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사람의 에세이 '행복한 하루'

홀로서기, 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 마라의 저자 서정윤 시인이 에세이 행복한 하루(연인M&B刊)를 들고 가을독자들 곁으로 왔다. 이 책은 살아가는 것에 대한 소중한 가치를 시인 특유의 이성적 진지함과 순수한 감성으로 풀어 가고 있다. 언젠가 듣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엉엉 소리 내어 울게 만들었던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 대한 단상 등을 담고 있다. 또 대구 영신중학교 국어교사로 재직중인 저자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 시인의로서의 고된 삶, 어머니의 사랑 등 극히 일상적이고 소소한 모습에서 행복을 찾아 떠난다. 시인은 우리 삶에서 정답은 하나가 아닌 여러 개가 모두 정답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해준다. 또 4지선다, 5지선다의 폐해에 대해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 성공하는 방법이라고 말해 주어야 할 때가 됐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시인은 책을 통해 그냥 삶은 살아가는, 삶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선이 있다고 봐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이 책에서 나는 내 나름의 더불어 사는 모습을 적고 싶었다. 혼자 독불장군이 되어 독야청청하는 삶이 아니라 산들바람에 가지가 흔들리고 조금 더 쎈 바람에 나뭇잎을 서로 부비며 가을이 되면 낙엽 떨어지는 그런 삶의 모습을 적고 싶었다. 사람 사는 모습을 읽고 가길 바란다.고 말하는 서정윤 시인의 사람에 대한 진한 그리움과 사랑이 애틋하게 묻어나는 에세이집은 가을을 만끽하기에 딱 좋다. 서정시인답게 말랑말랑한 문체가 부드럽게 소화된다. 특히 글과 어울리는 그림과 사진이 적절하게 배치돼 독자로하여금 여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값 1만2천원강현숙기자 mom1209@ekgib.com

이주의 새로 나온 책

■노자, 비움과 낮춤의 철학(이석명著 천지인刊)노자의 글 중 비움과 낮춤의 주제와 관련된 구절들을 모으고, 이를 다시 아홉 개의 소주제로 나눴다. 20년 이상 중국 한대사상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이석명 교수는 노자가 생각하는 이상 정치인 무위 정치의 실현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실천함으로써 얻게 될 여러 효능을 고민한다. 특히 노자를 현대적 감각으로 풀고 해설하면서 감상의 폭을 한층 넓혔다. 노자에 의지한 저자의 생각을 풀어쓴 철학 에세이다. 값 1만3천원 ■지붕이 있는 집(리자퉁著 도서출판 산하刊)이름은 나오지 않은 채 나로 소개되는 주인공은 인도의 콜카타에 사는 거지 소년이다. 아빠는 소년이 태어나고 얼마 되지 않아 돌아가시고, 함께 구걸하며 힘겨운 생활을 버텨내던 엄마마저 세상을 떠났다. 골목 구석에 사는 생쥐 한 마리를 친구로 뒀지만, 거리에 소독약이 뿌려지고서 생쥐마저 죽고 만다.굶주림과 외로움에 지치고 병든 소년의 이야기는 밝고 지구 어딘가의 가혹한 현실 세계를 아이들에게 들려준다. 애절한 줄거리는 풍부하지만 차분한 색채로 표현된 그림에 더해져 어두운 곳에 빛과 희망을 비춰달라고 설득한다. 값 1만1천원 ■자본주의 구하기(에릭 링마著 북앤피플刊)인간 문명에 번영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황폐화시킨 양면적 제도로서의 자본주의에 대해 말한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폐해를 없애고자 자본주의와 인간이 함께 공존, 공생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시장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면서도 인간성을 상실하지 않고 지켜올 수 있었던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자본주의가 오점투성이 제도라면 왜 마르크스가 말한 혁명은 발생하지 않는 것인가? 왜 자본주의는 망하지 않았을까?는 갖가지 질문에서 저자와 함께 자본주의의 속성을 들여다보게 된다. 값 1만5천원 ■큐레이션 정보 과잉 시대의 돌파구(스티븐 로젠바움著 명진출판刊)저자는 큐레이션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디지털 세상의 흐름을 다채롭게 조명한다. 큐레이션의 흐름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큐레이션의 관점으로 세상을 본다는 건 어떤 것인지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효과적인 큐레이션으로 손꼽히는 블로그 네트워크, 잡지, SNS, 브랜드, 웹 서비스 등의 사례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이를 통해 개인이 붙잡을 수 있는 사업적 기회는 무엇이며 기업의 입장에서는 마케팅과 서비스에 큐레이션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를 알 수 있다. 값 1만6천원성보경기자 boccum@ekgib.com

