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철조망
- 권오삼
뾰족뾰족한 쇠가시들이
뱀의 이빨처럼
독을 품고 있는
가시 철조망
50년 동안
꾸불텅 꾸불텅
휴전선 산허리 강을 끼고
길게 길게 눠워 있다.
이것들을 걷어 낼 날은 언제일까?
휴전선은 남과 북을 가르는 군사분계선이다. 이는 6ㆍ25전쟁이 1953년 7월27일 22시에 휴전됨으로써 한반도의 가운데를 가로질러 설정됐다. 총 길이는 155마일. 어느새 6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러니까 이 동시는 16년 전에 발표된 작품이다. ‘50년 동안/꾸불텅 꾸불텅/휴전선 산허리 강을 끼고/길게 길게 누워 있다.’ 권오삼 시인은 휴전선을 따라 길게 누워 있는 가시철조망을 가슴 아파하며 이 시를 썼다.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고,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휴전선은 민족의 슬픔이자 아픔이다. 8월은 광복의 달, 그러나 저 가시철조망을 그대로 둔 채 어떻게 광복의 기쁨을 노래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의미에서 통일은 민족의 소원이자 역사적 과업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노래를 안 부르고 자란 7, 80대들이 있을까? ‘휴전 결사반대’를 외치며 단상에 올라 혈서를 쓰던 선배들의 얼굴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이것들을 걷어 낼 날은 언제일까?’. 시인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묻고 또 묻는다. 가시철조망은 이 땅의 아픔이면서 우리 모두의 고통이다. 시의 구절처럼 하루 속히 걷어내야 하는데, 어쩌자고 세월만 자꾸 가는지.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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