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나도 별이다 

나도 별이다 - 박두순 밤하늘이 품고 있는 별은 푸른 별이지요 나도 우리 집에선 별이지요 엄마는 나를 안을 때마다 -내 작은 별 하고 말하지요 그땐 나도 밤하늘에 안겨 있는 별처럼 어머니의 별이지요 어린 시절에 만났던 밤하늘은 온통 별밭이었다. 저 광활한 밤하늘에 쏟아져 나왔던 별의 무리. 그러나 요즘엔 별을 보기가 쉽지 않다. 밤이 밤답지 않고 대낮같기 때문이다. 어두워야 할 밤이 대낮같이 밝으니 별이 보이지 않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문명은 참 좋은 것이되 별조차 볼 수 없게 만들었다. 몽골을 다녀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초원 위에 펼쳐진 광활한 밤하늘의 별을 잊지 못한다. 이 동시는 밤하늘의 별과 집안의 별을 하나의 의미로 짚어 봤다. 밤하늘이 품고 있는 별은/푸른 별이지요/나도 우리 집에선 별이지요. 그 이유는 다음 구절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엄마는 나를/안을 때마다/-내 작은 별 하고 말하지요. 여기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게 있다. 상대방을 귀한 존재로 위해주는 일이다. 자식에 대한 태도라고 다를 바 없다. 부모한테서 귀한 존재로 사랑을 받은 자식은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할 것이며 남을 또한 그렇게 대할 것이다. 최근 들어 청소년의 범죄가 급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불우아동이 문제다. 화목한 가정은 건강한 사회를 이룩한다 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밤하늘의 별처럼 어여쁜 집안의 별들이 많이 나오기를 손 모아 빈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도서관 삼총사

첫 봉사활동을 했다. 유치원 다니는 꼬마들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었다. 베트남에서 온 아줌마도 있었다. 노란 앞치마를 두른 건우가 책을 들고 진희와 나는 한쪽씩 나눠 읽었다. 꽃그림을 실컷 보라고 꽃처럼 오래 서 있었다. 건우는 코밑에서 땀이 났고 진희는 귀가 조금 빨갛다. 나는 배가 많이 고프다. 개구쟁이들이 큰맘 먹고 봉사활동에 나섰나 보다. 도서관에서 유치원 꼬마들에게 그림책 읽어주기. 반짝이는 눈에 귀를 쫑긋 세운 유치원생들 앞에서 건우는 책을 펴들었고 진희와 나는 그림책을 한쪽씩 나눠 읽는다. 그림책 듣기엔 이들 유치원 꼬마들만 참석한 게 아니다. 언제 왔는지 베트남에서 온 아줌마도 슬며시 끼어 앉았다. 그 풍경이 참 정겹다. 그림책을 실컷 보라고꽃처럼 오래 서 있었다. 봉사활동에 나선 개구쟁이들의 마음이 평소와는 달리 대견스럽다. 그림책을 펴든 손이 아프고 다리가 저려도 꼬마들을 위해 이를 꾹 참는 개구쟁이들의 모습이 미소를 짓게 해준다. 드디어 그림책 읽어주기 봉사를 다 마쳤다. 건우는 코밑에서 땀이 났고진희는 귀가 조금 빨갛다.나는 배가 많이 고프다. 이 얼마나 솔직한 표현인가. 보람을 느꼈다느니, 뭐다 했다면 그건 개구쟁이들 마음이 아니라 억지로 갔다 붙인 어른의 마음이다. 아이들의 마음을 느낀 그대로 옮긴 요 표현 때문에 동시가 살았다. 한때 동시가 어른들만의 전유물인 때가 있었다. 소위 문학성 어쩌고 할 때다. 요즘엔 그런 동시를 찾아보기 어렵다. 다행스런 일이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당당히 살자

