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딜러에게 찾아온 핑크빛 사랑 이야기

첫 장편 프레지아 꽃향기로 수많은 로맨스 문학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김진익 작가가 올 가을, 치명적인 사랑이야기와 함께 돌아왔다. 그의 두 번째 장편소설 융프라우가 보이는 자리(한솜 刊)는 스위스 인터라켄을 배경으로 왓치딜러 찬우와 아픔을 간직한 여인 윤지의 사랑이야기다.주인공 찬우는 세계 최고의 왓치딜러다. 하지만 그는 전형적인 엘리트 코슬 밟은 것도, 뒤를 봐주는 빽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시계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그를 그 자리까지 올려 놓은 것. 자연히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해본 그에게 어느날 핑크빛 사랑이 찾아온다. 길에서 보면 한 번쯤 다시 돌아볼 아리따운 그녀, 자신감 넘치고 활동적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단아하고 청순한 매력을 지닌 윤지다.그러나 찬우는 윤지를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한 꿈에 시달린다. 그리고 그 속에는 늘 한 남자가 등장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남자는 찬우에게 기묘한 부탁을 하고, 남자와의 만남이 지속될수록 찬우는 자신과 윤지와 얽히고 설킨 놀라운 사실에 다가가게 된다.왓치딜러라는 다소 생소한 직업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소설은 스위스 인터라켄을 중심으로 베른, 루체른, 일본, 한국 등 세계 곳곳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그 울타리 속에는 왓치딜러뿐 아니라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한다. 인물 개개인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어 모두가 주인공인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전반부에 전혀 관련 없던 이들이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하나씩 얽혀 가는 것은 소설의 재미를 더한다.작가는 다양한 등장 인물들의 세밀한 심리 묘사를 통해 누구나 공감하고 함께 아파할 수 있는 여운을 남긴다. 김진익 작가의 감각적인 문장력과 빠른 전개, 특유의 묘사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값 1만2천원윤철원기자 ycw@ekgib.com

한국 선승들이 전하는 가르침

내가 너희하고 같이 갈 때에 혹시 누가 와서 나를 두들겨 패더라도 너희는 절대 그 사람을 때리지 말고 오히려 나에게 스님, 인과를 믿으십시오라고 말을 해야 한다. 혜정 스님이 은사 스님인 청담 스님을 떠올리며 전하는 이야기 한 토막이다. 인욕의 상징으로 우러름을 받았던 청담 스님의 진면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한국 대표 선승의 행적과 그들이 전하는 가르침을 엿볼 수 있는 일화는 또 있다.운허 스님은 어느 날 독일인 목사가 절에 찾아와 예수님 믿으세요라고 말하자 미소를 지으며 그러겠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상황이 의아한 제자 밀운 스님이 운허 스님에게 왜 그렇게 대답했느냐고 묻자 저 목사는 예수밖에 모르지 않느냐. 당신 생각을 알겠다는 뜻으로 얘기했다.고 답했다 한다. 이를 두고 밀운 스님은 남의 허물을 보지 않는 분이었던 운허 스님의 뜻을 뒤늦게 알았다고 회고한다.한국을 대표하는 선승(禪僧)들의 가르침과 행적을 담은 산승불회(유철주 著, 불광출판사 刊)가 출간됐다.남양주 봉선사 회주 밀운 스님, 청주 보살사 회주 종산 스님을 비롯해 동화사 조실 진제 스님, 봉화 금봉암 고우 스님 등 한국 불교계의 대표 선승 18명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출가 후 50여 년 동안 토굴과 암자에서 수행에만 매진해 온 봉암사 수좌 적명 스님의 인터뷰도 눈길을 끈다. 출가부터 현재까지 제각기 살아온 과정과 은사 스님에 대한 일화들은 종교 차나 단순한 개인의 회고를 뛰어넘어 따듯한 인간미와 깊은 울림을 준다. 값 1만6천원. 류설아기자 rsa119@ekgib.com

