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나들이] 박범신 장편소설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등단 39년 맞은 작가의 39번째 장편소설

“말굽이 생긴 뒤로 손금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중이다. 생명선의 상단은 이미 지워지고 없다. 말굽으로 뭔가를 내려치면 칠수록 손금이 그만큼 가속적으로 사라지는 것 같다. 말굽의 힘이 강화되면, 생명선은 물론 손금이 모두 없어질는지도 모른다. 생명선이 사라지면 죽는 걸까, 아니면 영원히 사는 걸까. 손바닥에 쇠말굽을 숨겨 지니고 영원히 사는 것은, 아무래도 슬픈 느낌이다.”

 

올해로 등단 39년을 맞은 작가 박범신의 39번째 장편소설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문예중앙 刊)로 돌아왔다. ‘죽음보다 깊은 잠’과 ‘풀잎처럼 눕다’ 등의 다수의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은 작가 박범신은 이번 작품을 통해 마술적 리얼리즘 기법을 본격적으로 차용했다.

 

그동안 작가의 작품에 볼 수 없었던 강도 높은 하드고어적 폭력 묘사를 통해 작가는 독자에게 인간 마성의 근원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4년간 교도소에 수감되었던 주인공 ‘나’는 출옥 후 노숙자로 십여 년을 떠돌다 고향으로 돌아간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찾은 고향에는 ‘나’가 아버지와 살았던 무허가 판잣집은 사라지고 5층짜리 원룸빌딩인 ‘샹그리라’만 서있다.

 

‘나’는 빌딩 앞에서 우연히 집주인 이 사장에게 빌딩 관리인으로 고용되고 그곳에 사는 인물들이 벌이는 천태만상을 보게된다. 특히 샹그리라의 주인인 이 사장은 폭력과 악의 화신과 같은 존재로 그의 비정한 모습을 목격하며 ‘나’에게는 믿을 수 없는 기이한 일이 일어난다.

 

위기감과 분노에 빠지는 순간 ‘나’ 손바닥에는 말굽의 모습이 나타나고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자라난다. 결국 이로 인해 연쇄살인에 버금가는 살인들을 저지르게 된 ‘나’는 그동안 잊고 있던 기억들도 하나씩 되찾게 된다.

그리고 ‘샹그리라’의 눈먼 안마사가 자신이 사랑했던 ‘여린’이라는 것을 깨우치며 이 사장이 장악하고 다스리는 ‘죽음’의 장소, 악의 잿더미에서 여린을 지키기 위해 최후의 결단을 내린다. 값 1만3천원

 

윤철원기자 ycw@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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