당당히 살자 - 신복순 쭈글쭈글 움츠렸던 때 묻은 옷이 세탁소를 갔다 오더니 태도가 달라졌다 어깨를 당당히 세우고 허리를 쫙 폈다 세탁소 아저씨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확실히 알려준 모양이다 이 동시를 읽기 전엔 세탁소는 단지 옷만 세탁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안 지금, 나는 세탁소 주인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옷만 세탁하는 게 아니라 사람도 세탁해서 내보내는 사회교육자. 쭈글쭈글 움츠렸던 때 묻은 옷이/세탁소를 갔다 오더니/태도가 달라졌다. 태도가 달라졌다는 말이 참 재미있다. 어떻게 달라졌기에 달라졌다고 했을까? 어깨를 당당히 세우고/허리를 쫙 폈다. 하하, 이쯤 되면 옷은 단순한 의상이 아니다. 그럼, 뭘까? 사람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다른 것은 몰라도 한 가지 분명한 게 있다. 사람답게 사는 일이다. 누구 앞에 나서도 당당할 수 있는 삶. 어깨를 세우고 허리를 꼿꼿하게 펼 수 있는 삶. 그런데 말이 쉽지 그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란 걸 살아가면서 깨닫는다. 알게 모르게 당당하지 못했던 부끄러웠던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때가 빠진 깨끗한 옷을 입을 때 얼룩진 자신을 돌아본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옷 속에 감춰진 자신의 모습을 가끔은 돌아볼 일이다. 유쾌한 일이 아니긴 하겠지만. 옷을 사람으로 본 시인의 눈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가시 철조망

가시 철조망 - 권오삼 뾰족뾰족한 쇠가시들이 뱀의 이빨처럼 독을 품고 있는 가시 철조망 50년 동안 꾸불텅 꾸불텅 휴전선 산허리 강을 끼고 길게 길게 눠워 있다. 이것들을 걷어 낼 날은 언제일까? 휴전선은 남과 북을 가르는 군사분계선이다. 이는 6ㆍ25전쟁이 1953년 7월27일 22시에 휴전됨으로써 한반도의 가운데를 가로질러 설정됐다. 총 길이는 155마일. 어느새 6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러니까 이 동시는 16년 전에 발표된 작품이다. 50년 동안/꾸불텅 꾸불텅/휴전선 산허리 강을 끼고/길게 길게 누워 있다. 권오삼 시인은 휴전선을 따라 길게 누워 있는 가시철조망을 가슴 아파하며 이 시를 썼다.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고,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휴전선은 민족의 슬픔이자 아픔이다. 8월은 광복의 달, 그러나 저 가시철조망을 그대로 둔 채 어떻게 광복의 기쁨을 노래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의미에서 통일은 민족의 소원이자 역사적 과업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노래를 안 부르고 자란 7, 80대들이 있을까? 휴전 결사반대를 외치며 단상에 올라 혈서를 쓰던 선배들의 얼굴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이것들을 걷어 낼 날은 언제일까?. 시인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묻고 또 묻는다. 가시철조망은 이 땅의 아픔이면서 우리 모두의 고통이다. 시의 구절처럼 하루 속히 걷어내야 하는데, 어쩌자고 세월만 자꾸 가는지.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바다 일기

바다 일기 - 이해인 늘 푸르게 살라 한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내 굽은 마음을 곧게 흰 모래를 밟으며 내 굳은 마음을 부드럽게 바위를 밟으며 내 약한 마음을 든든하게 그리고 파도처럼 출렁이는 마음 갈매기처럼 춤추는 마음 늘 기쁘게 살라한다. 8월은 산과 바다의 계절이다. 사람들은 삶에 찌든 일상을 잠시 뒤로하고 산과 바다를 찾아 떠난다. 소위 바캉스다. 기차로, 버스로, 승용차로, 그도 성에 차지 않아 비행기로. 그 대열의 일원으로 참가하는 기쁨은 떠나 본 사람만이 안다. 여행은 설렘이면서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이다. 이 동시는 제목 그대로 바다 여행기이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것은 내가 바다를 보고 느낀 것을 적은 게 아니라 바다가 나한테 하는 말을 받아 적었다. 늘 푸르게 살라고. 굽은 마음을 곧게 펴라고. 그리고 굳은 마음을 부드럽게 늘 기쁘게 살라고. 바다의 말이다. 그렇다! 우리가 바다를 찾아가는 건 바다의 말을 듣고 싶어서인지도 모른다. 잠시도 쉬지 않고 몸을 뒤집는 바다, 묵은 것을 토해내고 또 토해내는 바다, 푸른 하늘을 향해 온몸을 치솟는 바다. 그 바다에서 우리는 살아 있는 생명을 느끼고 싶어서일 것이다. 올해도 많은 이들이 바다를 다녀올 것이다. 바라건대, 더위만 피했다 오지 말고 바다의 말에 귀를 기울였음 한다. 아니, 기왕이면 바다를 품 안에 모셔다가 삶이 버겁거나 힘들 때 한 모금씩 마시면서 사는 건 어떨지. 바다처럼 푸르게 사는 일은 어떨지.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지구본 때문에