환상ㆍ현실 넘나들며… 격동의 인도사 풀어내

1989년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 출간됐다가 절판됐던 살만 루슈디의 한밤의 아이들(문학동네 刊)이 다시 번역돼 나왔다. 인도 현대사를 역동적으로 그리고 있는 이 책은 20세기 영연방권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는 소설이다.인도 출신의 저자가 1981년에 출간한 이 소설은 그 해 영연방에서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인 부커상을 받았고, 1993년에는 부커상 제정 25년간 최고의 작품으로, 2008년에는 부커상 제정 40년간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됐다. 역대 부커상 수상작 중에서 계속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얘기다.소설은 1947년 인도가 독립하던 날인 8월 15일 0시 정각에 태어나서 신생 독립국 인도의 운명과 함께 하게 된 살림 시나이의 서른 해를 그린 작품. 신화와 역사,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지극히 개인적 시각에서 인도 현대사를 풀어내는데, 이 작품만큼 현대 인도에 대해 폭 넓고 역동적인 서사를 들려주는 소설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소설은 서른 살인 살림이 매일 밤 자서전을 쓰는 과정에서 천일야화의 세헤라자드처럼 연인인 파드마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인도가 독립하던 날 0시에서 1시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은 살림을 포함해 1만1명으로 한밤의 아이들로 불린다. 이들은 텔레파시, 보는 이의 눈을 멀게 하는 미모, 시간 여행을 하거나 성별을 마음대로 바꾸는 능력 등 신비로운 능력을 가졌는데 그들만의 의회를 조직해서 인도의 미래를 열기로 기획하지만 서로간의 갈등으로 계획은 무산된다. 이후 살림은 인도-파키스탄 전쟁으로 가족을 모두 잃고, 동-서 파키스탄 전쟁에 참전하며 인디라 간디가 선포한 비상사태 중에 강제로 정관수술을 받는 등 현대사의 굴곡을 겪게 된다. 이야기를 듣는 파드마는 독자를 대신해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의심을 나타내거나 역사적 사실을 점검하고 이야기가 진행되도록 독려하는 역할을 한다.루슈디는 다양한 인도 신화를 활용하고 기발한 언어 유희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무거운 역사적 사건을 때로 코믹하고 재기발랄한 방식으로 해석한다. 전 2권. 값 2만8천원윤철원기자 ycw@ekgib.com

당신의 묘비에 어떤 말을 새기고 싶은가?

내가 젊고 자유로워져서 상상력의 한계가 없을 때 나는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꿈을 가졌었다. 그러나 좀 더 나이가 들고 지혜를 얻었을 때 나는 세상이 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내 시야를 조금 좁혀 내가 살고 있는 나라를 변화시키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마지막 시도로 나와 가장 가까운 내 가족을 변화시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아아, 아무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죽음을 맞기 위해 자리에 누워 나는 문득 깨닫는다. 만약 내가 내 자신을 먼저 변화시켰더라면 그것을 보고 가족들이 변화되었을 것을, 또한 그것에 용기를 내어 내 나라를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도 있었을 것을, 그리고 누가 아는가? 세상까지도 변화시켰을웨스트민스터 성당 지하묘지에 있는 어느 성공회 주교의 묘비에 새겨진 글이다. 무(無)의 더미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진 무덤은 어언 그대로라면 아무 것도 없는 더미라는 뜻일 것이다. 그 앞의 묘비명은 인생이 덧없다 할지라도 인간의 뜻은 절대 짧지 않다는 것을 바로 증명한다.인생열전(프리윌 刊)의 저자 박영만도 죽은 자의 회한과 깨달음, 소망을 압축해 웅변하는 묘비명에서 그 어느 가르침보다도 더 많은 지혜를 배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유토피아를 저술한 영국의 토머스 모어는 권력과 부의 유혹에 흔들림없는 삶을 살다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고, 그의 묘비에는 고결한 양심, 불멸의 영혼이 새겨졌다. 빛나는 치적과 끝까지 품위와 권위를 잃지 않은 여왕 엘리자베스 1세의 묘비에는 그녀의 뜻에 따라 오직 한순간 동안만 나의 것이었던 그 모든 것들!이 기록됐다.용인 문수산 기슭에 위치한 고려 말 삼은(三隱이성계의 조선 개국 당시 고려조의 지조를 지킨 목은 이색과 야은 길재 등 세 사람) 중 한 사람인 포은 정몽주의 묘에서도 그의 삶과 후세에도 깊은 깨달음을 주는 기록이 있다. 고려수문하시중정몽주지묘 불사이군(高麗守門下侍中鄭夢周之墓 不事二君)이다. 의를 지키려다 살해되어 한 조각 비석에 절개가 깊이 새겨져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후손들을 일깨우고 있다.발명의 왕 에디슨,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 스위스의 교육자 페스탈로치, 시대를 앞서간 개혁자 허균, 영화배우 제임스 딘 등 책에 담긴 동서양의 유명인 60명의 삶과 묘비명은 각기 다른 일침으로 독자를 자극한다.저자는 앞서간 자들의 묘비명들을 통해 현대인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빛나게 하지는 못할망정 욕되게 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는 것이다.한 사람, 한 사람의 묘비명을 가슴에 새기며 자신의 무덤 앞에 새겨질 문구를 고민하고 삶의 의욕을 북돋는 기회를 갖는 것도 좋을 듯싶다. 값 1만6천원류설아기자 rsa119@ekgib.com

