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한일관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해부와 대처방법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올해로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경축하는 광복절이 66주년이나 됐지만, 여전히 한국과 일본은 가까우면서도 너무 먼 관계다.

 

일본은 대지진과 쓰나미로 피해를 입었던 지난 3월 지원국인 한국에 감사해 했다.

 

하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자국 외교관의 대한항공 이용을 자제시켰고, 한국은 일본 국회의원의 독도 방문을 허가하지 않았다.

 

살가운 이웃같다가도 어느새 냉랭한 적이 되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과거와 지금의 한일관계를 짚어보며 현명하게 이를 개선하는 방법을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

 

▲일본, 한국병합을 말하다

 

(미야지마 히로시 등 공저. 열린책들 刊)

 

도쿄 대학교 명예교수 와다 하루키, 성균관대학교의 미야지마 히로시, 와세다 대학교의 이성시 등 일본의 진보 역사학자 16명이 한국 강제 병합의 의미를 살핀다. 한일강제병합 100주년인 지난해 일본 이와나미서점에서 간행하는 학술잡지 ‘사상’이 마련한 관련 특집과 심포지엄 성과물을 묶은 단행본.

 

책은 총 5부로 구성, 한국 병합 100년과 한국 병합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하고 식민지 지배하의 조선의 모습과 한국병합의 역사적 인식에 대한 각 역사학자들의 의견을 보여준다.

 

예로 일본 교토대 교수 출신인 미야지마 히로시는 한국병합이 낙후한 조선을 근대화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일본의 침략론에 대해 일본이 동아시아의 중심이라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해 빚어진 역사인식으로 진단한다.

 

또 이노우에 가츠오 홋카이도대학 명예교수는 1894년 10월27일 히로시마에서 있던 일본군 대본영이 동학농민군을 ‘모조리 살육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사실을 규명하고, 쓰다 쓰토무 메이지대학 교수는 에도시대 조선통신사의 일본행이 사라지면서 조선인을 멸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주장한다. 부록으로 실린 ‘근대 한일 관계사 관련 연표’도 독자의 이해를 돕는데 한 몫한다. 값 2만8천원.

 

▲한일 신시대를 위한 제언

 

(한일 신시대 공동연구 프로젝트, 한울아카데미 刊)

 

지난 2008년 4월 양국 정상이 정상회담 후 한일 학자 26명이 1년 반 이상 공동연구에 착수해 얻은 프로젝트 결과물. 책은 한일관계의 100년 대계를 구상하고 제안한다는 목적으로 시작한 연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크게 한일관계, 국제정치, 국제경제의 세 부분으로 나뉘어 현재를 짚어보고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

 

특히 역사 문제를 분명하게 지적하고 정리한 것이 눈길을 끈다. 책에선 일본이 무력으로 한국병합을 단행했음을 분명히 하고, 식민지 지배가 가져온 민족적 한이 양국의 정상화를 방해하는 커다란 요인임을 지적했다.

 

양국의 학자는 오늘날 얽힌 복잡한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것이 ‘신시대’의 과제임을 역설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면에서 공생을 추구하는 복합 네트워크 구축을 제안한다.

 

한편, 책은 한일관계와 동아시아 연구에 관심있는 세계 각국의 학자와 일반인을 위해 한국어와 일본어는 물론 중국어와 영어 등 4개 국어로 출간됐다. 값 1만2천원

 

▲일본에 고함

 

(KBS 역사스페셜 제작팀 著, 시루 刊)

 

지난해 KBS가 국권 침탈 100년을 맞아 5부작으로 기획한 역사다큐멘터리 ‘한국과 일본’을 1년여 만에 책으로 엮은 것. PD 김종석과 최지원, 작가 고은희와 정윤미 등 다큐멘터리 제작팀이 공저했다. 보여주고 정리하는 것에 ‘전문가’인 저자들의 특성이 반영돼 한일 관계를 다룬 여느 책들보다 쉽게 읽히는 것이 특징이다.

 

책은 한국과 일본의 2000년의 관계사를 ‘인연’, ‘적대’, ‘공존’, ‘변화’, ‘대결’ 이란 5가지 키워드로 살펴본다. 문화를 주고받던 이웃에서 국권을 강탈한 원수가 되기까지 소통과 대결의 역사를 걸어온 한국과 일본을 재조명하며 한일 관계의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또 한국과 일본의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역사를 끄집어내고,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와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균형감각 있는 시각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며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한국과 일본이 소통하고 공존할 때 융성하고 번영했으며, 갈등하고 대립했을 때 쇠퇴하고 불행했다는 사실이다. 값1만3천원

 

설아기자 rsa119@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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