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에서 성서는 특별한 마법과 치유의 능력을 지닌 책이었다. 17세기 영국과 뉴잉글랜드 사람들은 성서가 코피를 멎게 해주며, 출산 시 합병증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해준다고 믿었다. 영국의 한 여성은 발작을 치료하기 위해 신약성서를 한 장씩 찢어 샌드위치에 넣는 식으로 한 권을 모두 먹었다고 한다. 이처럼 오랜 세월 인류는 글에 마력이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거대한 디지털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책은 과거의 힘과 영광을 잃은 채 일상의 소비재가 됐다. 극단적으로 책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고 사라질 것이라 말하는 시대다.책의 종말론은 현실이 될까. 역사학자 마틴 라이언스는 책, 그 살아 있는 역사(21세기북스 刊)에서 2천500여 년의 책의 역사를 훑으며 이 의문에 실마리를 내놓는다.마야의 책자본, 이집트의 파피루스 두루마리, 구텐베르크와 알두스 마티아누스가 만들어낸 초기 인쇄물, 대항해 시대의 지도책, 교육용 입문서와 아동서적, 세계 최초의 디지털 소설 레벨 26 등 시대를 풍미하고 역사가 된 많은 책을 삽화와 함께 소개한다. 저자는 오늘날 인터넷과 전자책의 등장을 둘러싼 우려는 처음 인쇄술이 등장한 시절 팽배했던 공포와 순진함에 찬 수사여구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값 3만5천원류설아기자rsa119@ekgib.com
검은 집, 천사의 속삭임, 푸른 불꽃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 수많은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일본 작가 기시 유스케가 광기 어린 살인귀와 함께 돌아왔다.기시 유스케는 신작 악의 교전(느낌이 있는 책 刊)에서 사이코패스 교사의 광기어린 살인을 그리며 인간의 본성을 묻는다.책의 배경이 되는 학교는 교육의 기능을 상실한 채 집단따돌림, 체벌, 폭력, 성추행 등으로 얼룩져 있다. 살인마 하스미는 병든 학교를 악용, 교사의 탈을 쓰고 들어가 피비린내 나는 살인을 저지른다.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사람과 마주치면 오페라 주제가인 모리타트를 흥얼거리며 살기 가득한 몸짓으로 다가간다. 모리타트는 경쾌한 선율로 포장돼 있지만 배신과 살인이 주제인 노래다. 살인은 학생들과 동료 교사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순간 자행된다. 살인계획 또한 치밀해 어느 누구도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작가는 인간이 성선설에 적합한지, 과연 환경이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 것인지에 돋보기를 들이댄다. 주인공 하스미를 내세워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악의 실체를 이야기한다. 섬뜩한 캐릭터, 절묘한 구성, 세밀하고 심리묘사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지난해 일본에서 출간된 악의 교전은 그해 제1회 야마다 후타로상을 받았고, 주간문춘의 걸작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에 이름을 걸었다. 올해는 이 미스터리가 굉장하다 1위, 일본의 서점직원이 가장 판매하고 싶은 책을 선정하는 일본 서점대상을 휩쓸었다. 제144회 나오키상 후보, 제32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후보에도 올라있다. 한성례 옮김. 전 2권 각 1만5천원윤철원기자 ycw@ekgib.com
수원박물관(관장 송영완)은 숨겨져 있던 수원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고 올해 상반기 운영한 전시교육학술대회 등의 성과를 소개하는 수원박물관 소식지 물고을를 최근 발간했다.통권 제5호인 이 소식지에는 나주나씨 집안의 유물 기증자에 대한 소개를 비롯해 수원의 인물 이고와 나혜석에 관한 글이 실렸다.또 정조시대의 서예가 배와(?窩) 김상숙(金相肅)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박물관에서 진행한 상반기 기획전시의 내용과 수원 명칭 74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대회의 성과,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의 운영 현황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소식지는 전국 국공립박물관 및 도내 문화원 등 관련기관에 배포될 예정이다. 문의(031)228-4135류설아기자rsa119@ekgib.com