스산한 가을, 마음을 치료하는 책들

가을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다. 소위 가을 탄다는 말로 대변되는 가을 증후군은 계절이 바뀌면서 갑자기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동반한다. 정식명칭은 계절성 정동장애로 일조량 부족으로 실제 행복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라토닌이 감소하면서 나타난다. 직장인의 75% 이상이 앓는다는 가을 증후군. 스산한 날씨에 마냥 허전하고 쓸쓸해진다면 따뜻한 책으로 스스로를 달래보자. 가을을 맞아 찾아온 각종 심리학 서적이 가라앉는 마음을 보듬어줄 것이다. ■ 힘들면, 도와달라고 말해요 하세가와 야스조 著 김영사 刊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한 남자가 있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고, 불의의 사고로 두 다리를 잃으면 신에게서도 버림받았다.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쉽다며 수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그런 그가 오늘날 일본에서 죽고 싶은 사람을 가장 많이 만나는 치료사가 됐다. 마음의 치료로 죽음을 낫게 하는 생명의 카운슬러 하세가와 야스조가 그 주인공이다. 고아가 되고, 장애를 안고, 부도를 맞는 등 그의 삶은 수없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그런 하세가와 야스조가 스스로 절망을 이겨낸 과정과 18년간 만난 환자들의 상처와 회복, 희망을 책으로 엮었다. 매번 절망할 때마다 그를 일으킨 것은 작고 따듯한 손길이었다며, 그러한 손들이 상처를 보듬고 생명력을 지켜주는 파수꾼임을 알게 됐다는 야스조는 말한다.도움받는 일은 남을 돕는 일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힘들 땐 도와달라고 말해요.다른 이의 상처를 돌보면서도 끝내 풀지 못했던 자신의 아픔을 돌아보는 여정을 통해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지혜롭게 극복하는 과정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마음에 와 닿는다. 값 1만1천원 ■ 아픈 당신의 심리학 처방전 마티 셀리그만 著 물푸레 刊아픈 당신의 심리학 처방전은 제목처럼 심리 질환의 근본적인 예방법과 치료제를 제시한다고 말한다.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과 교수이자 전작 긍정심리학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대열에 오른 마틴 셀리그만의 신작이다.그는 이 책에서 우리의 인생에서 바꿀 수 있는 것이 있고, 바꿀 수 없는 것이 존재함을 알리며, 바꿀 수 없는 것은 운명이라고 포기할 것인지를 되묻는다. 그리고 쉽게 바꿀 수 없는 것을 독자가 인지하도록 알려주며, 이에 대처하는 기술을 소개한다.저자는 가소성(환경의 영향을 받아 촉진할 수 있는 발달 가능성과 잠재력)의 문제를 연구하는 데 30년 이상이 걸렸다고 말한다. 방대한 연구에 따라 생물정신학적 치료와 심리치료를 함께 이용해 자기 개선을 하게 만들어 감정과 몸의 습관을 바꾸도록 한다. 아울러 성장 배경까지 깊숙이 들어가 자아 본질을 만나고, 위로하고, 나쁜 질병들과의 헤어짐을 고한다.링컨 대통령과 처칠 수상 등 우울증 성향이 강했던 인물들이 기분이 침울할 때도 뛰어난 역량을 발휘한 생산적이었던 점을 들어 자신 있게 처방한다. 심리질환 징후가 보인다면 그 증세에 특정 심리 치료나 약물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고, 치료 효과가 있는지 솔직하고 현실적인 조언을 듣게 될 것이다. 값 1만9천800원성보경기자 boccum@ekgib.com

‘아주대의료원, 풍경과 그 안의 사람들’

