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대까지
시공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 파헤쳐 결코 객관적으로 아름답다고 할 수 없는 그림들과 그에 얽힌 어두운 이야기를 담은 불편한(?) 책이 나왔다. 책 검은 미술관(이유리著 아트북스刊)은 자살, 자학, 공포, 잔인함, 죄의식, 폭력, 편견, 위선 등 음습한 인간의 마음을 포착한 검은 그림들을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본래 새의 모습이었지만 어느 순간 물고기의 형상으로 변해버린 중세시대 세이렌 조각상, 아르놀트 뵈클린의 전쟁 연작, 앙리 르노의 그라나다 무어 왕의 즉결 처형, 히에로니뮈스 보스의 수전노의 죽음 등 유명 작품에 담긴 뒷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다.또 남편의 외도로 고통받은 멕시코 여성화가 프리다 칼로, 스스로 질투에 휩싸여 춘화같은 그림을 그린 프랑스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 미래에 현재를 저당 잡힌 채 하루하루 불안 속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 속을 헝클어진 붓질로 표현해낸 프랜시스 베이컨 등 인간 마음 속의 어두움을 그려낸다.무엇보다 서양의 르네상스 시대 그림부터 현대 한국 작가들의 작품까지 시대와 지역을 넘나들며 다양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개인과 사회의 문제를 짚어본다.저자는 책 서문을 통해 대학 시절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가서도 영어 공부는 뒷전으로 제쳐둔 채 런던에 있는 갤러리만 모조리 훑어보고 다녔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런 막무가내 미술사랑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꾼 예술작품들(2009)을 덜컥 내놓기도 했다. 이번 검은 미술관은 예술작품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썼다고 한다. 저자는 괴테의 말을 빌어 세상을 피하는 데 예술보다 확실한 길은 없다. 또 세상과 관련을 맺는데도 예술처럼 적당한 길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1만3천800원 강현숙기자 mom1209@ekgib.com
출판·도서
강현숙 기자
2011-08-30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