지구본 때문에 - 이경애 -일 년만 일하고 올게요. 아들네가 떠난 뒤 하루에도 몇 번씩 지구본을 돌리는 할머니 일 년 내내 덥다는 나라 돋보기를 쓰고도 찾기 힘든 나라 -이놈은 왜 이리 삐딱하게 생겼누? 지구본따라 점점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할머니. 오늘날 우리가 이만큼이라도 잘 사는 데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남 탓하지 않고 악착 같이 땀을 흘린 덕분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 동시는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가족을 이끌고 머나먼 이국땅으로 돈 벌러 간 노동자 가족을 걱정하는 할머니의 심정을 담았다. -일 년만 일하고 올게요./아들네가 떠난 뒤/하루에도 몇 번씩/지구본을 돌리는 할머니. 지구본을 가져다 놓고 아들이 일한다는 나라를 찾는 할머니. 눈이 침침한 할머니는 돋보기를 쓰고도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왜 지구본은 요따위로 삐딱하게 도는지. 할머니는 답답하기만 하다. 이야기로만 보자면 한 편의 동화를 써도 충분할 만하다. 그런 이야기를 단 몇 줄의 시로 지었다. 꼭 필요한 뼈대만을 추려 한 채의 집을 완성했다. 그러고도 부실하기는커녕 얼마나 튼튼한가. 시인은 남이 갖지 못한 요런 재주를 가졌다. 뚝딱, 뚝딱! 언어 몇 개 가지고도 건축미를 자랑한다. -이놈은 왜 이리 삐딱하게 생겼누?/지구본따라/점점/한쪽으로 기울어지는 할머니.. 지구본과 할머니가 보여주는 이 관계의 아름다움이 이 동시의 백미다. 그리고 이는 가족이란 이름으로 독자의 가슴을 촉촉이 적셔준다. 참 따뜻하고 재미있는 시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엄마, 미안해요

엄마, 미안해요 - 이창건 내 신발은 늘 컸어요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큰 발자국 남기라고 내 발보다 큰 신발을 사다주곤 하셨지요 그런데 내 발이 자라 신발에 맞을 때에도 세상은 내 발에 맞지 않았어요, 엄마 세상의 신발은 언제나 커서 벗겨지기 일쑤였어요 엄마, 미안해요 이 동시는 어린이들에게는 좀 어려운 시다. 엄마가 사다준 신발이 커서 벗겨지기 일쑤였다는 것. 세상은 언제나 내 발에 맞지 않았다는 것. 이를 이해하는 데에는 약간의 도움이 필요할 듯싶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도 않다. 어린들이라 해도 읽고 나면 어렴프시 느낌이 있을 것이다. 좋은 시는 그런 법이다. 왜, 있잖은가. 좋은 음악은 설혹 모를지라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던가. 좋은 시도 마찬가지다. 당장엔 몰랐다 하더라도 어느 때가 되면 아, 그래! 하며 스스로 깨닫게 되기도 한다. 어릴 적엔 몰랐지만 점차 자라면서 알게 되는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이 동시는 보여준다.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죄스러움과 함께. 그렇다! 우린 너나할 것 없이 어떤 기대치를 안고 태어난 몸들이다. 그러나 그 기대치만큼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온갖 지혜와 힘을 쥐어짜가며, 주먹을 불끈 쥐고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도 기대치만큼 보여줄 수 없는 게 인간이요, 세상살이이다. 그러다 보니 항상 부끄럽고 죄송하다. 세상의 신발은 언제나 커서/벗겨지기 일쑤였어요/엄마, 미안해요. 특히 결미 부분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참 아픈 시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카톡