의사에게 가운은 법관의 법의와도 같다. 환자와의 첫 대면인 임상실습을 앞둔 5학년 학생은 이 가운의 의미를 되새기는 화이트코트 세리머니를 치른다. 간호대생은 실습을 나가기 전 촛불을 들고 나이팅게일 선언식을 한다. 간호대생들은 훗날 간호사가 되어서도 이때의 초심을 잊지 못할 것이다. (본문 34 페이지 중에서)아주대의료원이 매달 펴내는 아주대의료원소식 200호를 기념해 지난 18년 동안 의료원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담아 아주대의료원-풍경과 그 안의 사람들(plus81studios 刊)을 펴냈다.책은 의과대학과 간호대학, 그리고 부속병원과 연구소 등 아주대의료원의 구성 요소들을 소개하고 그곳에서 일하는 의료진과 직원들의 생각과 감정들을 세밀하게 그리고 있다. 의료원이라는 체제가 어떻게 조직되어 기능하고 있고, 수많은 직종의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그들의 애환과 보람은 무엇인지, 한명의 의사, 간호사가 어떻게 양성되어 가는지 등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병원풍경을 담아냈다.책의 구성은 의과대학간호대학 이야기를 시작으로 외래병동검사실 이야기, 수술실 이야기, 집중치료실 이야기, 응급실 이야기, 교육수련부 이야기 등으로 이뤄졌다.책의 등장인물은 모두 실명이며, 실제 공간을 취재하고 그림도 의료원의 실제 공간을 그려넣어 현실감을 살렸다.소의영 의료원장은 발간사에서 의료원이라는 체제가 워낙 방대해 환자들은 물론 구성원간에도 자신이 일하는 곳의 의미를 잊고 살아가는 경향이 있다며 의료원이라는 공간은 생명을 다루고, 전인적인 보살핌과 타인에 대한 이해가 절실한 곳이기에 이 책을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값 1만6천원윤철원기자 ycw@ekgib.com

동화로 만나는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삶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인생을 담은 동화책 천년의 숨결을 가야금에 담다(산하刊)이 나왔다.황병기는 단순 가야금 연주자가 아니다. 최초의 가야금 창작곡 작곡자, 가장 전통적이면서도 가장 현대적인 음악가, 교육자이자 기획자 등 황병기라는 세글자 이름에 따라붙는 이력들은 화려하다. 게다가 국립국악원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덕수와 더불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국악인으로 꼽힌 사람이 바로 황병기.어린시절 황병기는 동네에서 소문난 개구장이에다 공부와는 아예 담을 쌓고 지냈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낙제를 면치 못했을 정도였다.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우연히 친구를 따라가서 가야금 소리를 듣게 되면서 가야금은 평생을 같이한 운명이 되고 말았다. 서양 음악가 스트라빈스키와 존 콜트레인의 음악에서 영감을 얻었고 뉴욕에서 만난 백남준을 통해 현대 음악의 새로운 영역과 가능성에 눈을 뜬 황병기는 국악 대중화와 한국 음악의 세계화에도 선구적인 역할을 했던 음악인으로 역동적인 그의 인생 풀스토리가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어려서는 괴짜나 영감으로 불렸고 지금은 어린아이 같다는 말을 듣는 황병기 선생의 이야기와 함께 우리 국악기들에 대한 설명과 사진, 그리고 국악관련 용어들도 쉽게 풀어서 실려 있어 우리 국악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특히 인물의 특징과 음악적인 분위기를 개성있게 살려 낸 허구 화백의 그림도 눈길을 끈다. 값9천800원강현숙기자 mom1209@ekgib.com