새로 나온 책

▲미국의 굴욕(크리스 헤지스 著, 아름드리미디어 刊)퓰리처상을 받은 베테랑 기자가 미국의 치부를 파헤쳤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미국의 5가지 불편한 진실이라는 부제가 말하듯 저자는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이 죽어간다고 단언한다. 파탄의 조짐은 단순한 금융 위기에만 그치지 않으며 정치, 경제, 문화부터 정신세계까지 광범위하게 퍼져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미국이 파멸의 길로 접어든 원인을 환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 데 있다고 경고한다. 값 1만5천원. ▲좋은 시나리오의 법칙(톰 스템플 저, 시공아트 刊)로스앤젤레스 시티 칼리지 교수인 저자가 영화 50편을 통해 좋은 시나리오의 법칙을 소개했다. 저자는 아라비아 로렌스를 통해 다층적인 캐릭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이창을 통해서는 원작을 장르에 맞게 변형시켜 성공한 예를 보여준다. 아울러 설정과 구성이 엉성한 SF 영화, 높은 제작비가 영화를 망치는 사례 등을 분석하며 나쁜 영화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값 2만원. ▲키스 후에 남겨진 것들(김주연 著, 블루닷 刊)1979년생인 라디오 방송작가가 직업과 나이가 같은 한주경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자신의 경험담을 녹여 쓴 장편 소설. 한주경은 실패한 경험담까지 원고의 소재로 삼는 베테랑 방송작가다. 하지만 조기 폐경 징후가 보인다는 진단에 충격을 받는다. 마음을 다잡으며 일에 매진하지만 봄 개편에서 물갈이가 이뤄지고 새 프로그램에 투입된다. 이 프로그램에서 DJ로 데뷔하는 안하무인의 아이돌 스타의 비위까지 맞춰야 하는 등 사면초가 신세가 된다. 값 1만2천원. ▲조선 전기 도자사 (김영원 著, 일조각 刊) 부제 분원 설치를 전후한 조선 전기 도자의 역사에서 엿보듯이 사옹원(司饔院)이라는 관청이 경기도 광주에 도자 생산 센터인 분원(分院)을 설치한 시기를 전후로 조선 도자의 양식과 요업 체제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폈다. 국립문화재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인 저자가 1995년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과 이후 발표한 논문 2편을 보태 책으로 엮었다. 저자는 이 분원 설치를 계기로 조선 도자 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본다. 무엇보다 관련 문헌기록을 검토해 분원의 설치 시기를 세조 13년 무렵(1467)이라 주장하면서 이를 계기로 조선 전기 도자사를 전기와 후기로 나눈다. 값 3만5천원.

진시황릉의 '병마용' 옛날엔 알록달록했다고?

