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새벽 거리에서’ 출간
“당신들은 한 번도 내게 묻지 않았지…. 그래서 나는 결심했어. 묻지 않으면 나도 대답하지 않기로.”(본문 중에서)
흠잡을 데 없는 아내와 유치원생 딸을 둔 40세 회사원 와타나베는 미혼의 회사 동료 아키하와 불륜에 빠진다.
그는 아내와 이혼하고 아키하와 결혼하려 하지만 뜻밖의 벽에 부딪힌다.
사랑하는 그녀가 아버지의 여비서를 죽인 용의자로 경찰과 피해 유족의 추적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용의자 X의 헌신’에선 지고지순한 사랑을, ‘백야행’에선 파멸을 향해 치닫는 사랑을 그려냈던 히가시노 게이고가 신작 소설 ‘새벽 거리에서’(재인 刊)를 들고 돌아왔다.
저자는 이 소설에서 불륜이 주는 인간적 고뇌와 살인이 지닌 근원적 공포를 교묘하게 뒤섞는다. 아키하를 사랑한다면서 막상 사람을 죽였을지 모른다는 말에 자신의 사랑을 의심하게 된 와타나베. 그는 또 아내와의 이혼 결심을 아키하가 진심으로 반기자 당황한다. 내심 그녀가 자신을 말려주길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책은 첫 장부터 마지막까지 한증막에 갇혀 있는 듯한 먹먹함을 준다. 만약 정통 추리소설에서 봤음직한 치밀한 논리 전개와 충격적인 반전을 기대했다면, 이 책을 들춰보지 않는 편이 낫다. 늪과 같은 사랑에 빠진 연인을 살인자로 의심하면서 나타나는 주인공의 불안감과 번민 등 치밀한 묘사가 이 책을 읽는 묘미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07년 출간돼 일본에서 120만부가 넘게 팔린 밀리언셀러다. 다음달 일본에서 같은 제목으로 개봉하는 영화에 맞춰, 국내에도 번역본이 나온 것.
찬 바람 부는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도쿄와 요코하마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와타나베의 심적 혼란과 눈에 그려지는 듯한 이야기 전개도 읽을거리다. 양억관 옮김. 값 1만4800원.
윤철원기자 ycw@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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