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나들이-기시 유스케, ‘악의 교전’
‘검은 집’, ‘천사의 속삭임’, ‘푸른 불꽃’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 수많은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일본 작가 기시 유스케가 광기 어린 살인귀와 함께 돌아왔다.
기시 유스케는 신작 ‘악의 교전’(느낌이 있는 책 刊)에서 사이코패스 교사의 광기어린 살인을 그리며 인간의 본성을 묻는다.
책의 배경이 되는 학교는 교육의 기능을 상실한 채 집단따돌림, 체벌, 폭력, 성추행 등으로 얼룩져 있다. 살인마 하스미는 병든 학교를 악용, 교사의 탈을 쓰고 들어가 피비린내 나는 살인을 저지른다.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사람과 마주치면 오페라 주제가인 ‘모리타트’를 흥얼거리며 살기 가득한 몸짓으로 다가간다. ‘모리타트’는 경쾌한 선율로 포장돼 있지만 배신과 살인이 주제인 노래다. 살인은 학생들과 동료 교사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순간 자행된다. 살인계획 또한 치밀해 어느 누구도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작가는 인간이 성선설에 적합한지, 과연 환경이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 것인지에 돋보기를 들이댄다.
주인공 하스미를 내세워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악의 실체를 이야기한다. 섬뜩한 캐릭터, 절묘한 구성, 세밀하고 심리묘사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지난해 일본에서 출간된 ‘악의 교전’은 그해 제1회 야마다 후타로상을 받았고, ‘주간문춘’의 ‘걸작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에 이름을 걸었다. 올해는 ‘이 미스터리가 굉장하다’ 1위, 일본의 서점직원이 가장 판매하고 싶은 책을 선정하는 ‘일본 서점대상’을 휩쓸었다. 제144회 나오키상 후보, 제32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후보에도 올라있다. 한성례 옮김. 전 2권 각 1만5천원
윤철원기자 ycw@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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