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
- 윤동미
봄, 봄
봄만 찾는 사람들이 얄미워서
가던 길 되돌아와
심술 조금 부렸어요
그냥 살짝 돌아다녔을 뿐인데
많이 놀랐나 봐요
봄은 그냥 오지 않는다. 옷 속을 파고들 만큼의 추위도 데리고 온다. 소위 반짝 추위다. 이젠 봄이겠지 할 때 꼭 온다. 꼭 심술쟁이 같다. ‘봄만 찾는 사람들이 얄미워서/가던 길 되돌아와/심술 조금 부렸지요’. 봄만 좋아하는 사람들이 밉다고 했다. 그것도 얄밉다고 했다. 그래서 심술을 조금 부렸다고 했다. 참 귀엽다! 이런 게 동심의 시다. 아이의 마음이 아니고서는 쓸 수 없는 시다. 그러나 이 동시는 그저 고것만 얘기하지 않는다. 숨겨놓은 비밀이 있다. 뭔고 하면, 좋은 일이 있으려면 꽃샘추위와 같은 시련이 꼭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이겨냈을 때에야 자신의 ‘봄’이 온다고 했다. 이 동시는 꽃샘추위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참된 삶을 가르쳐주고 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기왕이면 꽃샘추위 한 주먹쯤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도 과히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왜냐 하면 진정한 봄을 누리기 위해서는 ‘놀람’(?)도 필요할 것 같아서다. 한국문학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박완서 작가는 그의 산문집에서 상처는 아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했다. 가끔은 덧을 내야만 지난날의 아픔을 기억할 수 있다고 했다. 아픔을 기억하고자 하는 것, 그건 좀 더 알맹이 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각오가 아닐까 싶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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