카톡 - 이재순 카톡 얼굴 붉혀 다투고 헤어진 날 시도 때도 없이 카톡, 카톡! 울더니 헤어질 때 입 꼭 다문 친구처럼 오늘은 톡마저 입 꼭, 다물었다 카톡의 시대다. 어느 장소 가릴 것 없이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저 카톡. 초등학생의 주머니에서도 카톡! 할머니의 핸드백 안에서도 카톡! 회사원 아저씨의 가방 안에서도 카톡!카톡, 카톡! 이 동시는 친구와 다투고 헤어진 뒤의 마음을 카톡으로 대신해 보여주고 있다. 뭣 때문에 다투었는지 모르지만, 시도 때도 없이 주고받던 우정(?)의 표현이 한 순간에 뚝 그친 뒤의 그 아쉬움과 허전함을 아이의 마음 그대로 적었다. 헤어질 때/입 꼭 다문/친구처럼//오늘은/톡마저/입 꼭, 다물었다. 입이란 열려 있어야 음식을 먹을 수 있고, 말을 할 수도 있는 법. 꼭 다문 입은 보는 이를 답답하게 하고 불안하게 한다. 카톡은 어느새 우리 생활 속의 입이 되었고, 언어가 되었다. 그러고 보면 이것은 단지 초기 단계에 불과할 뿐 앞으로의 시대는 더욱 카톡 같은 언어들이 활개를 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와 함께 잠시라도 카톡이 울리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운 나머지 불안한 마음까지 갖게 된다면......너무 앞질러나간 상상일까?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안방의 집사람 스마트폰은 가만있지 않고 카톡! 카톡! 해댄다. 참 별난 세상이다. 카톡! 카톡! 카톡!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산딸나무

산딸나무 - 임종삼 햇볕 따가운 유월 산딸나무 꽃 시원하게 피었다 먼빛으로 산딸나무 꽃은 나비다 수백 마리의 하얀 나비 떼다 산새에게 쫓긴 나비 산딸나무 품으로 날아든다 산딸나무 꽃에 숨어 산새의 부리를 피한다 산신이 키우는 나무 산딸나무 흰나비 꽃 피었다 6월, 초여름의 숲은 온통 초록빛의 향연이다. 산 계곡의 나무들 대부분은 서로 비슷비슷하여 누군지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수많은 나무들의 향연 속에서도 우리들 눈에 금방 들어오는 나무가 있다. 바로 새하얀 산딸나무다. 이 동시는 유월 속의 산딸나무를 나비로 보았다. 산딸나무 꽃 시원하게 피었다/먼빛으로 산딸나무 꽃은 나비다/수백 마리의 하얀 나비 떼다. 그 나비들이 찾아드는 유월의 산은 또 하나의 어머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수백 마리의 나비들이 산새에게 쫓긴다고 보았다. 산새의 부리를 피하기 위해 산딸나무 품으로 날아든다고 하였다. 산신이 키우는 나무 산딸나무/흰나비 꽃 피었다. 시는 활자로 된 문학이지만 때론 음악이 되기도 하고, 그림이 되기도 한다. 이 동시는 활자의 세계를 뛰어넘어 색채를 가진 그림으로서도 제 몫을 하고 있다. 유월의 따가운 햇볕과, 저 새하얀 산딸나무 꽃과, 수백 마리의 나비 떼와이 동시를 읽은 독자들의 머릿속은 강렬한 빛 속을 부유하는 나비들의 저 날갯짓을 보며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것이다. 유월은 꿈을 꾸기 좋은 계절, 우리 모두 흰나비가 되어 초록빛 자연 속으로 훨훨 날아보는 건 어떨지.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식구가 생겼어요

식구가 생겼어요 - 송승태 뚝딱뚝딱, 아빠가 만들어 놓은 새 모이통. 너무 엉성해 보여 속으로 치했는데 새 식구가 생겼어요. 참새 가족, 박새 가족이 이사왔어요. 매일 아침, 일어나라고 밥 달라고 짹짹짹, 찌지지지. 산길을 가다 보면 나무에 매달아 놓은 새 모이통을 볼 수 있다. 배고픈 새들이 찾아와 모이를 먹고 가라는 배려의 차원에서 달아 놓은 모이통이다. 산을 좋아하는 아빠가 산길의 모이통을 본 모양이다. 어느 날, 서툰 솜씨로 뚝딱거리더니 새 모이통을 만들어 놓았다. 첫 눈에도 엉성하기 짝이 없다. 아이는 말 대신 치하며 웃는다. 그런데 며칠 뒤에 보니 이 엉성하기 짝이 없는 모이통에 새 식구가 이사를 왔다. 그것도 참새 가족과 박새 가족, 두 가족이다. 갑자기 집안이 떠들썩해진다. 매일 아침,/일어나라고 밥 달라고/짹짹짹, 찌지지지. 이 동시는 새들과 더불어 사는 가족의 집안 풍경을 어린이의 눈으로 보았다. 참 따뜻하다. 사람과 새가 더불어 사는 세상! 이쯤 되면 더할 수 없는 삶의 즐거움이자 행복이다. 어디 새뿐이어야 할까. 너구리, 여우, 늑대, 고슴도치또 있다. 나무, 바위, 돌멩이, 시냇물더불어 살아야 할 것은 이 밖에도 참 많다. 곧 우리를 둘러싼 저 너른 자연이 모두 한 가족이다. 하지만 둘러보면 사정은 너무도 삭막하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돼 왔고, 지금도 계속되는 저 자연 파괴. 그리고 동물 학대. 이 동시는 그에 대한 안타까움이자 항변의 반어법이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짐