문제작자 미셸 우엘벡, 이번엔 병든 예술계 겨냥

지도와 영토(문학동네 刊)는 프랑스 작가 미셸 우엘벡에게 2010년 공쿠르 상을 안긴 작품이다. 우엘벡은 그동안 상복이 없었다. 투쟁 영역의 확장(1994)을 시작으로 어느 섬의 가능성(2005)에 이르기까지 그는 노골적 성애 묘사와 직설적으로 뿜어대는 인종차별 문제, 사회주의와 페미니즘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 의식을 드러냄으로써 독기 가득한 문제적 작가로 치부된 반면 다수의 문학상에서 번번히 제외됐다. 그런 의미에서 지도와 영토는 어떤 면이 후한 점수를 받은 것일까.주인공은 결혼식 사진 등 상업 사진을 찍으며 살아가는 제드 마르탱이다. 그는 우연히 접한 미슐랭 지도에서 영감을 얻어 프랑스 전역을 담은 미슐랭 지도를 카메라에 담는 데 주력한다. 지도는 영토보다 흥미롭다는 주제로 전시회를 연 그는 예술가로서 성공가도를 달린다.하지만 예술품 가치를 시장에서 가늠하는 데 염증을 느낀 그는 7년 공백기를 거쳐 화가로 거듭나 또다시 돈방석에 앉게 되지만 7년 전에 느꼈던 공허한 마음은 좀처럼 가시질 않는다. 작가는 이런 이야기를 통해 새롭지 않으면 소비되지 않는 자본주의 속성이 침투해버린 병든 예술계를 그리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작가 자신이 예술에 대한 담론을 펼치는 소설속 인물 우엘벡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새 카메라 사용설명서를 읽던 제드가 1년 뒤엔 새로운 상품이 이를 대체할 것이라며 공산품의 비애를 얘기하면 곁에 있던 우엘벡이 예술도 다를 바 없다고 받아친다. 우리 역시 상품이오문화상품. 우리도 곧 한물간 신세가 될 거요. 공산품들과 똑같은 절차를 거쳐서 말이오.(205쪽) 이렇듯 작가는 작중 인물 우엘벡을 통해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장소미 옮김. 값 1만4천800원윤철원기자 ycw@ekgib.com

파울로 코엘료, 그 내부로의 여행 '알레프'

파울로 코엘료가 돌아왔다. 2년 만이다. 연금술사, 11분, 브리다 등으로 국내에서도 탄탄한 독자층을 확보한 그가 이번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추어낸다. 자신의 생에서 세 번째로 떠난 순례길에서 겪고 느낀 이야기다. 길 위에서 보낸 네 달간의 시간,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간 긴 여정 속에서 그는 자신 내부로의 여행을 떠난다. 생과 죽음, 이 세상과 또 다른 세상. 이야기는 미묘한 주제인 환생으로 번져가며 우리를 다른 차원의 세계로 초대한다. 코엘료가 들려주는 신비하고 기묘한 속삭임, 알레프(문학동네 刊)다.우리가 생이라고 부르는 것은 여러 개의 객차로 이루어진 기차와도 같은 것입니다. 때로는 이 칸에 탔다가 때로는 저 칸에 타고, 꿈을 꾸거나 기이한 경험에 휩쓸리면 이 칸에서 저 칸으로 가로지르기도 하는 것이죠.(본문 중에서)코엘료는 1986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순례를 떠난 지 20년 만인 2006년 다시 순례길에 오른다. 생애 세 번째 순례길로 성스러운 길이라고 이름 짓는다. 성스러운 길에서 그는 넉 달을 보내며 막바지에 시베리아 횡단여행을 하게 된다. 횡단 여행을 앞두고 다른 여행자 힐랄을 만난 코엘료는 시간과 공간을 여행하는 신비로운 경험을 한다. 낡은 일상을 벗고 다시 태어나는 한 영혼과, 끝은 또 다른 시작임을 깨달은 그는 새로운 출발을 이야기한다. 아울러 새로운 시작은 과거에 대해 속죄하고 바로잡아야만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된다고 덧붙인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떠난 9천288㎞의 긴 여정이 끝났을 때 우리는 뭉클한 감격에 잠긴다. 그리고 정말로 원하는 일을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며, 실패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작가의 메시지를 되새기게 된다.알레프란 히브리어와 아랍어의 첫 글자이자, 수학에서는 모든 수를 포함하는 수를 나타내는 말이다. 코엘료는 알레프라는 개념에 근거해 우리 인간 존재가 살아가는 과거도 미래도 없는 영원한 현재로서의 시간, 우리가 우주와 교감하게 되는 특정한 공간, 그 공간에서 운명적으로 만난 이들이 발생시키는 에너지, 우주라는 거대한 육체 안에서 함께 성장하는 영혼을 특유의 섬세한 필치로 들려준다.1982년 작가의 길에 들어선 이래 20년이 훌쩍 넘는 기 간동안 글을 써 왔지만, 자신을 전면으로 내세워 내면의 이야기를 드러낸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가을 브라질 출간 이후, 터키, 포르투갈, 스페인, 불가리아, 네덜란드 등 세계 43개국 32개 언어로 번역돼 대다수 국가에서 출간 첫날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다시금 터진 코엘료 신드롬은 언어와 문화, 사회가 다른 제각각의 환경 속에서도 모두가 공통으로 느끼는 갈증을 방증한다.실패를 즐기는 용기와 도전, 그 안에서 알게 되는 생의 기쁨과 의미에 대한 이야기는 실제 멈춤 없이 흘러가듯 살아온 작가의 이야기이기에 독려가 된다. 몇 개의 생을 살고있습니까라고 조용히 물으며, 새로운 시작은 현재를 오롯이 살아가야만 가능하다는 가르침에는 자못 숙연해지기도 하다. 두려움과 떨림을 내려놓고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여유, 나를 향한 여행으로 알레프가 초대한다. 값 1만3천500원 성보경기자 boccum@ekgib.com파울로 코엘료는파울로 코엘료는 브라질 출신의 신비주의 작가이다. 1947년 출생 후 희곡작가, 연극 연출가, TV 프로듀서로 다양한 이력을 쌓다 45세 되던 해인 1982년 작가로 데뷔했다. 이후 자신의 첫번째 술례 경험을 바탕으로 순례자(1987)를 썼고, 이듬해 자아의 연금술을 신비롭게 그려낸 연금술사로 전세계 3천만 독자를 사로잡았다. 이후 브리다(1990),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1998)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코엘료 신드롬을 형성했다.그는 소설을 통해 인간의 영혼과 마음, 자아의 신화와 만물의 정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아의 내면을 탐구하라는 메시지는 독자로 하여금 자신이 자아의 삶에서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를 끊임없이 반문케 한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필치로 영혼을 마주하는 지점으로 독자를 이끌면서 중남미를 넘어서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도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잡았다.

