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전날까지 세계 돈의 흐름을 주도했던 거대 투자은행이 하룻밤 사이 파산지경에 처했다. 이후 은행과 기업 할 것 없이 줄줄이 무너져 내렸고 369억 달러의 기금 규모를 자랑하는 하버드대마저 거대 적자에 허덕이게 됐다. 그런데 이 모든 사태의 발단이 누군가가 만든 ‘뜬소문’ 때문이었다면, 탐욕적인 몇몇의 안이함 때문이었다면.
경제학자와 언론인 열세 명이 금융 위기의 현장을 찾아 위기의 원인을 추적한 책, ‘눈먼 자들의 경제’(한빛비즈 刊)는 경제이야기가 아니라 ‘(탐욕에) 눈먼 자’들의 이야기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머니볼’, ‘빅숏’ 등의 저서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루이스,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 등이 금융위기의 근원지인 월스트리트와 위기 진압 대책이 펼쳐진 워싱턴, 국가부도 사태를 맞은 아이슬란드 등을 찾았다.
저자들은 생생한 현장의 기록을 바탕으로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금융위기를 냉철하게 파헤친다.
저널리스트 겸 작가인 마이클 쉬나이얼슨은 금융 위기 이후 추락하고 있는 월스트리트 상류 사회의 모습을 통해 위기가 닥치기 전까지 거액의 연봉과 보너스 잔치로 흥청망청 탐욕을 즐겼던 그들의 모습을 고발한다.
고급 휴양지마다 집을 한 채씩 두고 출퇴근용 헬리콥터와 수상 비행기까지 갖춘 리먼 브라더스의 50대 임원 이야기는 금융 위기를 촉발시킨 리먼 브라더스의 사태가 어디서 기인했는지 짐작케 한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컬런 머피는 서문에서 17세기 네덜란드 튤립버블과 1929년 대공황을 비롯한 금융대란의 오랜 역사를 되돌아보면 세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좋은 시절이 영원할 것이고 투기과열이 언제까지라도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과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사기, 그리고 회한의 감정이 엄습한다는 게 그것이다. 값 2만5천원
윤철원기자 ycw@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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