짐 - 김귀자 현우가 발을 다쳤다 성호 가방을 현우가 메고 성호는 현우를 업고 간다 현우가 성호에게 어깨를 빌려주고 성호는 현우에게 등을 내어주었다 서로 짐이 되고 서로 짐을 져주어도 가볍다 공을 차다가 발목을 삐었는지, 아니면 장난을 심하게 하다가 다쳤는지 현우가 제대로 걷지 못한다. 그러자 이를 본 성호는 두말하지 않고 얼른 등을 내민다. 현우도 두말하지 않고 성호 등에 업힌다. 대신, 성호 가방을 현우가 졌다. 이윽고 둘이는 학교 운동장을 빠져 나간다. 그들 너머로 홍시보다 붉은 노을이 서서히 내린다. 이런 광경은 어린 시절엔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발을 다친 친구를 위해 가방을 들어주거나 부축을 해주거나 심지어 등에 없고 집에까지 데려다주는 우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지 싶다. 초등학교 시절은 그래서 누구에게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을 듯. 현우가 성호에게/어깨를 빌려주고/성호는 현우에게/등을 내주었다. 그렇다! 우정은 빌려주고 내주는 것이다. 그래도 하나 아깝지 않은 게 우정이다. 서로 짐이 되고/서로 짐을 져주어도/가볍다. 그 또한 옳은 말이다. 짐은 그 어떤 짐이든 무겁게 마련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가벼울 수도 있는 게 짐이기도 하다. 누가 지라고 해서 지는 게 아닌, 스스로 지는 짐은 가벼울 수가 있는 법. 5월의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저 가난했던 시절에 함께 공부했던 초등학교 얼굴들을 떠올려 보았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풀꽃

풀꽃 - 정명희 만지기도 전에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버릴 것 같은 작은 풀꽃. 그 속에 씨도 있고 노랑 수술 여섯 개 정처럼 붙어 있다. 그냥 지나치기엔 아리도록 가냘프다. 산길이나 들길에 나갔다가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풀꽃.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것이다. 시인은 그 우연한 만남을 놓치지 않고 작품 속으로 끌어들였다. 만지기도 전에/아이스크림처럼 녹아/버릴 것 같은/작은 풀꽃. 시인의 노래처럼 풀꽃은 작고 특별하지 않은 게 특징이다. 그래서 그냥 지나치기가 쉽다. 여기에 꽃도 화려하지 않아서 눈길을 오래 끌지도 못한다. 작고 여린 마음을 가진 이나 만나야 제 모습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 나태주 시인은 그래서 오래 보아야 예쁘다고 했다. 5월5일은 어린이날이다. 어린이날은 1923년 소파 방정환 선생님이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자고 제창하면서 비롯되었다. 선생은 어린이를 어른의 부속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여겨야 한다면서 어린이에게 존댓말을 쓰자고 한 분이다. 그로부터 96년의 세월이 흘렀다. 100년 가까이 지난 오늘, 우리 어린이들은 과연 그런 귀한 존재로 대접받고 있는지 조용히 반성해 볼 일이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아직도 많은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폭력과 학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아동학대의 80%가 부모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이 동시는 작고 여린 풀꽃을 통해 우리 어린이를 돌아다보게 한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걸어가는 신호등