▲지금 그리운 사람(강희동 著 황금알 刊)1999년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절제된 목소리로 자연을 꿈꾸는 시인의 마음을 전했다. 불교적 색채를 띤 시가 다소 많지만 현대인의 일상을 재치있는 시어로 소개하기도 했다. 또 연애시도 만날 수 있다. 연애시라고 해서 익명의 타자에 대한 막막한 그리움을 노래한 시라고 보면 오산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고뇌와 상처의 시편이 대부분이다. 작가는 시인의 말에서 사람의 마을에도 사람 냄새가 나야 한다며 그냥 그대로의 소리로 조용히 흔드는 사람과 나무들이 어울린 노래와 춤이 새삼 그리웁다고 말했다. 값 8천원. ▲사상과 언어(양동안 著 북앤피플 刊)언론인 출신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사상 관련 용어들이 부정확하고 부적절하게 사용되는 것을 바로 잡는데 미력이나마 보태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져왔다. 책은 저자가 가져온 그런 의무감의 산물이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상 관련 용어들은 우리 사회에서 부정확부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 정도가 심한 용어들에 한정돼 있다. 이 책의 서술 내용은 다분히 개념사적인 것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부정확부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 사상 관련 용어들의 정확한 의미를 추적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값 1만5천원. ▲고도비만, 위밴드 수술이 답이다(조민영 著 느낌이 있는 책 刊)본인을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고도비만자들이 식탐을 부리고, 게으르고, 의지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명백한 오해다. 식욕조절은 절대 자신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비만 관련 호르몬을 조절하는 지방세포 탓이며, 무의식적인 본능이다. 이 책은 무엇보다 고도비만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한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전문가의 눈으로 오직 고도비만에 대한 정의와 체중 감량을 위한 확실한 방법, 그리고 그 선택이 성공할 수 있도록 꼼꼼한 노하우를 일러준다. 값 1만2천800원. ▲세 친구의 모험(헬메 하이네 著 그림책 刊)독일이 낳은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헬메 하이네는 전 세계 어린이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인기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세 친구의 모험은 엉뚱하고 개성 넘치는 농장의 동물 친구들이 엮어 가는 모험 이야기를 유쾌하고 재치 있게 그린 헬메 하이네의 그림책이다. 개성만점인 등장인물들의 익살스러움과 생동감 넘치는 표정, 몸짓에서도 작가의 유머가 잘 녹아 있다. 수채화풍의 밝고 화사한 그림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작가의 진가를 톡톡히 발견할 수 있다. 값 1만원.
한 소년이 치과에 갔다. 소년은 치과의사의 아들이었다. 그런데 치과의사는 소년의 아버지가 아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창의력, 꽃에게 길을 묻다(사문난적 刊)를 펴낸 승영조 씨는 책의 첫 부분에서 이 같은 질문을 던진다. 답은 무엇일까. 기자 또한 고민했지만 쉽사리 떠오르질 않는다. 답을 보니 정답은 이 치과의사는 소년의 엄마였다. 이어 저자는 의사라면 남자를 떠올리는 고정관념 때문에 무진장 어려운 퀴즈가 되어버렸다고 술회한다. 이 문제를 접한 독자 중 그와 같은 고백을 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자못 궁금해진다. 문학평론가이자 번역가인 저자는 고등학교 2학년인 자신의 딸을 비롯한 청소년이 이 시대를 잘 살아가기 위한 필요요소이자 목표가 되어버린 창의성의 실체를 느끼고 계발할 수 있기를 바라며 책을 집필했다. 자녀에게 말하듯이 대화체로 서술하고 독자의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우화와 유머, 비유 등 다양한 이야기를 곁들인 것이 특징이다.예로 앞서 언급한 질문을 통해 고정관념은 창의력의 감옥임을 일깨우고, 생활 속에서 창의적 생각을 찾고 습관화할 수 있는 행동지침을 제시한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이미 창의력 계발에 늦었다고 생각하는 성인도 도전해볼 만한 책이다.특히 저자는 창의적 교육 분야의 세계적 리더로 꼽히는 켄 로빈슨의 창의력 교육은 한 마디로 창의적 인성을 길러주는 것이라는 관점에 동의, 창의적 인성을 강조하고 있다.이에 창의력은 소중한 것을 발견하는 것이자 삶의 기적에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이라는 저자 나름의 정의를 일관되게 설명하고 있다.책의 삽화는 저자의 딸인 승세람 양(한국애니고 2년), 글자 디자인은 친구인 김예슬 양이 맡았다. 값 1만2천원류설아기자rsa119@ekgib.com