중국 진시황릉의 병마용(흙을 구워 만든 병사와 말 등의 모형)은 유약을 바르기 전의 도자기처럼 황토색을 띤다. 하지만, 원래 병마용은 대부분 채색돼 있었다고 한다. 병사의 머리는 검정, 얼굴은 분홍, 갑옷과 기타 장신구는 군청과 초록빨간색 등으로 말이다. 게다가 병사들은 손에 무기를 들고 있었는데, 지금은 대부분 빈손이란다. 우리가 익히 아는 것과 전혀 다른 병마용이 존재했다는 것인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많은 역사학자는 사마천의 사기와 반고의 한서, 역도원의 수경주 등을 토대로 진나라 말기 진의 수도 함양을 공격했던 항우와 그의 군대 때문으로 본다. 항우의 군대가 진나라를 침범하자마자 유적 여러 곳을 불태웠는데, 이 과정에서 병마용갱도 태우고 병마용이 든 병장기를 거둬가 자신들의 무기로 재사용했다는 것. 실제로 병마용박물관에서 진행하는 발굴 현장에서 목조로 된 기둥이 새카맣게 불에 타고 그을린 흔적을 통해 이 주장과 역사서의 신빙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아시아의 왕을 만나다(천지인 刊)의 저자이자 진시황릉 현장을 취재차 다녀온 경기도 지역신문의 문화부 기자인 김선회 씨는 오늘날 이 정도의 병마용이라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책은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제의 황릉뿐만 아니라 베트남의 뜨득 황제와 카이딘 황제의 능, 일본의 류큐 왕국을 건설했던 쇼씨 왕조의 무덤인 타마우둔 등 역사 속 아시아의 왕과 마주한 취재기록을 담고 있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3개 국가의 황릉을 전부 묶어서 국내에 소개한 책은 처음이어서, 전문가는 물론 아시아 역사에 관심이 있는 대중을 위한 교양서로도 제격이다. 현장은 저자와 같은 언론사에 근무하며 제43회 한국보도사진전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는 김종택 사진기자가 생생하게 포착했다.현존하는 황릉을 설명하는 것에서 나아가 능의 주인인 황제의 업적과 과오, 역사적 맥락과 함께 당시의 경제사회문화상을 살피며 황릉 조성과정과 숨겨진 이야기 등을 만날 수 있다. 값 1만6천500원류설아기자 rsa119@ekgib.com

인간의 어두운 내면 포착한... 검은 그림들

서양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대까지 시공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 파헤쳐 결코 객관적으로 아름답다고 할 수 없는 그림들과 그에 얽힌 어두운 이야기를 담은 불편한(?) 책이 나왔다. 책 검은 미술관(이유리著 아트북스刊)은 자살, 자학, 공포, 잔인함, 죄의식, 폭력, 편견, 위선 등 음습한 인간의 마음을 포착한 검은 그림들을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본래 새의 모습이었지만 어느 순간 물고기의 형상으로 변해버린 중세시대 세이렌 조각상, 아르놀트 뵈클린의 전쟁 연작, 앙리 르노의 그라나다 무어 왕의 즉결 처형, 히에로니뮈스 보스의 수전노의 죽음 등 유명 작품에 담긴 뒷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다.또 남편의 외도로 고통받은 멕시코 여성화가 프리다 칼로, 스스로 질투에 휩싸여 춘화같은 그림을 그린 프랑스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 미래에 현재를 저당 잡힌 채 하루하루 불안 속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 속을 헝클어진 붓질로 표현해낸 프랜시스 베이컨 등 인간 마음 속의 어두움을 그려낸다.무엇보다 서양의 르네상스 시대 그림부터 현대 한국 작가들의 작품까지 시대와 지역을 넘나들며 다양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개인과 사회의 문제를 짚어본다.저자는 책 서문을 통해 대학 시절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가서도 영어 공부는 뒷전으로 제쳐둔 채 런던에 있는 갤러리만 모조리 훑어보고 다녔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런 막무가내 미술사랑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꾼 예술작품들(2009)을 덜컥 내놓기도 했다. 이번 검은 미술관은 예술작품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썼다고 한다. 저자는 괴테의 말을 빌어 세상을 피하는 데 예술보다 확실한 길은 없다. 또 세상과 관련을 맺는데도 예술처럼 적당한 길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1만3천800원 강현숙기자 mom1209@ekgib.com