걸어가는 신호등 - 류병숙 누나 손잡고 막대사탕 빨며 학교 가는 서준이 건널목 건너며 사탕 든 손 치켜든다 -야, 막대사탕 신호등이다 버스도 서고 자동차도 서고 달콤한 아침이다. 아침 등굣길, 서준이가 막대사탕을 빨며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을 건넌다. 건널목을 건널 땐 손을 치켜들고 건너라는 학교 선생님 말씀대로 서준이는 막대사탕 든 손을 힘껏 치켜들었다. 그러자 이를 본 자동차 운전사들이 야, 막대사탕 신호등이다!하며 일제히 멈춰 선다. 참 보기 좋은 풍경이다. 서준이의 막대사탕 손앞에서 꼼짝 못하는 어른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아니, 존경스럽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자동차가 사람 앞에서 꼼짝 못하는 세상! 이게 진짜 사람 사는 세상 아닌가. 하루에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교통사고를 보다 보면 이러자고 자동차를 만들었나 싶다. 편하고자 만든 자동차가 걸핏하면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이 웃지 못 할 난센스를 보면서 앞으로의 미래사회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미래사회, 그건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보다도 더 기계의 힘이 세상을 지배할 듯. 로봇만 하더라도 훨씬 진보된 로봇이 인간의 생활을 파고들 것이고 그로 인해 인간들은 지금보다 더 큰 편함(?)을 얻을 것 같다. 걱정은 바로 거기에 있지 않을까. 이 동시는 막대사탕을 손에 쥔 아이를 보고 자동차를 멈출 줄 아는 인간의 지혜를 요구하고 있다. 2019도 강원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이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독도의 힘

독도의 힘 - 차영미 독도는 세찬 바람을 이기고 거친 파도도 이기고 메마른 가뭄도 이기고 섬초롱꽃, 해국, 패랭이꽃 개까치수염, 까마중, 참억새 나팔꽃, 닭의장풀, 땅채송화 여린 풀꽃들을 꼬옥 안고 키운다. 잊을만하면 신경통처럼 뜨끔거리는 곳이 우리나라 지도에도 있다. 바로 독도다. 경상북도 울릉군에 속해 있는 대한민국 정부 소유의 국유지로서 천연기념물 336호로 지정돼 있는 섬. 그런데 이 엄연한 우리나라 땅을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이웃나라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세찬 바람을 이기고/거친 파도도 이기고/메마른 가뭄도 이기고. 여기에서 바람, 파도, 가뭄은 단지 바다의 풍상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일본뿐 아니라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끊임없이 겪어야 했던 우리의 아픈 역사를 말하고 있다. 독도는 단지 울릉군에 속해 있는 섬이 아니라 곧 우리 대한민국이다. 섬초롱꽃, 해국, 패랭이꽃/개까치수염, 까마중, 참억새/나팔꽃, 닭의장풀, 땅채송화. 저 여린 풀꽃들은 착하고 순박하게 살아가고 있는 바로 우리 국민이다. 생각해 보면 참 대견한 나라다. 한반도의 꼬리쯤 되는 작은 땅을 삶의 터전으로 반만년이 넘는 세월을 견뎌낸 나라다. 내 나라 말과 글을 쓰고 내 문화를 꼿꼿하게 간직해 온 무시할 수 없는 나라, 대한민국! 이 동시는 그런 의미에서 참 많은 것을 깨닫게 하고 있다. 동시 한 편을 가지고 역사 공부까지 시킬 수 있는 교과서다. 시인은 때로 언어 몇 개 가지고도 이런 어마어마한 애국자 노릇을 하기도 한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꽃샘추위

꽃샘추위 - 윤동미 봄, 봄 봄만 찾는 사람들이 얄미워서 가던 길 되돌아와 심술 조금 부렸어요 그냥 살짝 돌아다녔을 뿐인데 많이 놀랐나 봐요 봄은 그냥 오지 않는다. 옷 속을 파고들 만큼의 추위도 데리고 온다. 소위 반짝 추위다. 이젠 봄이겠지 할 때 꼭 온다. 꼭 심술쟁이 같다. 봄만 찾는 사람들이 얄미워서/가던 길 되돌아와/심술 조금 부렸지요. 봄만 좋아하는 사람들이 밉다고 했다. 그것도 얄밉다고 했다. 그래서 심술을 조금 부렸다고 했다. 참 귀엽다! 이런 게 동심의 시다. 아이의 마음이 아니고서는 쓸 수 없는 시다. 그러나 이 동시는 그저 고것만 얘기하지 않는다. 숨겨놓은 비밀이 있다. 뭔고 하면, 좋은 일이 있으려면 꽃샘추위와 같은 시련이 꼭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이겨냈을 때에야 자신의 봄이 온다고 했다. 이 동시는 꽃샘추위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참된 삶을 가르쳐주고 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기왕이면 꽃샘추위 한 주먹쯤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도 과히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왜냐 하면 진정한 봄을 누리기 위해서는 놀람(?)도 필요할 것 같아서다. 한국문학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박완서 작가는 그의 산문집에서 상처는 아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했다. 가끔은 덧을 내야만 지난날의 아픔을 기억할 수 있다고 했다. 아픔을 기억하고자 하는 것, 그건 좀 더 알맹이 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각오가 아닐까 싶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1.5 센티