그녀는 왜 연쇄살인범이 되었나?

국내외를 통틀어 희대의 살인마로 거론되는 사람들 가운데 여성은 거의 없다.독일의 연쇄살인 전문 수사관인 슈테판 하르보르트가 쓴 그녀는 왜 연쇄살인범이 되었나(알마 刊)는 이렇게 극히 드물고, 그래서 더욱 비난을 받곤 하는 여성의 살인에 대해 분석한 책이다.저자는 연쇄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여성은 남성 살인범에 비해 특히 더 섬뜩하게 느껴지는 탓에 우리는 그런 여성을 아주 사악한 인간으로 취급해왔다며 이런 경우 범죄행위나 범인과는 무관하게 여성 범죄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맥락을 밝히고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이 책에서는 독일에서 실제로 발생한 몇 건의 살인사건을 통해 여성 살인의 원인과 동기, 특징 등을 다각도로 분석한다.애인과 공모해 남편을 살해한 여성이나 자신이 낳은 9명의 아기를 죽도록 방기한 여성, 독극물로 세 남편과 가족을 살해한 여성, 17명의 환자에게 죽음의 주사를 놓은 응급실 간호사 등이 등장한다.저자는 많은 연쇄살인 사건을 분석해 여성의 연쇄살인은 범인의 연령대나 출신 배경, 체포 시기, 살해 방식 등에서 남성의 살인과는 차이를 보인다고 말한다.또 남성 연쇄살인범이 주로 전혀 모르는 타인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는 데 반해 여성은 주로 가까운 사이에 있는 사람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다는 차이점이 있다.저자는 여성의 살인이 남성의 살인과는 여러모로 다르기 때문에 여성 범죄가 갖는 속내를 밝혀내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남성적 시각에서 바라봐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김희상 옮김. 값 1만4천원윤철원기자 ycw@ekgib.com