日 미스터리 소설 ‘클라인의 항아리’ 번역 출간

일본 미스터리 문학의 명콤비, 도쿠야마 준이치와 이노우에 이즈미의 최후의 역작 클라인의 항아리(비채 刊)가 우리말로 번역돼 출간됐다.오카지마 후타리는 닐 사이먼의 오카시나 후타리(원제 The Odd Couple)에서 빌려온 공동 필명이다. 오카지마 후타리는 1981년부터 1989년에 이르는 길지 않은 시간동안 에도가와 란포상,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등을 휩쓸며 일본 미스터리 문학사에 굵은 획을 그었으나, 이 작품을 끝으로 해체됐다.책은 안팎의 경계가 모호한 가상현실 게임을 중심으로 혼돈에 휩싸이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았다.주인공 우에스기는 어드벤처 게임북 공모전에 브레인 신드롬이라는 작품을 응모한다. 그 결과, 낙선의 고배를 마시지만 작품에 관심을 표한 입실론 프로젝트라는 게임회사에 원작으로 저작권을 팔게 된다. 그리고 게임이 상용화되기 직전단계에서 테스트플레이어로 투입된다. 클라인-Ⅱ라는 궁극의 가상현실 게임으로 완성돼가는 우에스기의 브레인 신드롬. 엄청난 현실감에 플레이어들은 단숨에 게임 속 세계로 빠져든다. 그러나 모니터링작업이 거듭될수록 주변에서 무언가 석연치 않은 일들이 하나둘 발생하기 시작한다.책의 제목 클라인의 항아리는 뫼비우스 띠와 같은 단측곡면의 일종으로, 내부와 외부를 확연히 구분할 수 있는 3차원적 개념에서 벗어난 초입체를 뜻한다. 안팎의 경계가 없는 하나의 면으로 구성되어, 물을 부으면 물이 주둥이를 지나 모든 면을 적시지만 결코 차오르지 않는 4차원의 도형이다. 아직 가상현실이라는 단어가 상용화되기 이전인 1989년에 출간된 작품임에도 대담한 상상력과 함께 자연스레 영화 매트릭스와 인셉션을 연상시킨다. 값 1만2천원윤철원기자 ycw@ekgib.com

신간소개

▲레벌루션 No.0(가네시로 가즈키 著, 북폴리오 刊) 장편 고(GO)로 재일교포로는 처음 나오키상을 받은 저자의 신작으로 더좀비스 시리즈의 완결편. 국내에서만 50만부 이상 팔린 청춘 소설 더 좀비스 시리즈는 삼류 고등학교의 꼴통으로 이뤄진 더 좀비스 클럽이 펼치는 모험극을 다룬 것. 더 좀비스 멤버들은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이유로 폭력 교사 사루지마의 지휘 아래 산속에서 합숙 훈련을 받는다. 고통스러운 체력 훈련과 지독한 형벌을 견디던 멤버들은 이 같은 상황의 이면에 학교 경영진의 음모가 숨었다는 점을 간파하게 된다. 값 1만1천원. ▲동물 상식을 뒤집는 책(존 로이드존 미친슨 著, 북하우스 刊) 100마리의 동물들에 대한 의외의 사실들을 들려주는 책. 사람들이 잘 알지 못했던 동물들의 기발한 생존 전략을 흥미롭게 소개한다. 문어의 다리는 몸통에서 잘려진 다음에도 한 달 동안 기어다니며, 어떤 알바트로스는 두 달 안에 지구를 일주한다. 훈련된 개는 냄새 만으로 암환자를 식별할 수 있다. 저자들은 이 책은 자연적이라는 말이 무의미하다는 진실을 가르쳐주는 우화집이라며 먹이 활동, 생식 또는 단순한 생존을 위한 동물의 전략은 너무나 다양하고 지독할 정도로 엽기적이어서 끝내 당신은 정말 어떤 일이라도 가능하다는 믿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값 1만3천800원. ▲반란의 세계사(오준호 著, 미지북스 刊) 고대부터 현대까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반란과 혁명의 역사를 정리한 책. 기원전 499년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전쟁을 촉발시킨 이오니아 반란, 중세 농민들의 봉기, 근대의 시민 혁명과 한국의 동학 농민 혁명, 최근의 아랍 민주화 혁명까지 24가지의 주요 혁명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반란의 시대는 여전히 진행형이라며 역사를 바꾼 반란의 순간들을 만나는 것은 우리 시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추적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오늘날의 시대를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값 1만6천원. ▲하우스메이트(표명희 著, 자음과모음 刊) 2001년 창작과 비평 신인소설상을 통해 문단에 나온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지난 6년간 발표한 단편 가운데 여덟 편을 묶었다. 여러 수록작에서 가족의 울타리에서 벗어난 폐쇄적인 싱글족들과 이들의 삶에 침투하는 이웃들의 이야기가 변주된다. 최근작인 피아노와 찌루에서는 마흔을 앞둔 미혼녀 서령이 카드사의 빚 독촉을 견디지 못하고 스물한 살의 세입자 진아를 맞게 되는 이야기다. 작가는 이 책은 관계 맺기에 서툴고 소심하며 성의가 부족하고 게으르기까지 한 인간의, 이웃에 대한 동경과 면목 없음에서 시작한 우정의 기록이라고 소개했다. 값 1만1천원.