1.5 센티 - 박경용 할머니 작은 키가 1.5cm 줄었다며 가뜩이나 작은 키가 1.5cm나 줄었다며 눈시울 적시는 아빠. 가엾은 1.5cm. 사람의 키는 어느 정도 자라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자라지 않을뿐더러 나이를 먹으면 줄어드는 게 보통이다. 이 동시는 그렇잖아도 작은 할머니의 키가 1.5 센티 줄어든 것을 본 아빠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어머니를 바라보는 작품이다. 가뜩이나 작은 키가/1.5cm나 줄었다며//눈시울/적시는 아빠. 어린아이는 아빠의 그 눈시울이 이상하기만 하다. 고작 1.5cm 준걸 가지고 눈시울까지 적실 게 뭐냐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박경용 시인은 1958년 동아일보와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나온 이래 수많은 작품을 발표한 바 있고, 팔순이 된 지금도 젊은이 못잖게 활발한 작품을 창작하여 후배들의 거울이 되고 있다. 귤 한 개가 방보다 크다는 시는 시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작은 것의 의미를 추구하는 시인의 작품 세계와 맞물려 있다. 가엾은 1.5cm. 고 작은 길이가 아빠의 눈시울을 적셨다는 걸 총명한 아이는 안다. 이 시의 요점이자 시인이 세상을 어떻게 보고 사물을 어떻게 대하는 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좋은 시는 요란하지 않고 이렇게 은근하게 사람의 마음을 적신다. 그것은 마치 보이지 않는 꽃향기가 우리의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과 같은 이치리라.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하느님의 빨랫줄

하느님의 빨랫줄 - 구옥순 아침에는 해님을 널었다가 저녁에는 달님을 널었다가 엄마, 아빠, 내 옷 빨아 말리는 빨랫줄처럼 노예로 팔려간 톰 아저씨 마음도 널고 시리아 난민 아이 쿠르디 젖은 신발도 널고 이산가족들 땅 꺼지는 한숨도 널고 하느님도 빨래를 하시나보다. 그것도 손빨래를 하시나보다. 빨랫감을 물에 담갔다가 말끔히 때를 뺀 뒤 탁탁 털어서 빨랫줄에 너시나보다. 그런데 하느님이 하셔야 할 빨랫감은 참 많기도 하다. 저 하늘의 해님, 달님은 물론 노예로 팔려간 톰 아저씨 마음도 빨랫감이며 시리아 난민 아이 쿠르디의 젖은 신발까지 가져다 빨고 계신다. 어디 그뿐인가. 둘로 갈라진 남북한의 이산가족들의 한숨도 빼놓지 않고 빨고 계신다. 참 고생깨나 하고 계신다. 이 동시는 하느님의 손빨래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아픔과 상처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쯤 되면 동시가 초등학교 교실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지구라는 커다란 운동장에까지 발을 뻗었다. 동시 영역의 확장이자 아동문학의 발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엄마, 아빠, 내 옷 빨아/말리는 빨랫줄처럼. 땟자국이 말끔히 빠진 빨래들이 빨랫줄에 널려 바람에 춤을 추는 것을 보는 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빨래들이 안고 있던 아픔의 자국들이 말끔히 가신 것을 바라보는 건 또 얼마나 가슴 서늘한가! 세탁기가 없던 가난한 시절에 손빨래로 하루해를 냇가에서 보내던 우리들의 어머니들도 다 하느님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시간은

