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를 꿈꾸는 고교생들이 엮은 아주 특별한 자서전, 요양원 어르신들의 인생 이야기

요양원 말벗 봉사 하면서 녹취한 가슴아픈 사연들 고스란히 담아

서점에서 돈 주고 살 수 없는 책(?)이 나왔다.

 

도내 고교생 4명이 의기투합해 요양원에서 노년을 보내고 있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엮어 ‘천사가 남긴 이야기’(글박스 刊)를 만든 것.

 

김주아(영복여고 3), 정다연(인덕원고 3), 조나영(수원여고 3), 허필훈(안화고 2) 학생은 지난해부터 충북 충주에 소재한 Y노인요양시설에서 치매, 중풍, 기타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어르신 말벗 봉사를 시작했다.

 

입시 준비로 바쁜 고교생들이 매주 충주까지 내려가 어르신들의 한 많은 인생 이야기, 아들, 딸, 친구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시도였다. 치매 때문에 표현 자체가 서투른 어르신부터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리시는 어르신, 말문을 닫은 어르신 등 학생들은 봉사 초창기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한다.

 

봉사를 같이 시작한 4명의 학생들은 마침 꿈도 비슷했다. 작가 지망생 학생들은 주옥같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인생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 보자고 뜻을 모았고 아주 특별한 자서전이 탄생하게 됐다.

 

‘천사가 남긴 이야기’에는 Y노인요양시설에 머무르고 계신 18명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인생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 경험담, 북에 있는 가족을 그리워하며 사는 할머니의 가슴 아픈 사연 등 수많은 스토리를 학생들이 직접 녹취해 정리하고 다듬었다.

 

동화작가를 꿈꾸는 김주아 학생은 “요양원에 처음 갔을 때 한 할머님의 뽀뽀 세례가 아직도 기억이 남는다”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글로 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되는 봉사활동이었다”고 말했다.

 

정다연 학생은 “책을 집필하면서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는 일, 아무 걱정없이 밥을 먹는 일, 따뜻하고 편한 잠자리, 그리고 가족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달았다”며 “한 할머님께서는 꼬깃꼬깃한 용돈까지 챙겨주셨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조나영 학생은 “많은 것을 배우고 얻은 의미있는 시간이었다”며 “제 자신이 할머님께 기다림의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유일한 남학생 허필훈 학생은 “요양원을 다녀온 후로 살면서 겪었던 모든 아픔과 슬픔을 홀가분하게 두고 나올 수 있었다”며 “비록 몸이 불편한 학생 신분이지만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다는 사실에 저 스스로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고 밝혔다.

 

강현숙기자 mom1209@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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