시장에 살아남는 법, 투자지침서 소개

최근 주가대폭락으로 크게 손실을 본 사람들, 그야말로 공황상태다. 특히 노후 자금을 불리려고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본 노인부터 30년 이상 걸려 모은 비자금 수천만원을 깡그리 잃은 사람까지. 개미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개미 투자자들은 어떤 기준으로 진입과 퇴장의 시점을 잡을지 갈팡질팡하다 때를 놓쳐 손해를 보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지만 악몽도 한 번이면 족하다. 시장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갈고 닦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장을 읽는 혜안을 키울 수 있는 검증된 투자지침서들을 정리했다. ■ 실전 차트-스윙데이스캘핑 기법, 조용 著주식시장의 실전 승부사들, 매매 기술자가 되고자 하는 트레이더에게 적합한 책이다. 저자의 노하우의 핵심은 투자를 할 때 투자자들은 이론가가 될 것이 아니라 기술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 기술자가 되기 위해 공부와 훈련을 거듭하듯이 투자 이론의 핵심만을 가지고 수없이 다양한 패턴을 반복 훈련하여 주가 움직임에 즉시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단기 매매의 경우에는 훈련에 의해 체화된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만 즉각적인 대응으로 놀라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증시 역사상 대세 바닥임을 천명하며 수많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바닥권에서 주식을 매집하게 했던 저자의 실전 차트 시리즈 완결편이다. 값 2만8천원■ 거래의 신, 혼마, 혼마 무네히사 著 우리에게 사께다 전법으로 잘 알려진 혼마 무네히사의 투자비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거래를 할 때 특정 시기마다 발생하는 상황과 인간의 심리를 캔들에 고스란히 담아 데와의 텐구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혼마 무네히사. 지금도 널리 회자되고 있는 그의 투자비법, 사카다 5법인 삼병(三兵), 삼공(三空), 삼산(三山), 삼천(三川), 삼법(三法)을 포함하여, 가히 연금술이라 할 수 있는 58가지 투자전략이 담긴 혼마비전이 풀이돼 있다. 그 하나하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용할 뿐 아니라 상당히 정확한 매매기법으로 250여 년 전 그의 매매가 경이로운 경지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가격의 움직임에 대한 견해는 시장에 관한 그의 연구가 상당히 심도 있었으며, 그를 일컬어 거래의 신이라 했던 것이 과장이 아님을 분명히 드러낸다. 이형도 옮김. 값 1만6천원■ 추세매매 기법, 토마스 카 著 월스트리트에서 닥터 스톡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토마스 카 박사의 역작이다. 카 박사의 꼼꼼한 설명을 읽어보면 주가 패턴, 이동평균, 기술적 오실레이터, 일본식 캔들 등 단 네 가지 요소로 추세의 힘과 성격을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적 접근은 많은 트레이더들이 빠지는 함정인 감정의 영향을 제거하며 구체적이고 확고한 사실만으로 추세의 방향성을 정확히 판단해 단기 매수 및 매도 기회를 포착하게 도와줄 것이다. 카 박사는 월가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으로, 자신이 개발한 다양한 추세매매 시스템에 적합한 종목을 선별하려면 어떤 변수들을 따져야 하는지 일일이 짚어준다. 신가을 옮김. 1만6천500원.[윤철원기자 ycw@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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