시간은 - 김옥애 시간은 놀다 가는 게 아닌가 봐 내 키도 키워 놓고 내 발도 크게 만들어주고 친구 미워한 마음도 잊게 해 주고 창 밖 나뭇잎도 물들여 주고 시간은 놀다만 가는 게 아닌가 봐. 어린아이의 눈만큼 순수한 게 또 어디 있을까. 갓 길어 올린 우물물처럼 맑디맑은 저 눈빛! 어떤 시인은 그래서 어린아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기가 두렵다고 했다. 자신의 흐려진 눈(마음)을 들킬까 봐 겁이 난다고 했다. 어린아이의 생각 또한 그지없이 맑고 순수하다. 여기에 엉뚱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 엉뚱한 생각이 시가 되고 동화가 된다. 이 동시는 아이의 마음으로 본 세상 이야기다. 시간은 놀다 가는 게 아닌가 봐/내 키도 키워 놓고/내 발도 크게 만들어 주고. 얼마나 귀엽고 엉뚱한가. 하루하루 커가는 자신의 성장이 시간 덕분이라 했다. 시간이 자신을 키워준다고 봤다. 참 기발한 발상이다. 어디 이것뿐인가. 시간은 친구를 미워한 마음도 잊게 해준다고 했다. 또 있다. 시간은 창밖의 나뭇잎들도 곱게 물들여 준다고 했다. 아이들의 생각은 이렇게 새롭고 놀랍다. 며칠 있으면 우리의 고유명절 설날이다. 떡국 한 그릇과 함께 우린 누구나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 시간은 이 땅 모든 아이들의 키를 더욱 키우고, 발을 더욱 크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렇다면 더 클 것이 없는 어른들은 뭘 어떻게 해야 잘한다지? 있다! 서로 등 돌리고, 험담하고, 미워한 마음을 말끔히 씻어내는 일이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상상력 결핍

상상력 결핍 - 김자미 바이올린, 논술 영양제를 먹어 수학학원, 영어과외 보약을 먹어 엄마는 내가 튼튼한 줄 알지만 한 번씩 휘청 주저앉는다. 요즘 아이들은 쉴 틈이 없다. 학교 공부가 끝나기가 무섭게 학원에 가야한다. 학원도 한 군데가 아니다. 한 곳을 마치면 또 다른 학원이 기다리고 있다. 참 딱하기 그지없다. 그런데도 이 딱한 코스를 끊기가 어렵다. 남들이 그러니 나라고 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 동시는 이 딱한 교육의 현실을 노래한 시다. 아니, 노래가 아니라 고발(?)한 시다. 바이올린, 논술, 수학학원, 영어과외학부모들은 그것이 아이의 영양제요 보약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시인은 그건 보약이 아니라고 말한다. 진짜 보약은 그런 얕은 지식이 아니라 상상력이라고. 보약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진짜 보약은 단시일에 효험이 나타나는 게 아니다. 시간을 두고 알게 모르게 차차로 나타난다. 상상력의 힘도 마찬가지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일을 겪을 때 자신도 모르게 발휘되는 게 상상력의 힘이다. 아이디어도 이 상상력에서 나오고, 세상을 바꾸는 힘도 이 상상력에서 나온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세상이 바로 그 상상력이란 보약에서 모두 나온 것. 아이들이 가끔 심심해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혼자서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보기도 하고, 하늘의 구름도 보고, 나무들 자라는 것도 좀 보고.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각하며 읽는 동시] 새해의 기적

새해의 기적 - 반칠환 황새은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 날 한 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황새, 말, 거북이, 달팽이, 굼벵이가 날고, 뛰고, 걷고, 기고, 굴러서 새해에 도착한 것을 축하하는 시다. 아, 또 있다! 바위는 어느새 도착해 있었다. 출발지가 어디였는지는 몰라도, 어느 만큼의 속도로 달려왔는지는 몰라도 한 날 한 시에 도착한 그들. 참 기특하다! 아니, 눈물이 난다. 한 날 한 시에 도착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겠는가. 발이 부르트고, 다리가 비틀리고, 숨이 얼마나 가빴겠는가. 그런 고통을 참고 이겨냈기에 약속한 날에 도착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걷는 방법과 속도가 중요한 건 결코 아니란 얘기다. 날든, 뛰든, 걷든, 기든, 구르든그게 무슨 상관인가. 자기들 나름대로 온갖 지혜를 짜냈다는 게 중요하다. 우리도 온갖 지혜를 짜내어 새해 첫 날 한 날 한 시에 도착했다. 평탄한 길을 걸어온 사람도 있겠지만 험한 산길이나 들길을 걸어온 이도 있을 것이다. 또 좋은 날씨를 만나 휘파람을 불며 온 사람도 있겠지만 궂은 날씨에 바람까지 안고 힘겹게 걸어온 이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약속한 날에 모두 도착했다는 것! 이 시는 새해를 맞은 우리들에게 주는 축하의 선물이다. 아, 새해다! 주먹을 불끈 쥐어야겠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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