이주의 신간도서

■새벽 거리에서(히가시노 게이고著/재인刊)평범한 40대 샐러리맨 와타나베는 젊은 신입 여사원 아키하와 하룻밤을 보내고,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깊어진다. 어느 날 와타나베는 아키하가 15년 전 일어난 한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공소 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알게 되는데.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 등으로 유명한 일본 추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2007년 베스트셀러. 일본에서만 120만부가 팔렸고 다음 달 일본에서 개봉하는 화제작이다.1만4천800원 ■깍두기 인생론(고정욱著/샨티刊)동화 가방 들어주는 아이로 유명한 장애인 동화작가 고정욱이 10대 청소년들에게 들려주는 인생론.어린 시절 장애가 있는 자신의 가방을 대신 들어주고 함께 놀아주던 친구들을 통해 진정한 우정과 배려, 사랑을 배웠다는 저자는 행복은 함께 나눌 때 더 커진다는 '깍두기 정신'을 강조한다.그는 깍두기를 용인하고 포용해서 함께 즐기거나 일하며 받아들여 주는 마음이 있을 때 비로소 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따뜻한 공기가 흐른다는 내용으로 불리함을 포용하는 어린이의 지혜에 비춰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1만3천원 ■붓다는 무엇을 말했나(데이비드 J.칼루파하나著/한길사刊)초기 불교 설법 내용을 토대로 초기 불교 사상이 부처 사후 어떻게 변형되었는지 분석했다.예를 들어, 고에 대한 오해 때문에 불교가 염세적이라는 오해를 샀다며 고는 괴로움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영원하지 못하므로 인해 느끼는 현상적 인간의 '만족스럽지 못함'이라고 설명한다.스리랑카 출신의 저명한 불교학자인 저자는 불교 사상의 점진적 변화를 추적하면서 역사적 관점에서 새로운 불교의 모습을 보여준다.2만원 ■짚 한오라기의 혁명 (후쿠오카 마사노부著/녹색평론사刊)평생 무심(無心)무위(無爲)를 지향하는 삶을 실천하며 현대판 노자라는 별명을 얻은 저자가 젊은 시절의 깨달음을 전한다. 농학자로서 요코하마세관 식물검사과에서 근무하던 시절 인간의 지식, 과학문명이 모두 허상임으로 인위의 일체는 무용하다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는 농사법을 통해 검증코자 한다.자연농법의 효시로 불리는 저자의 대표적 저서로 단순 농법서가 아닌, 자연농자연식자연인이라는 철학을 역설하는 사상서다.1만원 ■새로운 부자들 (짐 테일러 외 著/마젤란刊)컨설팅 그룹인 해리슨 그룹의 창업자와 임원인 저자들이 미국 부자 6천여명을 인터뷰해 쓴 부자 보고서다.아이비리그를 졸업하고 명품을 탐닉하는 사교계 명사라는 틀에 박힌 부자 이미지와 달리 중산층에서 평범하게 자라 본인의 통찰력과 노력으로 부자가 된 사람이 더 많다고 말한다.미국 경제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부자들을 만나, 성장 배경과 부를 축적한 과정, 생활양식 등을 살펴보고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부자들에 대한 편견도 깨고 있다.값1만5천원.

아내보다 사랑한 그녀, 살인자일까?

당신들은 한 번도 내게 묻지 않았지. 그래서 나는 결심했어. 묻지 않으면 나도 대답하지 않기로.(본문 중에서) 흠잡을 데 없는 아내와 유치원생 딸을 둔 40세 회사원 와타나베는 미혼의 회사 동료 아키하와 불륜에 빠진다. 그는 아내와 이혼하고 아키하와 결혼하려 하지만 뜻밖의 벽에 부딪힌다. 사랑하는 그녀가 아버지의 여비서를 죽인 용의자로 경찰과 피해 유족의 추적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용의자 X의 헌신에선 지고지순한 사랑을, 백야행에선 파멸을 향해 치닫는 사랑을 그려냈던 히가시노 게이고가 신작 소설 새벽 거리에서(재인 刊)를 들고 돌아왔다.저자는 이 소설에서 불륜이 주는 인간적 고뇌와 살인이 지닌 근원적 공포를 교묘하게 뒤섞는다. 아키하를 사랑한다면서 막상 사람을 죽였을지 모른다는 말에 자신의 사랑을 의심하게 된 와타나베. 그는 또 아내와의 이혼 결심을 아키하가 진심으로 반기자 당황한다. 내심 그녀가 자신을 말려주길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책은 첫 장부터 마지막까지 한증막에 갇혀 있는 듯한 먹먹함을 준다. 만약 정통 추리소설에서 봤음직한 치밀한 논리 전개와 충격적인 반전을 기대했다면, 이 책을 들춰보지 않는 편이 낫다. 늪과 같은 사랑에 빠진 연인을 살인자로 의심하면서 나타나는 주인공의 불안감과 번민 등 치밀한 묘사가 이 책을 읽는 묘미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07년 출간돼 일본에서 120만부가 넘게 팔린 밀리언셀러다. 다음달 일본에서 같은 제목으로 개봉하는 영화에 맞춰, 국내에도 번역본이 나온 것. 찬 바람 부는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도쿄와 요코하마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와타나베의 심적 혼란과 눈에 그려지는 듯한 이야기 전개도 읽을거리다. 양억관 옮김. 값 1만4800원. 윤철원기자 ycw@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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