경복대학교(총장 전지용) 경영학부 황인천 교수가 성공노트 시선집 성공 행복 희망 그리고 사랑(삶과 꿈 刊)을 펴냈다.대학생들의 메마른 인성과 감성을 일깨워주기 위해 펴낸 황 교수의 시선집에는 41편의 시를 성공행복희망사랑이라는 주제로 분류해 평소 강단에서 제자들과 교류하며 느낀 점들을 진솔하게 담고 있다.황 교수는 외환은행 연수원장 및 런던지점장, 국제금융통신기구(SWIFT) 한국대표를 역임했으며 경복대학교 경영학부에 재직하면서 홈페이지를 통해 제자들을 위한 성공노트를 운영, 지금까지 300여 편의 칼럼을 게재해오고 있다. 남양주=유창재기자cjyoo@ekgib.com
공룡 전사 빈한상호 著, 비룡소 刊2008년 3부작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으로 반향을 일으켰던 EBS 한상호 PD가 이번에는 공룡을 소재로 한 판타지 동화를 출간했다. 신간 공룡 전사 빈은 대홍수를 겪은 지구에 공룡이 다시 나타나 인간과 공존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판타지 동화다. 동화는 공룡과 공룡이 맞붙는 배틀을 소재로 했지만, 싸움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 작가는 빈과 타로가 공동의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교감하는 과정을 통해 교감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공룡에 대한 작가의 해박한 지식을 엿보는 것은 덤이다. 값1만5천원 니얼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니얼 퍼거슨 著, 21세기북스 刊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역사학 교수가 낸 책은 이후 600년 동안 서양이 어떻게 상황을 역전시켜 세계의 패권을 쥐게 되었는지를 살펴본 책이다. 책에서는 서양이 나머지 세계와 차별화를 이룬 요인으로 경쟁, 과학, 재산권, 의학 , 소비, 직업 등 여섯 가지를 꼽고 있다. 저자는 각각의 요인들이 어떻게 서양 문명의 부상을 이끌었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서양이 왜 부상했는지에 대한 해답은 서양이 왜 몰락하고 있는지에 대한 해답과 일맥상통한다. 값 2만2천500원 당신의 이름은 사랑이태석 著, 다른우리 刊살레시오 수도회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소속 신부인 이태석 신부가 한 강론들을 모아 책으로 펴낸 것이다. 깊은 신앙의 힘으로 자신이 가진 모든 재능을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 전하는 사랑의 모습을 한 그를 볼 수 있다. 그가 말하는 사랑은 실천으로 살피는 마음이다. 내 이웃에 관심을 가지는 일부터 시작하여 우리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나누려는 마음이다. 이 책은 좀 더 많이 가지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는 많은 사람들에게, 욕심으로 혼란스러운 자신의 삶을 조금이나마 변화시킬것을 권한다. 값 1만5천원 기억의 행성조용미 著, 문학과지성 刊색감과 자연이 어우러진 세계를 섬세한 시어로 그려온 중견 시인 조용미의 5번째 시집. 시인은 1990년 한길문학에 청어는 가시가 많아를 발표하면서 등단했고 1996년 시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를 내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번 시집에서도 색과 음(音)이 서로의 경계를 넘나드는 움직임을 노래했다. 농(濃)과 담(淡)으로 빛과 어둠을 온전히 표현하는 수묵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탐구한다. 또 많은 색을 오직 농과 담으로 소화하는 세계를 아름답게 찬양한다. 값 8천원
미학자이자 전방위 문화비평가인 진중권이 미학과 미술사를 접목한 서양미술사 모더니즘편(휴머니스트 刊)을 내놓았다.미학 오디세이와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등의 저서를 통해 미적 세계를 바라보는 다채로운 시각을 제시했던 저자의 역량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신작이다. 진중권에게 미학은 어떤 사안이나 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보는 법을 배울 수 있는 학문이고, 그의 미술사는 열린 마음으로 좀 더 다르게 보는 법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다.예술의 역사는 시대적 패러다임의 변화과정이고, 예술 감각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기에 미술사는 그 시대의 미감으로 쓰여야 한다는 것.책은 저자 특유의 개념과 관점을 바탕으로 20세기 초반 아방가르드(전위) 예술운동의 역사를 풀고 있다. 시기는 모더니즘 태동에서 제2차 세계대전 직전까지다. 회화의 논리를 전통적 인상론에서 현대적 표현론으로 바꿔놓은 야수주의를 시작으로 입체주의, 추상미술, 절대주의, 표현주의, 미래주의,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바우하우스 등 12개 유파의 선언문을 중심으로 철학적 배경과 작품, 영향 등을 살핀다. 미술사에만 머물지 않고 시대의 담론과 미학미술 이야기 등을 당대의 철학과 연결해 서술, 이를 바탕으로 독자가 21세기 현실에 벌어지는 다양한 지적 흐름이 어떻게 흐를지 전망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값 1만 8천원류설아기자 rsa119@ekgib.com
