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짐

하나도 아깝지 않은 ‘우정’

              -  김귀자

현우가 발을 다쳤다

성호 가방을 현우가 메고

성호는 현우를 업고 간다

현우가 성호에게

어깨를 빌려주고

성호는 현우에게

등을 내어주었다

서로 짐이 되고

서로 짐을 져주어도

가볍다

공을 차다가 발목을 삐었는지, 아니면 장난을 심하게 하다가 다쳤는지 현우가 제대로 걷지 못한다. 그러자 이를 본 성호는 두말하지 않고 얼른 등을 내민다. 현우도 두말하지 않고 성호 등에 업힌다. 대신, 성호 가방을 현우가 졌다. 이윽고 둘이는 학교 운동장을 빠져 나간다. 그들 너머로 홍시보다 붉은 노을이 서서히 내린다. 이런 광경은 어린 시절엔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발을 다친 친구를 위해 가방을 들어주거나 부축을 해주거나 심지어 등에 없고 집에까지 데려다주는 우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지 싶다. 초등학교 시절은 그래서 누구에게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을 듯. ‘현우가 성호에게/어깨를 빌려주고/성호는 현우에게/등을 내주었다’. 그렇다! 우정은 빌려주고 내주는 것이다. 그래도 하나 아깝지 않은 게 우정이다. ‘서로 짐이 되고/서로 짐을 져주어도/가볍다’. 그 또한 옳은 말이다. 짐은 그 어떤 짐이든 무겁게 마련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가벼울 수도 있는 게 짐이기도 하다. 누가 지라고 해서 지는 게 아닌, 스스로 지는 짐은 가벼울 수가 있는 법. 5월의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저 가난했던 시절에 함께 공부했던 초등학교 얼굴들을 떠올려 보았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