살 위의 방자가 혀를 차면서도 끝까지 엮어주는 희극적 상황 때문이다. 사랑에 눈먼 몽룡은 상놈 방자를 형님은 물론이고 아버지라고까지 부른다. 몽룡의 눈먼 사랑은 방자의 걸쭉한 입담을 통해 오히려 풋풋하게 느껴진다. 막장드라마와 인스턴트 사랑이 판치는 요즘에 조선시대 청춘남녀의 사랑이 왜 시대를 뛰어넘는 생명력을 갖게 됐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값 9천원.윤철원기자 ycw@ekgib.com

“아내가 바람이 났다… 내가 잡은 범죄자와”

아내가 바람을 피웠다. 그것도 형사인 내가 잡아들였던 범죄자와 말이다! 형사로서는 일류이지만 남편으로서는 삼류인 강력계 형사의 쿨한 복수극이 펼쳐진다. 동명 영화로도 제작됐던 소설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으로 주목받았던 이야기꾼 전은강 씨의 신작 아내 죽이기(휴먼&북스 刊)를 축약한 줄거리다. 신작에서 전씨는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과 필담을 자랑한 만큼 이번에도 전작에 버금가는 독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주인공인 나는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데 탁월한 형사이지만, 성적으로 조루 증세가 있는데다 장인의 간이식 수술에 자신의 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골수검사조차 하지 않고 경제적 만족도 주지 못하는 찌질한 남편이다.아내가 바람을 피우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런데 하필, 아내는 돈을 꾸러갔다가 만난 사채업자 경수와 눈이 맞는다. 경수는 나에게 붙잡혀 스토커 혐의로 옥살이를 했던 범죄자다. 경수는 억울하다며 복수를 다짐하던 찰나, 나의 아내와 의기투합해 이혼을 요구해 온다.일류 형사 삼류 남편의 쿨한 복수극기발한 상상력으로 뒤틀린 세상 폭로여전히 아내를 사랑하고, 더욱이 자존심때문에 범죄자에게 아내를 빼앗긴 형사가 될 순 없다. 이혼을 거부하자 아내와 그 놈은 두 사람의 관계를 담은 동영상을 보내는 등 나를 자극한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순 없다. 신종플루 병균을 그들에게 옮기려고 시도하는 등 유치하게 버티면서, 베테랑 경찰답게 사건도 척척 해결한다. 젊은 시절 자신을 강간했던 남자와 남편 회사의 발주업체 사장으로 다시 만나 성상납을 요구받다가 끝내 그를 살해한 여인, 실수로 사람을 치어 죽였지만 병든 아이 때문에 은폐할 수 밖에 없었던 야채장수, 알코올중독인 남편을 죽이기 위해 교묘한 수를 쓰는 아내 등 애처롭고 때론 잔악한 이들의 범죄가 나와 그리 멀지 않다. 결국 나도 아내를 죽이기로 결심한다.소설가 전씨는 불쌍하고 찌질한 캐릭터 나를 화자로 어이없는 자신의 상황과 형사로서 마주한 현실세계를 교차 나열하며 한국 사회의 도덕성을 묻고 있다. 작가는 도덕성을 말할 수 없는 뒤틀린 세상을 현실 그대로 폭로하면서도 지켜야 할 것이 있다고 강변하는 듯하다.특히 범죄자를 추적하는 과정을 세밀한 묘사로 풀어내 마치 범죄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주고, 아내와 형사의 위트 넘치는 대화로 비정한 범죄 이야기를 유쾌하게 전복시킨다. 값1만1천500원류설아기자 rsa119@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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