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바람을 피웠다. 그것도 형사인 내가 잡아들였던 범죄자와 말이다!”
형사로서는 일류이지만 남편으로서는 삼류인 강력계 형사의 쿨한 복수극이 펼쳐진다. 동명 영화로도 제작됐던 소설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으로 주목받았던 이야기꾼 전은강 씨의 신작 ‘아내 죽이기(휴먼&북스 刊)’를 축약한 줄거리다. 신작에서 전씨는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과 필담을 자랑한 만큼 이번에도 전작에 버금가는 독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인공인 ‘나’는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데 탁월한 형사이지만, 성적으로 조루 증세가 있는데다 장인의 간이식 수술에 자신의 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골수검사조차 하지 않고 경제적 만족도 주지 못하는 찌질한 남편이다.
아내가 바람을 피우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런데 하필, 아내는 돈을 꾸러갔다가 만난 사채업자 ‘경수’와 눈이 맞는다. 경수는 나에게 붙잡혀 스토커 혐의로 옥살이를 했던 범죄자다. 경수는 억울하다며 복수를 다짐하던 찰나, 나의 아내와 의기투합해 이혼을 요구해 온다.
일류 형사 삼류 남편의 쿨한 복수극
기발한 상상력으로 뒤틀린 세상 폭로
여전히 아내를 사랑하고, 더욱이 자존심때문에 범죄자에게 아내를 빼앗긴 형사가 될 순 없다. 이혼을 거부하자 아내와 그 놈은 두 사람의 관계를 담은 동영상을 보내는 등 나를 자극한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순 없다. 신종플루 병균을 그들에게 옮기려고 시도하는 등 유치하게 버티면서, 베테랑 경찰답게 사건도 척척 해결한다. 젊은 시절 자신을 강간했던 남자와 남편 회사의 발주업체 사장으로 다시 만나 성상납을 요구받다가 끝내 그를 살해한 여인, 실수로 사람을 치어 죽였지만 병든 아이 때문에 은폐할 수 밖에 없었던 야채장수, 알코올중독인 남편을 죽이기 위해 교묘한 수를 쓰는 아내 등 애처롭고 때론 잔악한 이들의 범죄가 나와 그리 멀지 않다. 결국 나도 아내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소설가 전씨는 불쌍하고 찌질한 캐릭터 ‘나’를 화자로 어이없는 자신의 상황과 형사로서 마주한 현실세계를 교차 나열하며 한국 사회의 도덕성을 묻고 있다. 작가는 도덕성을 말할 수 없는 뒤틀린 세상을 현실 그대로 폭로하면서도 ‘지켜야 할 것이 있다’고 강변하는 듯하다.
특히 범죄자를 추적하는 과정을 세밀한 묘사로 풀어내 마치 범죄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주고, 아내와 형사의 위트 넘치는 대화로 비정한 범죄 이야기를 유쾌하게 전복시킨다. 값1만1천500원
류설아기자 rsa119@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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