인간 상호작용 간단한 형태로 끌어내 우분투 정신 직장인이라면 필독 매일 아침 회사를 향해 집을 나서는 당신은 자기 본연의 인간성을 가지고 있는가? 혹시 그것을 잃어버리고 살아가지 않는가? 여기, 회사일에 목숨을 바친 백인의 존이 있다. 회사는 그의 노력을 인정해 그를 한 팀의 책임자를 임명했다. 하지만 그가 팀장이 되는 순간, 모든 게 엉망이 돼 버렸다. 부하들은 되는 대로 일하며 상사의 말을 듣지도 않는다. 더 기진맥진하게 만드는 것은 너무 열성적으로 회사일을 하는 바람에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가버린 것이다. 존은 그저 회사일을 열심히 했을 뿐이데 왜 이런 상황을 맞이했을까? 존은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모든 것을 포기해버리고 도망가버리고 싶은 그때, 아프리카에서 온 말단 사원인 사이먼이 고대로부터 내려온 아프리카의 정신적 힘인 우분투를 전해준다. 아프리카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책 우분투(케이디북스 刊)는 주인공 존과 아프리카에서 온 사이먼이 함께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떠난 여행 이야기를 토대로 복잡한 인간의 상호작용을 간단한 형태로 이끌어낸다.남아공의 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운동을 펼치며 죽을 때까지 자신의 신념을 잃지 않았던 스티브 비코는 우분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프리카의 특별한 정신이 인류애를 전하는 큰 공헌을 할 것이라고. 넬슨 만델라와 데이먼드 투투 주교는 우분투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의 인간성을 통해서 비로소 인간다울 수 있다며 우분투의 정신을 강조했다. 그들은 긴 역사의 상처를 화해와 포용으로 감싸 안은 위대한 사람들이다. 이 책은 풍요롭지만 정신적으로 메말라가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전하는 우분투의 정신을 담았다. 이 책을 읽는 순간, 당신의 생각과 판단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철들지 못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우분투는 경청하기, 감사하기, 타인에게 최상의 것을 기대하기 등 인간애를 강조한 아프리카의 전통적인 힘을 한데 모은 책이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복잡한 인간의 상호작용을 가장 간단한 형태로 이끌어낸 것에 있다. 이 책은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직원들이 즉시 읽고 적용할 수 있는 정신을 담고 있다. 값 1만2천500원 강현숙기자 mom1209@ekgib.com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전날까지 세계 돈의 흐름을 주도했던 거대 투자은행이 하룻밤 사이 파산지경에 처했다. 이후 은행과 기업 할 것 없이 줄줄이 무너져 내렸고 369억 달러의 기금 규모를 자랑하는 하버드대마저 거대 적자에 허덕이게 됐다. 그런데 이 모든 사태의 발단이 누군가가 만든 뜬소문 때문이었다면, 탐욕적인 몇몇의 안이함 때문이었다면.경제학자와 언론인 열세 명이 금융 위기의 현장을 찾아 위기의 원인을 추적한 책, 눈먼 자들의 경제(한빛비즈 刊)는 경제이야기가 아니라 (탐욕에) 눈먼 자들의 이야기다.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머니볼, 빅숏 등의 저서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루이스,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 등이 금융위기의 근원지인 월스트리트와 위기 진압 대책이 펼쳐진 워싱턴, 국가부도 사태를 맞은 아이슬란드 등을 찾았다.저자들은 생생한 현장의 기록을 바탕으로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금융위기를 냉철하게 파헤친다. 저널리스트 겸 작가인 마이클 쉬나이얼슨은 금융 위기 이후 추락하고 있는 월스트리트 상류 사회의 모습을 통해 위기가 닥치기 전까지 거액의 연봉과 보너스 잔치로 흥청망청 탐욕을 즐겼던 그들의 모습을 고발한다.고급 휴양지마다 집을 한 채씩 두고 출퇴근용 헬리콥터와 수상 비행기까지 갖춘 리먼 브라더스의 50대 임원 이야기는 금융 위기를 촉발시킨 리먼 브라더스의 사태가 어디서 기인했는지 짐작케 한다.미국의 저널리스트인 컬런 머피는 서문에서 17세기 네덜란드 튤립버블과 1929년 대공황을 비롯한 금융대란의 오랜 역사를 되돌아보면 세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나타난다고 말했다.좋은 시절이 영원할 것이고 투기과열이 언제까지라도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과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사기, 그리고 회한의 감정이 엄습한다는 게 그것이다. 값 2만5천원 윤철원기자 ycw@ekgi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